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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琅琊榜) 25회~33회 - 예왕과 하강의 연합 / 매장소와 정왕의 위기

Lesley 2016. 3. 6. 00:01


  그 동안 올린 중국드라마 랑야방 관련 포스트는 랑야방의 전반부를 다루고 있다.

  ☞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랑야방(琅琊榜) 20회~24회 - 녕국후 사옥의 몰락 / 적염군 사건의 진상(http://blog.daum.net/jha7791/15791282)





  오늘 포스팅할 25회에서 34회까지는 드라마 중반부 중 앞쪽인데,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나온다. 

  첫째, 녕국후 사옥이 실각하면서 태자도 날개가 꺾이지만, 예왕은 승리자가 되지 못 한다.  정왕이 새로운 실력자로 등장하여 예왕과 맞서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왕과 매장소를 찍어내기 위해 예왕과 하강이 손을 잡는다.  정왕이 어느새 예왕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자, 예왕은 비로소 자신이 매장소에게 속았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적의 적은 친구' 라는 식으로, 적염군 사건 때문에 정왕의 등극을 바라지 않는 하강과 연합한다. 




뜨는 별 정왕, 지는 별 태자 



  ◎ 순방영을 장악한 정왕


  정왕이 순방영(수도 금릉의 치안을 담당한 군대)의 통령이 된다.

  원래 순방영 통령이었던 사옥이 실각하고 귀양을 떠나면서, 순방영의 새로운 통령 자리를 놓고 태자파와 예왕파가 치열하게 싸웠다.  사옥을 통해 순방영을 장악했던 태자로서는 지금까지처럼 순방영을 자기 쪽에서 맡기를 원하고, 태자를 밀어내려는 예왕은 순방영을 빼앗으려 든다.  그런데 어부지리라고, 양쪽이 정신없이 싸우는 사이 황제는 정왕에게 순방영을 넘겨버린다...! 


  황제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끊임없이 정쟁을 벌이는 태자와 예왕에게 질린 나머지,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 정왕을 믿음직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또한, 나이가 들어 그런지 정사를 돌보는 것을 점점 귀찮아 하고 과거의 일을 곱씹는 일이 잦아지면서, 항상 조용하고 사려 깊은 정왕의 생모에게 부쩍 의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동안 거의 잊고 지내다시피 한 정왕의 생모를 정빈에서 정비로 승격시키고 총애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비의 아들인 정왕에게도 전보다 좋은 감정을 품게 된 것이다.      


  매장소는 아직 군왕 신분인 정왕이 조만간 친왕으로 승격될 것을 예측한다.

  정왕은 자기 세력이 아직 탄탄하지 못 한데 이렇게 갑자기 전면에 나서도 괜찮은 건지 염려한다.  매장소는, 정왕이 이제 막 조정에 발을 들였으니 아직은 몸을 낮추고 조심하되, 예왕 측과 부딪치는 것을 꺼린 나머지 순방영을 놓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  "전하, 절대로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단, 앞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성공의 기회를 상대의 선택에 맡긴다면,

그것은 하책 중의 하책입니다.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가 모든 대응책을 갖추고 있어야만,

상황을 장악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 유폐된 태자 / 몽지의 서툰 처세술


  태자는 최측근인 사옥이 실각하면서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데,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을 벌인다.

  황제가 모처럼 산책을 한다며 꽃이 예쁘게 핀 태자 처소 쪽으로 나가게 된다.  그런데 태자가 태황태후의 상중에 질펀한 술잔치를 벌인 것을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황제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까지 듣게 된다.  분노한 황제는 몽지에게, 태자를 처소에 유폐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짐이 정말 늙었군.

오늘의 일이 예전에 일어났다면

이 정도 상황으로 끝나지 않았을텐데."


 

  황제는 과거에 대한 회한을 언뜻 내비치며 태자를 어찌 처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일단 태자를 유폐시켜놓고서, 최근 들어 자신의 하소연 담당자(?)가 된 정비에게 한탄 섞인 말을 한다.  예전 같으면 자신이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을 거라고.

