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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TV판) 4 - 메텔 上

Lesley 2017. 7. 9. 00:01




  지난 번에 '은하철도 999' 의 남주인공을 소개한데 이어 이번에는 여주인공을 소개하겠다.

  은하철도 999(TV판) 2 - 철이(호시노 테츠로)(http://blog.daum.net/jha7791/15791394)




  ◎ 프로필


  '메텔'  은 철이의 인생에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의 여자다.

  기계백작에게 엄마를 잃고 추위와 피로에 쓰러져 죽을 뻔했던 철이를 구해준 것만으로도 모자라, 어지간한 부자도 살 엄두를 못 내는 999호의 승차권(그것도 무기한 사용할 수 있는 승차권임!)을 그냥 주기까지 한다.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의 긴 여행 동안 메텔 덕분에 철이가 목숨을 구한 게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갖추고 있고, 우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척 봐도 보통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메텔의 정체가 무엇인지, 철이는 전혀 알지 못 한다.  하지만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은 상태에서 구세주처럼 만난 사람이기도 하고, 또 자신을 워낙 헌신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기도 해서, 메텔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 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믿고 의지한다.


  마지막에야 드러나는 메텔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기계제국의 여왕 프로메슘의 딸이다...!

  기계제국의 여왕 프로메슘은 우주 전체를 기계화하기 위해 용감하고 의지가 굳은 소년들을 기계제국의 첨병으로 쓸 생각을 했다.  그래서 딸 메텔에게 우주 여기저기에서 적당한 소년들을 데려오게 했다.  메텔은 기계몸을 공짜로 주는 별로 데려다주겠다는 말로 많은 소년들을 유혹(!)해서, 한 명씩 기계제국의 중심지이자 어머니의 이름을 딴 별인 프로메슘 행성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겉으로는 어머니에게 순종하는 것 같던 메텔이, 사실은 아버지와 몰래 기계제국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메텔은 어머니의 뜻대로 소년들을 모아오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는데 도움이 될 특별한 소년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년이 쉽게 찾아질 리 없으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소년들이 메텔에게 이끌려 프로메슘의 전사가 되고나서야 드디어 그 특별한 소년을 찾게 되었다.  그 소년이 바로 철이다.  그리고 철이는 메텔과 메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두 사람을 도와 프로메슘과 프로메슘 행성을 없애는 데 한몫을 해낸다.


  다만, 위의 이야기는 TV판의 내용이고, 원작만화나 극장판에서는 다른 설정이 나온다.

  원작만화나 극장판에서는 프로메슘이 소년들을 모은 이유가 '기계제국의 전사' 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계제국의 부품(!)' 으로 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원작만화 속 철이는 자신이 부품(다른 부품도 아니고 겨우 나사... ㅠ.ㅠ)이 되는 걸 거부하면 메텔이 죽게 된다는 프로메슘의 협박에, 부품이 되는 걸 받아들였다가 어찌어찌 하여 부품이 안 되고 메텔과 함께 기계제국을 무너뜨린다.  극장판의 철이는 메텔에게 배신감을 토로하며 강제로 부품이 될 뻔했다가, 진심을 드러낸 메텔과 기계제국을 무너뜨리게 된다.


  은하철도 999 TV판에서 철이의 나이는 10살이라고 확실히 나오지만, 메텔의 나이는 전혀 알 수 없다.

  겉모습만 봐서는 20대 중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하철도 999의 여러 에피소드에서는 메텔이 매우 오랫동안 여행을 했다는 암시가 나온다.  메텔이 여행한 기간은 최소한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메텔의 나이도 그만큼 많아진다.

