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경기도

성남시립식물원(은행식물원) / 이혼카페

Lesley 2018. 5. 15. 00:01


  성남시립식물원(은행식물원)에 대해 쓰려면, 일단 그 위치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성남이란 도시는 뭐든지 평지에 있지 않고 고지대에 있는 모양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주택도 학교도 언덕배기에 있어서 '저 집에 사는 사람들(저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살찔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에 가 본 봉국사도 성남이란 도시 한복판에 있는 절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어서, 갈 때 다리품 팔아가며 고생했다.  ☞ 성남 봉국사 - 도시 높다란(!) 곳에 있는 한적한 절(http://blog.daum.net/jha7791/15791331) 

  그런데 얼마 전에 갔던 성남시립식물원(은행식물원)도 만만찮게 높은 곳에 있다.  혹시라도 여기에 갈 생각이 있는 사람 중 저질체력(!)인 사람이나 노약자는 반드시 차량을 이용해서 가기 바란다.  나처럼 과체중인 사람은 다리 운동 제대로 한다고 생각하고 차량 없이 가도 좋다. (다만, 그 다음날 다리 근육 아픈 건 절대로 책임 못 짐.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8호선 전철 남한산성입구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카카오맵으로 찾아보면 1번 출구로 나가서 상원초등학교 옆을 거쳐 식물원 후문으로 들어가라고 나온다.  하지만 이미 다녀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차라리 2번 출구로 나가서 중부초등학교 옆을 거쳐 식물원 정문으로 가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카카오맵이 알려준 길은 1.1킬로미터인데 나의 권장(?) 경로는 1.6킬로미터이니, 길이만 놓고 보자면 불리한 코스 같다.  하지만 지도에는 표시 안 되는 오르막길의 경사도(!)를 생각하면 좀 돌아가더라도 경사도가 낮은 '남한산성입구역 2번 출구 → 중부초등학교 → 성남시립식물원 정문' 코스를 택하는 게 낫다. 


  정말이지 카카오맵이 알려준 길로 가다가 난데없이 극기훈련에 참가했다. ㅠ.ㅠ

  특히 마지막 100미터는 '죽음의 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지막 구간에서 지름길로 가겠다고 카카오맵이 알려준 경로 대신 빌라와 빌라 사이의 좁은 길로 올라갔다가 그만 죽음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긴 한데...  후문 앞에 도착해서 왔던 길을 내려다 보니, 어차피 고지대라서 카카오맵 지시대로 움직였어도 큰 차이는 없었을 듯하다.  왔던 길을 내려다 보는데, 경사가 어찌나 높던지 그대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며 머리가 핑 도는 느낌까지 들었다.



멀리 산 너머 보이는 롯데월드타워.

(식물원이 높은 곳에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



  후문 앞에 도착해서 뒤돌아보니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나중에 롯데월드타워에서 성남시립식물원까지 거리를 찾아 보니 약 11킬로미터라고 한다.  롯데월드타워가 워낙 높은 건물인데다가 식물원까지 고지대에 있고, 또 이 날 미세먼지가 별로 없어서 하늘까지 맑으니, 11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산 너머로 잘 보인다.

 


고생 끝에 도착한 식물원 후문.

(플래카드에는 '은행식물원' 이라고 되어 있음.)



  이 식물원이 은행동에 있어서 원래는 은행식물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절대로 은행나무나 은행(bank)이 많아서 은행식물원이 아니다. -.-;;  지금은 성남시립식물원이란 이름과 은행식물원이란 이름을 함께 쓰는 모양이다.

 


후문에서 안쪽으로 시원하게 뻗은 길.



처녀치마.



  잎들이 사방팔방 뻗어나간 것이 치마를 펼쳐놓은 모양새라 '처녀치마' 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치마풀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처녀치마라니, 처음에는 옛날 사람들의 상상력은 좀 엉큼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사방으로 펼쳐지는 치마는 젊은 처녀들이 입어야 어울리지 나이든 여자가 입으면 안 어울릴 것 같다. (그래, 조상님들이 그런 이름을 붙인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야... ^^)

 


공조팝.



  조팝나무 중 하나인 공조팝나무이다.

  유독 동그랗게 뭉쳐서 핀 꽃들이 공 같아 보여서 공조팝이라고 이름 붙였나 보다.  식물원에 공조팝 말고도 다른 조팝나무가 두어 종류 더 있었는데, 이쪽이 둥글둥글해서 가장 귀여워 보였다.

