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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Chinatown) 下 - 개화기의 이국적인 건물

Lesley 2011. 12. 9. 00:12

 

 

  차이나타운과 그 근처에는, 일제시대에 지어진 우리나라의 초기 서양식 건물과 일본식 주택이 제법 남아있다.

  그래서 꼭 중국적인 풍경에 관심있는 사람 아니더라도, 한번쯤 가서 구경할만 하다. 

 

 

1. 홍예문(虹霓門)

 

(위 왼쪽) 신포시장에서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목에서 좀 비껴난 곳에 있는 홍예문(虹霓門).

(위 오른쪽) 홍예문으로 자동차가 드나드는 모습.

(아래)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에 있는 홍예문의 모형.

 

  홍예문(虹霓門)은 인천에 철도공사를 하던 일본 공병대가 1908년에 건설한 터널이다.

  20세기 초반 일본의 토목공사 재료 및 공법을 잘 보여주는 문이라는데, 나같은 문외한이야 그런 공사에 관한건 잘 모르겠고...  그저 이 문을 처음 만들었을 때 붙인 이름이 혈문(穴門 : '구멍 문' 이란 뜻)이라는 데 '헐~~' 했을 뿐이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작명 센스하고는... -.-;;)  

  그런데 지도와 길거리 팻말에 나와있는 홍예문이란 표시를 보고, 처음에는 광화문이나 동대문 같은 형태의 문을 생각했다. 그래서 홍예문에 도착을 하고도 거기가 홍예문인 줄 몰라서, 홍예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홍예문을 통과해서 가야 할지 홍예문 옆으로 나있는 오르막길로 올라가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 

 

 

 

2. 인천내동교회(仁川內洞敎會)

 

(위 왼쪽) 홍예문 옆 오르막길을 올라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인천내동교회.

(위 오른쪽) 하얀 화강함으로 된 건물 본체와, 빨간 벽돌로 된 지붕 및 담이 잘 어울림. 

(아래 왼쪽) 원래 성공회에서 포교를 위해 지은 '성 누가 병원' 이 있던 자리에 1950년에 지은 내동교회.

(아래 오른쪽) 역시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에 있는 내동교회의 모형.

 

  인천 내동교회는 인천 지역의 성공회 성당 중 하나다.

  원래 성공회 선교사가 운영하던 성 누가 병원이 있던 자리였고, 나중에는 러시아 영사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는데, 1950년대 중반에 튼튼한 화강함을 이용해서 중세풍으로 건립했다고 한다. 

  성공회 성당 중에서, 서울 시청역 근처에 있는 서울주교좌 성당, 강화도에 있는 강화 성당과 함께 건축학적으로 의의가 큰 성당이라고 한다.

 

☞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덕수궁 미술관 및 석조전 (http://blog.daum.net/jha7791/15790476)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내부 (
http://blog.daum.net/jha7791/15790790)
강화도(1) - 성공회 강화성당 (
http://blog.daum.net/jha7791/15790834)

 

 

 

3. 구한말에 지은 일본은행 건물

 

(위) 프랑스풍 2층 건물인 구 일본 58은행의 인천지점.

(아래) 구 일본 58은행의 인천지점에서 조금만 아래로 가면 있는 구 일본 18은행 인천지점. 

          현재는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으로 쓰고 있음.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구 일본 18은행)으로 들어간다는 게, 그만 두 은행 건물을 혼동해서 구 일본 58은행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무 생각없이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여직원... -.-;;  알고보니, 현재 구 일본 58은행은 무슨 요식업 협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구 일본 18은행 건물인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에 가면, 개화기 시기에 인천에 새로 들어섰던 서양식 건물들의 모형과 자료를 볼 수 있다. 

  위에서 이미 소개한 홍예문이나 인천 내동교회의 건물 모형도 그 곳에 있고, 한국전쟁이나 화재 등으로 지금은 사라진 건물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이 전시관의 입장료는 단돈 500원~~ ^^)

 

 

 

구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현재는 '인천 개항박물관' 으로 쓰고 있음.)

 

  그런데 인천이 막 개항되었던 시기의 일본 은행들 이름은 다 왜 이 모양이냐...

  군대도 아니건만, 제1은행이니 제18은행이니 제58은행이니, 죄다 개성 없이 숫자만 붙여놓았다. -.-;;  마치 중국에 머물던 때 오며가며 봤던 중국 학교 이름을 연상시킨다.  하얼빈 제3중학교, 베이징 제7소학교... 등의 이름 말이다.

