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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

Lesley 2016. 3. 14. 00:01

 

  이번 포스트에서 다룰 랑야방 34~43회의 주요 내용은 네 가지다.

  첫째, 매장소의 귀신 같은 계획으로 적염군 생존자인 위쟁을 구해내는데 성공한다.  둘째, 먼저번(23~33회)에 하강-예왕의 이간책에 걸려들어 위기를 겪은 매장소-정왕 커플(?)이 더욱 굳건한 믿음을 쌓게 된다.  셋째, 먼저번 이간책에 대해 통쾌하게 복수를 해서 하강과 예왕을 재기불능으로 만들어 놓는다.  넷째, '예왕의 출생에 관한 비밀' 이 나온다. (소경예에 이어 예왕까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었다니...!)

 

 

 

 

 

 

위쟁을 구출하라!

 

 

  ◎ 언궐의 활약 / 하강의 과거 

 

  매장소는 약왕곡 사람들과 강좌맹 사람들을 불러놓고 위쟁 구출 계획을 세운다.

  ※ 위쟁에 관하여는 먼저번 포스트 참조랑야방(琅琊榜) 25회~33회 - 정왕 대 예왕 / 매장소와 정왕의 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280)

  매장소가 세운 신묘한 계책은 강호에서 늙으며 산전수전 다 겪었을 약왕곡 곡주마저 감탄하게 만든다.  동시에 약왕곡 곡주에게서 한 가지 의문을 자아낸다.  매장소도 자신과 같은 강호인이고, 강호라는 곳이 싸움이 수시로 벌어진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 규모나 정도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매장소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용병술에 능한 것일까?  마치 정식 군대를 지휘해서 참전한 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감히 묻겠는데,

매 종주는 전쟁에 나가본 적이 있소?"
"..."
"매 종주 같은 인재가 군대를 통솔하고 있지 않다니,

참으로 안타깝소."

 

 

  약왕곡 곡주는 매장소처럼 용병술에 능한 인재는 마땅히 군대를 통솔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매장소는 그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어깨를 나란히 한 약왕곡 곡주에게서 고개를 돌려 정면을 조용히 응시할 뿐...

  매장소가 임수로 살던 시절에는, 무술에는 물론이고 병법에도 뛰어나 장차 나라의 큰 동량이 될 소년장수로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12년 만에 금릉으로 돌아와 책사로 활약하는 지금, 예전과 다르게 정략을 일삼는 자신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전장을 누비던 시절을 그리워 하고 지금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는 매장소에게, 약왕곡 곡주의 말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말이었을 것이다. 

 

  매장소는 위쟁 구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언궐 부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일전에 매장소가 언궐을 찾아가 정왕 편에 서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 때 언궐은 물론이고 그 아들 언예진까지 그리 하겠다고 응낙했다. 

  하지만 현경사 지하감옥에 갇힌 위쟁을 구출하는 일은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고 위험도만 엄청나게 높은 일이다.  실패할 경우에야 말할 것도 없고, 성공을 하더라도 그 뒷감당을 어찌할지 엄두가 안 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데 언궐 부자가 정왕의 편이 되고 처음으로 맡게된 일이 바로 그 일이라니, 첫 임무치고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  그런데도 언궐은 기꺼이 그 일에 협력하기로 한다.  위험하기만 할 뿐 이득이 될 게 없는데도 굳이 위쟁을 구출하겠다는 매장소와 정왕의 결심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정왕과 매장소를 돕는 이유를

아들 언예진에게 설명하는 언궐.

 

 

언궐 : "사실은 예진아, 나는 매장소 그 사람이 싫다.  교활하고 속을 알 수 없어서, 앞에 앉아 있어도 항상 본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지.  하지만 이번에 그를 돕는 것은 진심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아깝지 않다."

언예진 : "어째서 그렇습니까?"  

언궐 : "매장소와 정왕이 내린 결정이 내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언예진 : "마음을 울렸다고 하셨습니까?"

언궐 : "함정이고 호랑이 굴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래도 가겠다는구나.  얻을 것은 없고 잃기만 할 것이 뻔한데도, 그래도 가서 구하겠다는구나.  이토록 어리석고 또한 이토록 대담한 기백을 갖춘 사람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 했다.  만일 이번에 그들을 돕지 않는다면, 훗날 무슨 얼굴로 구천에 가서 옛 친구를 만나겠느냐."

 

  언궐은 위쟁 구출 계획의 일환으로, 현경사 수장 하강을 금릉에서 떨어진 산 속의 도교사원으로 불러낸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 보면, 두 사람이 예전에는 친하게 지냈지만 나중에 어떤 일로 사이가 나빠져서 오랫동안 왕래 없이 지낸 듯하다.  언궐이 적염군 사건을 날조극으로 보고 있고 적염군 사건으로 인해 신비가 자살한 것에 한을 품었다는 점, 하강은 바로 그 적염군 사건을 조사해서 역모로 확실히 규정하는 보고서를 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때 친밀했던 두 사람 사이가 냉랭해진 것이 당연하다.  

 

 

 

오래간만에(아마도 적염군 사건 후 처음으로)

사적으로 마주 앉은 하강과 언궐.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하강의 또 다른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

  언궐은, 하강 아들의 소식을 알려주겠다는 이유를 들어 하강을 불러냈다.  오래 전에 하강의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기 때문에, 하강은 자기 아들 소식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하강의 가정이 깨진 이유는, 하강이 진반약의 스승이며 홍수초의 창시자인 활족 선기공주와 외도를 했기 때문이다...!  하강의 부인은 일국의 공주인 선기공주가 남의 나라에 끌려와 노비 생활을 하는 것을 딱하게 여겨, 선기공주를 노비 신분에서 빼내어 자기 집으로 데려와 돌봐줬다.  그런데 그 선기공주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인의 남편인 하강과 정을 통한 것이다...!  하강의 부인은 무척 화가 났지만 그래도 아들 때문에 참고 가정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정작 외도를 한 하강은 선기공주에게 푹 빠져 가정을 지킬 생각이 없었기에, 결국 하강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떠나버린 것이다.

 

  도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하강은 선기공주에 대해서 진심이었던 것 같다.

  지난 포스트에 나온 진반약과 군낭의 대화를 들어보면, 적염군 사건 배후에는 선기공주가 있었다.  그런데 적염군 사건을 조작한 당사자가 하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하강은, 자기 나라를 멸망시킨 적염군에게 복수하려는 선기공주를 도우려고 적염군을 역모로 몬 것으로 보인다. (단, 이 포스트 중간에 또 다른 이유도 나옴.)  가정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대규모의 역모 사건을 조작하는 엄청난 짓까지 벌인 것을 보면, 하강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선기공주를 사랑한 것이다. 

 

  하지만 선기공주도 하강을 사랑했을까?

  이 드라마 속 시점에서 선기공주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선기공주에 대해서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단편적인 것만 알 수 있다.  그래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정략적인 차원에서 하강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나이에 적국으로 끌려와 노비로 살면서도, 홍수초란 비밀조직을 만들어 양나라에 복수하고 조국을 다시 일으키려고 애썼던 선기공주다.  자기 나라의 부흥과 양나라에 대한 복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선기공주 입장에서 보자면, 황제 직속의 수사기관 현경사를 이끄는 하강은 이용가치가 매우 높은 포섭 대상이 아니었을까?  

 

  각설하고...

  하강이나 언궐이나 보통 사람은 아니라,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를 놀래키고 자극한다.  그렇잖아도 위쟁 구출 작전 자체가 반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박진감 넘치는 부분이다.  그런데 위쟁 구출 작전 중 한 단계인 언궐과 하강의 대담 장면 속에서도, 반전이 여러 번 나온다.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만으로도 한 편의 심리극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드라마의 상당 부분이 그렇지만, 이 부분도 동영상으로 직접 봐야 그 강렬한 느낌을 알 수 있음...!)

 

  하강은, 언궐이 자신을 보자고 한 이유가 정왕에게 현경사를 습격할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것 아니냐고 돌직구(!)로 묻는다.

  언궐도 하강의 말에 좀 당황해 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순순히 인정하며 태연히 대화를 계속한다.  하지만 하강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위쟁을 현경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으며, 정왕의 군사는 물론이고 정왕에게 협력한 제자 하동마저 같이 해치우려고 위쟁이 갇혀있던 감옥에 폭약을 잔뜩 설치해놓았다고 말한다.  언궐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하고, 하강을 따라온 제자 하춘마저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한다. 

   

 

 

정과 의를 강조하는 언궐을 비웃는 하강.

언궐이 떠나며 남긴 말에 불안해진 하강.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언궐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제는 가도 되겠소." 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나가버린다.

  언궐의 말은 하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제는 가도 된다니,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못 갈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 사정이 무엇일까?  그저 정왕이 현경사를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지금까지 하강을 금릉 밖에서 붙들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더구나 하강과 하춘이 타고온 말까지 사라졌다.  마치 하강과 하춘이 금릉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처럼...  아무래도 하강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불안해진 하강과 하춘은 급하게 금릉으로 돌아간다. 

 

 

  ◎ 반전, 또 반전!

 

  하강이 언궐과 있는 동안, 하강이 예상한대로 한 무리의 괴한(매장소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약왕곡의 사람들)이 현경사를 습격한다.

