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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TV판) 1 - 은하철도 999 훑어보기 / TV판과 극장판 비교

Lesley 2017. 5. 10. 00:01




  '은하철도 999 TV판' 를 거의 다 봤다.

  총 113회짜리인데 이제 10회분도 안 남았으니, 9부 능선을 넘어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아직 다 안 봤으면서 웬 감상문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1회부터 차근차근 보기 전에 이미 마지막 회를 포함한 중요 에피소드를 미리 섭렵했기 때문에, 포스팅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은하철도 999 TV판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방영되던 때도 열심히 시청했지만, 아무래도 워낙 어렸을 때 본 거라 기억이 희미했다.  두 번째로 방영되던 때는 대학 시절이었는데, 사정상 드문드문 봤기 때문에 대강의 줄거리는 파악했지만 역시 제대로 감상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 후로는 113편이나 되는 분량 때문에 도전해 볼 엄두를 내지 못 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 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드디어 큰 마음 먹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하루에 두세 편씩 보면서 100회를 넘기는 동안, 다른 영화나 드라마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악도 다른 음악은 안 듣고 오직 은하철도 999의 OST만 반복해서 들었을 정도다.


  은하철도 999의 팬이라면 알겠지만, 은하철도 999의 설정은 꽤나 복잡하다.

  원래부터 이렇게까지 복잡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가 수십 년에 걸쳐, 은하철도 999를 중심으로 해서 자신의 여러 작품을 연결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아예 독립된 작품들이었거나, 혹은 공통분모가 있더라도 부분적으로만 겹쳤던 작품들이,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 + 유니버스)' 라는 이름의 세계관 안에서 묶이게 되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희미했던 작품들을 인위적으로 이어붙이다 보니 작품간에 설정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000년을 전후해서 은하철도 999의 후속편과 외전이 별도로 나오며 새로운 설정이 계속 덧붙여져서, 설정충돌이 더욱 많아졌다.  그래서 어떤 팬들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각 작품을 평행우주 비슷하게, 같은 인물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각기 독립적인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팬들은 어떻게든 각 작품들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해 보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그러나 처음부터 설정상 모순이 줄줄이 있기 때문에 백날 이리저리 궁리해봤자 모순 없이 정리하는 건 불가능 하다는... ㅠ.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내가 지금도 계속해서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TV판 위주로 쓰겠다.

  은하철도 999의 TV판과 극장판, 그리고 외전격인 OVA판까지 모두 합쳐 포스팅하는 건 힘들다.  내용 자체도 방대해지는 데다가,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 많아서 어떤 설정을 취하고 어떤 설정을 버려야 할 지 정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극장판에 대해서는 끝부분에서 TV판과의 차이점 위주로 따로 쓰겠다.




  ◎ 은하철도 999의 장르, 분위기, 주제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은하철도 999는 엄밀히 말해서 SF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SF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23세기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계인간이 되어 사실상 영원히 사는 게 가능해졌고, 은하철도라는 교통망이 우주에 체계적으로 깔려있어서 우리 은하에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여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은하철도 999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 성격이 짙은 동화 혹은 우화의 성격을 띤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 철이가 999호를 타고 하는 여행은 두 가지 의미를 띠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기계인간이 되려고 여행하는 건데, 여행을 통해 오히려 원래의 여행 목적과 모순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즉,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의 유한한 생명이야 말로 기계인간의 영원한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  왜냐 하면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철이의 여행은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철이는 여행 동안 많은 별에 들려 온갖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 독재권력, 전쟁, 환경 문제, 그리고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사랑과 갈등에 대한 사건들을 보거나 겪고 그에 대해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철이의 여행이 지닌 두 번째 의미, 즉 소년기에서 성년기로 내딛게 되는 과정에서 판타지 장르의 동화 혹은 우화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만일 이 작품이 순수한 SF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넓디 넒은 우주를 우주선이 아닌 기차로, 더구나 최첨단 열차도 아닌 회색 연기를 뿜어내는 증기 열차로 여행한다는 설정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겉모습만 증기 기관차가 이끄는 열차인 게 아니라, 기관차 바로 다음 칸에는 석탄까지 잔뜩 실려 있다...!  수백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를 사이를 오가는 23세기의 최첨단 운송수단에 실려있는 게 고풍(!)스러운 석탄이라니...! @.@  이 애니메이션이 판타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 회차당 방영시간이 20분 남짓 밖에 안 되는데, 만일 이 작품이 사실적이고 논리적인 SF였다면 그 짧은 시간에 위에 언급한 심오하고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논리니 과학적 근거니 하는 사실성 대신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택한 애니메이션이기에, 짧은 시간으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은하철도 999는 주제만 놓고 보면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지만, 아이들 역시 얼마든지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린 왕자' 와 비슷한 면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어린 왕자' 를 읽으면서 그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어린 왕자' 가 동화의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어린이들도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나이가 든 후에 다시 읽으면서 '아, 이게 어린이용 동화가 아니었구나!  알고 보니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은하철도 999가 세상에 나온 지 40주년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스테리에 싸여 있는 메텔...

  포스트 앞부분에 쓴 것처럼, 레이지버스에는 설정상의 모순이 워낙 많아서 메텔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온갖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하철도 999를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고 이해한다면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풀린다.  은하철도 999의 마지막 부분에서 철이와 메텔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메텔은 스스로를 '청춘의 환영' 이라고 말하고 나레이션으로도 '메텔은 청춘의 환영' 이라고 다시 나온다.