 

 

 

 

4. 담 없는 주택가

 

(위) 살짝 일본 분위기 풍기는 목조 주택.  그런데 장군보살이 머무는 점집임. ^^

(아래) 단독주택이 늘어선 이 골목의 집들은 모두 저렇게 일본식과 서양식이 합쳐진 듯한 아기자기한 모양새임.

 

  이 골목에 들어섰을 때 의외였던 게, 주택 주위에 담을 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담 허물기 운동을 펼쳤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이웃간에 좀 더 다정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고, 담을 없애면 골목길과 주택 바로 앞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어서 주차장 없는 집에서 주차하기도 손쉽고, 혹시 화재가 나게 될 경우 소방차가 진입하기도 쉽다고 한다.  하지만 취지는 좋지만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해서 그런지, 서울에서는 담을 허문 집을 거의 보지 못 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아무 상관없는 내가 괜히 '이러면 도둑이 들기 쉽지 않을까?' 하고 걱정될 정도로, 담벼락이 전부 없다...!  확실히 담이 없는 게 미관상 좋아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라면 감히 저렇게 못 할 것 같다.  누군가 마음 먹고 들어오려면 그깟 담벼락이 대수이겠느냐만은, 웬지 기분상... ^^;;

 

 

(위) 담을 두르지 않아 탁 트인 공간에, 화분과 편지함으로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풍경을 꾸몄음.

(아래) 그런 아기자기한 풍경을 망친 어떤 사람 때문에 붙은 종이.

 

  내 눈을 가장 잡아끌었던 주택이다.

  10여개의 화분, 장독 두어 개, 나무로 된 식탁, 거기에 포인트를 준 빨갛고 귀여운 편지함...  아파트촌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풍경이다. ^^ 

  그런데 내가 담을 허문 집을 보면서 제일 걱정했던 '범죄에 노출되기 쉬울 수 있다는 걱정' 을 현실화 시킨 종이 한 장이 눈에 띈다.  다행히도 집안에 들어가 사람을 해치거나 금품을 가져간 건 아니지만, 결국 담이 없으니까 화분을 덥썩 들고가지 않았나...  그런데 훔쳐간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괘씸하다기 보다는 참 딱하다.  주인장이 쓴 글을 봐서는 그다지 값 나가는 화초도 아닌 것 같고, 또 화초라는 게 자기가 정을 주며 예쁘게 키워야 가치가 있는거지 남이 키우던 거 들고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참... 

 

 

 

5.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위) 한중문화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

(아래)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

 

  인천이 막 개항했던 때, 인천의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 회사의 인천 지점이다.

  차이나타운의 한중문화원 근처에 있는데, 1888년에 건립했다.  우리나라 개화기 때 건물 중 공공기관의 건물이 아닌 사기업의 건물이 이렇게 지금까지 잘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 이름이 '일본우선주식회사' 여서,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이란 말이 '먼저'란 뜻의 우선(于先)인 줄 알고, 해운회사라더니 물건을 빨리 운송하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은 줄 알았다. ^^;;  알고보니 우선(于先)이 아니고, 배로 운송을 한다는 뜻의 우선(郵船)이었다. -.-;;

 

 

 

 

6. 구 인천우체국(현재는 '인천중동우체국'임.)

 

차이나타운이나 다른 근대식 건물이 모인 지구에서 좀 떨어져 혼자 서있는 인천중동우체국의 모습.

 

 

  이 날 대여섯 시간을 돌아다녔더니, 나중에는 제법 지쳤다.

  그래서 '오늘만 날이냐... 나중에 또 오면 되지...' 하며 그 때까지도 미처 돌아보지 못 한 곳은 포기하고, 다시 신포시장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저 우체국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을 휙휙 둘러보고 자동차 없는 틈을 타서 얼른 차도로 뛰어들어 저 사진을 찍었다.  동행은 그런 내 모습에 너무 황당해했고...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그깟 사진에 목숨까지 거냐?' 하는 표정이었음. ^^;;)

 

 

  내 주위에 차이나타운을 다녀온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다들 말하기를 중국음식점 많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이 없다고 했다.

  30분 정도 들여서 한 바퀴 돌고나며 끝이라나?  이 날 우리는 5시간도 넘게 돌아다녔는데도 가보지 못 한 곳이 여러군데인데, 30분 돌고나면 끝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를 다닌 건지...  우리가 간 그 차이나타운에 간 것이 맞기는 한지...  아무래도 그냥 중국음식점 많은 골목 두어군데 왔다 갔다 하다 온 게 아닌가 싶다. -.-;;

  중국에 관심 많은 사람, 건축학도나 미술학도여서 근대식 건물에 관심 많은 사람, 이쪽도 저쪽도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국적인 정취 풍기는 곳에 가보고 싶은 사람에게 차이나타운과 그 근처를 강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