  현경사에 남아있던 하강의 부하들이나, 드라마를 보던 이 시청자나, 당연히 그 사람들이 위쟁을 구하려고 현경사 공격에 나섰다고 여겼다.  그러나 약왕곡 사람들은 현경사 사람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더니 갑자기 도망쳐 버린다...!  현경사 사람들이 뒤쫓아가려 하지만, 순방영(금릉 치안을 담당하는 군대인데 정왕이 이끌고 있음.) 군사들이 그 무렵 여러 관청의 귀중품을 훔치고 다니던 도둑(사실은 매장소 쪽 사람)을 잡는다는 핑계로 방해해서(진로 방해? ^^) 실패한다.

 

  사람이란 예상을 벗어난 일이 연달아 벌어지면, 당황한 나머지 평소 같으면 절대로 안 할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하강은 현경사로 돌아와 부하들의 보고를 받고나니 더욱 조급해진다.  그렇잖아도 산속 도교 사원에서 언궐이 먼저 떠나면서 수상쩍은 말과 태도를 보인 것만으로도 불안한데, 현경사를 습격했다던 무리들도 갑자기 물러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혹시 정왕과 매장소가 위쟁을 다른 곳으로 옮겼음을 알아낸 게 아닐까?  그래서 벌써 대리사(위쟁을 가둔 곳)를 습격해서 위쟁을 빼낸 것은 아닐까?  불안해진 나머지, 평소에는 냉철하기 이를데 없는 하강이 앞뒤 안 가리고 대리사로 말을 타고 달려간다.

 

 

 

 

위쟁이 갇힌 대리사 감옥 앞에 이르러서야

계략에 넘어간 걸 깨닫고 '아차!' 하는 하강.

 

 

  하강은 대리사 감옥 바로 앞까지 가서야, 자신이 적에게 길을 안내한 꼴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하강이 급한 마음에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현경사에서 대리사까지 곧장 말을 타고 달리는 동안, 위쟁을 구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래 따라붙은 것이다...!  게다가 하강이 너무 급하게 서두는 통에, 하춘을 제외한 다른 현경사 고수들은 데려오지 못 했으니 더욱 낭패다.  결국 약왕곡 곡주비류 등 두 고수가 하강과 하춘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아주 간단히 위쟁을 빼내간다. 

 

 

 

위쟁을 빼앗기고 기막혀 하는 하강과 하춘.

위쟁 구출 계획이 성공하자

기뻐하는 정왕-매장소 측 사람들.

 

 

  알고 보니, 매장소가 언궐에게 하강을 만나라고 한 것은, 하강이 현경사를 비우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하강의 의심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었다. (한 마디로 심리전...!) 

  매장소는 고수가 우글거리는 현경사를 직접 공격하여 위쟁을 구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하강으로 하여금 위쟁을 현경사가 아닌 다른 곳(그 곳이 어디든 간에 현경사보다는 경비가 허술할테니까)으로 옮기게 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낸 언궐이 갑자기 만나자고 하면, 하강은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조만간 정왕이 위쟁을 구하려고 현경사를 습격할 것이 예상되는 시기가 아닌가?  그렇잖아도 임씨 일가와 친했고 자신과는 사이가 틀어져버린 언궐이다.  혹시 언궐이 정왕 편에 선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정왕이 현경사를 습격하려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언궐이 자신을 현경사 밖으로 유인하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매장소의 수에 말려들어, 언궐을 만나러 가기 전에 위쟁을 대리사로 이송했다.  얄궂게도 하강 스스로, 위쟁을 양나라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에서 상대적으로 허술한 곳으로 옮긴 셈이다.  게다가 뭔가 있어 보이는 언궐의 수상쩍은 태도에 불안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위쟁을 구하려는 무리에게 길잡이 노릇까지 해준 것이다. (천재 매장소...!!)

 

 

 

위기에 처한 정왕과 정비

 

 

  ◎ 정왕-정비 모자의 위기

 

  위쟁은 구해냈지만 아직도 앞에는 넘어야 할 험한 산이 있다.

  하강은 비류에게 얻어터져(!) 엉망진창인 모습 그대로 황제에게 달려가, 정왕이 위쟁을 탈출시켰다고 고한다.  놀라고 분노한 황제가 정왕을 불러들여 그게 사실인지 묻는다.

  정왕은 처음에는 매장소의 충고대로 침착하게 대응하지만, 역시나 듣는 사람 속을 긁어대는 예왕과 하강의 수작에 말려들어 차츰 헛점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하강의 말에도 의심쩍은 부분이 몇 군데 있다.  그래서 황제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아 고민하는데... 

 

 

 

분노한 황제와 불려온 정왕.

 

 

  바로 그 시간에 황후가 또 다시 정비의 처소로 들이닥친다.

  먼저번(예왕-하강이 정왕-매장소를 이간질 하려던 때)에는 황후 스스로도 정비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알면서, 그저 예왕을 도우려고 생트집을 잡으려 정비의 처소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황후도 확.실.한. 근거를 잡고 정비를 끝장낼 생각으로 왔다.

  그 근거란 바로 기왕의 생모 신비의 위패에 관한 문제다.  신비는 역적으로 죽은 기왕의 어머니라서 죽은 후에 위패조차 없는 상태다.  그런데 신비가 살아있을 적에 친하게 지냈던 정비가, 자기 처소에 신비의 위패를 몰래 숨겨두고 향까지 피워줬다.

 

  그런데 그 사실을 소신(정비 처소의 궁녀)이 발견했다.

  소신이란 궁녀는 그 동안 신비의 최측근 궁녀로 보였는데, 알고 보니 활족 출신이며 홍수초의 조직원이었다.  그래서 진반약과 하강의 명령으로 정비의 약점을 찾다가 신비의 위패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황후궁에 알려서 황후가 기세등등하게 정비 처소로 쳐들어 온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쳐 정비 처소를 수색하게 하는 황후.

 

 

  황제가 정왕의 말과 하강의 말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황후가 사람을 보낸다. 

  정비가 불순한 일을 벌인 증거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황제는 정왕이 위쟁을 탈출시킨 게 맞다고 결론 내리고, 불같이 화를 내며 정왕을 발로 걷어차기까지 한다.  그리고 예왕은 옆에서 그 광경을 보면서 고소해 하는 웃음을 짓는다. (아, 얄미워라... -.-;;)  황제는 울그락불그락 하며, 일단 정비부터 처벌한 후 다시 돌아와 정왕도 처벌하겠노라 소리치며 나가는데...

 

 

 

(위) 정왕을 발로 마구 차는 황제와 옆에서 고소해하며 지켜보는 예왕 및 하강.

(아래)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신비의 위패와 아무 말 없이 무릎 꿇고 앉아있는 정비.

 

 

 

  씩씩거리며 정비의 처소로 간 황제는, 문제의 '불순한 일' 이 신비의 위패에 관한 것임을 알고 할 말을 잃는다.

  얌전해 보이는 정비가 너무 대담한 짓을 벌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니다.  정비에게 신비의 위패를 만들어 세우라고 시킨 사람이 바로 황제 자신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황제는 자꾸 꿈 속에서 신비를 보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 신비의 원혼이 구천을 떠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누구도 신비의 위패를 안 세워주고 제사도 안 지내준 탓에, 신비의 넋이 극락왕생 못 하고 자신의 주변에 머문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명색이 황제인데, 역적의 어머니인 신비의 위패를 세우라고 공식적으로 명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신비와 친하게 지냈던 정비에게 남들 몰래 신비의 위패를 세우고 향도 피우며 명복을 빌어주라고 한 것이다.

  다만, 드라마 속 화면 연출 등을 보면, 황제가 신비의 꿈을 자주 꾸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 것은 정비 때문인 듯하다.  즉, 황제가 건강을 위해 먹는 보약이나 불면증 때문에 피우는 수면향에 정비가 환각제 같은 것을 섞어서, 황제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있던 신비에 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깨우도록 유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정비마마...!)

 

  아무 것도 모르는 황후는 의기양양하다.

  황후는 황제에게, 정비가 신비의 위패를 들킨 후 한 마디 변명도 안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황후가 보기에는, 정비가 결정적인 증거(위패)를 잡힌 마당이라 아무런 발뺌도 못 하고 죄를 인정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황제 입장에서 보자면, 정비가 황후에게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황제의 비밀명령을 토설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황제로서는, 황제의 체면과 위신을 위해서 조용히 입 다물고 모든 것을 뒤집어쓰는 정비의 의리(!)와 충심(!)에 감동할 지경이다.

 

 

 

(위) 뜻밖에도 황제가 정비의 죄를 고한 소신을 죽이라고 명령하자 당혹해 하는 황후.

(아래) 소신이 황후와 연결되었음을 알고 황후 쪽을 보는 정비.  그리고 자신을 죽이라는 황제의 명령에 벌벌 떠는 소신.

 

 

  어찌되었거나 표면적으로는 정비가 지은 죄가 드러난 상황이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교활한 황제가 물타기(!)에 나선다.  즉, 일의 초점을 '역적 어머니의 위패를 만들어 세워서 국법을 어긴 정비의 행동' 에서 '감히 상전을 배신한 궁녀 소신의 행동' 으로 바꾸어 버린다.  소신을 죽이라는 황명이 떨어지자 소신은 두려움에 울부짖고, 황후는 일이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놀라고 당황스러워 한다.

