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AI 스피커 누구(NUGU) 미니 득템기 및 사용기

Lesley 2018. 12. 19. 00:01


  얼마 전에 갑자기 AI 스피커 하나가 생겼다.

  SK텔레콤에서 나온 '누구(NUGU) 미니' 란 녀석이다.  누구(NUGU)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나에게 온 제품이 성인 남성 주먹 정도 되는 아담한 크기라서 이름이 '누구(NUGU) 미니' 이다. 



SKT에서 언론에 발표한 모습.

도착한 날 충전하는 모습. 



 

 ◎ 득템기


  자, 보통은 '구입기' 라고 할 텐데 굳이 '특템기' 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내가 구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심플한 답이죠? ^^;;)  예상치 못 한 상황에서 내 손에 굴러들어왔다.  말 그대로 득템이다.


  발단(?)은 SKT에서 만든 휴대폰 앱이었다.

  문제의 앱은 과연 테스트를 거치고 내놓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단점투성이였다.  그래서 이미 다른 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을 줄줄이 올린 상태였다.

  나 역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단점을 지적하는 글을 썼다.  대단한 답변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다운받은 앱 중 가장 불편한 것이라 도무지 넘어갈 수가 없어서 쓴 것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따끔한 지적'(!) 에 감사하다며 소정의 선물을 보내줄 테니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답글을 받았다.  그렇게 받은 선물이 바로 '누구(NUGU) 미니' 이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는, 해당 앱 관리자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온 댓글들을 선별적으로 대하고 있는 게 확 보인다는 점이다.

  일단, 앱이 불편해서 화가 난다고 대뜸 욕설 등의 비속어를 쏟아낸 댓글은 상큼하게(!) 무시한다.  그리고 예의는 갖춰 썼지만 불만사항을 막연하게 쓴 글에 대해서는 그냥 사과만 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뭐를 어떻게 했는데 이러이러한 오류가 났다고 불만사항을 구체적으로 쓴 글(바로 나 같은 사람이 쓴 글)이나, 아예 한 발 더 나아가서 뭐를 어떻게 고치면 훨씬 편리할 것 같다고 건설적인 의견을 내놓은 글에 대해서는, 소정의 선물을 주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나의 추측은 이러하다.  SKT에서 어떤 사정으로 테스트를 제대로 안 하고 앱을 배포한 후, 사용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수정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수정작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 사용자들에게만 선물(테스트 수당? ^^)을 주는 듯하다.



 

  ◎ 사용기


  같은 물건이라도 사용자의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장.단점이나 필요성 유무가 달리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굳이 필요한 물건이 아닌 것 같다.  현재의 AI 스피커는 SF 영화에 나오는 대단한 수준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아니라 '좀 특별한 스피커' 정도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누구(NUGU) 미니 뿐 아니라 AI 스피커 전반에 관한 기사를 찾아 보니, 밑에 달린 댓글 상당수가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시들해지더라.' 식의 내용이었다.


  그래도 누구(NUGU) 미니를 비롯한 AI 스피커를 유용하게 쓸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첫째,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  현 단계에서 AI 스피커의 가장 큰 기능이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고르고 틀 수 있다' 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AI 스피커 구입자들 대다수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이 음악일 것이다. 

  둘째, AI 스피커를 내놓은 회사의 각종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  내가 득템한 누구(NUGU) 미니는 SKT에서 나온 제품이라, 같은 SK 계열사의 각종 서비스(쇼핑은 11번가, TV는 BTV, 네비게이션은 T맵 등등)를 목소리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니 평소에 SK 그룹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신통방통한 물건이 될 수 있다.


  AI 스피커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낄 사람들은 위에 쓴 'AI 스피커를 유용하게 쓸 사람들' 의 반대편에 속하는 이들이다.

