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오래간만에 본 무지개

Lesley 2016. 9. 9. 00:01


  내 인생의 무지개 역사(?)를 말하자면...

  초등학교 몇 학년 때였던가,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봤던 무지개가 태어나서 처음 본 무지개였다.  그 때까지는 동화책이나 만화영화에서나 보던 것이었는데, 그런 무지개를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얼마나 신기하던지... ^^

  그리고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고 얼마 안 되어 두 번째로 무지개를 봤다.  저녁을 먹으러 기숙사를 나가려는데, 출입구 앞 계단에 사람들이 와글거리며 모여서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디카로 무언가를 찍고 있었다.  하늘을 봤더니 무지개가 보였다.  나도 저녁밥이고 뭐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디카를 가지고 왔는데, 안타깝게도 그 사이 무지개가 흐릿하게 변했다.  그래서 몇 장이나 찍었건만 제대로 된 사진을 못 건졌다. ㅠ.ㅠ


  그런데 지난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저녁 세 번째로 무지개를 봤다...!

  날씨가 미쳤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푹푹 쪄서 사람을 힘들게 하더니 그 일요일 며칠 전부터 갑자기 서늘해졌다.  일요일이 되자 온종일 부슬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면서, 부슬비에 어울리지 않게 찬바람까지 쌩쌩 불었다.  널뛰는 기온 변화에 적응을 못 해서 그런지 몸이 안 좋아서 오후 내내 잠을 자고 있었는데...

  저녁에 엄마가 와서 깨우시기에, 저녁 먹으라는 뜻인 줄 알고 그냥 계속 자겠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 말씀인즉슨 "빨리 일어나.  쌍무지개 떴어."  오잉?  쌍무지개?  @.@   귀가 번쩍 틔여서 얼른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정말 무지개가 보였다!  창문을 통해서는 무지개가 하나 밖에 안 보이지만, 재활용 쓰레기장 앞에서 보면 하나가 더 보인다는 것이다.  벌떡 일어나 디카 챙겨서 밖으로 고고씽~~!!!

  다만, 엄마가 보실 때만 해도 두 무지개 모두 또렸했다는데, 내가 나갔을 때는 바깥쪽 무지개가 이미 흐릿해졌다.  아~~~ 이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다. ㅠ.ㅠ   

 


선명한 무지개 바깥쪽으로

아주 흐릿하게 또 다른 무지개가 보임.



위치를 바꾸어서 보니 무지개가 훨씬 커 보임. ^^



이쪽은 보너스 컷!

무지개 반대 방향을 보니 저녁 하늘이 예뻐서

덤으로 한 장 찍음.



  이 무지개를 보기 전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울적했는데, 오래간만에 무지개를 보니 기분이 좀 풀어졌다.

  세 번째로 보는 무지개라니, 웬지 운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삼태극, 참을 인 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승부는 삼세번, 삼복 더위, 불교의 삼보, 기독교의 삼위일체, 삼고초려 등등 3이란 숫자는 뭔가 있음직한 숫자 아니던가? (그냥 아무 거나 막 가져다 붙이는... ^^;;)  이미 벌어진 일을 계속 기분 나빠한다고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무지개 본 일로 마음 깨끗이 비우고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