  

  그런데 조팝나무 꽃과 불두화의 차이를 도무지 모르겠다.

  양쪽 모두 대체로 하얀색이고(연한 분홍색도 있기는 함.) 자그마한 꽃들이 둥글게 모여 피기 때문에, 이 문외한 눈에는 그게 그걸로 보인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나 말고도 두 꽃의 차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어서 이미 질문과 답변이 몇 개 올라와 있던데, 답변을 읽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귀여운 금낭화.



  유감스럽게도 금낭화는 한창 때를 지나 시들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고 보니 이 날 햇볕이 워낙 좋아서 그런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괜찮게 나왔다.  싱싱하게 피어났을 때 보면, 이 꽃에게 어째서 비단주머니란 뜻의 금낭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옛날 아이들이 한복에 차고 다니는 비단 주머니처럼 앙증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연못.



  연못 근처에는 부모와 같이 온 아이들이 바글바글...

  운치있어 보이는데다가 근처에 화장실이나 그늘이 있는 벤치도 있어서,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은 이 근처에 다 몰려 있었다.  그래서 연못이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사람 우글거리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는 사진만 몇 장 찍고 얼른 떠났다. ^^;;



연못의 정자.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아이들이 우글거림.)



서흥구절초와 한라구절초.



  서흥구절초와 한라구구절초라는 녀석들은 특이하게 생겼다.

  이름을 봐서는 사촌 정도 되는 가까운 사이인가 본데, 이쪽으로 뜯어보고 저쪽으로 노려봐도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찌되었거나 생긴 게 좀 특이하다... 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무섭게 생겼다.  공포영화 속에 나오는, 무슨 이상한 물질에 오염되거나 미친 과학자가 발명한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 처럼 생겼다. ^^;;



왜성정향나무.



  내가 무척 좋아하는 수수꽃다리 나무...!

  흔히 라일락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꽃나무인데, 우리말로는 수수꽃다리라고 하고 한자어로는 정향이라고 한다.  꼭 우리말이라서가 아니라 수수꽃다리란 말이 가장 예쁜 것 같다. ^^

  우리 동네 산책로에 수수꽃다리 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서, 저녁에 산책하다가 바람에 실려온 향기를 맡게 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리고 전에 중국어 공부한다고 머물렀던 하얼빈의 상징화이기도 해서, 이 꽃을 볼 때마다 그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여러 종류의 정향나무 중에서 사진에 나오는 왜성정향나무가 우리나라의 자생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지금은 미국 등에서 역수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향나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환경오염으로 전부 사라져버린 건지 어떤 건지... 



좀 뜬금없지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풍차.

(풍차 앞에는 촬영용 의자까지... ^^)



  네덜란드나 벨기에에 있어야 할 풍차 양반께서 대한민국 성남에서 고생이 많으시오... ^^;;

  식물원 한쪽에 서있는 풍차가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소풍이나 견학으로 많이 찾는 곳이니, 아이들을 위한 포토존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풍차 앞에 있는 자그마한 의자와 벤치가 귀여워 보인다.

 


역시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듯한

귀여운 나무 화분 기차.



성남시립식물원 정문.

(여기도 은행식물원이라고 해놓았음. ^^)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오는 것으로 성남시립식물원 구경이 끝났다.

  하지만 식물원 구경만 끝났을 뿐, 집으로 돌아가려고 전철역이 있는 도로로 내려가보니 다른 구경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처럼 이혼이 많이 늘어난 세상에 딱 맞는 그 이름, 바로 이혼카페(!)...! -0-;; 




남한산성입구역 근처에 있는 이혼카페.



  남한산성입구역 근처에는 성남지청, 성남지법 등 법률 관련 기관들이 있다.

  자연히 그 근처에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이 여러 곳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 가운데에 이혼카페라는 곳까지 있다.  처음에는 정말 카페라고는 생각 못 했다.  요즘 변호사 및 법무사 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서 힘들다고 하더니, 이혼 전문 변호사나 법무사가 사람들 눈길을 끌기 위해 특이한 이름을 사무실에 붙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혼카페 간판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 그림까지 같이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진짜로 카페가 맞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혼카페는 변호사 사무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이혼카페 내부 모습이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카페스럽게(?) 생겼다.  성남 또는 성남 근처에 거주하면서 이혼 예정인 분들은 한 번 찾아가 보시기를... (물론 이혼하는 사람이 많아져서는 안 되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