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점 등

'4월 도깨비책방' 과 '은하철도 999' 가 만났을 때

Lesley 2017. 5. 25. 00:01


  4월에 열린 도깨비책방 이벤트에 참가해서 책을 한 권 받았다.

  이 이벤트는 지난 2월에 어려운 출판계를 돕자는 취지로 열렸던 도깨비책방 이벤트의 후속 행사다.  ☞ 도깨비책방 - 책 무료로 받아가세요...!(http://blog.daum.net/jha7791/15791369)  2월에 한 차례 하는 것으로 끝일 줄 알았는데, 그 때 이벤트에 참가하느라 회원등록을 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4월에도 이벤트를 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이번에 고른 책은 일반인을 위한 쉬운 천문학 책이다.

  처음에는 지난 번에 신청하려다가 일찍 마감되어 신청 못 했던 책 중에서 고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적수가 나타났다.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토픽' 이란 재미있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때문이다...! ^^   3월에 다녀온 은하철도 999 관련 전시회의 여파가 생각보다 훨씬 세다.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http://blog.daum.net/jha7791/15791386)  정작 전시회 자체는 기대치에 좀 못 미친다는 기분으로 관람했는데, 그 후유증(?)은 왜 이리 심하단 말인가...!  나를 113회짜리 은하철도 999에 퐁당 빠지게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독서 쪽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정말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2월 도깨비책방 이벤트 때와는 달리

책 표지에 도깨비책방 이벤트용 책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놓았음.



  그리고 위의 책이 배송되는 걸 기다리다가 다른 대중 천문학서를 구했다.

  이름하여 '썸타는 천문대' 다.  제목만 보면 유치찬란(!)한 느낌이 뚝뚝 묻어나서 절대로 사고 싶지 않은데, 결국 사게 된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이번에도 은하철도 999 때문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은하철도 999로 귀결됩니다~~ ^^;;)  이 책의 저자 소개 및 머릿글에 의하면, 저자가 천문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어린 시절에 본 은하철도 999 때문이라고 한다.  그거 하나로 충분했다.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한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장 구입했다. 



은하철도 999를 좋아하는 저자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눈에 콕 박힌 책.



그래, '썸타는 천문대' 저자의 심정을

나도 알 것 같아...

(샘솟는 동지애...! ^^)



  지금까지 내가 구입한 천문학 관련 책은 전부 3권이다.

  그 3권 중 2권이 이번에 산 책들, 즉 위에 소개한 것들이다.  그러니 이번에 저 책들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 천문학 관련 책은 달랑 1권 밖에 없었을 것이다.  2017년 5월 중순까지 내 인생의 유일한 천문학 책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책이 바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다.  대학 첫 학기에 천문학 관련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시간의 역사' 를 읽고 레포트를 제출하라고 해서 샀다.

  그런데 '시간의 역사' 는 나한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당신' 이었다. ㅠ.ㅠ  앞의 4분의 1 정도만 겨우 읽고서, 그나마 읽은 부분도 도대체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 한 상태로 레포트를 대충 써냈다.  그래도 강사 선생님이 내가 대학 새내기라는 점을 고려해 주셨는지, 아니면 다른 학생들이 쓴 레포트 수준도 다 거기서 거기였는지, 중간 정도의 학점은 받았다. (시험 대체 레포트를 그 따위로 쓰고도 F학점을 면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  나중에야 알았지만, '시간의 역사' 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후로 가장 많이 팔린 대중 천문학서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대중 천문학서로는 수준이 높아서 많은 이들이 읽다가 포기하는 책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오, 다행이다.  나 혼자만 읽다가 포기한 게 아니라서... ^^;;)


  이왕 옛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본격적으로 삼천포로 빠지자면...

  '시간의 역사' 를 구입한 것은 위에 쓴대로 '천문학 입문' 인지 '천문학 개론' 인지 하여튼 천문학 관련 교양과목을 수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문과 체질인 내가 뜬금없이 천문학 수업을 신청했던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그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보니 마지막 주의 수업 주제가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였기 때문이다...! -.-;;

  대학 첫 학기라서 대학 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강의계획서 마지막 부분에 나온 수업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몰랐다.  그저 외계인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그 수업을 신청했건만, 한 학기 내내 외계인 이야기는 못 듣고 무슨 케플러의 법칙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것들만 배웠다.  아, 강사 선생님이 이런저런 어렵고 지루한 것들을 설명하실 때, 그 설명이 한국어는 고사하고 영어나 중국어 같은 다른 지구상의 언어로도 안 들리고 무슨 외계어처럼 들리는 신비체험을 하기는 했다. (외계인에 대해 알고 싶어서 수강했다가 외계어만 들었던 수업이라니... ㅠ.ㅠ)

  그래도 그 수업을 통해서 아주 큰 교훈을 하나 얻었다.  그건 두 번 다시 과학 관련 과목을 수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수업이 지금까지 내 인생의 마지막 과학 수업으로 남아 있다. -.-;; 


  어쨌거나 그 악몽(!)의 천문학 수업 이후 처음으로 구입한 천문학 관련 서적들을 훑어 보니...

  두 권 모두 글씨 크기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으로 큼직하고, 행간도 널찍한데다가, 쉬운 문체로 썼고, 멋진 우주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시간의 역사' 처럼 읽다가 포기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하긴, 책 제목이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토픽' 이고 '썸타는 천문대' 다.  그런데 안 돌아가는 두뇌를 억지로 돌려가며 읽어야 할 정도로 어렵다면, 그건 '독자 기만죄'(!)라고 할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에 무더위로 짜증날 때 잠자리에서 뒹굴거리며 틈틈이 읽어야겠다.  별이 가득한 신비로운 밤하늘 사진이 많이 실린 책들을 보면 무더위가 조금은 덜 느껴지지 않을까... ^^



  뱀발


  1. 대학 때 앞부분만 보다가 포기한 '시간의 역사' 는 아직도 내 책장 구석에 얌전히 앉아 있다.  이번에 구한 책들을 다 읽으면 '시간의 역사' 에 재도전해서 완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시간의 역사' 는 앞으로도 넘사벽(!)으로 남게 될까...


  2. '은하철도 999' 가 1970년대 후반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이 작품 세계관 속에서는 명왕성이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것으로 나온다.  가상세계에서라도 아직 태양계의 행성으로 나온다는 게, 태양계 행성 자리에서 쫓겨난(!) 명왕성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혹은 오히려 겨우 잊혀져가던 분노와 상실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까... ^^;;) 



도깨비책방 - 책 무료로 받아가세요...!(http://blog.daum.net/jha7791/15791369)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http://blog.daum.net/jha7791/15791386)

주저리주저리 - 썸타는 천문대 / 라면과 구공탄 / 거북목과 경침(http://blog.daum.net/jha7791/1579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