  환영이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상을 말한다.  메텔을 소년의 성장을 상징하는 환영으로 본다면, 메텔이 어째서 이 세상과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게 신비롭고 아름답고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메텔은 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라 '청춘' 이란 시기를 의인화 한 존재이며,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나도록 이끌어주는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인도자이기도 하다.  애초에 현실적인 인물이 아닌 메텔에게 논리니 인과관계니 하는 현실에서나 통하는 잣대를 들이대니, 그 정체가 밝혀질 리가 있나... (그러나 이렇게 쓰고 있는 나조차 2000년대 들어 새로 나온 은하철도 999 외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구해 보면서, 메텔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든 현실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요리조리 머리 굴리고 있다는... ^^;;)




  ◎ 내용


  22회 '해적선 퀸 에메랄다스' 와 79~81회 '시간성의 해적' 은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두 에피소드에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다른 작품 속 인물들인 에메랄다스와 하록이 나온다.  이 두 사람이 은하철도 999에 등장함으로써 레이지버스의 토대가 쌓이게 된다.  그러니 위의 에피소드들은 은하철도 999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다.  동시에 레이지버스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설정충돌을 거하게(!) 일으키는 것들이기도 하다.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포스트에서 몇 줄로 설명하기 곤란하다.  그러니 은하철도 999의 고정 출연자(철이, 메텔, 차장)에 대해 포스팅 한 후에 에메랄다스와 하록도 한 데 묶어 별도로 포스팅하겠다.

 

  그리고 철이와 메텔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담은 에피소드들도 이 포스트에서는 생략하겠다.

  어차피 두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로 포스팅 할 생각이다.   그러니 두 사람과 관련된 중요한 에피소드들도 그 때 소개하겠다.



  - 유한하기에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인간의 생명


  이미 쓴 것처럼 은하철도 999의 가장 큰 주제는 '유한하기에 오히려 더 소중한 인간의 생명' 이다.

  철이는, 일찍 죽은 부모의 몫까지 오래 살 수 있도록 기계인간이 되라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메텔과 함께 999호를 타고 기계몸을 공짜로 준다는 별을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하는 내내 '기계인간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는 게 과연 진정한 행복이며 옳은 일인가' 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들을 겪게 된다.


  우선, 기계몸이 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태양계 안의 별에서나 태양계를 막 벗어난 곳에서도 그런 사례가 줄줄이 나온다.  2회 '화성의 붉은 바람', 5회 '방황하는 별의 쉐도우'. 7회 및 8회 '중력 밑바닥의 무덤' 등이 그런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철이가 원하는 기계몸을 이미 얻은 상태이건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누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을 갈망하고, 누구는 외로움에 몸부림 치며 붉고 뜨거운 피가 흐르던 옛날 몸을 그리워한다.

  나중에 우리 은하를 벗어나 안드로메다 은하로 들어선 후에도 그런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90회 및 91회 '안드로메다의 유키온나(안드로메다 눈의 여왕)' 에서는 라면에 집착하는 눈의 여왕이 나온다.  눈의 여왕은 평범한 인간이었던 시절, 시대의 흐름을 무시하고 라면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던 아버지와 애인에게 염증을 느끼고 집을 떠나 기계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원했던 행복은 손에 들어오지 않고, 이제는 세상을 뜬 자기 아버지 대신 라면 가게를 물려받은 옛애인에게 수시로 나타나 라면을 주문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우스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눈의 여왕에게 라면은 그냥 먹거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따뜻한 피가 도는 인간이었던 시절의 상징물이며, 과거에 대한 회한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아예 기계인간이란 존재를 혐오하게 될 만한 사건도 여러 차례 겪는다.

  14회 '이중행성의 라라' 에서는 철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물지 않은 채 있던 상처가 터지는 일이 생긴다.  이미 기계화가 완전히 이루어져서 기계인간만 사는 이중행성에서는, 철이나 메텔 같은 평범한 인간을 무슨 희귀한 동물 대하듯 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기계백작이 진귀한 물건을 수집하는 식으로 철이 엄마를 사냥해 박제로 만들어 버렸듯이, 이 별의 기계인간들은 빼어난 외모를 지닌 메텔을 박제해서 걸어두겠다는 소리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그러다가 엄마의 죽음을 떠올리며 이성을 완전히 잃다시피 한 철이에게 모조리 죽는다.

  66회 '안개 속의 장례행성' 에서도 주민 모두가 기계인간인 별이 나온다.  모두가 기계인간이라 수백 년이 지나도 죽지 않고 같은 생활만 하면서 무료함과 권태감에 찌들어 살고 있었다.  그런던 어느 날, 한 쌍의 남녀(둘 다 평범한 인간임.)가 이 별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그 중 남자가 심하게 다쳤지만 치료를 받지 못 하고 죽고 만다.  이 별이 병들지도 죽지도 않는 기계인간만 사는 곳이라 병원이나 의사라는 게 아예 없기 때문이다.  여자는 무척 슬퍼하며 남자의 장례를 치렀는데, 그 별 주민들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장례식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무한히 이어지는 인생 속에서 기쁨은 물론이고 슬픔도 느낄 일이 없었던 기계인간들로서는, 장례식 특유의 엄숙하고 슬픈 분위기가 너무 신선했던 것이다...!   그래서 멀쩡히 살아있던 여자마저 죽여 장례식을 지내고, 그 후로도 장례식을 거행하기 위해 온갖 핑계로 서로를 죽이는 짓을 100년 이상 계속한 것이다.  철이와 메텔도 공격대상이 되어 하마터면 생매장 될 뻔했다.  자신들이 공격해서 쓰러뜨린 사람들을 생사 여부와 상관없이 땅 속에 묻어버리고 애도하는 기계인간들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별 전체를 휘감은 짙은 안개와 장례를 위한 종소리 등 연출도 훌륭하다.  은하철도 999 TV판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10개 꼽으라면 꼭 집어넣고 싶은 수작이다.


  이런 기계인간들을 보면서 철이의 생각은 차츰 변해간다.