  사람의 심리를 기막히게 잘 파악하는 정비는 그 말의 뜻을 곧 알아듣는다.  아무리 권력욕 많고 잔인한 황제라 해도 결국 사람이다.  황제는 13년 전 적염군 사건 때(매장소가 금릉에 온 지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12년 전이 아니고 13년 전임.) 친아들 기왕을 죽인 것에 대해 일말의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또 다시 후회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 예전 같으면 벌써 내쳤을 태자에 대해 선뜻 처분을 내리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몽지는 통찰력이나 처세술 면에서 정비보다 훨씬 못 하기 때문에, 매장소와 정왕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황제는 태자 유폐라는 중요한 명령을 교지 없이 구두로 내린다.  몽지는 그런 중대사를 구두 명령에 따라 행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정식으로 교지를 내려달라고 황제에게 몇 번이나 청한다.  원칙대로 따진다면야 몽지의 태도가 옳다.

  하지만 그 때마다 황제는 일언반구도 없이 몽지의 말을 무시해버린다.  그런가 하면 항상 황제 옆을 지키는 고담(궁궐 태감의 우두머리)은 한 술 더 떠서, 몽지가 황제에게 교지를 내려달라고 할 때마다 옆에서 몽지의 말을 잘라버리며 훼방을 놓는다.  그런데 사정 모르는 조정 대신들은 태자 유폐 같은 중대사가 교지 없이 일어났을 리 없다며 줄줄이 찾아와, 마치 몽지가 황제에게 받은 교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교지 내용 좀 알려달라고 들들 볶는다.  그러니 몽지로서는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다.



매장소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감을 못 잡는 몽지.

그런 몽지를 보며 웃는 정왕과 매장소.



  몽지는 매장소와 정왕의 길고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사태 파악을 한다.

  황제는 태자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처분을 내릴지 고민 중이라 정식으로 태자 유폐 교지를 내릴 수 없다.  교지를 내린 순간 모든 것이 공식화되어서, 나중에 황제가 후회를 하더라도 일을 돌이킬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몽지가 계속해서 태자의 영구 축출로 이어질 수 있는 교지를 요청한다면, 비록 몽지의 의도는 그게 아니더라도 의심 많은 황제에게 예왕파로 의심받을 수 있다. ("짐이 몽지 너만은 정쟁에 가담하지 않는다고 믿었건만, 어찌 예왕편이 되어 태자를 폐위시키려 든단 말이냐!  이런 역점놈아!" 하고 외치는 황제의 말이 귀에 자동재생되는... ^^;;)  그래서 고담이 몽지의 교지 요청을 항상 방해(?)했던 것이다.  고담은 오랜 세월 황제의 곁에서 시중을 들며 황제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눈치 없는 몽지가 화를 입지 않도록 그 나름의 방법으로 몽지를 도와준 것이다.


  참고로 몽지를 도와준 고담이란 태감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점점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전반부에서 고담이란 인물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황제 옆에서 듣기 좋은 소리로 비위를 맞춰주거나, 황제가 피곤해하면 안마를 해주기도 하고, 황제가 심심해 하면 바둑 상대해주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드라마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이 사람이 보통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황자들이나 신하들이 황제 앞에서 무언가를 주청하거나 말다툼을 벌일 때마다, 고담은 그 광경을 무척 주의 깊게 바라본다.  마치 조정과 황실의 판세를 읽고 분석하려 하는 것처럼...  특히, 황제를 은근슬쩍 정비 처소로 이끈다든지, 아닌 척 하면서 슬그머니 정왕 쪽에 유리한 말을 황제에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비와 정왕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늙은 태감은, 의심 넘쳐나고 잔인한 황제 옆에서 수십 년을 버텨낼 만큼 권력의 향방에 대한 촉(!)이 좋다.  그래서 정왕이 본격적으로 유력한 인물이 되기도 전에 정국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예민하게 잡아내고, 정왕 쪽에 은근히 줄(!)을 섰던 것 같다. (네, 사회생활 잘 하려면 줄을 잘 서야 합니다, 줄을...! ^^;;)  




친구 - 소경예와 언예진, 임수와 정왕



  ◎ 남초로 떠난 소경예


  소경예는 중병에 걸린 생부가 자신을 보고 싶어한다는 소식에, 남초로 가서 생부를 만나기로 한다.

