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성공했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하나 있으니, 이름부터 무서운 다이어트란 녀석이다.
다이어트(diet)란 말에 죽는다(die)는 말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독한 마음을 품고 죽을(!) 정도로 열심히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게 분명하다. 오죽하면 '금연 성공한 남자와 다이어트 성공한 여자와는 상종하지 말아라' 는 말이 있을까...
고3 때 살이 찐 뛰로 지금까지 날씬했던 적이 없지만, 그래도 내 몸매를 정당화(?) 하는 근거가 있기는 했다.
우선, 외관상으로 뚱뚱한 게 안 좋아 보여서 그렇지, 적어도 의학적으로는 괜찮은 몸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호흡기가 약한 편이라 감기에 자주 걸리고 심하게 앓는다는 게 문제일 뿐, 여지껏 입원해야 할 정도로 중병에 걸린 적 없이 살았다. 그리고 헌혈의 집을 찾아가는 여자 중 4분의 1 가량이 퇴짜를 맞는다는데, 나는 항상 커트라인(?)을 가볍게 넘기고 헌혈에 성공했더랬다. 어지간한 여자는 하지 못 한다는 혈소판 헌혈까지 가능하니, 이 정도면 건강 상태가 상당히 양호하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그래서 다이어트 해야 함이 마땅한 몸매를 가진 1人이건만... '다음 주부터 해야지.' 또는 '에이, 이번 달은 틀렸으니 다음 달부터 하자.' 하면서 다이어트를 미루고 또 미루며 살았다.
그... 러... 나...!
이제 더는 다이어트란 말을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재작년 여름에 3주일이나 감기를 심각하게 앓으면서 방바닥과 물아일체를 이루며 지냈고, 유독 추웠던 그 해 겨울 꼼짝달싹 않고 실내에서만 지냈다. 그러자 원래도 날씬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몸인데 살이 더 불어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한 친구가 심하게 앓으면 살이 빠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어떻게 더 찔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시쳇말로 팩트폭력... -.-;;) 그러나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입맛 없어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어쨌거나 몸이 힘든 건 사실이니 툭하면 먹자마자 골골대고 누워있었더니만, 결국... ㅠ.ㅠ
큰 마음 먹고 장만한 실내 자전거.
(밑에 깔린 담요는 이 몸이 아기 때 썼던 것이라는... ^^)
2월 초에 큰 마음 먹고 실내 자전거를 하나 구입했다.
주위 사람들이 실내 자전거 사봤자 한 달도 안 되어 옷걸이로 변신(?)할 게 뻔하다며 헛돈 쓰지 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린다고 해도 '망할 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활동을 늘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실내 자전거를 사는 것이 최선인 듯했다. 다행히 구입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내 자전거가 옷걸이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에 짧게는 15분 정도에서 길게는 40분까지 꾸준히 쓰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체중 감량의 길은 멀기만 하다. 운동을 하니 한동안 바닥을 쳤던 체력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몸무게는 변함이 없다. (즉, 허약돼지 상태에서 튼튼돼지 상태로 변했다는 말입지요... -.-;;) 다이어트는 운동이 20%이고 식이요법이 80%라고 하더니 정말이다. 실내 자전거도 꾸준히 이용하고 미세먼지 적을 때마다 저녁에 나가 한 시간씩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먹는 양을 줄이지 않으니 몸무게는 꼼짝도 안 한다. ㅠ.ㅠ
아니, 먹는 양을 줄이지 못 하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닌 듯하다.
친구들 말처럼 내가 덩치에 비해서는 의외로 적게 먹는 편인데(어디까지나 덩치에 비해서... ^^;;), 진짜 문제는 식습관을 포함한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찌는 건 지방 과다 섭취보다는 탄수화물 과다 섭취 때문이라고 하던데, 바로 내가 그런 경우다.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면 뭐 하나, 빵이나 과자에 대한 사랑을 끊어내지 못 하고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요 몇 년, 제대로 앉지 않고 바닥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전에 어디에선가 가슴에 팍팍 와닿는 중국어 속담(혹은 격언)을 본 적이 있다.
바로 胖子不是一口吃的(뚱보는 한 입 먹은 것으로 되는 게 아니다) 혹은 一口吃不成胖子(한 입 먹은 것으로 뚱보가 되지는 않는다)라는 말이다. 원래 이 속담은 '어떤 심각한 사태는 한 가지 원인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여러 문제점이 누적되어 터지는 것' 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속뜻과는 상관없이 겉으로 드러난 뜻만으로도 과체중인 사람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내가 "나는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데 왜 살이 찌느냐고!" 라고 항변(?)해봤자, 결국 나의 잘못된 생활습관 탓에 살이 찐 것이다. 내가 적정량보다 달랑 한 입 더 먹었다고 해서 살찐 것은 절대로 아니니까... 먹는 양 자체는 많지 않더라도 빵이니 과자니 아이스크림이니 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책이나 스마트폰을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보지 않고 방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리오... ㅠ.ㅠ
그나마 이 상황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주위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혼자 망할 수 없다, 너희도 같이 망하자...!)
대학 시절에 탕수육과 피자를 허구한 날 입에 달고 살면서도 마른 몸매를 유지해서 나를 놀라게 했던 친구가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지, 요즘은 볼 때마다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은 대학 때보다 먹는 양이 많이 줄었는데도 나날이 최고 몸무게를 경신하다고 야단이다. 농담으로 "네가 몇 킬로 더 찌고 내가 몇 킬로 빼면 우리 몸무게가 중간에서 만나겠다" 라고 했더니 그건 절대로 안 된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전에는 조금만 신경쓰면 살이 빠졌는데 이제는 살이 안 빠진다고 고민하는 다른 친구는, 과학자란 것들은 인간복제도 하네 마네 하면서 어째서 살빼는 알약은 못 만들어내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만일 그런 약을 발명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노벨상 역사상 처음으로 의학상에 평화상까지 이중으로 받을 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그 많은 이들의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우리 지구는 한결 평화로워질 테니까... ^^;;
그래서 결론은?
이 세상에 다이어트 방법 몰라 살 못 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생활습관을 바꾸고, 이 세 가지를 실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자. (네, 말로는 참 쉽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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