  처음에는 기계인간이 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던 철이였다.  하지만 여행 초기부터 오히려 기계인간이 된 걸 후회하며 옛날 육체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혼란을 느낀다.  메텔은 그런 철이에게 이러니 저러니 충고하기 보다는, 철이 스스로 기계인간의 실상을 보고 느끼게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여행이 중반부로 접어들면서는, 일단 기계인간이 된 후에 지구로 돌아가 인간들을 억압하는 못된 기계인간들을 물리치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미 기계인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지만, 소중한 엄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 기계인간이 되는 것 자체는 포기하지 않는다.  여행 초반부에는 기계인간 문제에 대해서 철이를 슬쩍 떠보기도 하고 다소 방관하는 듯한 태도도 취했던 메텔이, 이 무렵부터는 기계인간이 될 것을 포기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듯한 말이나 행동을 하곤 한다.


  그리고 종착역인 프로메슘 행성에 도착했을 때, 결국 철이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그대로 가진 인간으로 남기로 한다.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으면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계제국의 중심지인 프로메슘 행성에서 기계인간들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영원한 살 수 있기에, 오히려 그 긴 시간을 감당하지 못 하고 아무런 의욕 없이 아무 것도 안 하며 살고 있었다.

  그래서 철이는 피와 살을 가진 인간으로 남아, 기계인간보다 훨씬 짧은 인생 속에서 자신이 가치있다고 믿는 일들을 하겠노라 결심하게 된다.  엄마가 죽어가면서 꼭 기계인간이 되어 부모의 몫까지 오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그런 엄마도 자신의 결심을 틀림없이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여행 막바지에 철이가 마음을 바꾼 것은, 기계제국의 여왕인 어머니와 기계제국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마음을 못 잡던 메텔이 마침내 결단을 내리는 계기가 된다.  결국 철이와 메텔은 함께 프로메슘 행성을 멸망시킨다.      



  - 그 밖의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


  7회 및 8회 '중력 밑바닥의 무덤' 에 나오는 '류즈' 란 여자와 79회~81회 '시간성의 해적' 에 나오는 '데류즈(레류즈)' 는 자매간이다.

  은하철도 999에는 많은 연인들이 나오고 온갖 형태의 사랑(제대로 된 사랑이든 비뚤어진 사랑이든 간에)이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이 자매는 모두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케이스다.  게다가 역시 공교롭게도 자매 모두 시간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저 위에 이미 썼듯이 79회~81회 '시간성의 해적' 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설명하겠음.)

  류즈는 원래 기계인간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으면서도 사랑하는 남자의 요구에 따라 기계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남자의 변덕으로 버림을 받고, 수백 년 동안 홀로 외로움을 곱씹으며 우주의 중력 밑바닥에 있는 음침한 별에서 살았다.  그래서 고독에 지친 나머지 철이에게 자신과 함께 살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철이가 자유를 간절히 원하는 걸 알고 결국 풀어준다. 

  그런데 류즈는 시간 조절 능력으로 우주의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어서, 메텔의 정체나 메텔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철이와 헤어지면서 무척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너에게는 언젠가 메텔을 지키기 위해 자유를 버려야 할 순간이 올거야.  메텔인가 자유인가를 결정하는 게 죽을 만큼 괴로울 거야.  하지만 너는 결국 메텔을 위해서 자유를 버리겠지." (이 예언 같은 말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만화에서는 거의 들어맞을 뻔 하지만, TV판에서는 철이의 강한 의지로 완전히 빗나가게 됨.)


  16회 '반딧불의 거리' 와 34회 및 35회 '플레이티드 시티의 마녀(황금 도시의 마녀)' 는 계급 격차에 관한 내용이다.

  이 두 에피소드에서는 선천적으로 몸에서 얼마만큼이나 빛이 나는가, 혹은 몸이 빛나도록 몸에 도금을 할 경제적 여유가 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사회적 계급이 갈린다.  우리 현실에서는 부와 권력을 어느 정도로 갖고 있는가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나뉘는데, 그 부와 권력을 눈부신 빛으로 치환해서 비판했다고 볼 수 있다. 


  19회 '참회의 나라' 는 관료주의를 풍자한 내용이다.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참회의 별은 관광업을 주된 산업으로 삼고 있어서 별의 이미지를 매우 중요시 한다.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치안이 확실하고 매우 청결하며 아름다운 곳이라고 온 우주에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는 법이라, 마침 이 별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 999호의 차장이 강도를 만나 탈탈 털리게 된다. (차장은 주로 정차역과 정차시간만 알리는 역할을 하고 가끔씩 개그를 선보이곤 했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처음으로 비중있게 나옴. ^^)

  그런데 차장이 강도 사건을 신고하자, 이 별의 고위 관료는 범인을 체포할 생각은 안 하고, 강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이 별의 좋은 이미지에 금이 가서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만 한다.  그래서 강도 사건 피해자인 차장은 물론이고, 강도 사건을 알고 있는 철이 및 메텔을 납치하려 든다.  강도사건에 관한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워서,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묻어버릴 속셈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음모가 수포로 끝나자 철이 일행을 회유하러 들고, 그 방법도 통하지 않자 떠나가는 999호를 쫓아가며 제발 다른 사람들에게 강도 사건을 말하지 말라고 애원한다.

  어떤 조직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의 입을 막아 문제가 발생한 걸 바깥 세상에 알리지 않으려 애쓰는 이런 상황...  관료 사회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학교, 심지어는 일반 가정에서까지 가끔 볼 수 있는 일이다.  꽤 웃기면서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 에피소드다.


  26회 '백골의 노래' 는 비극적이고 극단적인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나머지 살과 뼈가 조금씩 떨어져나가서, 마침내 뼈만 남은(그나마 갈비뼈가 다 사라져서 가슴과 배 부분이 휑한 상태임) 끔찍한 모습이 된 남자의 이야기다.  슬픈 상황에서 흔히 '가슴이 찢어진다' 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사람은 가슴 뿐 아니라 온몸의 살과 뼈가 다 사라졌다.  애니메이션인데도 직접 보면 무척이나 기괴하고 섬찟하다.  그리고 사랑의 배신감을 이렇게 시각적인 충격을 주며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남자는 자신을 배신한 여자와 그 여자의 새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만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런 모습이 될 정도로 한 여자를 잊지 못 하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에피소드는 남자 쪽에 감정이입해서 진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정도면 이미 사랑이라기 보다는 집착이다.  배신을 한 여자가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집착이 강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무서울 듯하다.


