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습득물 신고 6개월 후 소유권 취득

Lesley 2019. 9. 26. 00:01

 

  최근에 경찰서에 다녀왔다.

  물론,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든지 해서 다녀온 것은 아니다. (저는 착한 시민이랍니다~~ ^^)

  전에 길에서 주은 현금을 파출소에 가져다 준 적이 있다.  그 때 처음 알았는데, 습득물의 주인이 6개월 동안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습득물을 경찰서나 파출소에 신고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고 한다.  그 현금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서 내가 소유권을 갖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아 경찰서에 다녀온 것이다.

 

  6개월 전인 3월의 어느 날, 길바닥에 세종대왕 10장이 널려있는 것을 봤다.

  사실은 나 말고도 주위에 여러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험하다 보니(일부러 현금을 길바닥에 뿌려놓고 누가 손을 대면 도둑으로 몰면서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못된 것들이 있다고 함.) 다들 찜찜한 기분인지, 잠깐 쳐다보거나 일행끼리 몇 마디 주고받다가 가버렸다.

  결국 내가 총대(?)를 맸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그대로 두면 날아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내 돈이 아니지만 피 같은 돈이 날아가버리면 아깝잖소...)  하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현금에 손을 대기에 앞서 현장 사진부터 찍고 112에 전화를 해서 이중으로 증거(?)를 남겼다.  그런 후에 10만원을 주워서 근처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에 현금을 맡기면서 이름과 연락처나 남기면 내 일은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6개월 후에 주인이 안 나타날 경우 신고자가 소유권을 갖게 되는데, 그 소유권을 포기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던 탓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2~3초 동안 얼른 뇌를 한 바퀴 돌린 후 포기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신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면 그 소유권이 국가로 귀속된다는데, 국가는 어차피 돈이 많으니 내가 갖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

  그러자 담당 경찰관이 습득물 확인서였나 습득물 증명서였나, 하여튼 A4 용지로 된 서류를 한 장 줬다.  6개월 후에도 주인이 안 나타나면 경찰서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

 

  며칠 동안 그 10만원의 운명(?)이 어찌되었을까 생각하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 초에 경찰서에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결국 내가 소유권을 갖게 되었으니 경찰서로 와서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면 '반드시 방문 수령 전 경찰서 담당자와 사전통화를 진행하여 업무에 차질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라고 되어 있다.

  이 부분을 그냥 하는 말로 생각하면 안 된다.  경찰서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습득물을 곧장 받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담당자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데, 그 처리에 며칠 걸리기 때문이다.  즉, 저런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 담당자와 통화하지 않고 냉큼 경찰서로 가면 헛걸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험과 이 일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를 뭉뚱그려 보면, 습득물 신고에 관하여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첫째, 습득물을 가져가서 주인에게 돌려주지도 않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으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한다.

  우리나라가 의외로 선진국보다 범인 검거율이 높은 이유가 사방에 CCTV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다고 습득물을 함부로 차지했다가는, 나중에 경찰관과 함께 자신의 범죄행각이 찍힌 CCTV를 감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사실, CCTV에 찍히고 안 찍히고를 떠나서 자기 물건이 아닌 것을 함부로 차지하는 것은 나쁜 짓임...! )

 

  둘째, 꼭 습득하고 7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7일이 지난 후에 신고할 경우에는, 설사 나중에 주인이 안 타나난다고 해도 습득물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셋째, 신고자가 습득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세금 22%를 내야 한다.

  즉, 나처럼 현금 10만원을 습득해서 신고한 경우라면 처음부터 22,000원을 세금으로 뗀 나머지 금액을 받게 된다. (원천징수? ^^;;)  그리고 귀금속이나 노트북 등의 현물은 그 가치의 22%에 해당하는 돈을 세금으로 납부한 후 가져갈 수 있다. (습득물의 가격을 신품 가격 그대로 적용하는지 일정 기준에 따라 중고품 가격으로 책정하는지는 묻지 마시라.  이 몸도 모르니까... -.-;;)

  솔직히 말해서, 위의 두 가지와는 달리 이 부분은 이해가 안 간다.  불로소득이라 세금을 떼는 것 같은데, 로또 당첨금 같은 일반적인 불로소득과는 상황이 좀 다르지 않나? 

 

 

 

  그리고 습득물 이야기 하는 김에 쓰라린 기억 하나를 되살리자면...

 

  '내 것이 아닌 물건은 당연히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상식이다.

  나는 남의 휴대폰을 습득할 때마다 전부 돌려줬다.  버스, 공중화장실, 공원 벤치, 서점의 책꽂이 등등 여기저기에서 우연히 습득한 휴대폰이 6, 7개는 된다.  휴대폰 화면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주인이나 그 가족의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해서 돌려줬다.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 쪽에서 전화하기를 기다렸다가 돌려줬다.  이도 저도 아닌 경우에는(내가 어디 가는 중이라 상대방을 기다려 줄 수 없다든지, 공교롭게도 습득한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연락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없다든지) 경찰서나 우체국에 가져다 줬다.  상대방이 고맙다며 현금이나 음료수 등으로 사례를 하겠다고 할 때에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사양했다.

 

  그... 런... 데... 정작 내 휴대폰은 왜 돌아오지 않느냐고~~~~~!!! ㅠ.ㅠ

  몇 년 전에 결혼식장 화장실에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가 영원히 잃어버렸다.  화장실에서 나오고 겨우 1~2분만에 휴대폰을 두고 나온 것을 깨닫고 가봤지만 이미 누가 가져간 후였다.  더구나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을 꺼놓기까지 했다.  아예 처음부터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세상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은 게 아니라고,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게 아닌가 보다.  어째서 남의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꿀꺽하는 건지... (그 때 내 휴대폰 가져간 사람, 그렇게 살지 마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