  실제로는 고령(!)인 메텔이 어떻게 젊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이다.  극장판 1기에서는 메텔이 클론 겸 기계인간이라는 좀 황당한 설정이라도 나오는데, TV판이나작만화에서는 아예 아무런 설명도 없다.  그리고 70년대 원작만화의 뒤를 이어 90년대에 새로 연재하던 만화가 중단되어 버린 이상, 메텔의 방부제(!) 미모에 대한 비밀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극장판 1기에서 원작만화에도 없는 '클론 겸 기계인간' 이라는 설정을 내놓은 것은, 한정된 상영시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란 게 길어야 2시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계인간이 되는 걸 꿈꾸었던 소년이 인간의 유한한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오히려 기계제국을 멸망시킨다' 는 내용에만 집중했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메텔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팬들의 호기심도 풀어줄 겸, 메텔이란 인물을 좀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TV판에서는 기계인간 문제 말고도 다양한 내용이 나오며, 특히 '소년의 성장' 이라는 부분에 좀 더 비중을 둔다.  그래서 일부러 시청자들에게 메텔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여, 메텔을 더욱 신비롭고 환상적인 인물로 느끼게 만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TV판에서 메텔의 '청춘의 환영' 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외모


  은하철도 999 팬들 사이에서 '메텔 = 우주 최고의 미인' 란 공식은 절대적(!)이다. 

  은하철도 999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은하철도 999의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메텔은 대단한 미인으로 각인되어 있다.  은하철도 999가 우리나라에 방영되던 시기에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녔던 한국 남자들 중에서는, 메텔을 첫사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은하철도 999 TV판을 보면 메텔의 얼굴이 변화무쌍(!)하다.

  놀랍게도 메텔이 항상 미인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특히 초반부에서는 미인으로 나오는 건 고사하고 가끔씩 얼굴이 뭉개져 나오기까지 한다...! ㅠ.ㅠ

  TV판 제작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건 모르지만, 아마도 초창기에는 제작과정이 순조롭지 못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제작비 때문이든, 애니메이터들의 실력 때문이든, 제작진 내부의 의견 충돌 때문이든 간에...)  철이의 얼굴도 초반부에서 변화를 겪기는 하지만, 철이는 워낙 단순하게(!) 생긴 캐릭터라 이질감이 심하지 않다.  하지만 메텔은 여러 차례 변하다가 10회 가까이 진행되고나서야 겨우 틀이 잡힌다.  하지만 그 얼굴도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또 대대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초반부형 얼굴이든 후반부형 얼굴이든 회차마다 또 미묘하게 달라진다. (메텔이 긴 여행에 지루해진 나머지 성형수술을 여러 번 받은 듯... ^^;;)



(위 왼쪽) 1회 '출발의 발라드' 속 모습.

(위 오른쪽) 2회 '화성의 붉은 바람' 속 모습.

(아래 왼쪽) 5회 '방황하는 별의 쉐도우' 속 모습.

(아래 오른쪽) 8회 '중력 밑바닥의 무덤(후편)' 속 모습.

이 얼굴들이 어떻게 동일인물의 얼굴이란 말입니까...!!! ㅠ.ㅠ



어려 보이는 초.중반부 모습.

성숙해 보이는 후반부 때 모습.

(얼굴 모양만 달라진 게 아니라

피부색과 머리색까지 다름.)



  그리고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여자 상당수는 메텔과 판박이이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 속 여자들은 원래 붕어빵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여자들을 다양하게 그리기 귀찮아서 캐릭터를 재활용했나? -.-;;)  메텔과 너무 닮아서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 여자들이 가끔씩 등장하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좀 묘한 느낌이 든다.


  특히, 다른 여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철이의 엄마가 메텔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은, 시청자들 사이에 음모론(?)까지 불러일으켰다.

  즉, 메텔과 철이 엄마가 혹시 동일인물인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왔다.  극장판 1기 제작진이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착안한 건지 어떤 건지, 극장판 1기에서는 메텔의 몸이 사실은 철이 엄마의 클론이라는 설정이 나온다.

