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대한검정회에서 시행하는 한자급수자격시험 준1급에 응시해서 12월에 합격증을 받았다.
재작년인 2016년 1월에 2급 자격증을 따고 만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다시 이루어낸 쾌거(?)라 할 수 있다. ☞ 한자급수자격시험(한자검정시험) / 대한검정회 2급(http://blog.daum.net/jha7791/15791251)
다만 이번 시험은 먼저번 시험보다 고생했다. 2급과 준1급은 겨우 한 등급 차이일 뿐이지만 난이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2급 시험을 비교적 쉽게 합격했던 것만 생각하고 준1급을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비지땀 꽤나 흘렸다. ^^;;
어렵게 따낸 대한검정회 준1급 자격증.
이번에는 종이 자격증이 파일 속에 담겨 배송되었음.
(대한검정회의 파일이라는 걸 강조하는 듯
수많은 한자로 뒤덮힌 파일... ^^)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할 때는 잔머리 굴리지 말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해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스레 느꼈다.
먼저번 2급 시험은 쉽게 합격한 편이다.
우선, 내가 중국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한자를 잘 모르는 우리 세대 중에서는 한자에 익숙한 편이다. 게다가 2급 시험은 객관식 문제가 절반이나 되어서 한자 모양을 정확히 외우지 못 해도 정답을 고르기 수월했다.
그렇게 쉽게 합격하고 나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준1급이 만만해 보여서 감히(!) 1급 시험을 넘보기까지 했다.
이왕 시험을 본다면 그냥 1급을 따야지 준1급은 도대체 뭐냐, 괜히 앞에 '준' 이란 군더더기가 붙어서 깔끔하지 못 한 느낌만 들지 않느냐, 대충 그런 식의 만용을 부린 것이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
하지만 2급에서 곧장 1급으로 건너뛰려면 신출한자를 1,500개나 더 공부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2급 한자는 2,000개인데 1급 한자는 3,500개임.)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안고 준1급(준1급 한자는 2,500개)을 보기로 했는데...
준1급 안 봤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후우~~ ← 안도의 한숨. ^^;;)
준1급 시험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고생했기 때문에 1급 시험을 봤다면 보나마나 불합격했을 것이다. 2급 시험은 슬렁슬렁 공부하고도 89점을 받았다. (으아, 1점만 더 받았으면 점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데...! ㅠ.ㅠ) 겨우 한 등급 차이나는 준1급 시험도 비슷하겠지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기출문제 풀어봤다가 아름다운(?) 결과에 충격받은 후, 신경써서 공부했건만 2급 성적보다 낮은 83점을 받았다.
2급에서 겨우 한 등급 높아진 것 뿐인데 준1급이 어째서 어려웠느냐 하면...
첫째, 2급은 주관식 문제와 객관식 문제가 각각 50개였는데, 준1급은 주관식이 객관식보다 2배 많은 100개나 된다.
먼저번 2급은 문제의 절반이 객관식이라, 중국어 공부하면서 익힌 한자를 밑천 삼아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대여섯 세트 푸는 것만으로도 합격했다. (객관식 시험의 폐해랄까... ^^;;) 하지만 주관식 문제수가 대폭 늘어난 준1급 시험에서는 그런 야매(!)식 공부가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복잡하게 생긴 한자의 특성상 '4개의 보기에 나온 한자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문제' 와 '한자를 직접 써야 하는 문제' 의 난이도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역시 공부에는 왕도가 없고 그저 무식할 정도로 성실히 공부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너무 뻔한 사실을 새삼 느꼈다.
둘째, 준1급 시험의 주관식 문제에는 그 아래 급수의 한자를 쓰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
2급 시험 때는 적어도 '한자 쓰기' 부분에서는 2급 신출한자만 나왔다. 그래서 500개의 신출한자만 쓰기까지 완벽하게 익히면 되고, 나머지 한자는 훈음 정도만 익혀도 괜찮았다. 그런데 준1급에서는 아래 급수의 한자들이 여기저기에 출몰(!)해서 사람을 당황시켰다.
