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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Chinatown) 上 - 신포시장

Lesley 2011. 12. 1. 19:52

 

  지난 11월에 인천 차이나타운을 다녀왔다.

  몇 년전부터 인천시에서 차이나타운을 활성화시키려고 애를 쓴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이제야 겨우 가본 것이다.  사실은, 몇 년 전 부산 차이나타운에 가본 적이 있는데, 모든 게 어찌나 조잡하던지 너무 실망했다.  그래서 그 뒤로 한국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인천 차이나타운을 다녀온 이들이 인터넷에 후기 올린 것을 보니, 인천 차이나타운은 부산 차이나타운보다 규모도 크고 한중문화원이나 화교학교 등 좀 더 제대로 중국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았다.  또 인천 차이나타운과 그 근처가 구한말 여러 나라의 조계지가 설치되었던 지역이라, 부산 차이나타운과는 다르게 구 서울역이나 구 서울시청 비슷한 양식으로 지은 건물들도 많아 볼거리도 풍성한 듯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속는 셈치고 믿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가봤다. ^^

 

  이왕 가는 거,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있는 신포시장도 들리기로 했다.

  신포시장이라는 곳이 차이나타운과 가깝기도 하지만, 또 이 시장의 역사가 차이나타운에 거주했던 중국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니까, 차이나타운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묶어 포스팅해도 별 무리 없을 듯 하다. ^^

 

 

신포시장 입구. (재래시장 분위기 물씬 풍겨서 정겨운 느낌임. ^^)

 

  신포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러 곳이 있는 모양인데, 이 날 우리가 들어간 입구는 동인천역에 이어진 지하상가를 통해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저 입구다.

 

  신포시장은 역사가 제법 오래 된 곳이다.

  구한말 청나라 상인들이 일본 조계지에 사는 일본인 상대로 채소 장사를 했던 것이 이 시장의 시작이라고 한다.

  자, 여기에서 의문점 하나...!  조선에도 채소 상인이 수없이 많았을텐데, 왜 일본인들이 굳이 조선땅에서 조선 상인이 아닌 청나라 상인에게서 채소를 샀느냐 하는 점이다.  당시 청나라 상인들은 우리땅에서는 아직 재배하지 않던 토마토, 피망, 양파 등을 중국에서 들여와 팔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일찍 외국과의 문호를 터서 그런 서양 채소에 입맛을 들인 일본인들이 청나라 상인에게 채소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시절에는 특이하고 고급스런 작물로 취급되던 서양 채소를 팔았기 때문에, 청나라 상인들은 짭짤한 이윤을 남겨 금새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시대에도 대를 물려가며 이 곳에서 채소를 팔았다.

  하지만 한국전쟁 중 이 지역이 초토화 되면서 그 청나라 상인들의 후예인 화교들의 전성시대도 막을 내렸다.  인천이 다시 복구되면서는 한국인 상인들이 모여들어 평범한 한국 재래시장으로 변했다. 

 

  신포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우선 차이나타운과 가깝다는 것 때문에 몇몇 중국식 음식을 볼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닭강정''쫄면' 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

  나는 닭강정이라는 음식 이름을 대학 시절에 처음 들었다.  신포시장에서 가까운 동인천역 쪽에 살던 대학 동창이 닭강정을 무척 좋아해서 닭강정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 때까지 닭강정이란 것을 듣도 보도 못 한 나는, 음식 이름에 '강정' 이란 말이 들어가기에 전통과자 강정을 떠올리며 '아, 강정 재료로 닭고기도 쓰는구나~~ 세상에는 별 희한한 음식이 다 있군.' 하고 생각했다. ^^;; 

  쫄면이 신포시장에서 처음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건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인천은 과거 실향민이 많이 거주했던 곳인데, 실향민들은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만들어 파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다.  그런데 어떤 냉면집에서 실수로 퉁퉁 불어터진 비빔냉면을 내놓았는데, 의외로 그게 손님에게 괜찮은 평을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 아예 작정하고 통통한 면을 따로 개발해서 만든 것이 지금의 쫄면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 - 역사는 우연에서 비롯된다! ^^) 

 

 

(위) 우리가 막 신포시장 들어선 오전의 풍경. 역시 오전이라 한적함.

(아래) 차이나타운을 휩쓴(?) 후 저녁에 다시 들린 신포시장의 풍경. 역시 재래시장은 오후에 북적임. ^^  

 

  위의 사진 왼쪽의 하늘색 간판 붙은 곳이 우리가 닭강정 먹었던 식당이다.

