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휴대폰이 고장났는 줄 알았는데 전파가 안 터졌던 거라니... ㅠ.ㅠ

Lesley 2017. 5. 31. 00:01


  5월 초에 휴대폰을 바꿨다.

  작년에 휴대폰을 분실하고 구입한 휴대폰을 14개월 정도 밖에 안 썼다.  그런데 또 새로 산 이유는 휴대폰이 망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전화를 걸었는데, 내 쪽에서는 친구 목소리가 들리지만 친구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 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내가 친구에게 걸었더니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둘이 상대방에게 번갈아가며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안 되거나, 연결이 되더라도 몇 마디 하고 나면 상대방 말이 안 들리는 통에 도무지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시험삼아 몇 사람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단 한 사람과도 제대로 통화할 수 없었다.  설마 모든 사람의 휴대폰이 동시에 고장날 리는 없으니, 당연히 내 휴대폰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쓰던 휴대폰이 중국의 샤오미에서 나온 '홍미노트2' 였다.

  그 전에 쓰던 것을 분실하고 새로 사려니, 남은 약정기간과 단통법 때문에 한국산 휴대폰을 구입하려면 돈이 많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무렵 가성비로 나름 인기를 끌던 홍미노트2를 샀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과연 듣던대로 가성비가 워낙 좋아서 만족하며 썼는데, 14개월만에 고장난 걸 보니 역시 싼 게 비지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역시 중국산이라 일찍 고장났다는 식이었고...


  하지만 새 휴대폰을 사고 겨우 2주일 정도 지났을 때 홍미노트2의 억울함(!)이 밝혀졌다.

  어느 날부턴가 새 휴대폰도 안 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휴대폰도 망가진 줄 알고 씩씩거렸는데, 곧 특이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외부에 나가면 길거리에서든 건물 내부에서든 지하철에서든 통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집에서만 휴대폰이 안 터지는 것이다...!  더 황당한 건 그나마 거실이나 주방에서는 터졌다 안 터졌다 하는데,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내 방에서는 통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ㅠ.ㅠ  즉, 전에 쓰던 홍미노트2가 고장난 게 아니라 우리집 안에서 SK텔레콤의 전파가 약했던 거다. -.-;;  


  정말이지 이동통신사의 전파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온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그 동안 아무 문제 없이 휴대폰을 썼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에 연락했더니 직원이 와서 전파측정을 해줬는데, 정말 우리집에서는 전파가 약하다고 확.인.사.살.해줬다.  이미 돈 들여서 휴대폰 바꿔버렸는데 우째 이런 일이... ㅠ.ㅠ



결국 집에 가정용 중계기를 설치했음.



  알고 보니 이 아파트 단지에 이미 가정용 중계기를 설치한 집이 많다고 한다.

  가정용 중계기를 설치하러 온 기사님에게, 지난 1년 동안 통화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휴대폰이 안 터지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기사님 왈 "이 아파트가 원래 전파가 잘 안 터져서 다른 집들은 벌써 중계기 많이 설치했어요.  그 동안 불편없이 쓰셨다는 게 더 신기하네요."

  아, 우리집은 지난 1년간 SK텔레콤 전파에게 총애(?)를 받는 특별한 가정이었구나...  그리고 이제 그 총애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날아가버렸구나... -.-;; 


  부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잘 터지던 휴대폰이 갑자기 먹통이 될 경우, 특히 휴대폰의 다른 기능은 멀쩡한데 통화 기능만 엉망일 경우에는, 이통사 전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부터 해보기를...  안 그러면 나처럼 헛돈 쓰게 된다. ㅠ.ㅠ




  뱀발


  새로 산 휴대폰은 팬택에서 나온 'IM-100' 이다.

  다 망해가던 팬택이 절치부심하며 작년에 출시한 제품이다.  내가 휴대폰으로 게임하는 사람도 아닌데 굳이 비싼 고사양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이왕이면 돈 넘쳐나는 대기업보다는 무너졌다가 겨우 다시 일어선 중소기업을 도와주자는 갸륵한(?)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이 휴대폰 구입하고 1주일도 안 되어 팬택이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는 기사가 떴다. -0-;;  IM-100이 예상보다 너무 안 팔리기도 했고 다른 악재들도 겹쳐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작년에 휴대폰을 잃어버린 후로 휴대폰과 나 사이에 무슨 마라도 낀 것 같다.  살풀이라도 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