  황제는 정비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다.  속사정 모르는 황후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황후의 눈에는, 황제가 정비란 여자에게 푹 빠진 나머지 국가의 법이고 궁궐의 기강이고 전부 무시하고 정비를 감싸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평소의 황제 같으면, 누군가 역적을 감싸는 행동을 했다는데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황제와 황후가 떠난 후 소신을 노려보는 정비.

(무.섭.다...!)

 

 

  하마터면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 만날 뻔한 소신은, 정비의 만류로 목숨을 건진다.

  물론 정비가 소신이 예뻐서 살려준 것은 아니다.  사실 이번 소동은 정비가 고.의.로. 일으킨 것이다.  먼저번(하강-예왕이 매장소-정왕을 이간질하던 때)에 소신이 정왕 앞에서 울며불며 매장소에 관한 일을 이야기해서 정왕을 분노하게 만든 뒤로, 정비는 소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신이 혹시 첩자가 아닌지, 만일 정말로 첩자라면 누구의 첩자인지 확인하려고, 일부러 소신이 신비의 위패를 발견하게 유도한 것이다. (엄청나게 머리 좋은 정비마마!  매장소의 여자 버전!)

  이제 소신이 예왕과 황후 쪽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정비는, 소신의 목숨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정왕 앞에서 모든 것을 자백할 것을 요구한다.  이 현명한 어머니는 먼저번 같은 이간책에 아들이 두 번 다시 넘어가지 않도록, 아들이 매장소에게 품은 의혹을 확실히 없애려는 것이다.

 

 

  ◎ 한 고비는 넘긴 정왕 / 큰 고비를 맞은 매장소

 

  황제가 정비의 처소로 가던 때에 비해 눈에 띄게 누그러진 태도로 편전으로 돌아온다.  

  정왕에 대한 공격과 정비에 대한 공격이 동시에 터져나온 것을 보니 무언가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황제가 보기에 이건 누군가가 정비-정왕 모자를 해치우려고 일을 꾸민 게 분명하다.  돌아온 황제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반응을 보이자 예왕과 하강이 좀 당황스런 빛을 보인다.  황제의 눈치를 보느라 아까처럼 정왕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 한다.

 

  반대로 정왕은 황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래서 하강이 한 말의 허점을 짚으며 논리적으로 공격한다.  즉, 위쟁 같은 중죄인을 경비가 삼엄한 현경사에 가둬두지 않고 어째서 상대적으로 허술한 대리사로 옮겼는가...  그리고  현경사 사람들이 현경사를 습격한 폭도를 추적하려는 걸 순방영 군사들이 도둑을 쫓는다는 핑계로 방해해서 위쟁이 탈출했다고 했는데, 대리사에서 위쟁이 탈출한 일과 현경사 앞에서 도둑을 잡던 순방영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강으로서는, 황제에게 모든 일을 솔직히 말할 수 없다.

  정왕의 추궁에 반박하려면 당연히 언궐이나 하동의 수상한 태도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과 그들의 사이가 왜 틀어졌는지도 설명해야 하는데, 도대체 뭐라고 말한단 말인가?  "폐하, 사실은 소신이 적염군 사건을 조작(!)했는데, 언궐과 하동이 그 사실을 알고 소신에게 원한을 품고 소신을 함정에 빠뜨렸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하강이 정왕의 질문에 대해 눈에 띄게 당황해하며 어설프게 대답을 하자, 황제의 마음은 정왕이 결백하다는 쪽으로 기운다.  그렇다면 그냥 정왕을 돌려보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지으면 참 좋은데... 

 

  역시나 황제의 의심병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황제는 논리적.이성적으로는 정왕이 위쟁 탈주 사건과 상관없다고 보면서도, 정왕이 적염군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태도를 보인 것 때문에 의심을 다 거두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왕에게 근신령을 내리고, 하강에게는 위쟁을 탈출시킨 범인을 하루 빨리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교활한 하강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매장소를 용의자로 지목하며 현경사로 압송해 수사하겠다고 말한다.  정왕이 뜻밖의 상황에 놀라서 욱하며 따지자, 황제는 그 예민한 반응을 놓치지 않고 정왕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본다.   

 

 

 

 

비류가 꺾어온 예쁜 꽃과 매장소 부하들의 침울한 표정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그런데 매장소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려강과 견평 두 부하를 앞에 앉혀놓고, 현경사 사람들이 자신을 체포하러 올 때 절대로 반항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종주가 스스로 적의 소굴로 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침울해 한다.  그러나 정작 매장소는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인다.  자기가 없는 동안 비류가 꺽어다 준 꽃을 잘 돌보라며, 만일 집으로 돌아왔을 때 꽃잎 하나라도 시들어 있다면 두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한다. 

 

  매장소 한 명을 체포하려고 수십 명의 현경사 사람이 출동한다.

 

  자신들이 체포할 이가 강호 최고의 문파 강좌맹의 종주이기에, 체포 과정에서 여러 고수들과 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잔뜩 기합이 들어간 태도로 일사분란하게 매장소의 집 대문을 열고 들이닥치는데...

  대문이 열리자마자 뜻밖에도 매장소의 모습이 보인다.  대항하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고, 현경사에서 자신을 체포하러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담담한 태도로 서있는 매장소...  그리고 강제로 끌어낼 것도 없이 제 발로 대문을 걸어 나와 현경사로 간다.

 

 

 

이 장면은 동영상으로 보면 멋있음.

(이 포스트 첫번째 이미지가 이것과 이어짐.)

 

 

 

그 동안 서로를 쳐내려고 치열한 머리 싸움을 벌였지만

이제야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하강과 매장소. 

 

 

 

목숨을 건 매장소의 도박

 

 

  ◎ 현경사에 갇힌 매장소

 

  하강은 부하들을 물리고 매장소와 독대를 한다.

  두 사람 모두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 처음부터 기싸움이 보통이 아니다.  겉으로는, 마치 오랫동안 친분 쌓은 사이인 것처럼 다과를 함께 하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느긋한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눈빛은 서로를 탐색하느라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고, 대화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하강 : "소 선생은 학식이 깊고 견식 또한 넓으니,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 잘 알지요?"

  매장소 : "지옥이지요."

  하강 : "..."

  매장소 : "나찰과 수라(둘 다 불교에서 나오는 무서운 귀신)가 있는 곳 말입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은 모두 사람이 아니라, 온갖 귀신들이지요."

  하강 : "허허... 선생, 과찬이시오.  나는 그저 사람의 겉가죽을 벗겨내 폐와 장을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을 뿐이오. "

 

 

 

태연한 얼굴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매장소와 하강.

 

 

  매장소는 마치 하강의 협박에 굴복한 것 마냥 하강의 심문에 순순히 자백한다.

  다만, 매장소의 자백 중 상당 부분은 사실이지만, 하강을 혼란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거짓도 끼워 말한다.  역시 사람의 심리에 능통한 매장소답게, 누군가를 속일 때 전부 거짓말만 하면 오히려 의심을 사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열 가지 모두를 거짓으로 말하기 보다는, 아홉 가지의 진실에 한 가지의 거짓을 함께 묶어 말해야만 만만치 않은 상대를 속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강에게 굴복하는 듯 하강을 농락하는 듯 하던 매장소가, 별안간 하강의 약점을 찌른다.

  바로 기왕과 하강의 악연이다.  알고 보니 예전에 기왕이 현경사를 혁파하여 대리사 소속 기관으로 만들자며 황제에게 주청을 했다.  기왕이 한 주청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 드라마 속 현경사란 기관은, 얼핏 보면 조정 내 어떤 당파에도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기관 같다.  하지만 실상은 현대의 독재국가에서 권력자가 자기 직속으로 두는 비밀경찰에 가깝다.  즉, 명색은 수사기관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법률과 국가기관 위에 군림하며 황제의 명령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무서운 기관이다.

  그래서 기왕은 조정의 모든 기관을 일원화 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현경사를 혁파하고자 했는데, 현경사의 수장인 하강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일로 하강이 기왕에게 원한을 품은 게, 훗날 적염군 사건을 일으키며 기왕까지 엮어 죽인 원인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거기에, 위에 나온 선기공주와 얽힌 사연까지...)

 

 

 

"너는 정왕을 보좌하려 온 게 아니었구나.

소경우(기왕)를 위해 적염군 사건을 뒤집으러 왔구나!

말해라, 너는 도대체 누구냐?

기왕부의 옛 사람이냐?"

 

 

  매장소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하강이 적염군 사건을 조작한 것을 자신이 알고 있음을 밝힌다.

  매장소의 도발에 넘어가 잔뜩 흥분한 하강은 매장소가 과거 기왕의 사람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매장소에게 오금환을 강제로 먹인다.  오금환은 7일 안에 해독제를 먹지 못 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독약이다.  그 독약의 해독제를 주는 대신 매장소에게 모든 것을 불게 하려는 것이다.

 

 

  ◎ 뜻밖의 변수, 기왕(황제 동생)

 

  매장소는 현경사에 끌려가기 전, 언예진을 통해 누구도 생각 못 한 카드를 준비해 놓았다.

  바로 기왕이다.  단, 여기에서 말하는 기왕은 적염군 사건 때 누명을 쓰고 죽은 황제의 큰아들이 아니라, 황제의 동생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어로는 양쪽의 발음이 모두 기왕이다.  그래서 이 포스트에서는 두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 황제의 동생 기왕을 말할 때는 '기왕(황제 동생)' 이라고 표기하겠다.

