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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 요한성당 -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복제품 / 성경 벽화

Lesley 2017. 10. 22. 00:01


  얼마 전에 성남에 있는 분당 요한성당 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이 성당에 가보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성당 근처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기분으로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가서 성당투어(?)를 했다.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굳이 분당 요한성당까지 간 이유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복제품 을 보기 위해서다.

  복제품이란 말에 '으잉?' 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성당에 있는 복제품은 바티칸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진품을 정밀측정해서 완벽하게 만든 A급 복제품이라고 한다.  이 성당 복제품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진품을 보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피에타가 있는 로마가 바로 옆 동네도 아닌데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진품을 보겠다고 로마까지 비행기 타고 왕복하는 것보다는 비록 복제품이라도 성남시 분당까지 버스 타고 왕복하는 게 비용이 훨씬 저렴(!)하게  든다. (높은 가성비? ^^;;)  그러니 아쉬운 대로 일단은 복제품을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분당 요한성당의 후면.



  버스에서 멍하니 있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는 통에 성남시를 빠져나가 광주시까지 넘어갔다. -.-;;

  성남시 안에서는 정류장 간격이 짧은 편이었는데 광주시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길어졌다.  계속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어떡해~~' 하고 안절부절 못 했는데 의외로 되돌아오는 길이 산책로로 딱이었다.  산길 한쪽 옆으로 나무 울타리를 기다랗게 쳐서 좁은 길을 내놓았는데, 산 아래로는 웅장한 지역난방공사(지역난방발전소였던가?  하여튼 공장 비슷하게 생긴 시설... ^^;;)가 보여서 나름 볼거리가가 되었다.  날씨가 춥거나 덥지 않은 때에는 일부러 광주까지 넘어갔다가 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당을 지나쳤다가 되돌아 온 통에 정식(?)으로 마주친 성당의 첫모습은 성당 정면이 아니라 후면이었다.

  후면에 커다랗게 써진 성당 이름을 보니 정식 명칭은 그냥 '분당 요한성당' 이 아니라 '분당 성요한성당' 인가 보다.



피... 에... 타...!



  성당 1층 한쪽에 있는 피에타와 드디어 만났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보다는 크기가 작아서 의외였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막연하게 무척 큰 조각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높이가 2미터도 안 되어 보인다.  물론 이 조각상의 크기와 예술적 가치는 아무 상관 없지만...

  아담한(?) 크기에만 쏠리던 눈길을 돌려서 이쪽에서 살펴보고 저쪽에서 살펴봤다.  성모 마리아 옷에 잡힌 많은 옷자락 주름은 보면 볼수록 감탄만 나온다.  딱딱한 돌로 주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현해 낸 것을 보면, 미켈란젤로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다.



피에타를 정면에서 본 모습. 



  굳히 옥의 티를 잡자면...

  예수의 출생년도에 대해서는 학설이 갈려서 사망 당시 몇 살이었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30대 중반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죽은 아들의 시신을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는, 일찍 결혼하던 그 시절 풍습을 생각하더라도 적어도 50세는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보면 너무 젊어 보인다.  도무지 30대 아들을 둔 여자로는 안 보이게 절대동안(!)이다. ^^;;  모자가 아니라 남매나 부부로 봐도 될 것 같다.



나선형 통로 위층에서 내려다 본 피에타.



  피에타를 가운데에 두고 나선형 통로(계단이 아니라 휠체어 등이 다닐 수 있는 통로임.)가 4층까지 이어진다.

  나성형 통로를 따라 벽에 타일로 모자이크 비슷하게 만든 벽화가 있는데, 통로를 오르며 그 벽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화는 성경의 주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빛이 있으라...!



  나선형 통로의 두 번째 벽화인데 천지창조 중 빛의 발명(?) 부분인 것 같다.

  종교가 없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빅뱅의 순간을 표현한 벽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만일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우리 지구의 미래를 망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본다면, 이 벽화는 핵전쟁으로 폭발하는 지구로 생각될 지도... (너무 비관적인가요? ^^;;) 



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아담과 이브.



  아담과 이브가 주인공으로 나온 벽화는 두 개인데, 위의 것이 그 중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는 내용인데, 그쪽보다는 이쪽에 더 눈길이 갔다.  이미 결론이 난 것보다는 클라이막스 직전의 상황이 더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선악과를 먹어보라는 뱀의 유혹이 위험하다는 걸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혼자 먹지 않고 남편까지 끌어들인 이브가 이기적인 걸까? (망하더라도 혼자 망하기는 싫으니까 너도 같이 망하자... 뭐 이런 모드?)  아니면 아내가 신의 뜻을 어기려는 걸 말리기는커녕 아무 생각없이 졸래졸래 쫓아가서 같이 선악과 먹고 결국에는 같이 에뎅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이 바보 같은 걸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가 아니라 아내 따라 에덴 동산 바깥으로 간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두 사람은 정말 천생연분이었던 것 같다. -.-;;

  


비둘기가 나뭇잎을 물고 돌아오자

반기는 방주 속 노아. 