  31회 '노발대발의 별' 과 49회 '지금부터의 별' 은 999호가 정차하는 별 중에서 드물게 착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노발대발의 별 사람들은 별 이름 그대로 사소한 일로도 노발대발하며 주먹다짐을 벌이기 일쑤지만, 뜻밖에도 모두 솔직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철이는 이 별에서 자신과 꼭 닮은 일가족을 만나(어쩌면 철이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는지도... ^^;;) 도움을 받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지금부터의 별 사람들은 항상 화끈하고 긍정적인데, 이 별에서 철이와 메텔은 태풍에 휘말려 999호 승차권을 잃어버린다.  여행 중에 999호 승차권을 도둑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철이는 그 별 사람 중 누군가가 훔쳐갔을 거라 의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승차권은 물론이고 다른 여러 분실품까지 고스란히 돌아온다.  그 별 사람들이 '남이 가진 물건을 탐낼 필요가 없다.  남이 가진 물건은 나라고 갖지 못 한다는 법이 없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내 힘으로 가질 수 있다' 는 너무나 건전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이와 메텔의 물건을 주운 사람들마다 아주 당연하게 가져다 준 것이다.   메텔은 "이 곳은 이제부터의 별...  자기들의 미래를 믿고 사는 사람들은 코 남의 미래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며, 그 별이 자신의 미래를 믿고 꾸준히 앞을 향해 나가는 철이와 같은 별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ㅠ.ㅠ 


  40회 및 41회 '원형주택단지의 대추장' 은 독재정치를 다룬 에피소드다.

  메텔이 원형주택단지를 다스리는 독재자에게 납치되자 철이가 구출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과 꼭 닮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철이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나 의심케 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 ^^)  그 남자는 독재자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겼기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독재자를 축출하고 메텔도 구출하는데, 그 후에 반전이 벌어진다.

  그저 한 여자만을 끔찍히 사랑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순수한 사람인 것 같던 남자가, 자신의 손으로 쫓아낸 독재자의 뒤를 이어 새로운 독재자가 된다...!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결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겠다며 폭정을 일삼는 권력자를 타도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 나중에는 똑같이 타락해서 같은 길을 가게 되는 일은 동서고금의 역사에 심심찮게 나타나니 말이다.


  전쟁의 잔혹함과 슬픔을 담은 에피소드도 여러 번 나온다.

  46회 '엘 아라메인의 노래소리' 에서는 오래 전에 시작되어 계속된 전쟁으로 별 전체가 황폐화 되어, 이제와서는 누가 잘못해서 시작된 전쟁이었는가에 상관없이 모두가 괴멸 직전에 몰리게 된 사연이 나온다.  전쟁이란 건 승패와 상관없이 당사자 모두에게 끔찍한 비극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47회 및 48회 '영원한 전투 실험장' 은 사람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 전쟁조차 관광 상품이 되어, 사람들이 게임처럼 보고 즐긴다는 기막힌 내용이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이 1970녀대 후반에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치 미래를 예견한 것처럼 느껴진다.  1990년대의 걸프전 때부터 전세계 사람들은 자기 집에 앉아 TV로 전쟁 상황을 생생히 지켜보면서, 전쟁을 실제상황이 아닌 실감나는 게임 정도로 여기게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102회 '성여왕의 반란 별' 에서는 전쟁에 휘말린 한 쌍의 연인이 나온다.  여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종족을 배신할 수 없어서 전투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남자는 전쟁의 비극을 후손에게 알리기 위해 전투 장면을 기록영화로 남기려고 한다.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에, 자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남자에게 계속 촬영하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들이 겪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속 촬영한다.  결국 두 남녀는 모두 죽게 된다.  그리고 남자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끝날 뻔했던 기록영화는, 철이가 남자 대신 카메라를 붙잡아 완성된다.  큰 조직 간의 다툼에서 개개인은 희생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전쟁의 끔찍함을 함께 보여주는 수작이다.


  의외로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몇 개나 나온다.

  6회 '혜성 도서관' 에서는 철이와 메텔이 큰 서점에 들리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서점에서 '마츠모토 레이지 전집'(!) 을 발견한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20세기였던 1970년대에 은하철도 999의 원작 만화를 그렸는데, 자신의 작품이 23세기까지 사람들에게 읽히고 공감 받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

  16회 '반딧불의 거리' 에서는 가난과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만화가를 꿈꾸는 여자가 나온다.  여자는 가난 때문에 자신이 만든 콘티를 철이에게 팔려고 하는데, 철이는 콘티 가격을 지불하면서 콘티는 그대로 돌려준다.  여자는 철이가 콘티의 가치를 인정해서 산 게 아니라, 자신을 동정해서 거저 돈을 준 것 뿐이라고 생각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철이는 나중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콘티가 없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그 때까지 맡기는 것 뿐이니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후 돌려달라고 한다. (철아, 넌 역시 멋진 녀석이야...! ^^)  그리고 은하철도 999의 에피소드로는 드물게 후일담이 언급된다.  훗날 여자의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상영되었고, 그 애니메이션에는 그 작품을 철이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는 훈훈한 후일담이다.

  58회 '발자국 마을의 발자국' 은 16회 '반딧불의 거리' 와는 달리 슬픈 내용이다.  철이는 발자국 마을이란 곳에 묵으면서 밤마다 그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귀신을 만나 친구가 된다. (귀신과도 우정을 쌓는 다정한 철이... ^^;;)  그런데 알고 보니 귀신의 정체는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젊은 여자였다.  출판사에서 여자의 작품을 괜찮게 보고 출판하겠다고 해서 희망에 들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출판이 무산되어 버리자 그만 자살하고 만 것이다.  철이는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여자가 남긴 만화 원고를 다른 별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겠다고 결심한다.  만화업계를 잘 알지는 못 하지만, 만화가로 등단하는 게 쉽지도 않고, 또 등단한다고 해도 무명작가로 고생만 하다가 결국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 역시 무명시절을 겪었고 같은 업계 사람들의 상황도 잘 알았을 테니, 자신의 경험과 주위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환경문제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환경문제에 앞뒤 꽉꽉 막힌 정부의 태도까지 더해져 재앙이 되어버린 경우임.) 