 

  어쨌거나 이 기왕(황제 동생)이란 인물은 언예진과 친밀하다.

  두 사람은 비록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음악이나 춤 등 풍류에 조예가 깊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곧잘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던 모양이다.  매장소는 그런 두 사람의 친분을 이용해서, 언예진으로 하여금 기왕(황제 동생)을 여악사 궁우의 거처로 유인하게 한다.  기왕(황제 동생)은 유명한 궁우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며 언예진을 따라 나선다. 

 

  기왕(황제 동생)과 언예진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궁우가, 환기를 시킨다는 핑계로 창문을 열더니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2층에 있는 궁우 처소 아래쪽 골목으로 하동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서성이는 게 보인다.  궁우와 언예진의 은근한 유도로 기왕(황제 동생)도 그 광경을 보게 된다.  하동이 몇 사람을 지휘하면서 심하게 다친 어떤 남자(바로 매장소-정왕이 구출해낸 위쟁)를 마차에 태워 떠나보내는 모습이다.

  기왕(황제 동생)은 현경사 소속인 하동이 왜 그런 곳에서 수상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지 이상하게 여긴다.  하지만 곧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궁우의 처소 창문에서 하동과 그 무리를 내려다보는

기왕(황제 동생)과 언예진.

 

 

  그런데 며칠 지난 후, 언예진이 기왕(황제 동생)을 찾아와 거리 곳곳에 붙은 위쟁의 수배 전단지를 보여준다.

  그 수배 전단지 속에 담긴 위쟁의 초상화를 보니, 놀랍게도 하동이 데리고 있던 그 다친 남자인 듯하다...!  기왕(황제 동생)은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하동의 행동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것 같다며, 얼른 궁궐로 가서 황제를 만나 그 사실을 고한다.      

 

  이제 황제의 의심증은 현경사를 향하게 된다.

  현경사 수장 하강이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웬 폭도들이 몰려와서 위쟁을 빼내갔다고.  심지어 그 폭도의 배후로 정왕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기왕(황제 동생)은 하동이 위쟁을 데리고 있는 걸 보았다고 한다.  정왕이 빼내갔다는 위쟁이 어떻게 하동과 함께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동이 누구던가, 바로 현경사 소속 수사관이며 하강의 제자가 아니던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현경사는 오직 황제의 명령으로만 움직여야 하는 기관인데, 그런 현경사가 황제 모르게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 같다!

 

 

 

황제에게 하동의 일을 말하는 기왕(황제 동생).

현경사에 대한 의심을 무럭무럭 키우는 황제.

 

 

  ◎ 하동의 복수

 

  황제의 명령으로 몽지가 현경사에 가서 하동을 궁궐로 데려간다.  

  황제는 다른 기관도 아닌 현경사 소속인 사람이 의심스런 행동을 한 것에 큰 경계심과 불안감을 나타낸다.  그 증거로, 하동이 황제 앞에 나타났을 때 편전 안에는 가면을 쓴 무사들이 줄줄이 둘러서 있다.  현경사가 자신의 명령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인 것 같은 정황을 포착하자, 황제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호위무사들을 편전 안에 배치한 것이다.

 

 

 

하동의 행적을 추궁하는 황제.

하동이 발뺌하자 자신이 다 보았다고 말하는 기왕(황제 동생).

 

 

  황제가 하동을 심문하기 시작한다. 

  위쟁을 데려갔느냐는 황제의 추궁에, 하동은 처음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  하지만 기왕(황제의 동생)이 나서서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하자, 좀 당황해하는 빛을 보이다가 사실이라고 실토한다. (물론 수상쩍게 보일 생각으로 일부러 발뺌하다가 못 이기는 척 자백한 것임.)

  하동은 자기 남편이 적염군에게 죽었기 때문에, 복수를 하고자 적염군 소속 위쟁을 빼내어 죽여버렸다고 말한다.  물론 황제는 믿지 않는다.  위쟁은 역적이라서 어차피 조만간 사형당할 몸이었는데, 하동이 직접 나서서 죽일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자 하동은, 최근 들어 황제가 적염군과 가까웠던 정왕을 총애했기 때문에, 정왕 때문에라도 위쟁을 사형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정말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변명을 한다. 

 

  하동의 말도 안 되는 변명 때문에, 현경사 및 하강에 대한 황제의 의심은 점점 깊어만 간다.

  황제가 보기에, 위쟁을 철옹성 같은 현경사에 그대로 두지 않고 상대적으로 허술한 대리사로 옮겨놓았다가 폭도에게 빼앗겼다는 하강의 말은 처음부터 좀 이상했다.  그런데 하강의 제자 하동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 같이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이 엄청난 일을 스승 하강 모르게 하동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말이 제일 의심스럽다. (물론 하동은 황제가 하강을 의심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하강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강조한 것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으로 보이는 법 아니던가...!)

 

  마침내 황제는  그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다.

  위쟁 탈출 사건은 정왕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정왕을 쳐내려고 하강이 벌인 자작극이 분명하다...!  하동은 자신이 이미 위쟁을 죽여버렸다고 주장하지만, 아마 하강이 위쟁을 어디엔가 숨겨두었다가 정왕 주변에 갑자기 나타나게 하려는 수작이 분명하다.  그리고는 정왕이 위쟁을 탈출시켰다고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조정의 정쟁에서 중립을 지키며 황제의 명령으로만 움직였던 현경사가, 어느새 황제를 속이고 예왕의 편에 서서 정왕을 거꾸러뜨리려는 음모에 개입한 것이다...!

         

 

 

믿었던 도끼... 가 아니라 믿었던 하강에게

발등 찍혔다고 생각하고 분노한 황제.

 

 

 

하강과 예왕의 몰락

 

 

  ◎ 하강의 몰락

 

  한편, 하강은 황제가 몽지를 시켜 하동을 데려갔다는 보고를 받고 경악한다.

  황제는 최근 하강과 하동의 사이가 어떤지 전혀 모른다.  그런 황제 입장에서 보자면, 하동이 무슨 짓을 하였든 간에 전부 스승이자 상관인 하강의 명령에 따라 한 것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하강은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어느 정도 안심을 한다.  황제가 자신을 의심한다고 한들 어쨌거나 정왕보다는 자신을 더 믿을테니, 황제에게 자초지종을 잘 설명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강의 헛된 희망일 뿐이다.

  황제는 이미 하강에 대한 의심과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인 상태다.  그래서 몽지에게 명령을 해서 현경사를 완전히 봉쇄하고 현경사 소속의 모든 관원들을 감옥에 가두게 한다.  더구나 하강의 얼굴조차 보기 싫다며, 하강이 황제를 직접 만나 상황을 해명할 기회마저 박탈해 버린다.

 

 

 

황명을 상징하는 패를 하강 앞에 내보이는 몽지.

(우리나라 사극의 암행어사 출두 비슷한 느낌. ^^)

 

 

  하강은 제자 하춘에게 매장소가 지나치게 위험하니 죽이라고 명령하지만, 매장소는 비류가 때맞추어 나타나 살아남는다. (드라마가 이제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접어드는 시점인데 주인공이 벌써 죽으면 안 되지요~~ ^^)

  부하에게 부축받으며 현경사 감옥에서 나온 매장소는 쇠사슬과 수갑에 묶인 신세가 된 하강을 보고 비웃는다.  적염군 사건을 조작한 사람 중 하나인 사옥을 무너뜨릴 때는, 사옥의 침몰로 아무 죄 없는 사람들까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탓에(특히 소경예) 매장소가 마냥 기뻐하지 못 했다.  아니,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죄책감에 우울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하강을 몰락시킨 후에는 그 기쁨을 마음껏 표현한다.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하강과 매장소.

매장소를 매섭게 노려보는 하강.

그런 하강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매장소.

 


  매장소가 돌아온 후, 하동 때문에 강제로 먹은 오금환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런데 인생이란 게 참으로 얄궂다.  매장소를 원래의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놓는 원인이 된 화한지독이 오히려 이 경우에는 매장소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매장소 몸 안의 화한지독이 극강의 독이기 때문에, 오금환 같은 대단한 독조차 제대로 효과를 발할 수 없게 만든다.  한 마디로 독을 독으로 다스렸다고 할까?  (다만, 이 때까지도 매장소가 화한지독이라는 것에 중독된 상태라는 것만 나올 뿐, 그 화한지독이 구체적으로 어떤 독인지, 어떤 식으로 몸에 작용하는지는 나오지 않음.)  

  하지만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하강은, 매장소가 오금환을 먹고도 멀쩡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경악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나중에 하강이 매장소의 정체를 눈치채는 한 가지 단서(...라고 쓰고 떡밥이라고 읽음. ^^;;)가 된다. 

 

 

 

 

화한지독 때문에 오금환이 저절로 해독되자

기뻐하는 강좌맹 사람들.

 

 

  ◎ 예왕의 몰락 - 화약방 폭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다.

 

  하강의 일로 가뜩이나 심란해진 황제의 속을 다시 한 번 뒤집어놓는 후속타가 터진다. 

  아직 신년 휴가기간이라 정무를 볼 일이 없건만, 형부상서 채전과 호부상서 심추가 급한 일이라며 황제를 찾아온다.  채전은 뜻밖에도 작년에 벌어져서 이미 해결된 불법 화약방 폭발 사건을 언급한다.  ☞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서서히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다른 사건을 조사하다가 그 일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면서, 황제에게 보고서를 올린다.

