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늦봄 동네 꽃구경

Lesley 2019. 5. 10. 00:01


  5월인 지금은 늦봄이라고 해야겠지만, 사실은 날씨가 뒤죽박죽이라 계절도 엉망진창이다. ^^;;

  어쨌거나 달력이 바뀌어 6월이 되어 여름이 시작되면 녹음이 짙어지고 예쁜 꽃들은 사라질 것이다.  떠나가는 봄을 붙잡고 다가오는 여름을 밀어내고 싶은 마음으로(여름은 정말 싫어...! ㅠ.ㅠ), 봄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꽃들을 소개해보겠다.  



매발톱꽃.



  처음에는 색깔만 보고 제비꽃인가 했다.

  그런데 팻말을 보니 매발톱꽃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다.  꽃 뒷부분이 매발톱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수꽃다리(라일락).



  4월 말에 한창이었고 지금은 이미 진 수수꽃다리...!

  원래도 달콤한 향기 때문에 좋아했던 꽃이지만, 전에 중국 하얼빈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더욱 좋아하게 된 꽃이다.  하얼빈의 상징화가 수수꽃다리(중국에서는 '정향' 이라고 부름.)라서 5월 중순 정도 되면 여기저기에서 수수꽃다리 향내가 진동했다.  추운 북쪽 지역이라 꽃이 늦게 피기에, 활짝 피어나 좋은 향기까지 뿜어내는 수수꽃다리가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라일락이라는 영어 이름이나 정향이라는 중국어 이름보다 수수꽃다리라는 우리말 이름이 제일 예쁜 것 같다. 



마가목.



  마가목이라는 이름 역시 팻말 덕분에 알았다.

  식물 쪽으로는 깜깜이인 내가 보기에 이 나무는 벚나무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찔레꽃을 모아놓은 것 같은 하얀 꽃이 핀다.  수수꽃다리처럼 예쁜 색깔이나 진한 향은 없어서 조촐하고 단정한 맛이 있다.



이팝나무.



  우리 동네에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져 있고, 우리 아파트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왜 이 나무에는 팻말이 없냐고요...! -.-;;)  농촌 출신이라 꽃이나 나무에 대해 잘 아시는 엄마도 매년 독특한 모양의 꽃이 피는 이 나무를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산책 나갔다가 저 나무에 팻말이 붙인 걸 봤다.  보고 나니 그제서야 전에 이름을 알아두었던 게 기억났다.  이팝나무였다...!  (이팝나무야, 이름 까먹어서 미안해... ^^;;)



늦봄의 대표적인 꽃인 철쭉.



  철쭉은 늦봄에 피는 무척 흔한 꽃이다.

  아파트 여기저기에 너무 많이 보여서 조금 식상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늦봄의 대표격인 꽃이라 막상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예전에는 진달래와 철쭉(분홍색 철쭉)이 도무지 구분이 안 갔는데, 요즘은 꽃이 피는 시기를 생각 안 해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철쭉의 모양새가 진달래보다 더 화려하고 색깔도 더 진하다.

  과거의 나처럼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화전을 부쳐 먹다면서 진달래 대신 철쭉을 썼다가 고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철쭉에 들어있는 독성 때문에 현기증과 구토 증세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거나 먹지 맙시다~~!)



수선화...가 맞나? (아님 말고~~ ^^;;)



  색깔이 예쁜 이 꽃은 수선화로 보이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좀 더 일찍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 한낮 햇볕이 뜨겁더니만 이미 꽃잎이 말라가는 중이다.  말라버린 꽃잎이 예쁘지 않아서 안 올릴까 했는데...  마치, 다가오는 여름에 또 고생할 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에 올려본다.


  봄이여, 아득한 봄이여! (BGM : 임형주의 '봄이여 오라')

  늦봄의 꽃들이 다 저물어갈 때쯤 기온이 치솟으며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떠나가는 봄의 발목이라도 붙잡아 못 가게 하고 다가오는 여름은 떠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