  먼저 25회 '회색도시의 수호천사(강철천사)' 에 나오는 별은 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업단지다.  그런데 이 별의 경제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이 별 정부는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만 독려할 뿐 심각한 환경오염에는 털끝만큼도 신경을 안 쓴다.  일부 젊은 노동자들이 비밀조직을 만들어 테러에 가까운 활동까지 하며, 정부나 다른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려 한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과격한 행동을 위험하게 생각하기만 할 뿐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마츠모토 레이지가 어떤 생각으로 이 에피소드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이 에피소드를 보면 중국이 떠오른다. -.-;;  전우주에 공산품을 수출한다는 그 별과 전세계에 공산품을 수출하는 중국이 겹쳐진다.  그리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중국 뿐 아니라 우리 지구 전체가 이 에피소드의 별처럼 재앙을 겪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고...  

  그리고 70회 '꽃의 도시(상냥한 꽃의 도시)' 에 나오는 별은 외래종을 함부로 가져왔다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는다.  그 별의 환경은 원래 삭막했기 때문에, 오래 전에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다른 별에서 예쁜 꽃들을 가져다 심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꽃들은 무서운 독을 품고 있어서, 주민들은 꽃가루를 피하기 위해 지상이 아닌 지하에 벙커 같은 주택을 만들어 살아야 하고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지 얼마 안 되어 꽃가루 때문에 죽는다.  그런데 이 별의 정부도 바로 위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별의 정부만큼이나 벽창호 같아서, 악법도 법이라는 식으로 꽃을 없애면 사형이라는 옛날 법에만 매달리며 환경개선을 외면한다.  심지어 꽃들을 불태워버린 남자와 그 가족들이 사는 지하의 집 입구에 니켈을 부어 생매장시키려고까지 했으니, 정말이지 말 다 했다.  다행히 잘 해결되기는 했지만...



  - 커플지옥


  위에서 일부 커플에 대해 소개했지만, 은하철도 999에는 꽤 많은 커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현실에 있음직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한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다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곤 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방식' 이라는 말만 봐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난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수십 쌍의 커플 중 겨우 너덧 커플 빼고는 슬프거나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남자가 출세를 위해 헌신적인 여자를 버리거나, 거꾸로 여자가 화려한 삶을 위해 순정남을 버리는 것 정도는 기본이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더라도 사회적 계급 차이 또는 종족 차이로 맺어지지 못 하다가, 어느 한쪽 혹은 양쪽 모두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죽음의 원인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사고사든 간에...)  웬일로 커플이 헤어지지도 않고 어느 쪽도 죽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정처없이 떠돌아야 한다는 식으로 험난한 미래를 예약(!)하게 된다.


  그러니 은하철도 999 속 세계는 그야말로 커플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

  은하철도 999의 내용만 놓고 보면, 사랑이란 건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95%는 되는 위험천만한 감정이자 행동이며 인생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애초에 사랑 따위는 안 하는 게 현명하다고 볼 수도 있다.

  만화라고 하면 덮어놓고 저급하고 백해무익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처럼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때에, 은하철도 999가 또 다시 방영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만화라면 치를 떠는 그런 사람들이 '이 따위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니 요즘 사람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 것 아니냐!' 라며 입에 거품을 물지도 모른다. ^^;;




  ◎ TV판과 극장판 비교



  1. 극장판 1기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TV판과 극장판 1기는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이 같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 만화를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라 기본적인 줄거리는 동일하다.  즉, 엄마를 잃은 철이란 소년이 메텔이란 신비한 여자를 만나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여행하다가, 인간의 유한한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인간으로 남기로 결심하고, 기계제국을 멸망시킨 후에 메텔과 헤어짐으로써 소년시절을 벗어나 성인시절로 한 걸음 들어서게 된다... 는 큰 줄기는 같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TV판은 원작만화에 충실한 편인데 비해, 극장판 1기는 시간관계상 14권짜리 장편만화의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없어서 그런지 각색이 훨씬 많이 되었다.  그래서 분명히 형제자매 사이라 얼굴이 닮기는 했지만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기지는 않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관계가 되었다.


  일단, 극장판 1기에서는 주인공 철이가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으로 나온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극장판 1기를 처음 봤을 때는 충격을 받기까지 했다. ^^;;  처음에는 달라진 철이의 모습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몰입이 안 될 지경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청소년 모습을 한 철이도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철이가 청소년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철이와 메텔의 관계도 TV판과 많이 달라진다. 


  TV판에서는 '철이는 피보호자, 메텔은 보호자' 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TV판에서나 극장판에서나 메텔은 '엄마 + 보호자 + 정신적 멘토 + 첫사랑' 의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로 나온다.  하지만 TV판의 철이는 10살 밖에 안 된 아이라서, 메텔은 철이의 첫사랑으로서의 성격은 약한 편이고 엄마나 보호자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메텔은 온갖 위험한 상황에서 철이를 지키기 위해서 분투한다.  총을 쏘고, 채찍을 휘두르고, 반지에서 레이저 빔을 발사하고, 하늘로 솟구쳐 공중제비(!)를 돌고, 철이를 들어올려 자기 옆구리에 낀 채(-.-;;) 높은 성에서 뛰어내리는 등 그야말로 대활약을 펼친다.  심지어 철이가 맞을 뻔한 창을 대신 맞고 죽었다가 부활(!)한 적도 있다...! (비록 철이는 메텔이 적당히 둘러댄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메텔이 애초에 죽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

  TV판 후반부의 몇몇 에피소드에서 철이는 메텔을 좋아하는 마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 때마다 메텔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다정하고 흐뭇한 미소를 보인다.  마치 어린 아들에게서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 다음에 엄마랑 결혼할래.' 라는 소리를 들은 엄마처럼 말이다.