  물론 클론설은 어디까지나 극장판 1기 및 2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원작만화나 TV판을 보면 메텔과 철이 엄마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더구나 2000년대 들어 새로 나온 은하철도 999의 외전인 '메텔 레전드' 나 '우주교향시 메텔' 을 보면 메텔은 10대 시절부터 원래 그렇게 생긴 얼굴이었다. (가엾게도 붕 떠버린 극장판... -.-;;)



(위 왼쪽) 메텔.

(위 오른쪽)철이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철이의 엄마. (진짜 메텔 판박이!)

(아래 왼쪽) 85회 '사랑의 환상 행성' 에 나오는 펠라스.

(아래 오른쪽) 93회 '곤충 행성의 케이코(곤충의 별)' 에 나오는 케이코(케이).



  철이 엄마 말고도 94회 '곤충 행성의 케이코(곤충의 별)' 에 나오는 케이코(케이) 역시 메텔과 쌍둥이처럼 똑같다.

  이쪽은 여고생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아무리 봐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가서 여고생 시절의 메텔을 잡아온 것만 같다.  메텔에게서 검은색 코트를 벗겨내고 세일러 교복을 입히면 바로 케이코로 변신(!)할 수 있다...! 

  철이와 케이코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철이가 전혀 놀라지 않는 게, 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리어 놀라울 지경이다.  눈앞에 메텔과 붕어빵처럼 똑같은 여자가 나타났는데 어째서 전혀 놀라지 않는단 말이냐...! (철이는 둔탱이... -.-;;)




  ◎ 패션


  메텔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색 코트와 모자다.

  '닥터 지바고' 같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여자들이 입고 나오는 코트 및 모자와 흡사하다.  검은색 코트 속에는 역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고, 999호가 정차해서 호텔이나 여관에서 숙박할 때 입는 옷 역시 검은색 홈드레스다.  한 마디로 올블랙이다. (메텔은 블랙 매니아? ^^)



(왼쪽) 메텔 하면 절로 떠오르는 검은색 코트.

(가운데) 코트 안에 입는 검은색 원피스.

(오른쪽) 숙소에서 편히 입는 검은색 홈드레스.



  그런데 보기에는 마냥 우아하기만 한 메텔의 옷차림이 사실은 슬픔과 죄책감의 상징이다.

  80회 '시간성의 해적(중편)' 에서 메텔과 가짜 하록이 주고받는 이야기, 최종회인 113회 '청춘의 환영, 안녕 999호' 에서 메텔이 어머니 프로메슘에게 하는 말을 들어 보면, 메텔은 자신의 손에 이끌려 기계제국으로 가서 희생되었던 젊은이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그런 옷을 입는다고 한다.  즉, 메텔의 검은색 코트와 모자는 상복이다.

  다만, 메텔의 소녀 시절을 다룬 은하철도 999의 외전 '메텔 레전드' 에서는 다른 설정이 나온다.  메텔의 어머니 프로메슘이 999호를 타고 탈출하는 메텔에게 검은색 코트와 모자를 준 것으로 나온다.  프로메슘은 자신이 곧 완전한 기계로 변할 것을 알고,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나 두 딸의 어머니로서나 죽었다는 의미에서 메텔에게 상복인 검은색 코트를 준 것이다. (레이지버스에서는 이 정도 설정충돌은 평범한 일이라 할 수 있음. ^^;;) 


  그런데 메텔은 가끔씩 코트 속에 다른 겉옷 없이 속옷만 입는 경우가 있다...!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려는 의도로 그렇게 한 것 같은데, 보기에 따라서는 꽤 웃긴 장면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누군가가 겉옷은 안 입고 속옷 위에 바로 코트를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겠는가...

  73회 '대 암흑성운 아프리카(후편)' 에서는 차장이 이상한 종족에게 붙들려서 생체실험 대상이 되는 통에 옷을 몽땅 벗게 된다.  게다가 그 상태로 온통 눈밭인 밖으로 끌려나가게 된다.  옷을 벗은 상태로 나가면 무척 추울테고, 또 차장이 투명한 자기 몸을 남들에게 보이는 데 무척 민감하기도 하다.  그래서 메텔이 차장을 배려하는 뜻에서 자기 코트와 모자를 빌려주는데, 이 장면에서 코트를 벗자 곧장 속옷이 나온다. (평소에 코트 속에 받쳐입던 원피스는 빨아 널기라도 한 것이오?  -.-;;)



살신성인의 자세로 차장에게 코트를 주고

시원한(!) 차림으로 눈밭을 걷는 메텔.

