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셀프 발톱 고문 / 해외여행 시 여권 유효기간 확인

Lesley 2019. 2. 26. 00:01


  으악, 내 새끼발톱...!


  며칠 전에 새끼발톱을 다쳤다.

  한가한 주말 오전,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평소 하던대로 소파 위에 책상다리 하고 앉으려고 자세를 잡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고 발생...!!!  소파 표면에 박음질 된 실이 정.확.하.게. 새끼발톱과 새끼발톱 밑의 살 사이로 파고들었다. ㅠ.ㅠ  너무 아파서 비명도 못 지르고 있는데 곧 새끼발톱 주위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일부러 그 실을 발톱과 발톱 밑 살 사이에 집어넣으려고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기막힌 우연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경찰이 독립운동가들 손톱과 발톱 밑에 얇은 대나무를 집어넣는 고문을 했다던가...

  그런데 나는 독립운동 같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경찰서 고문실에 끌려간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집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려다가 난데없이 발톱 고문을 겪었다.  굳이 누군가의 탓을 하자면 그 순간 실이 있는 곳에 발톱을 들이밀었던 내 탓이니, 셀프 발톱 고문이라고 해야 하나... -.-;;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도 발톱이 빠진 적이 있다.

  우리집 부엌으로 나가는 미닫이문을 열었는데, 이 망할(!) 놈의 문이 엄지발톱 위로 떨어졌다. -.-;;  그래서 한동안 앞이 터진 쓰레빠(!)를 신고 학교에 다녔다.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편이 마땅찮았기 때문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쓰레빠를 질질 끌며 3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건 꽤 고달팠다.

  그래도 체육시간에 특별대우(?)를 받은 것 하나는 좋았다.  같은 반 아이들이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닐 때, 나는 시원한 등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구경만 하면 되었다. 


  하여튼 발톱 하나, 그것도 제일 작은 새끼발톱 하나 다쳤다고 일상생활에서 이런저런 불편함을 겪고 있다.

  그러니 교통사고 같은 일을 겪어서 다리뼈가 부러진 사람은 오죽할까...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목발 짚고 다니거나 아예 꼼짝 못 하고 누워있으려면 정말 답답할 것이다.  

  새끼발톱이 거무스름하게 변한 것을 보니 시간이 좀 지나면 빠지고 새 발톱이 날 것 같은데, 그 때까지 고달프게 생겼다.  이 와중에 친구 왈 "너 요즘 다이어트 소리 하더니 또 운동 안 할 핑계 생겼구나." (여보셔, 내 친구 맞아? -.-;;) 



  해외여권 갈 때는 여권 유효기간 꼭 확인하세요!


  전에 인터넷에서 황당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해외여행 떠나는 사람이 공항에 가서야 여권을 안 가져온 것을 알았다거나, 여권을 가져오기는 했는데 유효기간이 지난 여권이라서, 결국 비행기를 못 탔다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이 사람들 바보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려면 여권 챙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여권을 안 가져가거나 유효기간을 미리 확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알았다, 나의 20년 지기가 바로 그런 '이해 안 가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을... -.-;;

  문제의 친구는 지난 설 연휴에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출발 전에 여권 관련한 문제가 생겨서 마음을 졸였더니, 여행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져버려서 여행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은 여권 유효기간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데에서 시작되었다. 

  친구도 남편도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비행기표와 숙소만 예약해 놓고, 한동안 여행에 대해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출발 이틀 전에야 식구들 여권을 들쳐보고 깜짝 놀랐다.  아들의 여권이 유효기간이 남긴 남았는데, 6개월이 안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여권을 요구하기 때문에, 원칙상 유효기간 6개월이 안 남은 여권으로는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왜?  그것이 알고 싶다...!!!)


  당황한 친구가 여기저기에 전화해서 알아봤다.

  먼저, 도청 여권과와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전화를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 상황을 해결하려면 새 여권을 발급받거나, 원래는 한국인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베트남에 따로 비자를 발급받아서 가야 한다.  그런데 새 여권 발급기간이나 비자 발급기간이나 모두 최소 3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출발일은 2일 밖에 안 남았는데...!!!

