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세월호 사건 3주기를 추모하며 - 정호승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Lesley 2017. 4. 16. 00:01


  세월호 사건 3주기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4년 4월 16일에 국민 모두를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자체도 너무 기막혔는데,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도 온갖 의혹과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그래도 세월호 사건 3주기가 다가온 지금은 세월호를 인양했고, 세월호 사건 수사를 대충 덮으려 외압을 행사했던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시 한 편을 올려보겠다.

  정호승 시인이 세월호 사건 1주기 무렵에 발표했던 추모시라고 한다.  한 구절 한 구절 피를 토하는 것 같은 비통함이 묻어나온다.  부디 앞으로는 이런 애절한 추모시가 나올 정도의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나라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을테니, 제발 수백 명의 국민이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없는 안전하고 상식적인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