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며...

Lesley 2017. 5. 4. 00:01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1주일도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는 항상 12월에 했는데,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때에 하려니 좀 어색한 생각도 든다.  언론에서는 5월에 열리는 이번 대선에 장미 대선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던데, 장미가 없다시피 한 우리 동네에서는 차라리 수수꽃다리(라일락) 대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길을 걷다 문득 향긋한 냄새가 나서 둘러보면 그 주위에는 어김없이 수수꽃다리가 예쁘게 피어나 있다.  수수꽃다리 향내처럼 우리 현실도 향기롭기만 하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어 본다.  그리고 작년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사건들이 우리나라 전체에 큰 불행이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을 뽑으면서, 그 사람의 능력과 생각을 보지 않고 누구의 자식인지를 따지는가 하면, 그 사람이 겪은 개인적인 불행 때문에 표를 던져주는 비합리적인 행태의 결과가 어떠한지, 이번 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상황이 이 지경이 되어서까지 자신들이 만든 환상 속에서 헤어나지 못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진보냐 보수냐 혹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를 떠나서, 이번 사태로 깨달은 바가 많다.  어느 정당과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는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그 지지라는 게 합리적인 근거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건 알게 되었다.  


  최근 들어 신영복 교수의 '처음처럼' 을 읽고 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주는 짤막한 수필, 시, 사자성어 등을 묶어서 낸 책이다.  그래서 다른 책처럼 앞에서부터 순서를 지켜가며 읽을 필요가 없고, 시간 날 때 목차를 훑어보다가 눈에 띄는 항목을 골라 읽으면 되는 책이다.

  이 책에 중지동천(衆志動天)이란 사자성어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는 뜻풀이와 함께 "중지가 곧 하늘의 뜻이라고 읽어야 옳습니다.  왕보다는 사직이, 사직보다는 민(民)이 더 중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신영복 교수의 부연 설명이 나온다.


  묘하게 작년 하반기부터 온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한 사태와 연결이 된다.

  만일 파면된 대통령과 그 주위 사람들이, 국민 개개인은 아무런 힘이 없을지언정 많은 국민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불행한 사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왕이었던 먼 옛날조차 왕이 민심을 고려해가며 정치를 했는데,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게 당연시 되는 21세기에 이 무슨 황당한 일인지...


  그리고 국민들도 뽑아만 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결국 사람이라 어떤 대통령이라도 처음 품었던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권력의 맛에 취해 사람이 변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이더라도  항상 '매의 눈'(!)을 번뜩이며 지켜보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는 전 대통령과 그 주위 사람들에게만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직접적이고 법적인 책임은 분명히 그들에게 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옛날 향수에 젖거나 동정심에 쏠려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고, 역시 아무 생각없이 국가 지도자의 전횡을 방관했던 국민들게도, 간접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친다면, 다음에는 소 뿐만 아니라 아예 외양간까지 잃을 수도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며 수수꽃다리 사진 투척!

모든 이에게 복을 가져다 줄 돌돼지 사진도 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