(메텔의 코트와 모자를 착용한

 차장의 땅딸막한 모습이 귀여움. ^^)



  메텔은 은하철도 999 팬들에게 신비주의(?)로도 유명하지만 잦은 노출씬(!)으로도 유명하다.

  잊을만하면 목욕씬이 튀어나오곤 하는데 여기에 굳이 목욕씬을 올릴 생각은 없고(^^;;), 대신 수영복을 입고 나오는 회차 두 개를 짤막하게 소개하겠다.  수영복씬도 정말 수영을 하는 상황에서 입고 나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텐데, 아무래도 남성 시청자들을 노리고 나온 듯 뜬금없이 튀어나온다.


  먼저 21회 '죽은 잎들의 무덤(마른 잎들의 무덤)' 에서 메텔은 분홍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하늘에서 수영을 한다.  

  이 회차에 나오는 별은 중력이 낮아서 하늘로 뛰어올라 수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키니 하의에는 총까지 꽂아서 보기에 따라서는 꽤 야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별 이야기와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이야기가 한 회차로 묶여서 나온다.  그렇잖아도 한 회차 당 방영시간이 20여 분 밖에 안 되어서 한 가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빠듯한데, 아무 상관없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굳이 한 회차에 묶은데다가 메텔의 수영복씬이 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메텔에게 분홍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히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에서 억지로 만든 스토리인 듯하다. ^^;;


  그런가 하면 31회 '노발대발 별(화내는 별)' 에서는 한 술 더 뜬다.

  여기에서는 검은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앞을 여미지 않은 가운을 걸치고 나온다.  이 회차에서 메텔이 수영복을 입은 것은 수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위 탓에 시원한 차림을 하기 위해서이다.  노발대발 별이란 곳이 워낙 더워서 999호가 그 별에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더울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철이와 메텔이 노발대발 별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을 보면,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장면이 몇 번이나 나오는 등 영락없는 가을 분위기다. -.-;;  그리고 그 별 주민들도 가을 날씨에 걸맞는 옷차림새를 하고 있다.  심지어 999호 안에서는 더워서 참을 수 없다며 옷을 벗어부쳤던 철이마저, 정작 그 별에 도착해서는 평소처럼 모자와 망토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닌다.

  그런데도 메텔 혼자만 한여름 만난 듯 검은색 비키니 수영복에 가운 하나 걸치고서 거리를 활보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별 주민 중 누구도 메텔의 그런 옷차림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0-;; 



(왼쪽) 분홍색 수영복. (수영복을 입을 때조차 검은색 부츠는 안 벗는 메텔... ^^)

(오른쪽) 검은색 수영복. (그런데 이쪽은 평소 입는 검은색 속옷과 차이가 없는... ^^;;)




  ◎ 성격


  메텔의 성격은 다소 극단적이고 모순적이다.


  기본적인 성격은 철이처럼 선량하고 다정하다.

  특히 철이에게는 모성애 강한 엄마 수준으로 유독 부드럽고 헌신적이다.  철이가 원래 좀 제멋대로인 구석도 있고 정의감이 지나친 데다가 다혈질이기도 해서 사고를 자주 일으키지만, 긴 여행 동안 그런 철이에게 화를 낸 적은 겨우 두세 번 밖에 안 된다.  놀라운 수준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철이가 일으킨 사건을 수습하는가 하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가며 철이를 구해주곤 한다.  또한 999호 차장이나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도, 보통은 친절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가끔은 엄청나게 냉혹해진다.

