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경기도

전철 중앙선 / 경기도 양평의 간이역 석불역

Lesley 2015. 1. 29. 00:01

 

  작년 11월의 어느 날 당일치기로 한 나들이에 대한 포스트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원래는 한 포스트에 억지로 구겨넣어 보려 했는데, 사진을 추리고 추렸는데도 사진 숫자가 꽤 되었다.  그리고 당일치기로 돌아다녔다고는 하지만, 서로 공통점이 없는 곳을 다녔기 때문에 한 포스트에 올리기도 그렇고...  그래서 두 포스트로 나누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그것도 곤란했다.  결국에는 이렇게 3부작이 되어 버렸다. ^^;;

 

  그 날 둘러본 다른 곳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 강원도 횡성의 '풍수원성당' - 시골 마을의 고즈넉하고 소박한 성당'(http://blog.daum.net/jha7791/15791143)
     경기도 양평의 독특한 카페 '꿈꾸는 사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162)

 

  3부작의 마지막 포스트 주제는 '철도' 다.  기차 뿐 아니라 전철도 다니게 된 '중앙선', 그리고 경기도 양평에 있는 특이하게 생긴 간이역인 '석불역' 이다.

 

 

 

  ◎ 전철 중앙선

 

 

경기도 양평이 자전거족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 전철 중앙선의 열차 외관도 자전거 모양을 컨셉으로 함. 

 

 

  원래는 기차만 다니던 중앙선이 복선화 되어 전철까지 다니게 된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다.

  하지만 딱히 중앙선을 이용할 일이 없어서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는데, 이 날 친구를 만나러 경기도 양평에 가느라 처음으로 타봤다.  시발지를 청량리역으로 할 경우 목적지인 양평역까지, 기차를 이용하면 25분 정도 걸리고, 전철로는 65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기차가 3,000원, 전철은 1,850원이다.  각자 상황에 맞게 골라타면 될 듯...

  나는 이왕 이용하게 된 거 두 가지 다 타보자며, 양평으로 갈 때에는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돌아올 때에는 기차를 탔다. (둘 중 하나만 타고 나머지 하나는 안 타면, 안 탄 쪽이 삐쳐버릴까봐... ^^)

 

 

아니, 저 요상하게 생긴 좌석은 대체 무엇이냐? @.@

 

 

  중앙선을 오가는 전철의 좌석은 다른 전철의 좌석과 다르다.

  한쪽에는 다른 전철처럼 7명이 앉게 되어 있는 긴 좌석이 있는데, 그 맞은 편에는 좌석이 1인용으로 되어 떨어져있다.  그리고 사진 속 모습처럼 옛날 폴더폰처럼 접혀있어서, 접혀있는 부분을 손으로 잡아끌어내려 앉게 되어 있다.  개인공간을 매우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1인씩 앉게 되어 있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는 신기해하며 저 자리에 앉았다가, 너무 어색해서 다시 맞은 편 7인용 좌석으로 옮겨 앉았다.  1인용 자리에 앉아있으려니 괜히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설마 옆자리 승객끼리 부대끼다가 시비 붙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 상상력의 빈곤함. -.-;;)  그러다가 1인용 좌석 한쪽 끝 위쪽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좌석 겸 자전거 거치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앉는 용도로 쓰다가, 자전거를 끌고 탑승하는 게 허락되는 주말에는 저 자리에 자전거를 세워둔다는 것이다.  용평 방향으로 자전거족들이 많이 놀러가는 것을 생각해서 지하철공사에서 나름 머리를 짜낸 모양이다. ^^

 

 

 

  ◎ 경기도 양평의 간이역 석불역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석불역의 특이한 모습.

 

 

  친구를 만나러 양평역으로 가기로 약속한 후, 양평에 가볼만한 곳이 어디일까 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가장 유명한 곳은 용문산의 용문사인데, 친구 말인즉슨 단풍이 절정이었던 가을이라면 모를까 11월에는 가봤자 볼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몇몇 블로그나 게시판에서 발견한 게 이 석불역이다.  간이역이라는 단어가 원래 사람 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고, 게다가 워낙 특이하게 생긴 역이라, 시간이 된다면 가보자 했는데...  

 

  석불역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먼저 '레고 장난감으로 지은 것처럼 너무 예쁘다.', '요즘 우리나라 여기저기에서 인기를 끄는 벽화마을을 연상케 한다.' 등의 호의적인 반응이 있다.  그리고 '돈 벌기 싫은 티가 팍팍 난다.', '저거 누가 디자인 한거냐? 저렇게 만들어놓고도 돈을 받았냐?' 식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인터넷에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볼 때만 해도, 나는 호의적인 쪽이었다.  요즘 새로 만든 역사를 보면, 겉면 전체를 유리 타일로 꾸며놓은 것 밖에 없다.   어쩌면 그렇게 천편일률적인지...  그런 다른 역사에 비하면 석불역은 참 개성 넘치고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석불역 모습에 불만 품은 사람들을 별 것 아닌 일로 불평하는 '투덜이 스머프' 정도로 생각했다.  그... 런... 데... (BGM : 두두두두둥~~~ ← 운명의 북소리) 

 

 

  인터넷의 사진으로 볼 때와는 달리, 막상 내 눈으로 석불역을 보자 무척 이상해보였다. -.-;;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위의 사진처럼 사진 속 공간 대부분을 석불역 모습이 채우도록 찍은 것들이다.

