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경기도

성남 신구대학교 식물원

Lesley 2017. 10. 7. 00:01


  이제는 한낮 햇살도 그다지 뜨겁지 않아서 어디론가 움직여볼까 하다가 인터넷에서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바로 경기도 성남에 있는 '신구대학교 식물원' 이란 곳이다.  이 식물원은 성남 외곽에 있는데,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바로 아래쪽이며 청계산 바로 옆이다. (그러다 보니 집으로 돌아올 때 청계산 다녀오는 등반객으로 버스가 가득 차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는... -.-;;). 그래서 서울 남쪽이나 성남 쪽에 사는 사람들이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적당하다. 


  여기는 유료 식물원이다.

  입장료는 성인의 경우 7,000원, 초중고 학생은 5,000원, 만 3세~6세의 유아는 3,000원이다.  무료로 관람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매달 수요일의 '문화가 있는 날' 에 가보기 바란다.  이 부분이 좀 의외였던 게, 지금껏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은 국가나 지자체 소속의 문화시설에서만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립학교 소속 식물원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니...



저 앞에 보이는 식물원...!



  11-1 버스(1이 3개나 있다니 범상치 않은 버스 번호일세... ^^)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식물원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서 식물원까지 가는 길의 분위기가 이 지역 북쪽에 붙어있는 서울 내곡동의 헌인릉 주위와 비슷하다.  양쪽 모두 텃밭도 보이고 화훼농가의 비닐 하우스도 보이는 등 대도시 느낌보다는 한적한 시골 느낌이 물씬 풍긴다. 



출입구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예쁜 정원...!



정원을 2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다른 각도에서 보면 느낌이 또 다르지요~~ ^^



  주말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의외였다.

  생각해 보니 올해 추석 연휴가 유독 길어서 해외로 또는 지방으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관람객이 적은 것 같다사람 우글거리는 곳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잘된 일이다. (앞으로 수도권 당일치기 나들이는 긴 연휴 기간에 해야겠구만...!)



귀여운 왕눈이 댑싸리.



  '댑싸리' 란 이름의 이 식물은 정말 재미있게 생겼다.

  마치 총채나 전통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모양이다.  거기에 식물원 측의 유머감각까지 더해져서 개구리 왕눈이처럼 커다란 눈까지 붙여놓아 더욱 재미있고 귀엽게 생겼다. 



재미있는 여러 조형물들.



  역시 뭔가를 꾸미는 데에는 타고난 센스가 필요한 듯하다.

  특별한 규칙 없이 늘어놓은 것 같지만, 센스 있는 사람이 늘어놓으면 저렇게 멋있게 보인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늘어놓으면 그냥 어질러놓은 것으로 밖에 안 보이니... ㅠ.ㅠ 



애기해바라기에 둘러싸인 개구리 한 쌍.



  정원을 둘러싼 건물 2층에 올라가니 유머러스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애기해바라기' 라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있는 가운데에 벤치가 하나 있다.  그 벤치 위에는 분홍색 개구리와 민트색 개구리 한 쌍이 따뜻한 가을 햇살을 쬐며 미소짓고 있다.


  개구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식물원에는 개구리 모양 조형물이 무척 많다.

  애초에 이 식물원의 컨셉이, 식물원 근처에 있는 대왕저수지 옆으로 도로가 나면서 서식지를 잃어버린 개구리, 맹꽁이 등 양서류들을 보호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이 편하자고 남에게는 삶의 터전인 곳을 확 밀어버리고 도로를 만들다니...  전에 누군가가 인터넷에 지구의 모든 생물을 위해서는 인간이 멸종하는 게 제일 좋다고 써놓았던데, 극단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일리가 있는 듯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항아리 군단. ^^



조상님들은 장류를 보관하는 그릇인 항아리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일 줄 상상이나 하셨을까? ^^



  2층에서 내려와서 안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에코 센터' 란 이름의 온실이 나온다.