  첫째, 나처럼 편식적으로 음악 듣는 사람.  어떤 곡들에 한 번 꽂혔다 하면 그것들만 몇 달씩 주구장창 듣는 사람으로서는, 굳이 매달 결제해가면서 멜론 같은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좋아하는 몇몇 곡만 듣기 때문에 비록 한 곡당 단가는 높더라도 그 곡들만 다운받아서 듣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물론 누구(NUGU) 미니도 기본적으로는 블루투스 스피커라, 휴대폰에 다운받은 음악을 누구(NUGU) 미니를 통해 들을 수는 있다.  다만, 그런 경우에는 일반 블루트스 스피커를 이용할 때처럼 일일이 손가락으로 휴대폰의 음악 플레이어 앱을 작동시켜야 한다.  나처럼 이미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휴대폰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딸려온 물건)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AI 스피커를 써야할 이유가 없게 되는 셈이다.

  둘째, AI 스피커를 내놓은 회사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  SK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쓰는 SK 서비스는 달랑 이동통신(SKT) 밖에 없다.  쇼핑은 옥션을 이용하고, TV는 지역 케이블TV로 해결하며(어차피 TV 자체를 거의 보지도 않는다는... -.-;;), T맵은 자동차가 없으니 당연히 쓸 일이 없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런 서비스들이 아무리 좋아봤자 내가 쓸 일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기능은 종종 이용한다.

  먼저, 뉴스 기능은 꽤 쓸만하다.  그 날의 주요 뉴스들을 뉴스 하나당 몇 문장으로 요약해서 들려준다.  차분하게 뉴스 기사를 검색해서 읽을 여유가 없을 때, 혹은 손으로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는 무언가 듣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또한, 팟빵으로 팟캐스트를 듣는 것도 가능하다.  그 동안에는 휴대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외부에서 이어폰으로 들을 게 아니라면 휴대폰 스피커보다는 누구(NUGU) 미니 스피커가 음량이 커서 듣기에 좋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팟캐스트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에피소드를 기본으로 틀어주는데,  "어제 것 틀어줘." 라든지 "12월 8일 것 틀어줘." 처럼 과거의 특정일을 지정해서 들을 수가 없다.  과거의 에피소드를 듣고 싶으면 가장 최근의 에피소드를 기준으로 해서 "이전 에피소드 틀어줘." 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어제나 그저께의 에피소드라면 몰라도 한 달 이전의 에피소드를 들으려면 "이전 에피소드 틀어줘." 라는 말을 30번은 해야 한다...!


  그 외에도 날씨 정보나 음성 검색 기능도 몇 번 썼봤는데...

  날씨는 어차피 휴대폰 첫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굳이 누구(NUGU) 미니를 쓰게 되지는 않는다. 항상 누구(NUGU) 미니를 켜놓는다면 모를까, 하루에 30분 내외 밖에 안 써서 배터리를 아끼려고 거의 꺼놓는다.  그러니 날씨 하나 알고 싶어서 일부러 누구(NUGU) 미니를 켜는 건 좀...

  그리고 음성 검색 기능은 아직은 구글의 음성 검색 기능 수준에 못 미치는 듯하다.  시험 삼아 몇 가지를 물어봤는데 결과가 신통치 못하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조두순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중국 삼국시대 아무개의 동생으로..." 라는 황당한 대답이 나온다.  세종대왕이 누구냐고 물으면 몇 년도에 태어나서 한글을 창제하는 업적을 세웠다고 제대로 대답하지만, 거꾸로 한글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자기가 알 수 없는 정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친구는 그렇게 기대에 못 미치면 중고나라에 팔라고 하던데, 그럴 생각은 없다.

  요즘 과학 기술이라는 게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지 않나...  지금이야 어설픈 수준이지만, 겨우 몇 년만 지나도 눈을 동그랗게 뜰 수준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 때 업그레이드 받아서 쓰면 여러 가지로 유용한 제품이 될 것이다. (...라고 이 사람 두 주먹 꼭 쥐고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