한자시험을 치러본 적 없는 사람은 준1급 시험 볼 정도면 그 아래 급수 한자는 당연히 아는 게 아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복잡하게 생겼고 또 비슷하게 생긴 글자가 많은 한자의 특성상, 전에 공부했던 글자라도 한동안 안 보면 가물가물해진다. 그나마 그런 한자가 객관식 문제에 나오면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려 보기 중에서 정답을 고를 수 있지만, 한자를 직접 쓰라고 하면 정말 대책이 안 선다. 결국 준1급 시험은 2,500개의 한자 전부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국한문 혼용체의 지문은 기출문제나 교재 속 모의고사와 상관없이 나오는 것 같다.
시험 마지막에 국한문 혼용체로 된 글 한 편을 주고서, 그 글 속의 한글 단어를 한자로 옮겨쓰거나 거꾸로 한자 단어를 한글로 옮겨쓰게 하는 문제가 총 15개가 나온다. 그런데 2급 시험의 지문이 기출문제나 모의고사에 나왔던 게 반복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준1급 시험에서는 참신한(?) 글이 나온다. 바꿔 말하자면 문제풀(pool)이 넓다고 할까...
이번 시험에서는 조선의 22대 국왕 정조가 쓴 '일성록' 의 일부분이 나왔다. 청나라에서 사신이 오고 있다는데 사신과 만나 일을 처리할만한 위치에 있는 신하들이 개인사정으로 줄줄이 사직 혹은 휴직을 하자, 정조가 우려하는 내용이다. 한 나라의 왕이나 되는 사람이 쓴 글이라 표면적으로는 점잖게 걱정하는 듯 썼지만 행간에서 '너희들, 나중에 사신 돌아가고 나서 전부 나한테 죽을 줄 알아!' 하는 신경질(!)이 느껴진다. ^^;;
지난 번에 2급 시험을 볼 때도 느꼈지만, 이번에 준1급 시험을 보러 가서도 격세지감을 느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현실과 한자교육이 따로 놀았던 것 같다.
아직 신문이나 관공서의 문서가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던 시절인데도 지금보다 한자 교육이 허술했다. 멀리 가서 예를 찾을 것도 없이 당장 나만 해도,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야 내 이름 석 자를 한자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다른 아이들 사정도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4학년 때였던가, 하여튼 우리 반 반장이 우리 세대 아이로는 드물게 한자를 많이 알아서 선생님께 칭찬받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오오오~~~' 하는 감탄을 무더기(!)로 받았다. 그런데 반장이 천재(?) 취급받게 된 원인인, 반장이 쓸 줄 아는 한자라는 게 월화수목금토일 7글자였다.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글전용세대인 지금의 아이들은 오히려 초등학교 시절에 기초한자 수백 개 정도는 배우는 것 같다.
아이가 있는 친구 말로는, 어차피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 아니면 일본어를 배워야 할 텐데, 그 때 한자도 공부할 수 밖에 없으니 미리 배우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선행학습...!) 또한 '뜻과 뜻' 혹은 '뜻과 모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된 한자를 한자를 배우다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극되어 두뇌발달에도 좋다고 한다. 전엔 '마법천자문' 이니 뭐니 하는 한자 관련 만화영화가 TV판으로 인기끄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책이나 극장판으로까지 나왔을 정도로, 요즘에는 조기 한자교육이 대세인 듯하다.
이번에도 시험을 보러 가니 역시나 응시생 대부분은 아이들이었다.
대부분은 낮은 등급 응시생이지만 간혹 높은 등급 응시생도 있었다. 또 등급이 높냐 낮냐는 둘째치고 한자시험을 볼 정도로 한자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게 신기해 보였다. 요즘에는 당연시 되는 게 신기해 보인다니, 역시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이렇게 쓰고나니 내가 70세 노인 같은... ^^;;)
한자급수자격시험(한자검정시험) / 대한검정회 2급(http://blog.daum.net/jha7791/1579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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