  맞은편은 다른 닭강정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먹었던 곳의 분점(?)이다.  왼쪽은 닭강정을 만드는 곳과 손님이 먹는 곳이 함께 있는데, 몰려드는 손님을 다 받을 수 없어서 맞은편에 손님만 받는 공간을 따로 만든 것이다.  어쩐지 식당 규모에 비해 직원 숫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더니, 알고보니 점포가 두 곳...! ^^

 

  아래 사진은 저녁에 다시 찾아갔을 때의 풍경인데, 닭강정 포장해가겠다고 줄 선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

  우리가 갔던 닭강정집(아래 사진으로는 저 안쪽에 자그맣게 보임.) 뿐 아니라, 시장입구에 좀 더 가깝게 있는 닭강정집(사진 오른쪽 주황색 간판 걸린 집)에도 사람들이 주르륵 줄서서 자기 닭강정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택배배달까지 한다고 한다!  얼마나 맛있기에, 가까운 거리로 오토바이 배달 하는 것도 아니고 먼 거리에 택배배달씩이나 하는 건지...  닭강정이란 게 양념치킨이랑 달라서 눅눅해지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몇 시간에 걸쳐 택배로 배달하면 눅눅해질 것 같은데... ^^;;

 

 

(위) 손님의 손에 고이 들려 나가려고 플라스틱 통에 몸을 담근 닭강정. ^^

(아래) 우리가 시켜먹은 닭강정! 中짜리를 시켰으니 망정이지 大짜리 시켰으면 배터져 죽을 뻔했음.

 

  위의 배달용 닭강정을 보면, 진짜 먹음직스럽다.

  호두가루인지 땅콩가루인지를 듬뿍 뿌렸고, 그 위에 매콤한 풋고추에 빨간고추까지 예쁘게 썰어 얹어서, 시각적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팍팍 당기는...! ^^

 

  내 생각에 닭강정의 적정량은...

  여자의 경우 3명이 中짜리 하나 시키면 약간 아쉽게 먹을 수 있고, 닭강정을 너무 좋아하거나 배가 너무 고프거나 하면 여자 3명이 大짜리를 먹으면 딱 맞을 듯하다.  물론 남자의 경우에는 3명이면 大짜리는 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자 2명이서 中짜리 시켰다가 끝까지 먹지를 못 했다.  中짜리도 꽤 푸짐하게 나오는데다가, 아무래도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기도 하고, 거기에 물엿 넣은 달짝지근한 소스까지 더해져서, 금새 배가 부르게 된다.  둘 다 아침도 안 먹고 가서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大짜리를 시키려다가 中짜리를 시킨건데, 大짜리 시켰으면 큰일날 뻔했다. ^^;; 

 

 

신포시장의 명물 오색만두...!  저 알록달록한 만두의 자태를 보라!!! ^^

 

  차이나타운 가까운 곳이라 만두 종류를 많이 판다.

  떡볶이 왼쪽으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만두가 큰 접시에 잔뜩 있지만, 다른 만두들은 다른 시장에서는 못 본 색다른 것들이다.  노란색 만두는 단호박을 만두피에 섞은 거고, 초록색 만두는 쑥을 만두피에 섞은 것이다.  꽃분홍색 만두는 체리였나... 하여튼 무슨 과일을 만두피에 섞은 것이라고 들은 것 같다.  그 옆에 하얀색 만두도 만두피에 여러 야채 조각을 잔뜩 꽂아 나름 꽃단장 했고... ^^

  다만 저렇게 색깔들은 다양하지만, 속에 들어간 것은 전부 평범한 고기만두랑 같다. ^^

 

 

이쪽은 차이나타운 근처 아니더라도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갈빵.

 

  그런데 공갈빵이 정말 중국음식이던가?

  정작 중국에서 지낼 때에는 한 번도 보도 듣도 못 한 음식인데...  아무래도 중국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서 좀 물어봐야겠다. ^^

 

 

이쪽은 우리나라의 송편에 해당하는 월병(月餠)!

 

  우리가 추석에 송편을 먹듯이, 중국인들은 추석(중추절)에 월병을 먹는다.

  월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

 

  ☞ 짜증스러웠던 국경절 / 중국에서 맞은 추석 (http://blog.daum.net/jha7791/15790597)

 

 

(위) 신포시장의 또 다른 명물 화덕만두를 화덕 속에서 꺼내고 있는 주인장 아저씨의 큰 주걱.

(아래) 눈으로만 봐도 바삭바삭한 맛이 느껴질 것 같은 화덕만두의 모습. ^^

 

  사실은 이 음식 역시 중국에서는 보도 듣도 못 한 음식이다. ^^;;

  어찌되었거나, 차이나타운의 어떤 화교가 중국에 갔다가 화덕에서 구워내는 만두(...라고는 하지만, 사실 빵이나 과자에 가까운 음식임. ^^)를 보고 한국으로 돌아와 직접 화덕을 만들어 구워내 판 것이 시초라고 한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에는 여러 종류의 소가 들어가 있어서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내가 먹은 것은 단호박소가 들어간 화덕만두인데 고소하고 깔끔해서 맛이 좋았다.  그것 말고도, 소고기소, 돼지고기소, 치즈와 팥이 같이 들어간 소도 있었다.

 

 

이건 신포시장의 특징과 큰 관계 없는 서비스컷!  개 팔아요~~

 

  신포시장 외곽에 있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 파는 상점에서 저것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얼핏 보고 진짜 개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저 셰퍼트는 엄연히 장식용 멍멍이다.  지나가는 손님들 눈길 끌려고 '개 팔아요' 라는 종이까지 붙여서 내놓은 모양인데, 작전 성공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놀라거나 재미있어 하며 한 번씩 다 쳐다봤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