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소소한 봄 풍경 - 벚꽃, 연탄이, 까치

Lesley 2018. 4. 16. 00:01


  언제부턴가 봄이 봄 같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일단 봄의 길이가 기상변화로 길어진 겨울과 여름 사이에 끼여 부쩍 짧아졌다.  게다가 미세먼지 범벅에, 온도는 꽃샘추위와 이상고온으로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특히 올해 봄은 유별나서 널 뛰는 온도에 사람만 줄줄이 감기 걸리는 게 아니라 봄꽃도 정신줄 놓아버렸다.  3월 하순에 5월 수준으로 기온이 치솟으며 차례로 피어나야 하는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더니, 막상 봄꽃이 피고 겨우 며칠 지나자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차가운 비바람까지 겹쳐 꽃이 우수수 떨어졌다. 


  우리 동네는 서울 바로 옆에 붙어있어도 산 아래라 서울보다는 기온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가뜩이나 정신없는 봄 와중에 꽃들이 활짝 피어나지 못 하고 어설프게 피었다가 떨어져버렸다.  잠깐이나마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우리 동네 봄꽃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봄꽃 사진 몇 장 올려보겠다.  덤(?)으로 분홍빛 도는 흰색 벚꽃이 피어나던 때에, 강렬한 색상 대비를 이루던 시커먼 녀석들도 소개하겠다. 



아파트 단지 안의 벚꽃.



집에서 떨어진 산책로에 있는 벚꽃.



역시 산책로의 벚꽃.



연탄아, 어디에 있니...

(연탄이를 보신 분은 주인에게 연락바랍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전단지의 휴대폰 번호를 가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주인이 자신에게 연락해달라고 동네 여기저기에 붙여놓은 것인데, 전화번호를 가리면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두었다.  키우던 개를 일부러 버리는 못된 인간들도 있다는데, 연탄이 주인은 전단지까지 붙여가며 애타게 찾고 있다.  부디 연탄이가 주인에게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털이 검은 치와와도 있구나...  치와와는 전부 갈색 아니면 흰색인 줄 알았는데...)




도도한 까치.



  우리 집 근처 나무에 둥지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사는 까치로 추정되는 녀석이다.

  이미 닭둘기로 진화(?)한 비둘기 수준은 아니어도, 까치도 다른 새에 비해 사람들을 덜 무서워 하는 편이다.  특히 사람 사는 곳 근처에 사는 녀석들은 꽤 대담하다.  아마 다른 새 같으면 사진 찍겠다고 휴대폰을 들고 다가서면, 비록 이쪽에서 해치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겁먹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온몸에서 도도함과 시크함(?)이 넘쳐흐른다.  찍거나 말거나, 다가오거나 말거나, 곁눈질로 사람을 쳐다보는 일도 없이 위풍당당하다.


 


  봄 날씨가 엉망진창인 걸 보니, 다가오는 여름은 또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찜통처럼 푹푹 찌다가 폭우가 무섭게 쏟아지는 정신없는 여름이 되려나...  으아~~~ 여름만 생각하면 캐나다처럼 시원한 나라로 이민가고 싶어진다.  통일 되면 북한에 올라가 살아야 하나 보다.  그래도 북쪽인데 여기보다는 선선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