  그 앞에 송아지만한 개구리들에게 둘러싸인 분수가 있다.  부모님 따라 온 꼬맹이들은 식물 구경보다는 분수 구경에 더 신이 나서 놀고 있고... ^^



  황금색 대형 개구리들.




앗, 녹나무...! @.@



  에코 센터 가운데에 있는 나무 앞에 붙은 이름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나무가 바로 녹나무다...!  예전이라면 나무 이름이 좀 특이하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별 신경 안 썼을 텐데, 작년에 중국 드라마 '랑야방' 를 보고 난 후라 느낌이 달랐다.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정비(정귀비)' 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빼어난 의술과 날카로운 통찰력 및 때를 기다리며 은인자중할 줄 아는 인내심까지 지닌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 정비에게 녹나무는 젊은 시절 첫사랑(그리고 영원한 사랑이기도 한)의 상징물이다.  그 녹나무를 드디어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안녕, 녹나무야.  너를 직접 만나니 정말 반갑구나. ^^)  



어디를 가나 넘쳐나는 개구리떼.

그리고 개구리가 있는 곳에는 뱀이 있다...!



  식물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개구리 색깔이 다채로워진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온갖 색깔의 개구리가 나타난다.  심지어 팬더를 컨셉으로 한 건지 아니면 젖소를 컨셉으로 한 건지 궁금해지는, 검은색과 하얀색이 얼룩덜룩하게 섞인 개구리까지 있다. (위의 사진 중 오른쪽 위편)  은근히 귀여운 개구리들이라, 혹시나 엄마 아빠 따라온 꼬맹이 중에 한두 개 슬쩍 가져가는 녀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덩굴잎에 둘러싸인 돌무더기고 운치 있음.



개구리에게도 사진을 허용하라...! ^^



  이 날 구경한 지역은 식물원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

  식물원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는 포도원까지 보고 싶었지만, 동행이 저질체력(!)의 소유자라서 안타깝게도 포기해야 했다.  다음 번에는 튼튼체력을 갖춘 이와 같이 가거나 혼자 가서 포도원까지 봐야겠다.  이왕이면 포도가 열리는 계절에 가면 더 좋겠지... ^^




  뱀발 - 1


  신구대학교 식물원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걷다가 강아지 두 마리와 마주쳤다.

  두 녀석이 사람 없는 좁은 보도 위에 서로 붙어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마치 몇 년 친하게 지낸 사람을 본 것처럼 달려들어 꼬리를 치며 신발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무척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불길한(!) 생각도 머리를 스쳤다.  여름 휴가철이나 연휴 기간만 되면 키우던 동물들을 집에 돌아오지 못 하게 먼 데로 데려가 도로변에 내버리는 못된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이 강아지들도 그렇게 버림받은 게 아닌가 하는... ㅠ.ㅠ


  설마 아니겠지...

  아마 근처에 사는 주민이 풀어놓고 키우는 강아지겠지.  식물원 주위가 농촌 분위기 나는 곳이니, 농촌에서 흔히 그러는 것처럼 목줄을 안 매고 키우는 강아지일 가능성도 있다.  꼭 그래야만 한다...!



귀여운 강아지 형제(혹은 자매?  남매? ^^).

 



  뱀발 - 2


  이 날 내가 구경한 것은 식물원만이 아니었다.

  식물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서 일이 꼬였다.  원래 타야 하는 버스가 한참이 지나도록 안 와서 짜증이 나던 차에, 60번 버스 옆구리(?)에 우리 동네 이름이 씌여져 있는 걸 보고 얼른 탔다.

  그런데 무슨 버스 노선이 그렇게 구불구불한지 온 성남을 다 지나가는 통에 강제(!)로 성남시 투어를 했다...! -0-;;  그래서 원래 타야하는 버스를 탔을 때보다 탑승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  더불어 이 식물원이 속한 신구대학교 근처도 지나갔다. -.-;;  앞으로는 잘 모르는 버스는 함부로 타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