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우리 동네 느림보 벚꽃

Lesley 2017. 4. 11. 00:01


  이 동네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서울보다 기온이 몇 도 낮은 게 확실한 듯하다.

  지난 여름 유독 더웠던 날씨에 허덕일 때도, 서울을 오갈 때마다 기온차가 좀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맞는 첫봄(작년 늦봄이 이사왔지만 말 그대로 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늦봄이었으니까, 이번 봄을 첫봄 취급하는... ^^;;)인 요즘 들어 서울과의 기온차를 더욱 실감한다.  봄꽃이 피는 시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버스로 20~25분이면 갈 수 있는 서울 잠실만 해도 이미 벚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4월의 첫날 석촌호수 근처로 벚꽃구경 다녀온 친구 말이, 굳이 진해 군항제나 경주 벚꽃축제에 갈 필요없이 잠실만 가도 눈이 호강하더라 했다.  그런데 잠실이 속한 서울 송파구가 우리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건만, 친구가 잠실의 벚꽃 이야기 할 때만 해도 여기는 겨우 꽃망울이 생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야 봄꽃 같은 봄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걷기운동 겸 산책하느라 자주 다니는 길이 있다.

  차도에서 2미터 이상 축대를 쌓아 산책길과 자전거도로를 나란히 만든 길이다.  땅에서 쌓아 올려 만든 길이라 블록과 블록 사이에 육교 비슷한 다리가 놓여있다.  그래서 내멋대로 구름다리길이라고 이름 붙였고, 식구들도 덩달아 구름다리 혹은 구름다리길이라고 부른다.  주말에 구름다리길로 산책 나간 김에 길을 따라 듬성듬성 서있는 벚나무 중에서 꽃이 예쁘게 핀 것으로 골라 사진을 몇 장 찍어봤다.



벚꽃아, 왜 이렇게 늦게 피었냐~~ ㅠ.ㅠ



벚꽃이 나무 전체에 피지 못 하고

특정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피어남.



  아니나 다를까, 서울보다 개화 시기도 늦고 또 화려하게 피어나지도 못 했다.

  여기가 산 아래 지역이라서 기온이 다소 낮은 탓인지, 아니면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구름다리길에 심어서 벚나무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 한 탓인지, 아니면 두 가지 이유 모두 때문인지...  이 사진을 찍은 바로 다음 날 성남시청 근처로 나갈 일이 있었는데, 집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도 그쪽 벚나무는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도 자꾸 보니까 소담스러운 맛이 있는 듯... ^^



  우리집 근처에는 매화나무가 몇 그루 있다.

  원래도 식물 쪽으로는 깜깜이라 처음에는 벚꽃과 매화가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  벚꽃은 분홍빛이 살짝 돌고 매화는 새하얗다고 구별했다가, 새하얀 벚꽃을 몇 번 보고나니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버렸다. ^^;;  벚꽃, 매화, 복사꽃, 오얏꽃이 원래 가까운 친척뻘 되는 꽃들이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 같은 사람들이 제법 있는 모양인지 '벚꽃과 매화 차이' 또는 '벚꽃과 매화 구별' 등의 검색어가 자동완성기능으로 나왔다. (오~~ 나의 동지들...! ^^;;)  하여튼 그렇게 검색해서 알아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벚꽃은 아래에 꽃받침이 붙어 있어서 가지에서 늘어져 있지만, 매화는 꽃받침이 없어서 가지에 바짝 붙어있다고 한다. 



샤오미 폰카로 찍은 것 중 최고의 사진...!



  작년에 약정기간 한참 남은 휴대폰을 분실하고 싼맛에 구입한 샤오미 홍미노트2의 가장 큰 단점은 카메라 기능이다.

  화질은 다른 폰카들보다 특별히 떨어지지 않는데 초점이 제대로 안 잡히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그래서 사진이 흔들려 찍히거나, 배경은 또렷이 나오는데 정작 목표물은 흐릿하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뜩이나 폰카가 안 좋은데 바람에 벚꽃이 흔들거리기까지 해서, 사진이 흔들리지만 않으면 성공이라는 기분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날 사진은 내가 의도한 바도 아니건만 대박이 났다.  웬 아웃포커싱씩이나...! @.@  내 폰카가 뒷걸음질 치다가 그냥 쥐도 아니고 왕쥐 한 마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