  14회 '이중 행성의 라라' 에서는 평범한 인간들을 물건이나 벌레처럼 취급하는 기계인간들이 나온다.  그런 기계인간들 때문에 메텔과 철이 모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위기에서 벗어나 그 별을 떠나게 되었을 때, 메텔은 철이에게 먼저 999호에 타라고 하고 자신은 볼일이 있다며 나중에야 999호에 탄다.  그런데 999호가 그 별을 떠난 직후 그 별은 폭발해 버린다.  정황상 메텔이 그 별의 기계인간들에게 분노한 나머지 별을 아예 날려버린 걸로 보인다.  어쩌면 그 별에도 소수의 착한 사람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별 하나를 통째로 없애버린 것이다...!

  23회 '원시행성의 여왕' 에서도 별 하나가 폭발해서 사라진다.  그런데 이 때도 역시 별 폭발의 유력한 용의자(!)는 메텔이다.  그 별에서 탈출하면서 메텔이 철이에게 별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식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설명을 한 것도 그렇고(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나중에 999호 안에서 별의 최후를 보면서 동정심을 보이는 철이와는 다르게 그런 별은 차라리 사라지는 게 나을 거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애초에 그 별 주민들(퇴화해서 원시인 수준의 지능과 야만성만 남은 사람들임.)이 철이와 메텔을 죽이려 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역시 그 일로 메텔의 분노를 사서 별이 끝장난 게 분명하다.


  그런데 TV판 메텔은 극장판 메텔에 비해서 성격이 보다 입체적으로 나온다.

  극장판에서는 메텔의 밝은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극장판은 한정된 시간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기계제국을 멸망시킨다' 는 주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메텔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  메텔의 밝은 모습이래봐야 고작 철이에게 부드럽게 미소짓는 장면 정도가 전부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우수에 잠긴 표정 혹은 고뇌하는 표정으로 나온다. 

  하지만 TV판은 113회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여행 중의 소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철이의 천진난만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보고 메텔이 소리내어 웃는 장면이나, 메텔이 철이를 놀려대는 장면 같은, 메텔의 밝은 모습이 종종 나온곤 한다.  그런데 아니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메텔의 평소 표정(어딘지 슬픔을 간직한 듯한 쓸쓸한 표정)이 더욱 돋보인다.  원래 뭐든지 비교대상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더욱 눈에 띄는 법이다.


  메텔의 밝은 모습이 나오는 예로  21회 '죽은 잎들의 무덤(마른 잎들의 무덤)' 속 사연이 있다. 

  이 에피소드 속 별은 위에서 이미 설명했다.  즉, 메텔이 분홍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서 하늘에서 수영을 했던 별이다.  이 별의 중력이 지구의 중력보다 훨씬 낮아서 하늘로 뛰어올라 수영을 즐기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낮은 중력 탓에 사람은 물론이고 소나 양도 전부 풍선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철이와 메텔은 한바탕 수영을 즐기고서 999호로 돌아오는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한다.  즉, 만일 그 별에서 오래 지낸다면 상대방도 동글동글하게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철이는 원래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별로 위화감이 없지만

메텔은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



  그리고 메텔은 철이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보다 현실적이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들었으니, 세상 일이라는 게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또는 원리원칙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의 마음이나 의지가 국가나 종족이라는 집단 속에서 쉽게 짓밟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2회 ' 짧은 생명의 이야기' 에서는 한 쌍의 비극적인 연인이 나온다.

  이 회차에 나오는 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살고 있다.  나비처럼 날개가 달린 사람들은 고귀한 종족으로 대우받고, 날개가 없는 사람들은 무시당한다.  그러던 중에 날개 달린 여자 '클레어' 와 날개 없는 남자 '제프' 가 우연한 일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은 곧 난관에 부딪친다.  물론 정이 철철 넘쳐흐르는 철이는 제프와 클레어의 편을 들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는 사람들을 총으로 위협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메텔은 그런 철이를 만류한다.  메텔은 어떤 사회에서 당연시 되는 규칙(그 규칙이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간에)을 어길 경우, 그 사회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즉, 철이가 애써서 제프와 클레어를 이어준다 하더라도, 그 별의 규칙을 어긴 두 사람은 그 별 어디에서도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이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강제로 헤어져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자신을 설득하려는 메텔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은하철도 999에서 거의 유일하게 철이가 메텔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임.)