  그에 비해 극장판 1기에서는 철이가 청소년으로 나오다 보니, 철이와 메텔의 관계가 좀 더 대등해진다.

  물론 메텔은 여전히 철이를 보호하려 들지만 TV판에서만큼 다양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 하고, 오히려 철이 쪽에서 메텔을 지키려고 나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 극장판 1기 속의 메텔은 철이에게 정신적인 의지처란 느낌은 많이 들어도, TV판에서처럼 보호자란 느낌은 덜 든다.

  그리고 철이가 사랑을 고백했을 때 메텔이 보이는 반응도 TV판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메텔이 동등한 입장의 남자에게 뜻밖의 사랑 고백을 받았을 때 보일만한 수준의 반응을 내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TV판에서처럼 '엄마 미소'(!)를 짓는 식은 아니다.  최소한, 철이의 고백을 어린 아이의 귀여운 짓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은하철도 999팬들을 수십 년 동안이나 헷갈리게 만든 '메텔의 정체' 문제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TV판은 원작만화 그대로, 메텔이 기계제국을 다스리는 여왕 프로메슘의 딸이라는 것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수수께끼로 남겨둔다. 

  물론 TV판에서도 메텔의 실제 나이는 겉모습으로 추정되는 나이와 다를 것이라는 단서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소한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이나 수천 년을 살았을 지도 모르는 메텔이 어떻게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에 비해 극장판 1기의 설정에 의하면, 메텔의 몸은 철이 엄마의 몸을 복제한 클론이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 늙게 되면 그 몸을 버리고 새로 복제한 몸을 받아, 긴 세월 동안 젊은 모습을 지닌 채 여행을 했다고 나온다.  다만 이 설정에는 문제가 좀 있는데, 메텔을 클론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기계라고도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과학계에서 인간의 클론도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다.  하지만 도덕적인 판단은 둘째치고 적어도 생물학적으로만 본다면 인간의 클론도 분명히 인간이다.  그저 태어나게 되는 과정이 우리 보통 인간들과 다를 뿐이다.  그런데 메텔은 기계이면서 클론이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게다가 메텔의 몸이 철이 엄마의 몸을 복제한 것이라는 이 설정은 2000년대 들어 깨져버린다.  메텔의 과거를 다룬 은하철도 999의 외전 '메텔 레전드' 와 '우주교향시 메텔' 를 보면 메텔은 10대 시절부터 원래 그 얼굴, 그 모습이었다. (수시로 뒤집히는 은하철도 999의 설정들... -.-;;)


  끝으로, 철이와 메텔의 이별 방식이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TV판의 메텔은 사실상 철이를 강제로(!) 떼어놓다시피 하며 떠난다.

  기계제국이 멸망한 후 철이는 당연히 메텔과 함께 다시 999호를 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메텔은 그런 철이에게 입맞춤을 한 후 자신은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 먼저 999호에 타라고 말한다.  철이는 999호가 떠날 때에야 메텔이 남긴 작별의 편지를 읽게 된다.  그리고 999호와 나란히 출발하는 다른 기차에 탄 메텔을 보며 울부짖는다.

  아마도 TV판의 철이가 어리기 때문에 메텔 입장에서는 차마 자기 입으로 작별을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린 철이에게 이제부터는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할 자신도 없었을 테고, 철이가 울며 매달릴 경우 떨쳐낼 자신도 없었을 것이다.  눈물 고인 눈으로 차창을 통해 철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메텔은, 어쩌면 엄마가 어린 자식을 버리고 떠날 때 가질 법한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장판 1기에서는 메텔과 철이가 제대로 작별인사를 나눈다.

  극장판 1기의 철이는 이별의 아픔을 감수할 수 있을만한 나이다.  그래서 메텔은 슬퍼하면서도 담담한 태도로 철이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TV판의 입맞춤이 마치 엄마가 어린 아들에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극장판 1기의 입맞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비록 연인에게 하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상대방을 어린 아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한 명의 남자로 인정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TV판의 이별보다 극장판 1기의 이별이 더 기억에 남는다.  떠나가는 999호를 슬프게 바라보던 철이가 두 번 다시 못 만나게 될 소중한 이를 한 순간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어느 순간 격정적으로 메텔의 이름을 부르며 999호를 따라 달리던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메텔을 안심시키고, 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외로운 여행을 계속 할 메텔을 축복하는 뜻에서, 슬픔을 누르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메텔의 이름을 부르던 철이...  그러다가 999호가 안 보이게 될 때에야 비로소 눈물을 흘리며 999호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던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극장판 1기의 이별 장면은 지금까지 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이별 장면을 통틀어 최고의 장면이었다. 



  2. 극장판 2기 '은하철도 999 - 안드로메다 종착역'


  극장판 2기는 원작만화와 아예 상관이 없다...!

  당연히, 원작만화에 충실한 편인 TV판과도 거의 상관이 없다.  다만 원작만화를 상당히 많이 각색한 극장판 1기와는 이어진다.

  극장판 2기가 TV판이 종영하고 얼마 안 되어 개봉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는 은하철도 999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원작만화와 상관없이 만든 스토리가 아닐까...  덧붙이자면, 은하철도 999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더 극장판을 만들어 돈을 벌어보자는 의도도 있었을 테고... ^^;;


  그러니 레이지버스를 이야기 할 때는 극장판 2기는 열외로 두는 게 맞을 듯하다.

  물론 레이지버스에 들어가는 다른 작품들 사이에서도 온갖 설정충돌이 존재한다. (심지어 한 작품 내에서도 설정충돌이 나올 정도니... -.-;;)  하지만 극장판 2기는 애초에 원작만화와 별도로 만든 작품이라 뜬금없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그러니 극장판 2기라도 빼놓아야 그나마 레이지버스가 덜 복잡해진다. ^^;;


  극장판 2기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설정이 철이 아빠에 관한 것이다.