  언예진은 소경예가 양나라를 영원히 떠나는 줄 알고 놀라서 쫓아갔다가, 생부만 만나고서 다시 돌아온다는 말에 안심한다.  갓난아이 시절부터 이어온 우정으로 따뜻한 위로와 작별인사를 주고받는 두 친구...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내비치는 소경예.

따뜻한 우정으로 배웅하는 언예진.


 

  매장소는 두 사람의 작별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본다.

  아쉽게 이별의 포옹을 나누는 두 친구의 모습 위로, 자신과 정왕의 모습이 겹쳐진다.  소경예와 언예진이 그렇듯이, 자신들도 영원히 함께 할 줄만 알았다.  소경예와 언예진이 그렇듯이, 자신들도 뜻밖의 일로 이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두 쌍의 친구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소경예와 언예진은 헤어져서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고, 또 언젠가 다시 만날 기약이 있다.  그러나 임수(매장소)와 정왕은 오랜 세월 연락을 하지 못 했고(심지어 정왕은 임수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고), 서로를 눈앞에 둔 지금도 서로를 옛 친구로 대하지 못 하는 처지다. 



"세상에 좋은 친구가 얼마나 있겠는가.

나이가 맞고 뜻이 통하여

원래는 일생의 막역지우로 사귈 수 있었지.

하지만 인생이란 아침 저녁으로도 놀랍게 변할 수 있음을

그 누가 알았으랴...

눈 깜짝 할 사이 세상 끝 먼 곳으로 가 헤어지게 되었으니..."



  ◎ 정왕의 옛 별명, 물소(!)


  태자가 유폐되는 큰 사건이 벌어지자, 정왕과 몽지는 제각기 매장소에게 그 일을 의논하려고 밀실(매장소의 집과 정왕부를 잇는 비밀통로)로 들어간다.

  공교롭게도 먼저 찾아온 예왕을 상대하느라 매장소는 오지 못 하고, 대신 비류가 와서 상황 설명을 한다.  그런데 비류란 아이의 특성상 자초지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하고, 앞의 말과 뒤의 말을 몽땅 자른 채 단어 한두 개만 툭툭 내뱉는다.  그래서 정왕과 몽지는 마치 스무 고개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나 하나 물어야 한다. (이 장면 은근히 재미있음. ^^)  그러다가 비류의 입을 통해서, 매장소가 정왕을 '물소' 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위) 평소의 엄격함을 버리고 장난스럽게 묻는 정왕과 뾰로통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비류.

(아래) '물소' 란 말에 놀라는 정왕과 옆에서 당황스러워 하는 몽지.



  물소는 정왕의 옛날 별명이다.

  임수와 정왕이 평화롭게 살던 시절의 어느 날, 임수가 정왕에게 어디에 같이 하자고 했다. (아마도 어른들이 금지한 장소인 듯.)  하지만 모범생 스타일에 융통성 없고 고집까지 센 정왕은 '형님(기왕)이 가지 말라고 했다.' 며 계속 거절했다.  그러자 임수는 정왕이 소처럼 고집이 세다며 화를 냈다.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임수의 정혼녀 예황군주가 '정왕이 소라서 차는 안 마시고 물만 많이 마신다.' 며 정왕을 놀렸다.

  그래서 정왕의 별명이 물소가 된 것이다.  즉, 일반적인 소와 구별되는 그 검은색 물소와 어딘가 비슷해서 물소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라, '물을 많이 먹어대는 소' 라서 물소다. -.-;;


  어찌되었거나 정왕은 깜짝 놀란다.