 

  채전의 보고서를 읽던 황제가 화를 못 참고 보고서를 내던진다.

  그 사건이 당초 알려진대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예왕 쪽에서 고의로 저지른 사건이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청자가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화약방 폭발 사건의 진상이 이제 드러난 것이다. (드라마상으로는 하동의 일과 이 일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여기에도 매장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되어 있을 것임.)

 

 

 

채전과 심추의 보고를 들으며

기막혀 하는 황제.

 

 

  황제의 부름을 받고 온 예왕은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라는 속담의 뜻이 무엇인지 생생히 보여준다.

 

  황제가 화약방 폭발 사건의 진상을 담은 보고서를 예왕 앞에 내던지며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이미 하강이 체포되고 현경사가 풍지박산 났다는 소식을 들은 예왕은, 그 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하강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래서 "부황, 소자는 억울합니다.  현경사 사건에 대해서 소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것도 모릅니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한다.

  황제는 화약방 폭발 사건에 대해 추궁하려 했을 뿐, 현경사 일에 예왕이 관련되어 있는지는 아직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예왕이 먼저 현경사 운운했으니 자기 입으로 '내가 현경사와 관련이 있소~~' 하고 자백한 꼴이다.

 

  

 

 

예왕의 자백 아닌 자백에

'이 놈 봐라?' 하는 표정을 짓는 황제.

'역시...!' 하는 눈빛을 주고받는 심추와 채전.

 

 

  황제는 화약방 폭발 사건을 예왕이 저질렀다는 것도 괘씸하게 여기지만, 무엇보다 예왕과 현경사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격노한다.

  애초에 현경사란 기관은 황제의 수족으로 쓰려고 만든 기관이다.  그러니 다른 기관은 몰라도 현경사만은 무조건 자신에게만 충성하며 자신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런 현경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정치세력과 야합하다니, 아무리 그 다른 정치세력이 자신의 친아들인 예왕이라고 해도,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황제로서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예왕은 이미 모든 것을 안 황제 앞에서 계속 발뺌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사실 예왕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죄상이 전부 드러났지만 그래도 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죄를 인정하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장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왕의 사정이고, 황제는 예왕이 현경사에까지 손을 뻗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누르지 못 하고 찻잔을 예왕에게 내던진다.

 

 

 

황제가 내던진 찻잔에 머리를 맞은 예왕.

예왕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채전.

채전의 말을 막아버리는 황제.

 

 

  하지만 황제는 예왕에게 분노한 건 분노한 거고, 화약방 폭발 사건은 대충 덮으려 든다.

  예왕의 명령에 따라 화약방을 폭발시킨 예왕의 처남만 제대로 처벌하게 하고, 예왕은 그 사건에서 빼낸다. (깃털만 처벌받고 몸통은 무사한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음. -.-;;)  꼬장꼬장한 채전이 뭐라고 반대의 말을 하려 하지만, 황제는 채전의 말을 막으며 예왕을 처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나중에 채전이 심추에게 울분을 토하며 한 말처럼, 예왕은 수많은 사람은 죽이는 엄청난 죄를 짓고도 이마가 깨져 피 좀 흘린 정도의 대가만 치른 셈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권력과 권위만이 중요하고 백성들의 목숨은 알 바 아니라는 황제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난다.

  물론 예왕은 현경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 일로 황제의 눈 밖에 나게 되었으니, 황위계승전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왕이 황위계승전에서 탈락한 건 탈락한 거고, 화약방을 폭발시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책임을 져야하는 게 맞다.

  하지만 황제는 자기 아들이 현경사를 이용하여 자신의 위엄에 흠집을 낸 것에만 분노할 뿐, 백성들을 죽고 다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렁뚱땅 넘어간다.  어쨌거나 자기 아들인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지도 않고, 또한 자기 아들이 그 사건의 범인이라는 게 드러나면 황실의 체면이 구겨질 것을 염려한 탓일 것이다.  결국 황제에게는 자신과 황실의 위엄 및 체면이 어떤 경우라도 1순위인 것이다.

 

 

 

대세는 정왕 쪽으로 흐르고...

 

 

  ◎ 태자의 폐위

 

  태자가 폐위되는 장면은 시간 순서로 따지면 이 포스트 제일 처음에 나왔어야 한다.

  다만, 태자가 태황태후의 상 중에 술 잔뜩 마시고 황제에 대한 불평 늘어놓다가 자기 처소에 유폐된 이후로 태자의 비중이 팍 쪼그라들어서(!), 태자에 관한 부분이 이렇게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뒤에서라도 나와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아예 깜빡 잊고 이 포스트에서 태자 폐위 부분을 빠뜨릴 뻔했다. (미안해, 태자~~ ^^;;)

 

 

 

태자 폐위를 선언하는 황제.

폐위 교서를 받는 순간에도

여전히 띨띨한(!) 표정을 짓는 태자.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태상감에서 천문을 살피고 태자 폐위를 황제에게 주청한 것처럼 보이는데...

  당연히 '별의 움직임이 이러이러하니 이것은 태자를 폐위하라는 하늘의 뜻입니다.' 라는 태상감 측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태자 폐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쇼(!)일 뿐이다.  사실은 그 동안 태자를 어찌 처리할지 고민하던 황제가, 드디어 태자의 폐위를 결심했기에 폐위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폐위된 태자는 헌왕이라는 작위를 새로 받아(어쩌면 태자가 되기 전에 헌왕이었기 때문에 다시 헌왕으로 강등되는 것인지도...) 헌주라는 지방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태자 역시 올 것이 왔다는 심정인지, 특별한 반항을 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 월귀비의 강등, 정비의 귀비 승격

 

  황제는 정비에게, 정왕을 새로운 태자로 세울 뜻을 슬며시 비친다.

  물론 우리의 정비마마는 언제나 그렇듯이, 황제에게 쓸데없는 의심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한다.  자기 아들 정왕이 지나치게 강직해서 융통성이 없는 나머지, 다른 황자들이라면 이게 웬 떡이냐고 덥썩 받았을 태자 자리도 탐탁해하지 않을 것이란 식으로 말한다.  물론 권력욕 넘치는 황제에게, 정왕은 태자나 예왕과 다르게 권력욕이 별로 없어서 황제의 권위를 절대로 넘보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암시하기 위함이다.

  또한 황제가 정왕을 의심한 것에 대해 은근히 미안해 하는 빛을 보이자, 그게 전부 황제가 자식 훈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인 것마냥 포장(!)해서 황제의 체면을 세워준다.  이렇고 겸손하고 분수를 지키며 말까지 예쁘게 하는 정비를 보니, 황제는 그저 가슴이 뿌듯할 뿐이다. ^^;;

 

  기분이 좋아진 황제는 곧 있을 황실의 봄사냥 때 정비도 데려가서 매장소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황제가 보기에 정비가 매장소에게 꽤 관심을 갖는 듯한데, 아무래도 황실 여인의 몸으로 궁 밖 남자인 매장소를 만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니 궁 밖에서 벌어지는 사냥 행사에서 매장소를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그 나름대로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비의 기지가 다시 한 번 발휘된다.

  정비는 '매장소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것' 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황제가 자신을 봄사냥에 데려가주기로 한 것' 에 대해서만 감사의 말을 한다.  의심병 환자 황제 앞에서 매장소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면, 또 어떤 의심을 사서 화를 입을지 모른다.  그러니 매장소를 만나게 해준다는 부분은 마치 별 것 아닌 것처럼 넘겨버리고, 황제가 여러 후궁 중 자신만 봄사냥에 데려가주는 것에 대해서만 기뻐하면서도 수줍어하는 식으로 행동한 것이다. (가끔은 주인공 매장소보다도 정비가 더 총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     

 

 

 

 

(위) 정비가 겸손하고 다정하게 말을 하자 '어이구~ 우리 예쁜 마누라~' 하는 표정을 짓는 황제. 

(아래) 봄사냥 때 정비와 매장소를 만나게 해주겠노라 약속하는 황제.

 

 

  권력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했던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후와 월귀비는 각자 예왕과 폐태자를 위해 맞서는 사이였다.  그런데 이제 예왕이나 폐태자나 모두 별 볼 일 없는 신세가 되고, 대신 정왕과 정비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황후는 후궁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월귀비의 기운을 북돋는 말을 하고, 월귀비 역시 평소와는 달리 황후에게 매우 공손히 구는 둥, 두 사람이 연합하여 정비를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닭 모가지를 비튼다고 해서 어디 새벽이 안 온다던가... 

  월귀비가 아들을 태자로 복위시키기 위한 어떤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에, 황제 쪽에서 먼저 결단을 내린다.  황자의 지위에 따라 그 어머니의 지위도 따라가는 것이라며, 귀비의 자리에 있던 월귀비를 현비로 떨어뜨려 버린다.  대신 정비를 새로이 귀비 자리에 올린다.  

  이제 정비에서 정귀비가 된 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황명을 받들고, 월귀비에서 월현비로 떨어진 이는 억울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황후의 표정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오랜 세월 자신이 원했던대로 월현비-태자 모자가 몰락하기는 했지만, 대신 이제는 정귀비-정왕 모자가 전면에 등장했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이제는 정비가 아닌 정귀비...!

귀비에서 강등되어 억울한 표정을 짓는 월현비.  

심란하기만 한 황후.

 

 

 

내 친구 임수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구나.

