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팬택 스카이 IM-100 / 스톤

Lesley 2017. 6. 27. 00:01


  5월 초에 휴대폰을 바꿨다.

  통화가 안 되기에 14개월 밖에 안 쓴휴대폰이 고장났다고 생각하고 새로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 휴대폰은 멀쩡했고 이동통신사 전파에 문제가 있어서 통화가 안 되었던 거다. -.-;;  ☞ 휴대폰이 고장났는 줄 알았는데 전파가 안 터졌던 거라니... ㅠ.ㅠ(http://blog.daum.net/jha7791/15791409)  비록 황당하게 구입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나의 새 동반자가 된 녀석이니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그렇게 구입한 녀석이 바로, 부도 위기에 몰렸던 팬택이 절치부심하며 내놓은 IM-100 이다.

  IM-100이라는 이름은, 망해가던 팬택이 이 제품으로 부활했다는 뜻을 담아 I'am back과 같은 발음이 나도록 지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괜찮은 가성비, 나름 신선한 디자인, 스마트폰과 세트로 묶어서 주는 블로트수 스피커 '스톤' 등으로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 화제가 오래 가지 못 해서 많이 팔리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는... -.-;;)


 

산뜻한 흰색과 깔끔한 검은색. 

(출처 : http://www.isky.co.kr/prt/productInfoList.do)



  IM-100의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다.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면 흰색을 더 선호하는 것 같은데 나는 검은색을 선택했다.  흰색이 산뜻하고 예뻐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검은색이 때도 안 탈 것 같고 오래 쓸 때 질리지도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IM-100의 특징 중 하나가 뒷면 옆쪽에 붙은 금색 다이얼이다.

  다이얼을 위 아래로 돌리면서 벨소리와 음악소리의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음량은 1에서 100까지 미세하게 조절된다.  다이얼을 좀 빠르게 돌리면 한꺼번에 20단계씩 뛰어넘기도 한다.  다이얼을 돌리지 않고 꾹 누르면  IM-100의 자체 음악앱이 실행된다.



검은색 IM-100과 스톤.

(출처 : http://www.isky.co.kr/prt/productInfoList.do)



 IM-100이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데에는 세트로 묶어서 준 블루투스 스피커 스톤이 한몫했다.

 이 스톤이란 녀석 정말 괜찮다.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를 써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 하겠지만, 이걸로 음악을 들어보면 그 동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허접한(!) 스피커로 어떻게 음악을 들었나 싶다.  성인 남성 주먹만한 크기의 몸체에서 괜찮은 음질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우퍼도 내장되어 있어서 저음이 울리는 느낌이 좋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스톤만 따로 구할 수 없느냐는 글, 혹은 스톤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보인다.  스톤에 대한 수요가 일정 수준 생겨날 정도로 스톤이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팬택이 IM-100을 팔면서 스톤을 덤으로 끼워준 건지, 아니면 스톤을 팔면서  IM-100을 덤으로 끼워준 건지 알 수 없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


  스톤에는 음악 송출이라는 스피커 본연의 기능 말고도 다른 재미있는 기능도 있다.

  우선 7가지 색상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무드등으로 쓸 수도 있다.  낭만적인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 은은한 조명과 음악을 함께 즐겨도 될 것 같다. (취침예약 기능도 있어서 스톤이 꺼지는 시간을 정해놓을 수도 있으니...)

  그리고 요즘 부쩍 늘어난 1인 가구를 타겟으로 하는 것 같은 기능도 있으니, 바로 웰컴 기능이다.  말 그대로 주인을 환영하는 기능인데, 8종류의 환영인사 중 원하는 걸 미리 골라놓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환영인사는 '잘 다녀오셨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고 여섯 번째 환영인사는 '어머~!  이게 누구신지~ 왜 이제 왔어요?' 이다. (후자를 들으면 등골을 타고 개미 두세 마리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느낌이 들며 몸이 비비 꼬이는... ^^;;)  그러면 주인이  IM-100과 돌아왔을 때 스톤이  IM-100을 인식하고 환영인사를 한다.


  다만, 스톤에 대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스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스톤과  IM-100을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블루투스를 켜고 스톤과 IM-100과 연결할 때, 가끔씩 연결이 안 되거나 연결하는 데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  스톤을 노트북과 연결할 때는 그런 문제가 없는 걸 보면 IM-100에 깔려있는 스톤 관련 앱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생판 남이라 할 수 있는 노트북과는 잘 어울리면서 정작 짝꿍인 IM-100과는 티격태격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훑어봐도 다들 이런 문제를 겪는 모양이다.  언젠가 팬택에서 관련 앱을 업데이트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지난 달에 팬택이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으니,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그냥 이렇게 써야 한다. ㅠ.ㅠ




  정리하자면, IM-100은 가성비 측면에서는 괜찮은 제품이다.

  디자인도 깔끔한 편이고, 무엇보다 스톤이란 녀석이 참 마음에 든다.  스마트폰으로 고사양 게임이나 그 밖의 무거운 앱을 돌리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그럭저럭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자 관련한 두 가지 단점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하나는 타자를 칠 때 반응이 한 박자 느리다는 점이다.  지금껏 사용한 스마트폰이 모두 중저가 제품이었지만 이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IM-100으로는 급하게 타자를 칠 때면 오타가 나기 일쑤라 타자 속도를 높일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외국어 입력기를 종종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타자를 치며 입력기를 바꾸는 게 꽤나 번거롭다는 점이다.  그 동안 쓴 스마트폰들은 타자를 치면 화면 윗부분의 작업표시줄에 자판 항목이 자동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그 자판 항목을 터치하는 방법으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쉽게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IM-100은 화면 윗부분 작업표시줄에 자판 항목이 안 나타난다.  일일이 설정 메뉴로 들어가 '언어 및 키보드' 항목을 클릭해서 바꾸어야 하니,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걸린다.




  뱀발


   IM-100의 인지도가 낮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일이 있었다.

   IM-100를 구입하면서 서비스로 받은 액정보호필름을 두 장을 모두 날려버리고(손재주가 없어서 기포가 뽕뽕뽕 발생하는... ㅠ.ㅠ),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액정보호필름 업체를 찾아갔다.  한 직원이 내  IM-100에 필름을 붙이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옆에서 내  IM-100를 보고서는 "그거 소니 거야, 아니면 샤오미 거야?" 라고 물었다. -0-;;

  소니 휴대폰이나 샤오미 휴대폰도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의 사람이나 쓰는 제품들이다.  그런데 삼성이나 LG 휴대폰 같은 흔한 제품 아니면 당연히 소니나 샤오미 휴대폰이라고 생각할 만큼, 소니나 샤오미 제품은 그나마 인지도가 있다.  나의 IM-100은 명색이 국산 휴대폰인데도, 외산 휴대폰의 무덤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외산 휴대폰보다 더 인지도가 떨어진다. ㅠ.ㅠ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 이름을 왜 스톤(STONE)이라고 지었는지 모르겠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돌멩이처럼 생기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딱딱 각이 진 모습을 보면, 차라리 벽돌이라는 뜻의 BRICK이라고 이름 짓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워낙 튼튼하게 생겨서, 혹시 집에 도둑이라도 들어온다면 호신용으로 돌도끼처럼 휘두르기에 딱일 것 같기는 하다.  특히 각 잡힌 모양새라 모서리 부분을 세워서 힘껏 찍어내리면 아주 적절한 무기가 될 수 있을 듯...  정말로 돌도끼로 쓰라는 뜻에서 스톤이라고 이름 붙인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