  당연한 일이다.  석불역이 사진의 주인공이니, 주인공을 크게 찍는 게 맞다.  그리고 그렇게 찍은 사진은 모두 괜찮아 보였다. (바로 위에 있는 내가 찍은 사진도 괜찮아 보임.) 

 

  문제는... 그렇게 석불역으로만 채워진 사진과, 석불역 주위의 모습이 다 보이는 실제 광경 사이에, 상... 당... 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만약 석불역이 도시에 있었더라면 괜찮아 보였을 것이다.  근처에 있는 온갖 모양의 건물들에 섞여, 저런 특이한 모습도 나름 운치있어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양평이라는 곳은 '시' 가 아니라 '군' 이다.  즉, 농촌 지역이다.  석불역 주변에는 추수가 끝나 황량해진 논밭이 펼쳐져있는데, 그런 허허벌판 한 가운데 저렇게 알록달록한 역 하나가 떡하니 서있는 모습이라니...  인터넷으로 볼 때는 그저 예뻐 보이기만 했던 석불역이, 직접 가서 보니 너무 생뚱맞아 보였다. ㅠ.ㅠ  마치, 한옥마을 한복판에 63빌딩이 떡 버티고 서있는 것 같은 모양새랄까...

 

  게다가 왼쪽에서 보고 오른쪽에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 보고, 그렇게 계속해서 쳐다봤더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가뜩이나 개밥의 도토리 마냥 주위 풍경과 동떨어져있는 석불역을 더 웃기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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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우리집에서 마지막으로 키웠던 개가 살던 개집...! -0-;;

(출처 : G마켓의 개집 판매 페이지 http://item2.gmarket.co.kr/Item/detailview/Item.aspx?goodscode=608329394&GoodsSale=Y&jaehuid=200004494)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나...!

  빨간색 지붕!  파란색 벽!  기와가 아닌데 기와 같은 모양을 낸 지붕 모양!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보고 또 봐도, 석불역과 개집은 붕어빵처럼 닮았다!  개집을 기본 디자인으로 해서 적당히 변형을 가한 것이, 바로 저 석불역인가 보다! ㅠ.ㅠ

 

 

좀 더 멀찍이에서 본 석불역 모습.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석불역을 살펴보는 동안, 친구는 사진 속 자동차 안에서 기다렸다.

  날씨도 추운데, 그저 기차역일 뿐인 석불역 보자고 차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양평에 살고 있다 보니, 여기저기 오가며 석불역을 종종 봤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처음부터 석불역에 아무런 느낌 없었던 친구, 그리고 기대를 품고 봤다가 석불역의 진면목(?)을 보고 실망해버린 나...  우리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나은 걸까? -.-;;

 

 

석불역 보다, 차라리 석불역으로 뻗은 거북이 무늬의 보도가 더 괜찮아 보였음. ^^;; 

 

 

하루에 상행선 2번, 하행선 2번, 그렇게 4번만 기차가 운행하는 간이역.

 

 

  그런데 석불역 모습에 환상이 깨진 건 깨진 거고, 석불역이 생기게 된 사연을 소개하자면...

  원래의 석불역은 따로 있는데,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로 기차가 그냥 통과해버리는 역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록 소수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석불역을 이용하던 이 지역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주민들의 민원에 힘입어(?) 이 지역 국회의원이 나서서 힘 좀 썼다고 한다.  즉, 철도청 예산이 아닌 양평군 예산으로 새 석불역을 짓고, 대신 기차가 하루에 4번 정차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한다.   

 

 

석불역 내부 모습.

 

 

  작은 간이역이라, 내부의 방이 딱 하나다.

  그 방이 직원들 사무실 노릇도 하고, 기차 이용하는 승객들의 대합실 노릇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텔레비전도 있고, 벤치도 있고, 정수기도 있고, 있을 것은 다 있다. ^^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렇게 주요공간이라 할만한 곳은 딱 한 곳인데, 화장실은 4개나 된다는 점이다.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남자 장애인 화장실, 여자 장애인 화장실...  처음에는 '이게 웬 돈 낭비?' 하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잖아도 이용객 적은 간이역에 장애인이 올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 라는 확률 놀음으로 생각하자면, 이 세상 복지정책은 다 쓸데 없는 짓이 된다.  즉, 애초에 장애인 숫자가 일반인 숫자보다 훨씬 적은데, 그런 소수의 장애인을 위해 각종 편의시설을 만드는 게 전부 예산 낭비라는 해괴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잖아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장애인들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게 종종 이슈가 되는 상황이다.  적어도 공공적인 장소(물론 기차역도 공공적인 장소지요~~)에서라도 저렇게 장애인 편의시설을 다 갖춘다면, 우리나라가 장애인들이 살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어이, 석불역!  자네의 겉모습은 낙제점이지만, 내부 시설은 합격점이네~~! ^^

 

 

강원도 횡성의 '풍수원성당' - 시골 마을의 고즈넉하고 소박한 성당'(http://blog.daum.net/jha7791/15791143)
경기도 양평의 독특한 카페 '꿈꾸는 사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162)

화랑대역 -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http://blog.daum.net/jha7791/15790829)

구 화랑대역 철도공원 - 서울 마지막 간이역의 변신(http://blog.daum.net/jha7791/15791456)

서울의 운치있는 철도, 항동철길 / 푸른수목원(http://blog.daum.net/jha7791/1579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