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우이신설선 - 처음 타보는 경전철

Lesley 2017. 10. 29. 00:01


  지난 달에 서울에 최초의 경전철이 생겼으니 바로 '우이신설선' 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살던 서울 동북부 지역을 지나는 경전철이라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살 때에는 안 생기고 왜 이사간 후에야 생긴 것인지...! (사촌이 땅을 샀나, 배가 아프네... ㅠ.ㅠ)  어찌되었거나 언젠가 한 번 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쪽으로 갈 일이 생겨서 길을 좀 돌아가는 것을 감수하며 탑승해봤다. 



우이신설선과 6호선의 환승역인 보문역의 환승통로.



  6호선 전철을 타고 가다가 환승역인 '보문역' 에서 우이신설선으로 갈아탔다.

  민자노선이 다 그렇듯이 다른 전철 노선과 환승할 때 개찰구를 지나가야 한다.  다만 형식적으로 교통카드를 찍을 뿐이라 요금을 추가로 지불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전철 노선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는데, 우이신설선의 색깔은 형광노란색(혹은 형광연두색? ^^)이다.  기존의 노선들이 어지간한 색깔을 선점해서 평범한 색을 못 고르고 형광색이라는 특이한 색을 고른 모양이다.   




무진장(!) 짧은 승강장.



  놀랍게도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게 승강장의 전체 모습이다...!

  우이신설선의 전동차가 달랑 2량짜리 미니 전동차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전철 중 가장 짧은 녀석이다.  직접 보면 진짜 전철이 아니라 무슨 서울대공원 한 바퀴 도는 코끼리열차의 21세기 버전 정도로 보인다. ^^



우이신설선 전동차는

포스터 속 모습처럼 앙증맞게 생겼음. ^^ 




차량 사이에 문이 없음.



  우이신설선은 차량 사이에 문이 없이 뻥 뚫려 있다.

  달랑 2량짜리 전동차라서 출퇴근 시간 때 많이 붐빌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탑승 공간을 확보하려고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경전철이라는 이름값하느라 전동차 너비가 좁은 편이다.

  전동차가 길이도 짧고 너비도 좁고...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인가? ^^;;



우와~~ 신난다...!!! ^0^



  우이신설선의 최고 묘미는 지하 철로를 정면 유리를 통해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일반적인 전철이라면 정면 유리 및 후면 유리가 있는 공간에는 기관사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우이신설선 전동차는 무인운행차량이기 때문에 앞칸에도 뒤칸에도 기관사가 없다.  그래서 탑승객이 정면 유리나 후면 유리 너머 광경을 볼 수 있다.

  여러 번 탄다면 시들해지겠지만, 이런 전동차를 처음 타본 나로서는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액션영화 속에서 지하 철로 쪽으로 도망친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가 된 기분도 들어서 신이 나기도 했고... (나중에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가 "네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이냐?" 는 소리를 들었다는... -.-;;)


  정릉역까지 갔다가 반대 방향 전동차로 바꿔 타고 4호선과의 환승역인 '성신여대입구역' 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른 '볼거리 + 구경거리' 를 만났으니...  이렇게 특이한 환승통로는 처음이다.  일반적인 통로를 걸어가서 환승하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아래로 움직여 환승하게 되어 있다...! @.@




신기방기한 환승 엘리베이터~~!



  아마 4호선과 우이신설선의 위치상 환승통로를 만들 공간을 도무지 낼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 30인승짜리 엘리베이터를 3대 만들어 승객들을 위아래로 실어나르는 식으로 환승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4호선 환승하는 곳이라는 안내표지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다가 저 엘리베이터를 보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  



  ※ 기타


  1. 우이신설선 개통을 다룬 기사에도 언급된 사실인데 노인 탑승객 비율이 유난히 높다.

  내가 읽은 기사에 의하면, 다른 전철은 탑승객 중 노인 비율이 약 10%인데 우이신설선은 3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날이 일요일이라 나들이 나선 노인들이 많아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하여튼 노인 비율이 최소한 절반은 넘는 듯했다. 


  2. 반대 방향으로 바꿔탈 때 매우 편리하다.

  누구나 전철 안에서 졸거나 멍하니 있다가 내려야 할 역에서 못 내리고 다음 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 갈아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이신설선은 전동차가 2량짜리라 승강장이 짧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바꿔탈 때 번거롭게 맨 앞 혹은 맨 뒤로 걸어갈 필요가 없다.  그냥 내려온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서 반대방향으로 건너가면 된다. (아주 쉽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