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뉴발란스 999 라인' +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 은하철도 999

Lesley 2017. 9. 16. 00:01


  원래 계획대로라면 8월 중에 은하철도 999  관련 포스트 2개를 더 올려야 했다.

  하지만 한동안 불타오르던 은하철도 999에 대한 감정이 시간이 지나며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는 포스트 숫자에 질린 감도 없지 않다.  그래서 언제가 하기는 해야 하는 숙제를 미뤄둔 학생 같은 기분으로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은하철도 999 포스트 작업을 끝장(!)내는 게 나의 운명이라는 징조(?)가 두 개나 나타났다.


 


  ◎ 뉴발란스 999


  운동화가 많이 낡아서 새로 사기로 했다.

  이왕 살 거라면 그 동안 신어보지 않은 브랜드의 운동화를 사기로 했다. (소심한 나도 가끔은 이런 작은 모험을 한다는... ^^)  그래서 나에게 간택(!)된 운동화 브랜드가 뉴발란스, 즉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던 것으로 유명한 바로 그 브랜드다.

  그런데 뉴발란스라고 다 같은 뉴발란스가 아니라 여러 라인으로 나뉘어져 종류가 많다.  그 중에서 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괜찮은 게 어떤 걸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운명(!)처럼 내 눈에 확 들어온 녀석들이 있었으니...



내 눈에는 999란 숫자 밖에 안 보이네~~ @.@

※ 출처 : 다음쇼핑하우(http://search.daum.net/search?nil_suggest=btn&w=tot&DA=SBC&q=%EB%89%B4%EB%B0%9C%EB%9E%80%EC%8A%A4+999)



  바로 뉴발란스 999 라인이다...!

  위의 운동화들은 색상은 제각각이지만 999를 돌림자로 쓰는 형제자매들이다.  그래, 너희로 결정했느니...!  은하철도 999를 연상시키는 999 라인...!  여러 색상 중 999호와 색깔이 가장 비슷한 검은색으로 하리라...!  뉴발란스 999 검흰 도트, 내 너를 찜했노라...!




  ◎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7월의 어느 주말,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소설집 '공중그네' 를 읽었다.

  불쾌지수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아 세상만사가 귀찮은 나머지 온종일 방바닥과 물아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누워있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허리가 굳어져 아파오는 것도 곤란했지만, 무엇보다 머리까지 멍해지는 게 마치 원시인(!) 수준으로 퇴화하는 듯했다. -.-;;

  그래서 더운 날씨에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전에 선물받은 '오쿠다 히데오' 라는 일본 작가의 책 '공중그네' 를 읽기로 했다.  다행히도 짜증만땅인 날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불쾌지수를 전부는 아니어도 절반 정도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 책 제목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 100자평이 잔뜩 달라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5년도에 한국어판이 처음 나왔는데 내가 가진 책이 2017년도판으로 무려 171쇄(!)나 된다.  그야말로 '베스트셀러 + 스테디셀러' 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만 한 내용이다.

  사실 이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일본 소설, 영화, 드라마 중에서도 유독 코미디 장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이 갈리곤 한다.  일본 코미디물의 유머 코드가 우리와는 좀 달라서 '지금 이 장면 뭐지?  설마 웃으라고 만든 거야?' 식의 반응이 심심찮게 나온다. ^^;;

  만일 평소에 코믹한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은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던데 영화나 드라마는 왜 이 모양이지?  만화 속에나 나올 법한 행동이 실사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다니 너무 황당하잖아.'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유감스럽지만 이 책을 읽지 않는 게 낫다.  틀림없이 유치찬란(!)하다는 느낌 밖에 받지 못 할 테니까.  실제로 인터넷 서점에 붙은 평을 보면 스테디셀러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대부분은 호평이지만, 지루했다 혹은 어이없었다 식의 반응도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류의 일본 영화나 '이상한 곳으로 시집와 버렸네' 류의 일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이 소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사람이 전철이나 커피숍 등 공공장소에서 이 소설을 읽는 건 비추다.  낄낄거리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딱일테니까... (바로 나의 경우... ^^;;)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다섯 편 중 제일 재미있는 걸 고르라면 세 번째 편 '장인의 가발'다섯 번째 편 '여류작가' 를 들겠다.

  '장인의 가발' 에서 의사 이라부가 의대 동창회에서 참석해서 보이는 뻔뻔하면서도 웃긴 말과 행동, 이라부의 의대 동창이자 현 의대 고위인사의 사위인 의사가 장인의 가발에 대해 보이는 특이한 집착과 충동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다.  '여류작가' 에서는 통속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의 고뇌와 세속적인 면이 번갈아가며 묘사되어, 재미있는 분위기와 진지한 분위가가 번갈아가며 나타나 웃게 된다.


  그런데 이 책과 은하철도 999가 무슨 상관이 있는고 하니, 바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은하철도 999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하철도 999의 남자 주인공이 '철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래 이름은 '호시노 테츠로(星野鉄郞)' 다. 

  그런데 '공중그네' 첫 번째 편 '고슴도치' 에 나오는 조폭 출신 환자 이름이 '이노 세이지(猪野誠司)' 다.  첫 번째 편의 첫 번째 줄에 나오는 이노(猪野)란 성을 보자마자 호시노(星野)랑 한 글자가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편인 '여류작가' 에 나오는 환자는 본명은 따로 있지만 직업이 소설 작가라서 '호시야마 아이코(星山愛子)' 라는 필명을 쓴다.  호시야마(星山)란 성 역시 호시노(星野)와 한 글자가 겹친다.

  결국 호시야마(星山)와 이노(猪野)에서 한 글자씩 따다가 나란히 붙여놓으면 은하철도 999 주인공의 성인 호시노(星野)가 된다...! (그야말로 기-승-전-은하철도 999...! ^^;;) 




  ◎ 결론


  이거 완전 병이다, 병...

  하철도 999라는 파리지옥에서 겨우 헤어나왔는데, 운동화 고르다가 은하철도 999와 연결될 만한 건덕지를 발견하고 소설 읽다가 등장인물들의 이름를 조합해서 은하철도 999 주인공 이름을 떠올리게 되고...  이쯤 되면 은하철도 999와 나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아니, 운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