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주저리주저리 - 썸타는 천문대 / 라면과 구공탄 / 거북목과 경침

Lesley 2017. 7. 3. 00:01


  1. 지웅배의 '썸타는 천문대'


  5월부터 틈틈히 읽던 '썸타는 천문대' 를 다 읽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우주와 별이라는 게 원래 내 관심사가 아닌데다가, 책 제목에서 유치찬란(!)함이 넘쳐나서 평소의 나라면 안 봤을 책이다.  하지만 은하철도 999를 정주행 한 여파로 얼떨결에 구입해서 읽었다.  '4월 도깨비책방' 과 '은하철도 999' 가 만났을 때(http://blog.daum.net/jha7791/15791404)  말하자면 이 책은 은하철도 999에 그냥 묻.어.서. 나에게 온 것이다. ^^;;  그런데도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여운이 남는 걸 보면, 얼떨결에 충동구매하서 읽은 책치고 성공작인 셈이다.


  그런데 이 책 저자인 지웅배란 인물은 초등학교 때 TV에서 은하철도 999를 보고 반해서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 머릿글에서 그 사연을 읽고서,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은하철도 999를 봤으니 저자가 나보다 몇 살 많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바보같이 은하철도 999가 80년대에 한 번, 90년대에 또 한 번 방영했음을 생각 못 했다.

  책을 다 읽고서 인터넷에서 저자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사진 속 저자의 모습이 평범한 동안이 아니라 지.나.친. 동안이라 이게 어찌된 일인가 했다.  알고 보니 저자가 은하철도 999를 봤다는 초등학교 시절은 80년대가 아니라 90년대였다.  즉, 저자가 불로초라도 구해 먹었거나 얼굴에 방부제를 칠해서 유독 어려 보였던 게 아니라 실제로 20대 젊.은.이.였다. (미안해요, 작가님~~~ ^^;;) 


  책에 담긴 온갖 내용을 다 쳐내고 굳이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것들은 별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고 할 수 있다.

  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구 이전에 탄생했다가 소멸한 별의 여러 성분들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아주 먼 옛날 지구 근처를 지나가던 혜성이나 지구에 추락한 운석 등 여러 천체에서도 이런저런 성분들이 지구로 유입되었다.  우리 인간의 몸에 담겨있는 철분이니 칼슘이니 하는 온갖 성분들은 전부 수억 년 혹은 수십억 년 전에 사라진 어떤 별의 작은 일부분인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지구가 소멸하게 되어 인간의 몸도 지구와 함께 사라진다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던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또 다른 별의 탄생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주의 모든 것이 영원한 죽음을 맞는 게 아니라 환생하는 셈이다.

  세상만물이 윤회하며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라고 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대우주 속에서는 티끌 중의 티끌도 안 되는 작디 작은 존재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겨우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들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겠다느니 더 많이 갖겠다느니 하며 아웅다웅 하는 게 가소로울 지경이다.  동시에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나마 우리 몸 속에 들어있다는 게 묘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별의 한 조각인 인간은 너무나 작고 미약하면서도 또한 위대한 존재구나 하는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천문학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할 것 같지만, 저자가 워낙 필력이 좋아 재미있게 읽었다.

  '썸타는 천문대' 란 제목에 걸맞게 '남녀가 만나서 썸을 타는 과정을 거쳐 불 같은 연애를 하고 마침내 이별하게 된다' 라는 사랑의 과정에 '별의 탄생과 진화와 소멸' 을 잘 맞추어 썼다.  저자의 문체가 때로는 감성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자신의 전공인 천문학 관련 책이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어떤 종류의 책이든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감칠맛 나게 잘 쓴다.  사실 과학 쪽으로는 깜깜절벽이라서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보통의 경우 이해 못 하는 책은 지루하게 느껴져서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술술 읽히는 문장 덕분이었다. 

  쉬운 대중 천문학서를 읽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물론이고, 이런저런 일로 세상만사 귀찮고 의욕을 잃은 이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가 반짝이는 별로 이루어진 특별한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짜증나는 세상살이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테니까... ^^




  2. 추억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정말 오래간만에  80년대에 나온 추억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의 삽입곡 '라면과 구공탄' 을 들었다.  