  매장소가 어떻게 자신의 옛날 별명을 아는 걸까?  설마 매장소가 그리운 벗 임수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혹시 예전에 임수와 잘 알던 사이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나중에 와서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린 매장소는 재빨리 기지를 발휘한다.  예황군주가 농담 삼아 말해준 정왕의 별명을 다른 곳에서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며, 애먼 비류를 야단친다.  정왕은 '아, 예황군주가 매장소에게 말해줘서 아는 것 뿐이구나.' 하고 실망하며 납득한다.  그리고 졸지에 야단맞게 된 비류는 "소형(매장소)도 그 별명을 말했잖아요." 하며 억울해 한다. (왜 형은 말해도 되고 나는 말하면 안 되냐고...! ^^;;)   



졸지에 야단맞고 억울해 하는 비류. (귀여움. ^^)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며 실망하는 정왕.




매장소는 누구의 편인가? / 홍수초



  ◎ 매장소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예왕


  매장소가 자기 편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던 예왕은, 이제서야 무언가 미심쩍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동안 매장소가 내놓은 계책 덕분에 태자파에게 여러 번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녕국후 사옥을 축출하면서 태자파를 거의 궤멸시키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제와서 주위를 둘러보니, 태자파만 무너져내린 게 아니라 자신의 세력까지 함께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태자가 폐위 직전까지 몰렸다지만, 대신 전에는 신경도 안 썼던 정왕이 눈에 띄게 성장해서 예왕과 맞설 정도가 되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일까?  



항상 그랬듯이 그럴싸한 말로 예왕을 구슬리는 매장소.

그러나 이제는 매장소의 말에 불신감을 나타내는 예왕. 



  ◎ 진반약과 홍수초


  예왕보다 먼저 매장소를 의심했던 진반약이 본격적으로 매장소의 진의를 파악하려 든다. 

  진반약 스스로가 홍수초라는 비밀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라 그런 쪽으로 예민해서, 진작부터 매장소의 태도를 의심쩍게 생각했다.  하지만 매장소가 예왕을 워낙 잘 구워삶아 놓은 데다가 음모를 꾸미기까지 해서, 진반약은 예왕의 신임을 다소 잃었다.  그래서 그런 매장소가 의심스럽다는 말을 예왕에게 강력하게 말하지 못 했다.  그런데 어영부영 하는 사이, 진반약이 이끄는 홍수초의 정보망이 매장소의 강좌맹에게 와해되다시피 했다.

  이제 진반약도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매장소를 직접 공략하는 건 어려우니, 대신 강좌맹의 연락책인 동로에게 미인계를 쓰기로 한다.  그래서 홍수초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빠져나가 조용히 살고 있던 군낭을 찾아간다.  한편으로는 옛정에 호소하고 한편으로는 은근히 위협해서, 군낭에게 동로를 유혹하는 일을 맡긴다. 



미인계로 매장소 주변을 파헤치려는 진반약.

진반약의 반 부탁 반 협박으로 동로를 유혹하기로 한 군낭.



  진반약이 이끄는 홍수초에 대해 뒤늦게(!) 소개하자면...

  홍수초는, 양나라에게 멸망하여 흡수된 활족의 여인들로 이루어진 비밀조직이다.  양나라가 활족의 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활족의 선기공주는 붙잡혀 양나라 궁궐의 노비(!)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역시 한 나라의 공주답게 보통 인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린 나이와 노비 신분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다시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같이 끌려온 활족 여자아이들을 모아 홍수초라는 비밀조직을 만들었다.

  결국 선기공주는 나라를 되찾는 꿈을 이루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선기공주의 수제자인 진반약이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홍수초를 이끌고 있다.  홍수초 조직원들은 진반약이 운영하는 기루의 기생, 고관대작들의 첩, 궁궐의 궁녀로 지내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뽑아낸 정보를 진반약에게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진반약은 그렇게 모아서 분석한 고급 정보로 책사 노릇을 하며 예왕을 도왔다. (활족 조직인 홍수초가 어째서 예왕편에 선 것인지는 드라마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남. ← 또 거대한 떡밥 투척...!)