  옛날 사람들은 공룡 화석을 대홍수와 연결해 생각했다고 한다.

  공룡에 대한 게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에 공룡 화석을 보면서 '분명히 이 거대한 동물들이 과거에 지구상에 있었던 모양인데 왜 지금은 없는 걸까?' 하고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성경 속 대홍수를 떠올렸다.  즉, 공룡들이 어떤 사정 때문에 노아의 방주에 타지 못해서 대홍수 때 한꺼번에 죽어 후손을 남기지 못 했다고 추측한 것이다.  무척 귀여운 상상력이다. ^^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는 아브라함.

십계 석판을 든 모세.



  모세와 십계에 관한 고전영화 '십계' 를 1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지금처럼 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하지 못 해서 TV에서 방영하는 영화가 무척 인기가 있었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면 '십계', '벤허', '천지창조', '왕중왕', '삼손과 데릴라', '소돔과 고모라' 등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를 주구장창(!) 봤다.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가 '십계' 인데, 주인공 모세 역을 맡은 '찰턴 헤스턴' 보다 모세의 숙적인 람세스 2세 역을 맡은 '율 브리너' 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천사에게 수태고지를 받는 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동방박사들.



  자, 여기에서부터 신약시대로 접어듭니다~~!



천사 앞에서 고뇌하는 예수?

혹은 천사에게 신의 계시를 받는 예수?



  이 벽화 시리즈(?)가 성경에 대한 내용인 것을 보면 이 부분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성경 내용을 영화나 소설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표현한 벽화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지는 벽화라 마음에 들어서 한컷 찍어 봤다.

 


오병이어의 기적.

예수의 예수살렘 입성.



  언제부턴가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하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아무개 밖에 생각이 안 난다. -.-;;

  옛날에 예수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고파 하는 사람 수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보였다.  그런데 20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후 아무개는 29만원으로 골프도 치고 고급 술도 마시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는 등 또 다른 기적(?)을 보이고 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고 기적이라고 다 같은 기적이 아니다.



예수와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



사형선고를 받는 예수.



  의자에 앉은 사람이 예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빌라도인 모양인데...

  위의 이미지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빌라도의 얼굴과 양팔이 온통 주름투성이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주름이 생겼다고 하기에는 어색할 정도로 주름이 많다.  그보다는 무슨 피부병이라도 걸려서 피부가 우글쭈글해진 게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예수에게 사형을 언도한 사람이라 기독교 신자들에게 미움을 받아서 안 좋게 묘사된 모양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예수의 처형을 가급적 피하려고 하다가 사람들의 압력에 밀려 사형선고를 한 빌라도로서는 좀 억울한 일이다.



예수의 처형.



예수의 부활...!



'103위 순교 성인화'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와 101위 동료 순교자.



  나선형 통로와 이어진 성당 건물 본채 3층 혹은 4층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이다.

  한가운데에 빨간 목도리(?)를 목에 드리운 김대건 신부가 있고, 그 주위로 몇몇 서양인 신부들과 조선인 신도들이 있다.  조선인 순교자들을 기리는 그림이라 하늘의 천사들을 우리나라 전설 속 선녀처럼 묘사했나 보다.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를 나타낸 그림.



  몇 년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서 124명의 천주교 순교자들을 새로이 시복했는데, 바로 그 124명의 순교자를 그린 그림이다.

  가운데에서 오른쪽 아래편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빨간 목도리의 남자만 옷차림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있는데 그 사람만 중국 모자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로 파견된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이며 역시 최초의 외국인 순교자인 주문모 신부인데, 주문모 신부가 중국인이라서 중국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뱀발


  성당 관람이 끝난 후 시간이 남는다면 성당이 있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이 성당이 있는 곳이 분당신도시인데, 보통 신도시 하면 아파트만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여기는 의외로 일반주택만 보인다.  그런데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주택촌이 아니라 좀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일본 드라마 속 한적한 주택가 분위기랄까...)

  동네 자체가 철저히 계획해서 만든 곳인지, 성당에서 좀 떨어진 태현공원이란 곳을 중심으로 해서 물결이 퍼져나가는 식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성당은 부채꼴의 가장 끄트머리 한쪽에 있다.  집들이 각 층에 부채꼴의 호 모양처럼 질서있게 늘어서 있는데, 상당수 집에 담장이 없거나 길과 경계를 보이는 정도로만 있어서 시원시원해 보인다.  천천히 돌아다니며 구경해 보면, 어떤 집에는 예쁘게 꾸민 작은 정원이 있고 또 어떤 집에는 빨간색 우편함이 있는 등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성당 주변에 있는 몇몇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 한 잔 하며 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동네 커피숍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이 하는 곳이라 특색있게 꾸며놓았다. (비록 들어가보지 않아서 커피맛에 대해서는 뭐라 말 못 하겠지만, 꾸며놓은 것은 보기 좋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