  조카 녀석이 무척 좋아하는 '상어 가족' 이란 노래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우연히 '라면과 구공탄' 까지 찾았다.  이 노래의 가사를 앞부분만 보자면 다음과 같다.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나 /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 후룩 짭짭 후룩 짭짭 맛좋은 라면'  정말이지 라면 회사에서 CF곡으로 쓰면 딱일 것 같은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가 나오고 2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어떤 라면 회사에서도 덤벼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혹은 내가 모를 뿐, 이미 어떤 라면 회사에서 CF곡으로 썼나? ^^;;)

  아, 여담으로 노래대회에서 이 노래를 부른 둘리 일당(보컬 - 마이콜, 백댄서 코러스 - 둘리 및 도우너)이 그룹 이름으로 내세운 게 꽤나 시대를 앞지른 세련된(?) 이름이었다.  바로 '핵폭탄과 유도탄들'...!  ^^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인터넷 포털 메인 페이지에 아기공룡 둘리의 조연인 '고길동' 이 뜬 걸 봤다.

  요지는 '고길동이 불쌍하다고 느끼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다' 였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극중에서 고길동은 허구한 날 둘리와 그 친구들을 구박하는 못된 아저씨로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고길동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빡빡한 현대 사회에서 자기 자식 두 명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다.  그런데 둘리에 도우너에 또치에... 군식구들이 차례차례 등장해서 빌붙는다.  그나마 이 군식구들이 눈치껏 행동해주기나 하면 울화가 덜 치밀텐데, 세 명이(혹은 세 마리가) 무슨 올림픽 말썽꾸러기 종목에 출전하기라도 한 것마냥 있는 말썽 없는 말썽 다 부린다. 

  그렇다, 알고 보니 고길동이야말로 둘리 일당으로 인해 온갖 피해 다 보는 불쌍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서민 가정의 가장으로 살았을 뿐인데, 어쩌다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마어마한 부담을 지게 된 건지...  전생에 나라 팔아먹은 죄라도 지은 건지 어떤 건지...


  결론...!

  이 땅의 가장 여러분, 한강에서 빙산 속에 담긴 채 떠내려오는 초록색 작은 생물은 절대로 집으로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어린 자녀들에게 단단히 교육시킵시다...!  안 그러면 고길동 신세 됩니다...!




  3. 경침으로 거북목 증후군에서 탈출해 보자!


  이제는 거북목 증후군이라는 게 신기할 것도 없이, 현대인이라면 어지간하면 다 겪는 증세다. .

  지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거북목 증후군이란 말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그런 문명의 이기가 드물었고 거북목 증후군이란 용어를 사람들이 몰랐던 때조차도, 무거운 책가방 짊어지고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거북목 증후군에 걸린 이들이 이미 꽤 많았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자세가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어깨가 구부정하다는 것인데, 단순히 어깨만 구부정한 게 아니라 거북목 증후군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머리부터 어깨까지 전부 자세가 안 좋아진 것으로 생각된다.  무거운 책가방 짊어지고 통학한 일,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를 배우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악보를 보던 습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지만 초등학교 때 큰 키로 주목받는 게 싫어서 키를 조금이라도 작게 보이려고 몸을 움츠렸던 일 등이 원인인 듯하다.

  자세가 안 좋으니 미적으로 안 좋아 보이는 건 둘째치고, 일단 몸이 찌뿌뚱하게 굳어 있어서 피곤하다.  가끔 남들이 내 목과 어깨를 만져보고는 단단히 뭉쳐있다며 풀어줘야 한다는 말을 한다.  머리가 인체에서 가장 무거운 부위라는데, 그 머리를 변형된 상태의 목뼈로 억지로 떠받치고 있었으니...  목과 어깨 근육이 긴장되어 있는 건 어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넷에서 경침(목베개)이 거북목 증후군에 효과가 있다는 걸 봤다.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사람들도 병원 치료보다 오히려 경침을 베는 습관 들이는 걸로 증세가 나아졌다고 한다.  여러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편백나무로 된 경침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고 해서, 효과 못 봐도 큰 손해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하나를 구입했다.

  딱딱하기 때문에 대뜸 그걸 베고 자는 건 곤란하고 처음에는 10분만 베다가 시간을 늘여나가야 한다고 하던데...  과연 무척이나 딱딱해서 목이 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목이 더 뻐근해지는 느낌이었다. ^^;;  수건 하나를 경침 위에 덧대었는데도 여전히 딱딱해서 10분간 가만히 있는 게 고역이다.

  그래도 꾸준히 하면 효과가 있겠지?  그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일단 믿음을 갖고 꾸준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