  그런데 진반약과 군낭의 대화를 들어 보면, 적염군 사건 배후에 홍수초가 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 나타난 바로는, 적염군 사건은 녕국후 사옥과 현경사 수장인 하강이 황제의 권력욕과 의심을 이용해서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선기공주의 보이지 않는 손도 있었다.  선기공주가 황제와 기왕 부자를 이간질하여 양나라를 혼란시키고, 과거에 활족을 공격해서 철저히 무너뜨린 적염군에게 복수하고자, 적염군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이 부분이 좀 묘하게 느껴진다.

  양나라 내부적으로만 생각하면 적염군은 분명히 피해자다.  항상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웠는데 갑자기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희생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양나라와 활족 양쪽 모두를 놓고 보면 좀 다르다.  활족 입장에서 보자면, 적염군은 자신들을 철저히 짓밟아 나라를 망하게 한 원수다.  그러니 나라와 민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계략을 꾸며 적염군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하면, 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정당성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하긴, 이쪽에서 보면 피해자인데 저쪽에서 보면 가해자인 씁쓸하고 모순된 경우는,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상지기




  ◎ 평범하나 평범하지 않은 책


  상지기는 매장소가 갖고 있는 지리서 혹은 여행기 종류의 책이다. 

  어떤 블로거가 이 드라마의 장점으로 쓸데없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들었던데 정말 그렇다.  상지기는 전부터 이 드라마에 몇 번이나 나왔지만, 그 때에는 매장소 처소 안에 있는 가구, 화로, 다기처럼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만 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매장소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게 되는 사건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소재다...!

  상지기에는 매장소가 전에 가 본 적 있는 지역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매장소는 한가할 때면 상지기 여기저기에 주해를 달곤 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우리 종주님. ^^)


  그런데 우연히 상지기를 보게 된 정왕이 관심을 보이며 빌려간다.

  정왕이 상지기를 빌려달라 하자 매장소는 순간 멈칫 하는 태도를 보인 후 빌려준다.  정왕이 떠난 후에 몽지가 그 이유를 묻는다.  알고 보니, 상지기는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책이다.



몽지에게 상지기 주해에 대해 설명하는 매장소.

(어둑한 실내 쪽에서 장지문 사이로 환한 뜰이 보이고

 사람 뒷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멋진 연출!)



  매장소는 상지기에 주해를 달면서, 어떤 글자를 일부러 획을 빠뜨리고 썼다고 설명한다.

  그 글자가 자기 어머니의 아명에 쓰였기 때문이다.  즉, 피휘(부모의 이름을 함부로 쓰거나 부르는 것을 삼가하는 유교 문화권의 습관)를 하느라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단서가 담긴 책이라서, 정왕이 빌려달라고 했을 때 순간 주저한 것이다.  하지만 정왕이 친한 친구라고는 해도 매장소 어머니의 아명까지는 모른다.  그래서 별 문제 없겠거니 했는데... 


  역시 인생은 예측불허...!

  정왕이 어머니 정비를 만난 자리에서 상지기를 통해 알게된 약초에 관한 지식을 말한다.  상지기라는 책에 약초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고 하니, 의술에 조예가 깊은 정비도 그 책에 관심을 보이며 읽고 싶어한다.  그러자 정왕은 별 생각없이 빌려준다. (정왕 전하, 책 주인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전하 마음대로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 


  자, 이제 상지기라는 책을 두고 정왕 주위 사람들이 묘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잖아도 정왕은 매장소에게 책을 빌릴 때, 언제나 침착한 매장소가 당황해하는 빛을 보여서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 책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던 몽지가 상지기를 너무 읽고 싶다며, 정왕에게 얼른 넘겨달라는 식으로 은근히 재촉한다.  그런가 하면 어머니 정비조차 상지기를 읽고나더니, 마치 상지기를 돌려주고 싶어하지 않은 것처럼 아쉬워 하는 태도를 보인다.