  철이 아빠는 TV판에서는 평범한 포크레인 기사였는데, 999호 탑승권을 사려고 무리해서 일하다가 사망한 걸로 나온다.  그런데 극장판 2기에서는 '파우스트' 란 이름으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기계제국 여왕 프로메슘의 측근인 거물급 인사로 나온다...! 

  파우스트는 기계제국에 대항하는 아들 철이와 결투를 하다가 최후를 맞는다.  부자가 서로 적대적인 편에 서서 대결한다는 점도 그렇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계갑옷으로 무장한 파우스트의 모습을 봐도 그렇고, 철이-파우스트 부자는 영화 '스타워즈' 에 나오는 루크 스카이워커 - 다스 베이더 부자와 무척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극장판 2기는 레이지버스의 체계를 생각하면 안 봐도 그만인 작품이다.

  아니, 오히려 극장판 2기를 보면 가뜩이나 모순투성이인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이 더욱 비틀어진다.  그러니 세상 무너져도 앞뒤 안 맞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못 본다 하는 사람은 차라리 안 보는 게 낫다. 


  하지만 그런 극장판 2기에서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중반부에서 철이와 메텔이 재회하는 장면과 후반부에서 또 다시 이별하게 되는 장면이다.  두 장면 모두 연출이며 음악이며 버릴 게 없는 명장면이다.  특히 재회 장면에서 메텔이 999호에서 뿜어져나오는 증기로 자욱한 역의 플랫폼 위를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다가 멈춰서 증기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철이를 바라보던 장면은 최고다.

  극장판 1기와 2기가 은하철도 999의 원래 스토리에서 너무 벗어나 설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이 제작되고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감동적인 두 작품의 이별 장면과 재회 장면만으로 모든 게 덮어지고 용서된다. ^^ 



  3. 극장판 3기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극장판 3기는 TV판이 처음 나오고 무려 20년(!)이나 지난 1998년에 나왔다.  


  그러다 보니 1980년을 전후해서 나온 TV판, 극장판 1기, 극장판 2기와 비교하면 여러가지로 큰 변화를 볼 수 있다. 

  일단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제작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 관련 작품들만 제작연대 순서대로 보더라도, 시대에 따른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의 발전상을 대강은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그림체도 많이 변했다.  철이와 차장은 워낙 단순하게(!) 생긴 캐릭터라 그런지, 그림체의 변화에도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메텔은 그 전 작품들에 비해 꽤나 이질적이다.

  또한 훨씬 박진감 넘치고 세련된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999호 안에 있는 철이와 999호 지붕 위의 메타노이드 여전사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나, 메텔  뒤편에  메타노이드 여전사가 숨어있다는 걸 눈치챈 철이가 몸을 돌릴 때 철이의 눈동자에 메텔의 놀란 모습이 비치다가 그대로 실제 메텔이 서있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겨우 2, 3초 동안의 일이라 자연스럽게 재생할 때는 알아보기 힘들어서 스페이스바를 연달아 눌러가며 재생과 정치를 반복하며 봐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 

  마지막으로 OST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서 색다른 느낌이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음악 대부분은 서정적인 느낌의 곡이고, TV판 주제곡이나 극장판 1기 주제곡 정도가 밝고 빠른 곡이었다.  그런데 극장판 3기의 주제곡 'Brave Love - Galaxy Express 999' 는 비트가 강한 록음악이다.  처음에는 은하철도 999의 다른 음악들과 너무 달라 적응이 안 됐는데, 자꾸 듣다 보니 이쪽도 꽤 괜찮아서 중독되어 버렸다. ^^


  그런데 극장판 3기는 그 전에 나온 은하철도 999 작품들과 스토리상의 접점이 별로 없다. 


  극장판 3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극장판 3기는 철이가 메텔과 헤어지고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홀로 지구로 돌아간 철이는 지구 정부에게 위험인물로 찍혀서 햇볕도 구경할 수 없는 지하에 유폐된 채 학대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999호를 타고 온 메텔에게 구출되어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은하철도 999의 원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기계인간 이야기는 더 이상 안 나온다.  대신 메타노이드라는 무기체 생물이 등장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 생물을 없애려 든다. (그런데 생물은 원래 전부 유기체 아니던가...  무기체도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  그래서 철이는 고향별 지구를 포함한 모든 생물이 사는 별을 구하기 위해 메텔과 함께 '이터널 은하' 란 곳으로 떠나게 된다.


  이런 스토리다 보니 원래의 은하철도 999 이야기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느낌이다.

  일단, 극장판 1기 및 2기와는 아예 상관이 없다시피 하다. 대신, 철이 캐릭터가 TV판처럼 어린이의 모습으로 나오는 등 TV판의 후속편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작만화와 직접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극장판 3기에서는, 999호가 명왕성의 얼음 공동묘지 위를 날아갈 때 메텔이 999호의 객차 밖에 홀로 서서 눈물 지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메텔이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 과거란 TV판이 아닌 원작만화 속의 한 장면이다.  프로메슘이 몸 없이 거대한 머리만 공중에 둥실 떠있고, 마치 야누스처럼 프로메슘의 머리 뒤편에 메텔의 얼굴이 붙어 있는 장면이다.  즉, 머리 앞쪽은 어머니 프로메슘이고 머리 뒤쪽은 딸 메텔이다.  TV판이나 극장판 1기에서는 프로메슘이 팔다리 멀쩡히 붙어있는 인간형으로 나오고 메텔이 프로메슘과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 나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만화 속 이 장면은 무척 기괴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TV판에서도, 극장판 1기 및 2기에서도 없었던 그 장면이, 뜻밖에도 극장판 3기 중 메텔의 회상씬으로 나온 것이다.


  극장판 3기의 가장 큰 약점은 이 작품이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 


  위에 쓴 짤막한 줄거리가 전부다.

