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점 등

서울책보고 - 서울시에서 만든 헌책방

Lesley 2019. 4. 5. 00:01


  3월 27일에 서울시에서 만든 헌책방 '서울책보고' 가 개관했다.  ☞ 서울책보고(http://www.seoulbookbogo.kr/front/)

  3월 초순에 우연히 관련 기사를 읽고 문을 열면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더랬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고고씽~~!!!

  나는 마침 잠실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잠실역에서 하차해서 걸어갔지만, 전철을 이용할 경우에는 2호선 잠실나루역에서 하차해서 1번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빠르다.  잠실나루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라 헤맬 일은 절대로 없다.  두리번거리면 웬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이 보일 텐데, 그게 바로 서울책보고니까...!



개성 있게 생긴 서울책보고의 모습.



  서울책보고는 헌책방이라기보다는 창고처럼 생겼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원래 저 건물이 다단계회사로 유명한 암웨이의 창고였다고 한다.  세련된 책방 모습을 기대한 이에게는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창고형 건물이라 오히려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입구와 출구를 착각하지 마세요~~!



  입구와 출구 사이에 운영시간이 적혀있다.

  평일은 10:30~20:30까지이고 주말 및 공휴일은 10:00~21:00까지이다.  그리고 사진 속 건물 벽에는 매주 월요일만 휴무인 것처럼 나와있는데, 서울책보고 홈페이지를 보면 매주 월요일 뿐 아니라 신정, 설날, 추석에도 쉰다.  그러니 이용할 때 주의하시기를...



보라, 이 독특한 내부를...!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을 보면 사이버틱(?)한 느낌이 든다.

  널찍한 창고형 건물 내부에 길게 금속 서가를 배치하고 그 한가운데에 아치형 통로를 냈다.  안쪽으로 쭉 늘어선 아치형 통로를 보고 있으면 SF 영화의 우주선 내부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다 보면 아치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다가 다시 점점 높아져서 재미있다. 

   


일요일이라 이용객이 와글와글~~



  나처럼 언론 보도 접하고 온 사람도 있겠지만, 근처 주민도 많을 것이다.

  서울책보고 근처가 아파트촌이라 굳이 홍보활동을 하지 않아도 입소문 듣고 알아서 찾아온 이들이 많을 듯하다.  서울책보고 근처 주민들은 전생에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동네는 구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복덩어리가 갑자기 굴러들어 올 리가 없지... ^^



대형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퍼덕족. ^^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바닥에 철퍼덕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누구든지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은 보기 좋은데, 그 중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특히 예뻐 보이는 것 같다. (기특한 녀석들~~ 그래, 열심히 읽거라. ^^)



서울책보고의 포토존.



  서가를 따라들어가면 끝에 책으로 된 둥그런 조형물이 보인다.

  여기가 포토존인지 이 사람 저 사람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포토존 양쪽으로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안내 문구.



  서울책보고의 책 검색 방식은 친절한 편은 아니다.

  다른 대형서점이나 알라딘 중고매장에서는 'A15의 2번째 서가' 식으로 정확한 책의 위치가 나오는데, 서울책보고에서는 '00서점' 이라고만 나온다.  25곳의 헌책방이 서울책보고 내부에서 한 코너씩 차지하고 있는데, 이용객들이 00서점이라는 막연한 단서만 갖고서 해당 코너를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위의 사진 속 메모지 아래에  '원하는 책을 찾으시면서 매력적인 다른 책도 발견하는 행운을 느껴보세요.' 라고 깨알 같이 덧붙여 놓았다.  하긴, 헌책방에서든 새책방에서든 어떤 책을 구하려고 갔다가 뜻밖에도 다른 책에 삘(!)이 꽂혀 그것까지 사는 경우도 있으니...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당혹스럽거나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시간 넉넉히 잡고 둘러보러 간 사람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사정상 짧은 시간 동안 책을 찾아야 하는 사람, 또는 희귀템(!)을 구하려고 급히 간 사람이라면, 원하는 책을 얼른 찾지 못해서 울화통이 터질 수도 있다. ^^;;   



북카페 및 전시공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는 북카페 및 전시공간이 있다.

  북카페는 아직은 자리만 있을 뿐 문을 안 열였다.  4월에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아니, 5월이었나?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  전시공간에는 옛날 교과서와 추억의 잡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동아전과와 전화번호부.



  정말 얼마만이냐, 동아전과라니...

  지금도 전과라는 참고서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때는 동아전과와 표준전과가 초등학생 참고서의 양대 산맥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온갖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고, 참고서가 달랑 두 종류 밖에 없다 보니, 선생님이 뭘 조사해서 발표하라는 숙제를 내주면 같은 반 아이들의 발표 내용이 딱 두 종류로 나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전화번호부...!

  어렸을 적에 우리집에도 한 권씩 굴러다니곤 했다.  전화번호부를 펼쳐볼 때마다 드는 두 가지 생각은 '우리나라에 동명이인이 정말로 많구나' 와 '세상에는 이상한 이름도 많구나' 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성인 '김' 에 역시 흔한 이름이 결합되는 이름의 경우에는 무려 두세 페이지에 걸쳐서 빽빽하게 나오곤 했다.  그리고 거짓말 같지만 '강아지' 나 '고양이' 같은 이름이 정말로 있다.  그것도 전국 여기저기에... (무슨 생각으로 자기 자식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건지, 어린 마음에도 정말 궁금했다는... -.-;;)



옛날 교과서.



  나보다 한두 세대 위의 사람들이 쓰던 교과서인 모양이다.

  '셈본' 이란 교과서는 산수 교과서의 옛날 이름인지, 아니면 산수 교과서의 보조교재로 나왔던 건지...  그리고 '착한 생활' 이니 '다른 나라의 생활' 이니 하는 교과서 이름도 처음 접했다.



오~~~ 추억의 스크린...! ^^



  이 날 전시된 옛날 책 중 가장 반가웠던 게 바로 영화 잡지 스크린이다.

  영화에 푹 빠져 살던 대학 시절에 학교 서점에서 자주 들춰보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부록으로 끼워줄 때면 사서 읽기도 했던, 아스라한 추억 속의 잡지였다.  하지만 몇 년 전인가,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잡지들이 폐간될 때 스크린도 폐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ㅠ.ㅠ 


  서울책보고는 서울이나 서울 근처에 사는,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종종 들려봄직하다.

  다만, 서울책보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부의 글처럼, 서울책보고는 공공도서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책을 판매하는 상업적인 장소라는 점을 잊지 말자.  필요한 책을 찾는 과정에서 잠깐씩 읽어보는 건 좋지만 너무 장시간 책을 붙들고 있으면, 서울책보고에 참여한 헌책방 업자들이나 다른 이용객들에게 폐가 된다.  우리 모두 착한 시민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