 

 

  ◎ 진주는 구해왔으나 진주를 받을 이는 사라졌으니...

 

  정왕은 어머니 정귀비 앞에서 임수와의 마지막 추억을 이야기 한다.

  13년 전 정왕은, 자신과 임수가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임무차 동해로 떠났다.  그 때 임수는 동해에 커다란 진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돌아올 때 비둘기알만큼 커다란 진주를 선물로 가져다달라고 말했다.  임수는 그저 농담 비슷하게 한 말이지만, 고지식한 정왕은 친구를 위해 정말로 비둘기알 크기의 진주를 구해서 돌아왔다.

  하지만 정왕이 금릉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완전히 뒤집어진 상태였다.  적염군 사건이 터져 임수는 역적으로 몰려 처참히 죽어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애써 구해온 진주는 주인을 잃고 덩그러니 남았다.   "저는 진주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 조각의 뼈도 남기지 않았더군요."

     

 

 

눈물을 흘리며 임수를 그리워하는 정왕.

진실을 말하지 못 하고 안타까워 하는 정귀비.

 

 

정귀비 : "네가 임수를 잊지 않았으니, 임수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란다.  너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게야."

정왕 : "제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것은 싫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귀비 : "세상만사가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지나간 일은 영원히 다시 되돌릴 수 없단다.  설사 임수가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있더라도, 아마 예전의 임수가 아닐 게야."

 

  '설사 임수가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있더라도, 아마 예전의 임수가 아닐 게야.' 라는 말은 정귀비-정왕 모자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선다. 

  정귀비는 임수가 매장소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해버린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이 때 정귀비의 태도를 보면, 정왕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는 매장소의 뜻을 존중하여 정왕에게 진실을 말하지는 않지만, 임수를 그리워하는 정왕의 태도에 안타까운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정왕에게 어느 정도의 단서를 던져주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정왕은, 어머니의 말을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 번 죽은 이가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올 수는 없으니, 만일 임수가 나타난다면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귀신의 모습이 아니겠느냐는 말로...  즉, 결국에는 두 번 다시 임수를 못 본다는 말을 에둘러서 이야기 한 정도로 알아듣는다.  

 

 

 

  ◎ 13년 전 매령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

 

  드디어 정왕이 위쟁과 마주 앉게 된다.

  정왕은 위쟁을 구출한 뒤로 무척 만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혹시 하강과 예왕 쪽에서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한 매장소의 의견대로, 몇 달 간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제야 만나서 13년 전 매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의문점을 풀게 된다.

  정왕이 적염군 사건의 진상에 대해 어지간한 것은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풀지 못 한 의문점이 하나 있다.  적염군은 양나라 최정예 군대였다.  그런 적염군이 어떻게 녕국후 사옥이 끌고간 군대에게 그토록 철저하게 무너졌는가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위쟁의 입으로 밝혀지는 진실은... 

  당시 7만명의 적염군은 대유국의 20만 대군을 상대로 사흘 밤낮 동안 혈전을 벌여 겨우 승리했다.  그래서 사상자도 많았고 모두 기진맥진해 있었다.  적염군이 그렇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틈을 노려 사옥이 공격했기 때문에, 적염군은 어이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옥은 적염군을 몰살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적염군이 대유국의 20만 군사를 무찌른 일을 자신이 지휘하는 군대가 이룬 공인 것마냥 조정에 거짓 보고하기까지 했다.  자기 손으로 죽인 자들의 공을 가로채는 비열한 짓까지 벌인 것이다.

 

 

 

위쟁의 말을 들으며 분노하는 정왕.

 

 

  정왕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위쟁이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혹시 임수도 살아있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적염군 중 위쟁 말고 또 누가 살아남았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위쟁은 장교급에서는 자기 말고는 살아남은 이가 없다고(물론 진실이 아니지만...) 대답한다.  거기에 사옥이 그토록 악랄하고 철저하게 적염군을 몰살했다는 말까지 들으니, 혹시나 하고 품었던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 끊겨 버린다.

 

  정왕은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위태롭게 일어선다. 

  "돌아올 수 없구나, 돌아올 수 없어.  알고 보니 임수는 정말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로구나."  정왕의 그런 모습을 한 쪽에 서서 지켜보는 매장소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한 것 같은 자세지만, 임수를 그리워하는 정왕의 시선은 매장소를 비껴가고, 오직 매장소의 시선만이 정왕을 향한다. 

 

 

 

눈 앞에 있는 임수를 알아보지 못 한 채

죽은 임수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정왕. 

 

 

 

예왕 출생의 비밀

 

 

  ◎ 멀어진 대권의 꿈

 

  현경사 하강과 손잡은 일로 황제의 눈 밖에 완전히 나버린 예왕은, 황위에 오르겠다는 꿈을 버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홀로 어두운 방에 앉아 좌절감을 곱씹고 있을 때, 아내 예왕비가 조심스레 들어온다.  예왕비는 자신의 동생(예왕의 명령을 받아 화약방에 불을 질러 폭발시킨 사람)이 일을 제대로 처리 못 해 예왕의 대업을 망쳤다며 엎드려 사죄한다.

  이 장면에서, 절망감을 겨우 억누르고 있던 예왕이 예왕비의 말에 더 이상 감정을 통제 못 하고 길길이 날뛸 줄 알았다.  예왕비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화풀이 삼아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러대지 않을까 했는데...  천천히 몸을 일으킨 예왕은 의외로 매우 다정하고 우아하고 예의바르게 손을 내밀어 예왕비를 일으켜 세운다. 

 

 

 

절망감에 파묻힌 예왕.

(그런데 지금까지 본 예왕의 모습 중

이 때 모습이 제일 멋짐. ^^;;)

 

 

  예왕비는 어떻게든 남편을 위로하여 힘을 북돋아주려고 한다.

  그런 예왕비에게 예왕은 눈물 어린 눈으로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즈막히 속삭이는 것처럼 말하기에, 오히려 예왕의 절망감이 더욱 극대화 된다.

 

  예왕비 : "전하, 반드시 기회가 다시 올 것입니다."
  예왕 : "기회가 다시 올 리 없소.  나는 부황을 잘 알고 있소."

  예왕비 : "!"

  예왕 : "조만간 나는 강등될 것이오.  오늘 이후로... 나는 황위와 영원히 인연이 닿지 않게 될 것이오." 

 

 

  그리고 머지않아 예왕의 예상대로 된다.

  황궁에서 나온 태감이 예왕의 지위가 강등되었음을 알린다.  예법에 따라 황명을 따르겠다는 말을 하며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데, 예왕은 머리를 조아리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딱딱한 돌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다.  그렇게 자해라도 하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옆에서 머리를 조아리던 예왕비가 얼굴을 들어, 그런 남편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예왕이 몰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

 

 

  ◎ 밝혀진 예왕의 생모, 그리고 생모와 생부 사이의 악연 

 

  진반약은 변장하고서 감옥에 갇힌 하강을 찾아가, 이 난국을 어찌 헤쳐나갈지를 의논한다.

  하강은, 선기공주가 죽기 전에 남기면서 훗날 정말로 만부득이한 상황이 닥쳤을 때 열어보라 했던 금낭을 떠올린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만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냐며 금낭을 열어본다.  그런데 선기공주가 남긴 금낭 안에 담긴 것은, 놀랍게도 선기공주의 언니 영롱공주가 자기 아들 앞으로 쓴 편지다.  그리고 영롱공주의 아들은...  바로 예왕이다!!!   

 

 

  진반약은 그제서야 자신의 스승 선기공주가 죽으며 신신당부했던 말의 진정한 뜻을 깨닫는다.

  사실, 드라마가 여기까지 진행되도록, 활족의 부흥과 양나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홍수초의 수장 진반약이 어째서 예왕의 편에 섰는지 오리무중이었다.  처음에는 예왕을 돕는 대가로 활족의 나라를 재건해 줄 것을 요구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무리 예왕이 황위에 눈이 멀었어도 결국에는 양나라의 황자다.  그런 예왕이 자기 나라가 무력으로 정복한 활족의 나라를 다시 세우는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리고 설사 예왕이 급한 마음에 그렇게 해주겠다고 거짓 약속을 한다 한들, 똑똑한 진반약이 그런 뻔한 수에 넘어갈 리도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선기공주가 임종하면서 진반약에게 예왕에게 접근하여 있는 힘을 다해 보좌하라 당부했기에, 진반약이 예왕 편에 선 것이다.  진반약은 어째서 예왕을 보좌하라는 걸까 이해하지 못 하면서도, 선기공주가 하늘 같은 스승이기에 그 유지를 따랐다.  그리고 이제야 예왕이 자기 스승 선기공주의 조카이며, 예왕의 몸에 흐르는 피 중 절반은 자기네 활족의 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롱공주가 아들 예왕에게 남긴 편지에는 짙은 한이 절절이 배어있다.

  영롱공주는 양나라 황제의 즉위를 돕기로 하면서 그 대가로 어떤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황제는 즉위하자 그 약속을 깨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적염군을 보내 활족을 학살하고 활족의 나라를 완전히 멸망시켜버렸다.  그래서 황제와 손을 잡아 그 비극의 단초를 제공했던 영롱공주는, 스스로를 나라를 망친 천고의 죄인으로 자처했다.  

 

 

 

 

영롱공주의 유서가 든 금낭을 내미는 진반약.