  지구가 멸망했다는 비보를 접한 후 지구를 다시 살려낼 희망을 품고 이터널 은하로 떠나기로 한 것으로 끝이다.  하긴, 어떻게 생각하면 미완성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극장판 3기의 원작 만화(1970년대 원작 만화의 후속편 격으로 1996년부터 새로 연재한 만화)의 연재가 중단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TV판, 극장판 1기, 극장판 2기는 각각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지만, 극장판 3기는 새로운 모험의 서론에 해당하는 이야기만 보여주다가 끝난다.


  그리고 모두 지구인(!)인 은하철도 999 팬들로서는 당황스러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위에 슬쩍 언급했지만, 지구가 멸망해버린다...!  극장판 3기 끝부분에서 태양이 초신성이 되어 폭발하면서 태양계 전체가 멸망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태양계에 속한 우리 지구도 당연히 사라질 수 밖에...  (아이고~~  어떡하나...  우리 지구가 없어졌다네... ㅠ.ㅠ)

  다행히 언젠가 철이가 빛과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어 지구 및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복선을 깔아놓기는 했고(아마 시간을 지구 멸망 이전으로 되돌리는 식이 아닐까?), 철이가 고향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이터널 은하' 란 곳으로 새로운 여행을 하는 것으로 나오니, 희망은 살아있는 셈이다.  


  어쨌거나 원작만화의 연재가 중단되면서 그 후의 이야기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극장판 2기처럼 원작만화와는 상관없는 별개의 스토리로라도 후일담을 만들 법도 한데, 극장판 3기가 나오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다.  그리고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가 내년이면 80세라는 점을 생각하면, 극장판 3기의 뒷이야기는 영영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ㅠ.ㅠ


  다만, 은하철도 999 극장판 3기와 연결이 되는 별도의 작품이 있다.

  은하철도 999의 스핀오프로 나온 '은하철도 이야기' 란 작품이 있는데, 그 중에 특별판 비슷하게 나온 '잊혀진 시간의 혹성' 이라는 4회짜리 OVA가 있다.  '잊혀진 시간의 혹성' 에서는 은하철도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들이 함께 나온다. 

  그런데 철이가 메텔에게 '나 혼자 이터널 은하에 도착하더라도...' 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잊혀진 시간의 혹성' 속 철이와 메텔이 이터널 은하로 여행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 3기 속 상황에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 '잊혀진 시간의 혹성' 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담으로, '잊혀진 시간의 혹성' 은 은하철도 999 극장판 3기와 연결이 되는데도, 철이의 캐릭터는 극장판 3기의 어린이 모습이 아니라 극장판 1기 및 2기의 청소년 모습으로 나온다.  극장판 3기의 시점에서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철이가 성장한 모양이다. (혹은 은하철도 999 세계관에서 너무 당연하게 튀어나오는 설정충돌 중 하나인지도 모르고... ^^;;)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하다.

  극장판 3기가 은하철도 999 전체의 체계를 흐트러뜨리는 괴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쨌거나 철이와 메텔을 다시 보니 좋았다.  마츠모토 할아버지가 좀 뻔뻔스러울 정도로 앞뒤 안 맞는 새로운 설정을 덧붙여가며 레이지버스를 확장시키는 데에는, 아마 나 같은 팬들이 많다는 걸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머리로는 '이거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와~~  은하철도 999 관련 작품이 또 나왔네!  철이와 메텔을 또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마냥 기뻐하는 팬들의 마음을 바탕으로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




  ◎ 기타



   왜 서명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999호 승차권


  999호 승차권에는 승차권 소유자가 서명을 하게 되어 있다.

  어떤 표에 서명을 한다는 건, 서명자 외에는 그 표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인지 은하철도의 규칙으로는 어떤 사람이 남의 승차권을 훔쳐서 탑승하더라도 상관없다. -.-;;

  그래서 철이의 승차권을 훔친 사람이 태연히 999호에 탑승하거나, 차장은 그 승차권이 철이의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전혀 제지하지 못 하는 황당한 일이 몇 번이나 생긴다.  그냥 승차권을 습득한(혹은 훔친) 사람이 임자라면, 도대체 무엇하러 승차권에 서명을 하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

 

  - 은하철도에서 승객에게 지급하는 금화

 

  이 애니메이션이 1970년대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999호의 객차 설비는 결코 고급스럽거나 쾌적한 편이 아니다.

  승차권이 어마어마한 가격이라면서  객차 시설은 겨우 그 정도라니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대신 승객에게 제공하는 아주 괜찮은 서비스가 있다.  각 역에 정차할 때마다 은하철도 관리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금화다.  철이 머리 반만한 크기의 주머니에 금화를 한가득 주기 때문에, 철이와 메텔은 돈 걱정은 안 하고 여행을 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TV판) 2 - 철이(호시노 테츠로) 上(http://blog.daum.net/jha7791/15791394)

은하철도 999(TV판) 3 - 철이(호시노 테츠로)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1411)

은하철도 999(TV판) 4 - 메텔 上(http://blog.daum.net/jha7791/15791396)

은하철도 999(TV판) 5 - 메텔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1412)

은하철도 999(TV판) 6 - 차장(http://blog.daum.net/jha7791/15791393)

캡틴 하록(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Harlock : Space Pirate) / 은하철도 999(銀河鐵道999)(http://blog.daum.net/jha7791/15791042)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http://blog.daum.net/jha7791/15791386)
은하철도 999 TV판 엔딩곡 青い地球(푸른 지구)(http://blog.daum.net/jha7791/15791395)

롯데리아 은하철도 999 피규어 뒤늦게 득템...!(http://blog.daum.net/jha7791/15791466)

코스모 워리어 제로(Cosmo Warrior Zero) 오프닝곡 - 時代(http://blog.daum.net/jha7791/15791473)

은하철도999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http://blog.daum.net/jha7791/15791506)

은하철도 999 실사 라이브 드라마(http://blog.daum.net/jha7791/1579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