  다음으로, 여권 없이 공항에 간 이들을 위해 즉석에서  단수여권을 발급해준다는 인천공항 내 외교통상부 출장소에 연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즉석 단수여권이란 게 신청한다고 해서 반드시 발급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설사 발급받는다고 해도 이것저것 조사하다 보면 두세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여권을 분실했다고 거짓말 하고 국제 밀입국 브로커에게 팔아버리는 못된 인간들이 있어서리... -.-;;)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출장소의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인데 친구네 식구가 탈 비행기는 오전 10시 출발이라, 두세 시간씩 들여가며 여권을 발급받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당연히 친구는 멘붕 상태가 되어버렸다.

  친구 부부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일찌감치 예약해놓았다.  일행이 8명이나 되어서 여행비용이 많이 드니 할인을 받으려고 일찍 예약한 것이다.  문제는, 할인폭이 크기 때문에 '예약 취소를 했을 때 돈을 돌려받을 수 없고 다른 날짜로 변경하는 것도 안 된다' 는 조건이 붙어있다는 것...!  그러니 까딱하면 여행비용을 통째로 날리거나, 아니면 아직 초등학교도 안 간 아이한테 혼자 집 지키면서 '나 홀로 집에' 놀이나 해보라고 하게 생긴 상황... -.-;;


  그런데 운 좋게도 출발 전날에 일을 해결했다...!

  아들과 관련된 온갖 서류를 챙겨 공항 내 외교통상부 출장소를 찾아가 읍소(!)를 했더니, 다행히도 단수여권을 내어주더란다.  그래서 겨우 한숨 돌리고 비행기를 타고 떠났는데...


  베트남 공항에서 다시 문제 발생...!

  베트남 공항 직원들 왈, 다른 식구들은 평범한 여권(복수여권)을 갖고 있는데 왜 아이 혼자만 이상한(!) 여권을 갖고 있느냐며, 그 아이가 친구 부부의 친아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더란다. -0-;;  친구 부부가 남의 아이를 납치해서 베트남으로 도주한 걸로 의심한 건지 어떤 건지...

  하지만 공항에서 친자관계를 어떻게 증명하란 말인가?  마침 아이 여권 문제를 해결하느라 들고 다녔던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가기는 했는데, 온통 한글로 써진 증명서가 베트남에서 통할 리가 없다.  그래서 다른 한국인들은 간단히 통과하는 공항에서 2시간 넘게 붙들려 있다가 겨우 입국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여행 떠나기 전부터 마음 졸이며 고생했는데 현지 공항에서도 그런 일을 겪었으니, 이쯤 되면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이라고 해야 한다. ㅠ.ㅠ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1. 해외로 나갈 일이 있을 때는 출발일이 넉넉하게 남았다고 해도, 반드시, 무조건, 세상이 무너져도, 일단은 여권부터 펼치고 유효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출발일이 임박해서야 여권 유효기간에 문제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순간부터 온갖 애로사항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고생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면서 '뭐 어쨌거나 여행 전날 공항에 가서 단수여권 발급받았다며?  나도 그러면 되겠네.' 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기를...

  냉정히 말하자면, 여권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당사자의 잘못이다.  그러니 공항에 있는 외교통상부 출장소에서 그런 사람에게 반드시 단수여권을 내어줘야 하는 의무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이런 것도 안 해주냐!" 하고 따져봤자 소용없음. -.-;;)  실제로 퇴짜 맞았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는 모양이다.

  또한 한국에서 단수여권을 발급 받아 무사히 출국한다고 해도, 정작 외국에서 단수여권 소지자에게 입국허가를 내주지 않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몇몇 국가가 단수여권 소지자에게 입국허가를 안 내주고 있다고 한다.  설사 현재는 단수여권 소지자를 받아주는 국가라 해도, 입국 기준이란 게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언제 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위의 사연에 나오는 친구네 식구도 8명 중 1명이 단수여권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하마터면 모두 입국허가 못 받을 뻔했다.  그러니 쓸데없는 모험은 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게 되면 반드시 여권을 살펴보자.


  2. 여권을 미리 챙겨놓았더라도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가, 친구가 겪은 일만큼이나 황당한 사연들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이 해외출장 가느라 여권을 갖고 공항에 갔는데, 공항에서 보니 자기 여권이 아니라 아내의 여권이라 함께 간 상사에게 욕을 잔뜩 먹었다고 한다. -.-;;  그런가 하면, 기한이 만료된 옛날 여권과 현재의 여권을 함께 보관했다가 무심코 옛날 여권을 들고가서 비행기를 놓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꺼진 불만 다시 볼 게 아니라, 챙긴 여권도 다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