끄적끄적

체중감량! 체력증진!

Lesley 2019. 8. 22. 00:01

 

  6월부터 친구와 다이어트 중이다.

  단, 친구와 같이 한다고 해서 둘이 같은 식단으로 먹는다거나 직접 만나서 함께 운동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는 곳도 다르고 생활 패턴도 다르니 각자 알아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실천하되, 하루에 두세 차례씩 "오늘 점심으로 00를 먹었다." 라든지 "오늘 XX 운동을 00분 동안 했다." 등의 카톡을 주고받고 있다.

  어차피 각자 다이어트를 할 거라면 그런 식으로 카톡 주고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의외로 자극도 되고 도움도 된다.  그래서 석 달째로 접어든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고 서로 핀잔을 주고받기도 하며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사실은 작년에도 한 달 반 정도 이 친구와 함께 의욕을 불태우다가 때려치웠더랬다.

  작년 여름은 그 무서운 1994년도 여름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위가 맹렬했다.  우리 둘 다 끔찍한 날씨에 지친 나머지 "가만히 있어도 더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다이어트는 무슨 놈의 다이어트냐!" 하며 포기해버린 것이다.

  성격도 관심사도 많이 다르고 서로에 대한 첫 인상도 별로였던 우리가 어떻게 20년 지기가 되었을까 하며, 가끔 우리끼리도 신기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아무래도 의지박약(!)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친구가 되었나 보다. -.-;;

 

  다행히 이번 다이어트 성적은 지금까지 90점은 되는 것 같다.

  하루 세 끼 다 챙겨먹되 탄수화물을 줄이고(라면과 과자 안녕~~) 대신 두부, 계란, 방울토마토, 바나나 등을 자주 먹고 있다.  그리고 빨리 걷기와 슬로우 버피를 꾸준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식사를 해도 뭔가 어색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면서 과자와 빵 종류가 많이 당겼는데, 한 달 정도 지나자 습관이 되었는지 이런 식단이 제법 입에 맞는다.

  기간은 6개월로 잡고 시작했는데 이미 3개월 가까이 지나갔다.  그러니 앞으로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까지처럼만 한다면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사실, 한 달에 2킬로그램씩만 빼도 6개월이면 무려 12킬로그램이 빠진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이 세상에 다이어트 실패한 사람은 없겠지... -.-;;)

 

  일단, 체중이 어느 정도 줄었다.

  물론 가끔 연예 기사에 뜨는 '배우 000 한 달 10킬로 감량 성공', '3개월 동안 25킬로 감량한 코미디언 000' 수준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하지만 외모가 곧 밑천인 연예인과 일반인인 내가 같을 수는 없는 법...!  단기간에 급격히 체중을 줄이면 살이 축 처지는 부작용도 생기고 요요현상도 올 수도 있으니, 가끔 조바심이 나기는 하지만 길게 보고 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몇 년 동안 찐 살을 겨우 두세 달에 뺀다는 건 양심불량(!) 아닌가?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어렵게 빼야 '살 빼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라고 실감하며 다시는 살 안 찌게 몸관리를 잘 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

 

  또한, 바닥을 쳤던 체력이 제법 붙은 게 느껴진다.

  그렇잖아도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걸 느끼던 차에, 작년의 그 미친 더위를 겪고나서 친구도 나도 완전히 저질체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체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 나이에 저질체력은 목숨(!)이 걸린 문제다.' 는데 의견일치를 봤다.

  작년보다 훨씬 덜 덥다고는 해도 결국 여름은 여름이다.  원래도 더위를 타는 체질인데 몸을 움직이려니 곤혹스러웠다.  특히 습도 높은 날에는 '도대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더위에 이 짓을 하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운동이란 녀석이 참으로 정직해서 한 만큼 효과를 드러낸다.  창피한 말이지만, 처음에는 윗몸일으키기를 10개만 해도 힘들어서 벌렁 드러누웠는데 이제는 40개까지 가능해졌다.  자주 이용하는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면 이전보다 덜 힘든 게 느껴진다.  그리고 최근 헌혈을 하고 그 검사결과를 보니, 정상범위보다 다소 높았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범위 안에 들 정도로 낮아졌다.  (운동해서 남 주는 것 아니다...!  운동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잠시 삼천포로 빠져서...