자기 부모 사이의 기막힌 사연을 알고

자신을 속인 아버지 황제에게 원한을 품는 정왕. 

 

 

  황제가 깼다는 약속이 무엇인지 드라마만 봐서는 알 수 없는데, 원작소설을 접한 이들이 쓴 글을 찾아 읽어보니 대충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는 듯하다.

 

  원작소설에 따르면, 활족의 나라는 양나라와 대유국 사이에 있는 나라였다고 한다.

  그런데 양나라와 대유국이 강대국인데 비해, 활족의 나라는 약소국이었다.  그래서 형편에 따라 양나라 편에 섰다 대유국 편에 섰다 하는 식으로 근근히 버텼던 모양이다. (약소국의 비애...)

  그런데 어찌어찌 하여 영롱공주가 지금의 양나라 황제(그 당시에는 일개 황자였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아이까지 낳은 정인 사이가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황제를 양나라 황위에 올리는 일을 돕는 정치적 동반자 사이가 되었다.  영롱공주는 예황군주처럼 여인의 몸으로 군대를 지휘했다고 하는데, 그 군사력으로 지금의 황제의 즉위를 도우면서 대신 자기 나라의 좀 더 나은 입지를 요구했던 것 같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막상 황위에 오르자 황제의 마음이 변해버렸다. 

  권력욕과 의심이 넘쳐나는 황제는 활족을 그대로 두면 큰 후환이 될 것 같았다. (이 표현은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해서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음.  황제란 사람은 '권력욕과 의심이 넘쳐난다' 고 밖에 밖에 표현할 수 없으니...)  그래서 활족이 양나라를 돕겠다는 약속을 깨고 대유국(아니, 북연이었나? 뭐 하여튼 양나라의 적국인 다른 나라... -.-;;) 편으로 돌아섰다는 이유를 들어 적염군에게 활족의 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키게 했다. (물론 활족이 약속을 깼다는 것은, 황제가 활족을 치기 위한 명분으로 내세운 거짓말임.)

  결국 영롱공주는 양나라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리고 영롱공주의 동생 선기공주는 포로로 붙잡혀 양나라 궁궐에서 노비로 살다가, 훗날 홍수초란 비밀조직을 만들어 활족의 부흥을 꾀했던 것이다.  하지만 선기공주는 생전에 활족 부흥의 꿈을 이루지 못 했고, 죽어가면서 언니의 아들이며 자신의 조카인 예왕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적염군 사건에 얽힌 또 다른 사정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적염군 사건의 배후는 다음 순서대로 드러났다.  출세에 눈이 먼 사옥의 음모 → 기왕에게 악감정을 품고 선기공주에게 푹 빠진 하강의 음모 → 나라를 잃은 선기공주의 복수

  선기공주가 적염군에 원한을 가진 이유는, 적염군이 자기 나라를 멸망시키고 자기 민족을 학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적염군도 황제에게 거짓말에 속아 활족이 양나라를 배신한 줄로만 알고 활족을 공격한 것이다.  결국... 황제가 모든 비극과 악행의 근원이다...!!! 

 

  예왕은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단순히 자기 생모 영롱공주가 생부인 황제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해서만 복수하려는 게 아니다.  예왕은 출생의 비밀을 안 후 황제에게 큰 배신감을 품게 된다.  황제가 활족의 피를 이은 자신을 결코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 없으면서, 그저 권력을 위해 아들인 자신을 장기판의 말처럼 이용하기만 했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예왕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그런 예왕의 판단은 옳은 듯 하다.

  예왕이 생모에 대한 비밀을 알고 충격과 분노를 삭이지 못 해 어쩔 줄 몰라하던 그 시간, 황제는 고담을 상대로 영롱공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알고 보니 황제를 제외하면, 고담이 황제와 영롱공주의 일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황제는 예왕이 쓸만하면 황위를 물려줄 생각이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 동안 예왕을 아끼면서도 경계했노라고 고백한다.  이기적이고 시의심 많은 황제에게는, 자기 뿐 아니라 생모까지 닮아 총명하고 결단력 있는 예왕이 다소 껄끄러운 존재였던 것 같다. (그리고 입밖으로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예왕의 생모 영롱공주를 배신하고 죽인 것도 마음에 걸렸겠지...) 아마 예왕이 하강과 손을 잡는 일이 없었어도, 황제는 결국 예왕에게 황위를 넘겨주지 않았을 것 같다.

 

 

 

 

봄사냥을 떠나는 황제 일행을 성벽 위에서 보는 예왕.

(황제에게 아들로서 작별을 고하는 것 같은 느낌.)

 

 

  예왕은, 진반약을 통해 하강이 전한 말대로, 황실에서 매년 3월에 의례 차원에서 거행하는 봄사냥을 노리기로 한다.

  마침내 봄사냥 시기가 되자 황제는 정귀비, 정왕, 다른 여러 황족들, 신하들을 이끌고 금릉을 떠난다.  그런 황제 행렬의 모습을, 예왕은 금릉성 위에 서서 홀로 지켜본다.  마치 황제에게 아들로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마냥, 황제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치를 떨던 때와는 달리 만감이 어린 표정으로 조용히 내려다본다.


  봄사냥은 이 드라마 후반부의 중요한 고비가 된다. 

  예왕은 봄사냥을 틈 타 아버지 황제에 대한 복수를 단행하기로 한다.  과연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하려 할까...

 

 

 

보너스 - 복선 / 언예진에게 사냥규칙을 알려준 이

 

 

  ◎ 두 가지 복선

 

  이번 포스트에 다루는 내용에는, 나중에 나오는 반전을 위한 복선이 두 가지 숨어있다.

  보는 순간에는 복선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 반전이 드러난 후에야 '아하~ 그게 바로 복선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장면들이다. (참으로 절묘한 드라마일세~~!!!)

 

  첫번째는, 정귀비가 자기 처소 앞뜰을 내다보는 장면이다.

  그 동안에도 정귀비가 무언가로 심란해 할 때 혹은 무언가 깊이 생각할 일이 있을 때, 자기 처소의 문 앞에 서서 앞뜰을 내다보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항상 카메라가 앞뜰을 내다보는 정귀비의 모습만 비추었을 뿐, 단 한 번도 정비가 바라보는 풍경이 어떠한지는 안 나왔다. 

  그런데 처음으로 정귀비의 방향에서 바라본 앞뜰의 풍경이 나온다.  그리고 그 앞뜰을 바라보는 정비의 눈빛은, 그저 나무나 꽃을 바라보는 것이라기에는 좀 이상할 정도로,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 있다.  정비에게서 그런 눈빛을 끌어낸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드라마 끝부분에 가서야 밝혀진다.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나온

정비 처소 앞뜰의 풍경.

 

 

 

그윽한 눈빛과 따뜻한 미소로

앞뜰을 바라보는 정귀비.

 

 

  두번째는, 봄사냥터에서 기왕(황제 동생)이 정생을 보게 되는 장면이다.

  기왕(황제 동생)은 황제와 한담을 나누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그러자 저 멀리 매장소를 따라 봄사냥터에 온 비류와 정생이 보인다.  별 것 아닌 그 광경을 보고 기왕(황제 동생)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얼른 표정을 수습하고 황제 쪽을 슬며시 보며 눈치를 살핀다.  기왕(황제 동생)이 어째서 그런 미묘한 반응을 보였는지는 다음 포스트에 나온다.

 

 

 

비류와 함께 말을 타는 정생.

정생을 보고 놀라는 기왕(황제 동생).

 

 

  ◎ 임수와 언예진의 추억 - 언예진에게 사냥규칙을 알려줬던 이는?

 

  매장소가 처음 사냥터에 와 본 정생에게 자상하게 사냥 규칙을 알려준다. 

  그저 사냥터에서의 안전규칙 같은 것을 알려준 게 아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에는 함부로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아마도 동물들의 번식기에는 동물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뜻인 듯.), 즉 요즘으로 치면 자연보호 차원의 가르침이다.

 

  그러자 옆에 함께 있던 언예진이 투정 부리듯이, 왜 정생만 편애하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가르침도 주지 않느냐고 한다.

  그저 언예진의 실없는 농담이나 장난인 줄로만 알았는데, 대화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에 언예진이 아버지 언궐과 대화하면서, 자신과 소경예가 어렸을 적에 기왕은 자기들에게 다정히 대해줬지만 임수는 무척 귀찮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임수와 언예진 사이에도 따뜻한 추억 하나 정도는 있었다.

 

  언예진 : "소 형께서는 정생을 제자로 거두신 겁니까?"
  매장소 : "그런 셈이지."
  언예진
: "너무 편애하시는군요.  저에게는 아무 것도 안 가르쳐주시더니 말입니다."

  매장소 : "자네 아직 기억하고 있나?  처음으로 사냥에 참가했을 때 누가 자네에게 규칙을 알려줬는지 말일세."

  언예진 :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더니) "임수 형님이셨지요."

  매장소 : (잠시 희미하게나마 따뜻한 미소를 짓는) "..."

   

 

 

언예진의 대답을 들으며

옛 추억에 따뜻한 눈빛을 보이는 매장소.

 

 

 

 

기타

 

 

  1. 하강 역을 맡은 왕영천(王永泉)에 대해 놀라운 사실 두 가지를 알았다.