메텔 : (철이가 제프와 클레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총으로 위협하는데 나타나서 부르는) "철아!"

철이 : "메텔..."

메텔 : "철아, 넌 이 별의 규칙을 마음대로 무시하고 있어.  클레어와 제프가 함께 있는다고 해서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봤니?"

철이 : (발끈해서 외치는) "그건 살아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메텔 : "철아, 두 사람은 규칙 위반으로 이 별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게 되고 말아."

철이 :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 규칙은 마을 사람들이 자기네 마음대로 정한 거래요!"

(중략)
철이 : (결국 클레어가 끌려가자 메텔에게 소리치는) "메텔, 정말 너무해!  나쁜 쪽은 마을 사람들이잖아!"

메텔 : (격한 반응을 보이는 철이를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는)

철이 : (눈물을 흘리며) "이건 말도 안 돼..."



사춘기 아들의 반항...?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



  그리고 역시 오랜 경험 탓인지 철이와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본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깊고 넓다고 할까...  혹은 겉으로 보이는 것 뿐 아니라 그 밑에 깔린 것까지 보는 혜안을 가졌다고 할까...


  88회 '운명의 교차로 별' 에서는 원시시대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 사람들은 원래 우주선을 이용할 정도로 문명이 발달한 별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 별이 곧 멸망할 예정이라 근처의 다른 별로 떠나 살게 되었는데, 새로운 별에는 문명이랄 게 없어서 가죽옷을 입고 돌도끼와 창을 휘두르며 살아야 한다.

  문명이 덜 발달한 사회일수록 육체적으로 강한 자가 생존 가능성이 높아져서 더 가치 있는 자로 대접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철이와 친해진 '아크' 라는 청년은 원시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예술적인 재능만 있을 있을 뿐, 생존에 꼭 필요한 사냥을 할 체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타고난 강한 힘으로 사냥을 해서 식량을 쉽게 마련하는 청년 '무우' 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게 된다. 


  두 청년이 몸싸움을 벌이자 철이는 아크의 편을 들려고 한다.

  어리고 순수한 철이의 눈으로 보자면, 단지 힘이 세지 못 하다는 이유로 연인을 잃게된 아크의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  그리고 아크와 무우의 체력 차이가 워낙 커서 아크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으니, 정 많은 철이로서는 어떻게든 아크를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그 순간 메텔이 나타나 철이를 말린다.  메텔은 그저 남의 연애사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뜻에서 말린 게 아니다.  메텔은 아크와 무우의 싸움을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갈등' 으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원시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약육강식의 방법으로 살 것인가 아닌가 하는, '생존방식 차이로 인한 갈등' 으로 본다.  


철이 : (아크를 도우려고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메텔이 철이 어깨를 잡고 말리자) "메텔..."

메텔 : "이미 시작된 거야.  약육강식의 시대가 말이야."

철이 : (메텔의 말을 듣고 알듯 모를듯한 표정으로 싸움을 지켜보다가 아크가 밀리자 다시 나서려는) "아크..."

메텔 : "철아, 가면 안돼!"

철이 : "하지만 아크가..."

메텔 : "소용없어.  이건 잘잘못을 가릴 수 없는 문제고 우리들이 간섭할 수도 없어.  이 별의 역사는 이제 시작된 거나 다름없어.  아크와 무우는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지 찾기 시작한거야."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는 두 사람.

개인적인 애정 문제로 생각하는 철이와

시대와 사회의 문제로 생각하는 메텔.




  ◎ 능력, 특기


  한 마디로 말해서 팔방미인이다...!