 

  친구 중에 정말 저질체력이란 말도 쓸 수 없고, 아예 엄마 뱃속에 체력을 두고 태어난 이가 있다.

  허약한 체질로 태어나서 온몸이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서, 사람은 누구나 허리가 아픈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0-;;  초등학교 때에야 다른 친구들은 허리가 안 아프다는 걸 알고 충격 받았다고 할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 정도로 몸이 안 좋다 보니 운동은 커녕 버스로 두세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걷는 것조차 피할 정도로 몸을 안 움직였다.  그러니 원래도 형편없는 체력이 더 나빠져서 몸을 움직이는 걸 더욱 피하게 되고...  한 마디로 악순환이다.

 

  나 자신이 운동의 효과를 실감하고 나니, 이 친구도 운동의 세계로 끌어들여 구제(!)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이라고 거창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루 20~30분씩 산책 삼아 천천히 걸으며 하다못해 국민체조라도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그것도 힘들어서 못 한다며 뒤로 빼는 이 친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몇 달 전에 재미있게 봤던 미드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에 나오는 양자경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 '와호장룡' 으로 유명한 배우 양자경은 데뷔 시절부터 무협물이나 액션물에서 대역을 안 쓰고 각종 액션장면을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 발레리나 지망생이었던 만큼 어려서부터 꾸준히 발레를 해서 몸을 다진데다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찾아 보면, 다른 여배우들처럼 그냥 마르기만 한 게 아니라 온몸에 탄탄한 잔근육이 붙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50대 중반의 나이에 출연한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에서도 여전히 덩치 큰 남자배우와 치고 받는 장면을 직접 연기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바로 이 양자경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친구에게 자극이 되겠다 싶어서 말했다.  내일 모레면 환갑인 사람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격투장면을 찍을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키웠는데, 그보다 젊은 우리는 간단한 운동이라도 해서 체력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아, 그런데 이 친구 말하는 것 좀 들어보소~~~

  "그 사람은 유명 배우라 돈 많으니까 가정부도 있고 매니저도 있잖아.  그러니까 집안일이나 다른 잡다한 거 생각 안 하고 운동만 할 수 있겠지." -.-;;

  여보게, 친구...  배우라는 직업을 봐도 그렇고, 돈이 많은 걸 봐도 그렇고, 양자경이 우리보다 운동하기에 유리한 상황이기는 하네만...  어차피 우리가 양자경처럼 머리 위로 다리 번쩍 차올리며 남자와 맞붙어 싸우는 연기 할 건 아니지 않나?  우리는 그저 보통 사람 기준에서 건강한 편이라는 말 들을 정도로 평.범.하.게. 운동하며 평.범.하.게. 체력을 키우면 된다, 이거지...

 

 

 

  이번에는 작년처럼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

  지난 늦봄부터 최근까지, 신기할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영양제 종류가 들어왔다.  생일선물로 로열젤리와 비타민C를 받은 것부터 시작해서,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에게 마그네슘을 받았고, 최근 헌혈을 했더니 종합비타민제도 받았다.  이건 열심히 운동해서 살도 팍팍 빼고 체력도 팍팍 키우라는 하늘의 뜻이 분명하다.

  마침 습도도 낮아지고 열대야도 사라져 운동하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운동의 효과 좀 봤다고 요즘 들어서 해이해진 감이 없지 않은데, 다시 마음 다잡고 남은 3개월도 잘 해봐야겠다. (아자, 아자, 아자~~~!!!)

 

 

 

  ※ 추가

 

  공교롭게도 이 포스트 올린 오늘 무릎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어젯밤 운동 끝내고서도 괜찮았고, 하룻밤 자고 일어난 오늘 아침까지도 멀쩡했다.  그런데 점심 때부터 무릎이 좀 아프다 싶더니만 오후가 되자 아예 절뚝거리며 걷게 되었다. 

  무릎 관절에 붙은 근육에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ㅠ.ㅠ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 처방받은 소염진통제를 먹으면서 찜질을 해주면 낫는다고 하는데, 괜찮아 질 때까지 운동은 쉬어야 한단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부상이라도 반복되면 나중에는 근육이 찢어질 수 있으니 앞으로는 조심해서 운동하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  모처럼 의욕적으로 운동하던 차에 이런 일이 생기니 맥이 풀린다. 

  운동아, 너랑 나랑 당분간 이별이다.  조만간 다시 만나자.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좀 살살 놀자꾸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