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분당제생병원 입원 후기

Lesley 2017. 12. 26. 00:01


  이번 달 초에 엄마가 분당제생병원에 1주일 남짓 입원하셨다.

  누군가의 소개로 분당제생병원에서 회전근개 파열 수술을 받으셨는데, 솔직히 이전에는 분당제생병원이란 곳이 우리나라에 있는 줄도 몰랐다.  분당제생병원이 듣보잡(!) 병원이라 그런 것은 아니고, 우리 식구들이 제법 건강해서 병원과 별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화내지 마, 병원아... ^^)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좋았다.  원래 환자 없던 집에 환자가 생긴 것만으로도 심란한데, 처음 병원에 찾아갔을 때 건물 외관이 우중충해 보여서 괜히 더 심란해졌다.  하지만 돼지를 인물 보고 잡는 게 아니 듯 병원도 외관 보고 가는 게 아니다.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깔끔했고, 의사나 간호사도 친절했으며, 음식도 괜찮은 편이었다. (병원밥이 괜찮았다고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그러니 살이 찌지...' 라고 했음. -.-;;)


  하여...!!!

  다음에 이 병원에 입원할 누군가와 보호자로서 같이 머물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짤막하게나마 후기를 써보려 한다.


  병동은 본관과 별관에 따로 있는데, 엄마가 입원하신 정형외과 병동은 별관 5층에 있다.

  본관과 별관은 지하 1층 통로로 이어져 있어서, 요즘 같이 찬바람 부는 계절에 굳이 꽁꽁 싸매고 발 동동 구르며 밖으로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다만 별관 엘리베이터가 2대 밖에 안 되어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통에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것이 흠이다.

  참고로 별관 4층에는 어린이 병동이 따로 있는데, 거기에는 어린이 도서관 및 놀이방도 있는 모양이다.  환자라면 누구나 힘들겠지만, 특히 아이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팔에 수액줄을 꽂은 채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다.  어쩌다가 어린 나이에 입원하게 되었는지...


  보통은 기본병실이 6인실인 것 같던데, 분당제생병원은 특이하게도 5인실이다. 

  침대 하나를 더 넣을 수 있는 공간에 화장실을 설치해서 그러하다.  그러고 보니 6인실에는 화장실이 입원실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었던가?  10년도 전에 가봤던 강북삼성병원 입원실은 분명히 6인실이었는데, 내부에 화장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평소에 TV 시청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병실에 TV가 없다.

  1인실이나 2인실 같이 비싼 곳에는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5인실에는 없다.  우리 엄마보다 먼저 입원해있던 고참(?)들이 전해준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예전에는 있었지만 환자들이 TV 채널 문제로 다퉈서 없애버렸다고 한다. (애들도 아니고 왜 그런 걸로 싸우는 걸까... -.-;;)  엄마와 나는 원래 TV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고, 무엇보다 우리 병실에 대화를 좀 과하게 즐기는 환자들이 있어서 차라리 TV가 없는 게 나았다.  TV 소리까지 더해졌으면 어수선했을 것이다.

  꼭 TV를 보고 싶다면 각 층마다 설치된 휴게실로 나가야 한다.  평일에는 일일드라마 하는 시간에, 일요일에는 '전국노래자랑' 하는 시간에, TV 앞 의자에 어르신들이 빼곡히 앉아 계신다.  그런 인기 프로그램 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주로 어르신들이 보고 계시기 때문에, 젊은 환자나 보호자는 TV 볼 생각을 안 하는 게 낫다. (물론 노인 취향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외겠지만... ^^) 



TV 삼매경에 빠지신 어르신들.



  병실마다 공동 냉장고와 개인 사물함이 있다.

  우리 병실에는 장기 입원 환자가 여러 명이라 냉장고가 이미 꽉 차있었다. (정말 온갖 것을 다 갖고 오셨더구만!)  다행히 우리 자리가 창가라, 햇볕이 안 들 때는 공기가 좀 통하는 창가에 과일을 쭉 올려놓았다가 햇볕 드는 시간에는 사물함 위로 옮겨 놓곤 했다.

  각 침대마다 그 곁에 사물함이 두 개씩 있다.  옷을 넣을 수 있는 길쭉한 사물함에는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서, 현금처럼 도난 위험이 있는 물건도 넣을 수 있다.  또 서랍과 여닫이 문이 달린 사물함에는 자주 사용하는 잡다한 물건들을 넣을 수 있다.  



잠금장치 있는 사물함과 개방형(?) 사물함.

 

 

  복도의 탕비실에는 정수기 및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대가 있다.

  탕비실 안에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개인 음식물을 데울 수 있도록 전자렌지도 있다.  다만,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만 전자렌지를 쓸 수 있다는 점이 좀... -.-;;  불특정다수가 쓰다보면 함부로 쓰는 사람이 꼭 있어서 고장나기 쉽기 때문에 사용 빈도를 줄이려고 그런 걸까? 


  보호자나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은 본관에 있다.

  위에 썼듯이 본관과 별관이 지하 1층 통로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비나 눈이 올 때 귀찮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지하 1층에 있는 식당의 메뉴는 순두부찌개, 육개장, 돌솥비빔밥, 비빔밥, 떡만두국, 김치볶음밥, 야채죽, 전복죽, 기타 등등이다.  가격은 7,000~10,000원이다. (외부식당 바로 옆에 병원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있으니 헷갈리지 마시오...!)  음식맛은 아주 훌륭할 것까지는 없어도 어지간한 외부 식당 수준은 된다.  다만, 음식맛이란 게 개인차가 심한 지라, 같은 병실에 입원하신 할머니의 며느리가 병문안 와서 하시는 말씀은 달랐다.  그 분 왈, 몇 년 전만 해도 그 식당의 음식맛이 정말 좋아서 맛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번에 다시 와서 먹어보니 주인이 바뀐 모양인지 맛이 변했다나 뭐라나...

  본관 1층에는 편의점과 작은 카페가 있다.  카페 맞은 편으로는 국민은행의 ATM이 몇 대 있어서, 현금이 필요한 이가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

  병원에서 중앙난방식으로 틀어주는 난방과는 별도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창가에는 라디에이터가 있어서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알.아.서. 난방을 더 할 수 있다.  그런데 첫날밤에 그 사실을 몰라서 본의 아니게 북극 체험을 했다. -.-;;  라디에이터 윗부분에 알아서 조절해서 쓰라고 분명히 쓰여있고, 채널을 돌려 온도를 조절하는 법까지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건만...  왜 나는 몰랐을까???

  원래 내가 추위를 안 타는 사람이건만, 내 오리털파카로 상반신을 덮고 엄마 오리털파카로 하반신을 덮고도 추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다.  어째서 난방을 제대로 안 해주는 걸까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조금 있으면 난방을 세게 해주겠거니 하고 기다리기만 했다.  차라리 옆자리 환자나 간호사에게 물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추워서 뒤척이느라 몸에서 떨어진 파카를 주워 다시 덮으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계속 냈으니...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다른 사람들 수면에도 방해가 되었을 것 같다. (이 날의 교훈 → 뭘 모르면 좀 물어보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