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경기도

남양주의 한옥 카페 '고당'

Lesley 2016. 6. 28. 00:01


  얼마 전에 친구와 남양주에 있는 고풍스러운 한옥 카페 '고당' 에 다녀왔다.


  그런데 이 카페가 내 짐작을 두 번이나 뒤집었다.

  먼저, 친구가 전에 가본 적 있는 '한옥 카페' 에 같이 가자고 해서, 이 친구가 '전통 찻집' 이란 말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한옥 카페라고 말한 줄 알았다.  그런데 친구를 따라 가보니 정말로 카페다...! (오잉? @.@)  분명히 한옥인데 특이하게도 전통차는 유자차와 대추차 정도만 있을 뿐이고. 대부분의 음료가 커피다.  게다가 음료로 된 커피 외에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원두커피에, 피자 및 파스타 종류까지 팔고 있다...! (퓨전요리가 아니라 퓨전 찻집?)

  그리고 이 특이한 카페의 이름이 '고당' 이라기에, 비록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전통 한옥 모습을 하고 있어서 古堂(옛날 집)이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古堂이 아니라 古塘(옛날 연못 또는 옛날 방죽)이다.  근처에 한강이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나뉘는 분기점인 두물경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고당의 대문.

(누가 봐도 영락없이 전통찻집처럼 생겼음.)



입구부터 운치 있게 꾸며놓았음.



날렵하고도 부드럽게 위로 솟은 지붕.

토속적인 분위기의 굴뚝. 



한옥에 흑갈색 항아리가 빠지면 섭섭하죠~~ ^^



천장에 보이는 서까래.

 


  언제부턴가 서까래를 좋아하게 됐다. (이렇게 쓰니, 무슨 사랑 고백 같은... ^^;;)

  전에는 한옥 하면 기와 지붕, 창호지 바른 격자무늬 문, 나무 기둥 등을 떠올렸다.  천장에 갈비뼈(!)마냥 양옆으로 붙어있는 서까래에는 별 관심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로 잰 것 같이 똑같은 크기로 떨어지는 서양 건축물의 자재와는 달리, 나무의 원래 모습을 살린 서까래 같은 자재가 더 마음에 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



그냥 창호지를 바른 문이 아니라

팔각창을 낸 문이라 더 멋스러움.



팔각창이 달린 문 앞에는 정다운 분청사기가 있음. 



  토속적으로 생긴 분청사기가 내 눈길을 끌게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예전에는 박물관에 가면 자기는 고려청자만 골라봤다.  조선백자나 분청사기는 도무지 멋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백자는 깔끔한 맛이라도 있지, 우중충한(!) 색깔에 울퉁불퉁한 몸매(?)를 지닌 분청사기는 촌스러워 보이기만 했다. (미안하이, 분청사기씨~~ ^^;;)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첫눈에도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생긴 청자나 고고하게 새하얀 백자보다는, 오히려 분청사기 쪽이 멋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그릇 가게나 팬시 전문점에 가도 분청사기 느낌이 나는, 투박한 모양새에 여러 색깔이 섞인 머그잔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때마침 비까지 내려서 더욱 운치 있는...



  친구와 만나 남양주로 출발할 때 이미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친구는 커피를 마시고서 근처 한강변을 산책하고 싶었다면서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옥 안에 앉아 따끈한 커피 마시며 안뜰의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맑은 날씨 속에 보는 한옥도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한옥은 비나 눈이 내릴 때 더 멋스러운 것 같다.  비와 눈에 젖어 기와 색깔이 진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처마에서 떨어지는 것도 좋고, 낙숫물이 계속 떨어져 흙바닥에 패인 자국을 남기는 것도 좋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내가 정말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



  운치있고 독특한 카페를 원하시는 분은 한 번 찾아가 보시기를...

  다만, 고당이 남양주 시내에 있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갈 수 없다.  승용차를 끌고 가거나, 승용차가 없는 사람은 택시의 협찬(?)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