  능력과 특기가 너무 많아서 완벽하다시피 하다.  그래서 메텔이란 존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현실 속에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 리가... ^^;;)


  먼저, 요조숙녀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천하무적(!) 수준의 전사다.

  은하철도 999 속 우주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라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메텔이 그런 곳에서 오랜 세월 버틴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격술, 검술, 채찍술, 반지로 레이저빔 쏘기 등 각종 무술에 대단한 실력을 보인다.  게다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도는가 하면,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가뿐하게 착지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으면 유도 선수처럼 낙법을 써서 몸을 굴리거나 아예 몸을 날려서(!) 피할 줄도 안다. 



가냘프게 생겼다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칩니다!



  그런가 하면 독서량이 엄청나서 지식도 풍부하다.

  은하철도 999를 보다 보면, 철이는 999호 안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잠을 자거나 지루해서 하품을 하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메텔은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나온다.  메텔은 999호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만 책을 가져다가 보는 게 아니라, 어떤 별에 도착했을 때도 여건만 된다면 서점에 가서 무언가를 읽곤 한다.

  그야말로 독서광이다.  오죽하면 철이가 어떻게 그렇게 책만 읽을 수 있느냐며 볼멘 소리를 한 적도 있다. ^^;;

 


아는 것이 힘이다...!

독서는 메텔의 힘...!


 

  또한 오랜 시간 여행을 했기 때문에 경험도 풍부하다.

  999호가 정차하는 별들은 상황이 제각각인데, 메텔은 이 별 저 별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독서로 쌓은 지식도 많겠지만, 직접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 덕분이기도 하다. (여행을 몇 년 한 게 아니라 최소한 수십 년은 한 듯하니, 경험이 안 쌓일 수가 없는... ^^;;)


  그리고 직감도 매우 발달한 듯하다.

  철이는 물론이고 차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직접 보거나 들은 게 아닌데도 기막히게 위기를 감지하고 구하러 달려간다.  더구나 상대방 위치가 어디인 줄 모르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찾아낸다.  사실,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이 보여주는 수준의 직감이면 그냥 직감이 아니라 초능력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아무래도 메텔 머리 속에 고감도 안테나가 있는 듯... ^^)


  마지막으로, 이건 좀 뜬금없는데 기타 연주 실력이 상당한 듯하다.

  69회 'C62호의 반란' 에서는 999호의 기관차가 다른 차량들을 내버려 둔 채 혼자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기관차가 돌아올 때까지 철이, 메텔, 차장은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이런저런 오락을 즐기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메텔이 기타로 연주하는 플라멩코 곡에 맞춰서 차장이 플라멩코를 추는 것이다.



기타는 또 언제 배우셨수? ^^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은하철도 999(TV판) 1 - 은하철도 999 훑어보기 / TV판과 극장판 비교(http://blog.daum.net/jha7791/15791406)

은하철도 999(TV판) 2 - 철이(호시노 테츠로) 上(http://blog.daum.net/jha7791/15791394)
은하철도 999(TV판) 3 - 철이(호시노 테츠로)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1411)

은하철도 999(TV판) 5 - 메텔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1412)

은하철도 999(TV판) 6 - 차장(http://blog.daum.net/jha7791/15791393)

캡틴 하록(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Harlock : Space Pirate) / 은하철도 999(銀河鐵道999)(http://blog.daum.net/jha7791/15791042)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http://blog.daum.net/jha7791/15791386)
은하철도 999 TV판 엔딩곡 青い地球(푸른 지구)(http://blog.daum.net/jha7791/15791395)

롯데리아 은하철도 999 피규어 뒤늦게 득템...!(http://blog.daum.net/jha7791/15791466)

코스모 워리어 제로(Cosmo Warrior Zero) 오프닝곡 - 時代(http://blog.daum.net/jha7791/15791473)

은하철도999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http://blog.daum.net/jha7791/15791506)

은하철도 999 실사 라이브 드라마(http://blog.daum.net/jha7791/1579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