 

  우선, 왕영천이 전업배우가 아니라 이 드라마의 촬영감독이라고 한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남들은 연기와 촬영 중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하는데, 두 가지 모두를 해냈으니 말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데에는 멋진 화면 연출이 한몫 한다.  그런데 그 멋진 화면을 찍은 촬영감독이 매장소와 정왕을 이간질 시키려던 악당 하강일 줄이야...!

 

  또한, 려강 역을 맡은 왕굉(王宏)이 왕영천의 아들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전혀 닮지 않아서 의외였다.  왕영천은 날씬한데 왕굉은 꽤나 덩치가 있는 몸이라... ^^;;  그리고 왕굉도 원래 제작진 중 한 사람이라고 하니,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이 드라마에서 배우로도 활약하고 제작진으로도 활약한 셈이다.  원래 중국에서는 제작진과 배우진을 오가며 활동하는 게 일반적인 건지 어떤 건지... 

 

 

  2. 랑야방 중국원본 파일을 구했다...! (아이, 좋아~~ ^0^)

 

 

  중국원본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중국어 자막이 깔려있어서 한글자막 중 좀 이상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한글자막본은 720P짜리인데도 이상하게 화질이 안 좋은데 중국원본은 1080P이라 한결 나은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다운받는 과정에서 생쇼(!)를 벌였다.

  어둠의 경로를 뚫는 프로그램을 하도 오래간만에 써봐서 서툴렀던데다가 마음도 급했기 때문에, 다운 받는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 프로그램 기본설정에 나온 그대로 놓고 다운받았다.  그러자 다운받은 파일이 운영체제 및 각종 프로그램이 위치한 C드라이브에 저장되면서, C드라이브 공간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ㅠ.ㅠ  어떻게든 모자란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깔아놓았던 온갖 프로그램을 지워가며 계속 다운받았는데, 나중에는 그래도 공간이 부족해서 도저히 더는 다운받을 수가 없었다. (C드라이브 공간이 5M도 안 남는 짜릿한 경험 해보셨수? -.-;;) 

  그제서야 그 때까지 다운받은 파일을 전부 D드라이브로 옮긴 후 새로 다운받을 생각을 했다.  그래봤자 한 발 늦어서, C드라이브에서 지워낸 각종 프로그램과 드라이버는 몽땅 새로 다운받아야 하고...  역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엄청 고생한다. ㅠ.ㅠ

 

  그렇게 고생해가며 받은 중국원본이니, 여기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 만큼 열심히 복습하리라~~!.

  이미 한글자막본으로 두 번을 봤다.  첫번째는 그냥 봤고, 두번째는 블로그에 감상문 올리느라 다시 보는 중이다.  랑야방이란 드라마는 치밀하면서도 여백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보니, 두번째 볼 때는 이미 내용을 다 알고 보는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봤던 장면이, 다시 볼 때에는 그 뒷내용의 복선이라는 게 보여서 감탄하게 된다.  랑야방!  네 앞에서 나는 한 마리 소가 되어 너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되새김질 해주리라~~~!!! ^^ 

 

 

  3. 이복남매인 소경예-우문념이 무척 닮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닮아보이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형제인 황제와 기왕(황제 동생)은 정말 많이 닮았다.

 

  그렇다고 해서, 황제와 기왕(황제 동생)역을 맡은 배우들 얼굴이 닮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눈사람(!) 같은 몸매를 지니고 있고 펭귄(!)처럼 뒤뚱뒤뚱 걷는 모습 때문에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단아한 미인 리양장공주가 이 형제의 친누이라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아무래도 양나라 황실은 Y유전자보다 X유전자 쪽이 외모면에서 더 우수한 모양임. ^^;;)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감정을 숨기지 못 하고 얼굴에 금새 드러낸다는 점도 비슷하다.  물론 형은 의심병을 넘어서 의심암(!) 말기 수준의 악당인데, 동생은 항상 느긋하고 좀 주책맞을 때도 있지만 선량한 성격이라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 

 

 

  4. 랑야방 7회~19회에 나오는 멋진 대사의 원문을 바이두에서 찾아봤다.

 

  ① 언궐이 위쟁을 구하려는 매장소와 정왕을 돕기로 하고서, 아들 언예진에게 왜 그들을 돕는지 설명하는 말.

  明知是陷阱,是虎狼之穴,可是仍然要去。利弊得失如此明显,却仍然要去救。如此愚蠢,却又如此有胆魄的人,已经很久没有见到了。如果这次不去帮他们,日后又有何颜面,去见那些九泉之下的故友呢。(함정이고 호랑이 굴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래도 가겠다는구나.  얻을 것은 없고 잃기만 할 것이 뻔한데도, 그래도 가서 구하겠다는구나.  이토록 어리석고 또한 이토록 대담한 기백을 갖춘 사람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 했다.  만일 이번에 그들을 돕지 않는다면, 훗날 무슨 얼굴로 구천에 가서 옛 친구를 만나겠느냐)

 

  ② 하강이 제자 하동을 희생시켜가며 정왕을 잡으려들자, 언궐이 인간의 도리를 무시한 그 행동을 비판하는 말.  그리고 그런 언궐의 말을 비웃는 하강의 말.

  - 对错只在自己心中,你认为我错,我何尝不是认为你错。夏江,你可以不相信情谊,但最好不好蔑视情谊,否则,你终将为他所败。(옳고 그름은 오직 자신의 마음에 있을 뿐이오.  그대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나라고 어찌 그대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겠소.  하강, 그대가 정을 믿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정을 무시해서는 아니 되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에는 그것 때문에 패하게 될 거요.)
  - 言兄啊,你这么多年只有年纪在长吗?这么天真的话你还能说出口?其实被情谊所败的人,你们原本握有胜局,却又最终自己放弃了的。当年是这样,如今还是这样。(언형, 그대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나이를 헛먹은 게요?  이런 천진난만한 말을 아직도 하다니요?  사실은 정 때문에 사람이 패하는 것이요.  그대들이 원래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결국에는 정 때문에 스스로 포기한 거요.  예전에도 그렇더니, 지금도 역시 그렇구려.)

 

  ③ 이간책의 내막이 밝혀진 후 정왕이 매장소를 의심하고 절교를 선언했던 것을 후회하며, 어머니 정비는 끝까지 매장소를 믿었던 일에 대해 말함.  그러자 매장소가 임수라는 것을 아는 정비가 무심코 혼잣말처럼 속마음을 이야기 함.

  - 论其识人之明,我确实不如母亲。母亲当时也不知道真相,但却比我冷静得多。对于苏先生的信心,也比我足。(사람을 볼 줄 아는 현명함에 대해 논하자면, 저는 확실히 어머니만 못 하군요.  어머니는 당시 사건의 진상을 모르시면서도 저보다 훨씬 침작하셨지요.  소 선생에 대한 믿음에 관해서도 저보다 굳건하셨고요.) 
  - 我当然知道,那样的事,他绝不会做。(당연히 알지.  그런 일을, 그가 절대로 할 리 없으니까.)

 

  ④ 밀실에 들어간 정왕이 이간책에 넘어가 매장소에게 절교를 선언하며 끊어버렸던 종을 보며 괴로워하다가, 밀실이 아닌 바깥을 통해 매장소를 찾아가겠다며 부하에게 말을 준비하라고 함.  부하가 말리자 정왕이 하는 말. 

  - 殿下,外面好大的雪。(전하, 밖에 눈이 무척 많이 옵니다.)
  - 那日他从苏宅赶过来看我时,不也漫天大雪吗? (그 날 소 선생이 자신의 집에서 나를 만나러 급히 왔을 때도, 하늘을 가득 메울만큼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더냐?)  

 

  ⑤ 임수를 그리워하며 눈물까지 보이는 정왕을 정비가 위로하면서, 매장소가 임수라는 뜻을 담은(그러나 정왕은 절대로 알아챌 수 없는 상황임.) 말을 복선처럼 흘림.

  - 只要你没忘记小殊,他就还活着,活在你心里。(네가 임수를 잊지 않았으니, 임수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란다.  너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게야.)
  - 我不想他活在我心中,我想他活在这个世界。(제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것은 싫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万事不能强求,逝去的,永远也不可能再找回。就算小殊还能回到这个世界,只怕,他也不再是当年的小殊了。(세상만사가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지나간 일은 영원히 다시 되돌릴 수 없단다.  설사 임수가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있더라도, 아마 예전의 임수가 아닐 게야.)

 

  ⑥ 정왕이 훗날 매장소를 조정에 출사시킬 생각으로 매장소에게 대신들을 소개해주려 애쓰자, 오래 살 수 없는 매장소가 그 헛된 정성에 안쓰러워 함.  매장소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몽지는, 정왕이 잘된 것은 전부 매장소 덕분이니 당연한 것이라고 함.  그 때 매장소가 하는 말.  

  大家有共同的目标,谁也不亏欠谁的。(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으니,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진 게 아닙니다.)


  ⑦ 황제의 봄사냥에 따라간 매장소가 정생에게 사냥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며 하는 말.

  但是记住了,现在是春天,万物复苏,不宜杀生。所以春猎还是以仪典为主,一会儿你们别追着动物乱跑,四处看看就行了。(하지만 기억하거라.  지금은 봄이라 만물이 소생하니 살생은 좋지 않다.  그래서 봄사냥은 의전 위주로 하는 것이다.  잠시 후에 사냥이 시작되면 동물을 함부로 쫓아다니지 말거라.  그저 사방을 구경하는 정도면 족하다.)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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