  정왕이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책일 뿐인데, 정왕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 책에 안달복달한다...!  그래서 정왕은 몇 번이나 상지기를 읽어보기도 하고, 베껴쓰기도 하고, 심지어 무슨 암호라도 숨겨져 있나 싶어서 책에 나오는 한자들을 쪼개어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보기까지 한다.  하지만 키워드인 임수(매장소) 어머니의 아명을 모르니, 아무리 열심히 찾아봐야 답이 나올 리 없다.    



책을 받지 못 해 안달인 몽지를 살피는 정왕.

책에 대한 기묘한 태도를 아들에게 들킨 정비.



  정비는 상지기를 읽고난 후부터 매장소에게 부쩍 관심을 보인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매장소란 인물을 열심히 칭찬하는가 하면, 매장소에게 잘 해줘야 한다고 정왕에게 몇 번이나 당부한다.  심지어 그 전에는 아들에게만 간식을 챙겨줬는데, 이제는 매장소 몫까지 준비한다. (졸지에 간식 셔틀이 된 우리 정왕 전하... ^^;;)

  정왕은 어머니가 상지기를 읽은 후에 그런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어머니의 태도를 지적하며 슬쩍 압박해 보지만, 매장소만큼이나 통찰력 깊고 기지 넘치는 정비가 아니던가...!  정비 입에서 "사람이 늙으면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법이지.  나도 이제 늙었구나." 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으로 상황 종료...!  효심 깊은 정왕이 별안간 노인 코스프레(!)를 하는 어머니에게 당황해하며 사과하는 부분이 정말 재미있다.



(위) 평소와 다른 어머니의 태도를 지적하는 정왕과 당황해하는 정비.

(아래 왼쪽) 자신의 늙었네 타령에 넘어간 아들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정비.

(아래 오른쪽) 아들 몫에 더해 매장소 몫까지 간식을 만들어 주는 정비. (간식 셔틀 정왕...!)

 


  매장소는 정비가 꾸준히 보내주는 간식을 보고, 정비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챘음을 알게 된다.

  정비는 아들 정왕에게만 간식을 보낼 때에는, 정왕이 무척 좋아하는 개암 과자를 자주 만들어 보내곤 했다.  그런데 매장소에게도 간식을 보내게 되면서 개암 과자를 간식에서 빼버린다.  정비는 정왕과 임수가 어렸을 적에도 자주 간식을 만들어 주어서, 임수가 개암을 먹으면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숨을 제대로 못 쉰다는 것(요즘 식으로 말하면 알러지 증상.)을 잘 알고 있다.  


  앞뒤 상황을 보면, 정비는 임수의 어머니 진양장공주의 아명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정비가 임수 집안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었으니, 당연히 임수 집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정비가 임수 집안의 소개로 궁궐에 들어왔고, 임수의 고모 신비와도 무척 친하게 지냈으며, 또한 진양장공주는 정비의 남편격인 황제의 친누이다.  이 정도면 임씨 집안으로 시집간 진양장공주의 아명을, 정비가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상지기 주해 속에 나타난 피휘를 보고서 매장소가 임수라는 것을 눈치챈 듯하다.


  물론, 그저 실수로 글자를 잘못 썼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비는 매장소와 맞먹을 정도로 총명한 사람이다. (매장소의 여자 버전이라 할 수 있음. ^^)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정비는 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매장소는 주군으로 섬기는 자에게 천하를 안겨준다는 기린지재로 이름이 드높은 자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태자나 예왕 같은 유력한 황자 대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황제의 눈 밖에 난 자기 아들을 주군으로 선택했을까?

  이해하기 힘든 매장소의 선택과 행보에, 상지기 주해 속에 나오는 피휘까지 더해지니, '매장소 = 임수' 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매장소가 정왕의 둘도 없는 친구 임수라고 가정한다면, 정왕이 아무리 불리한 처지에 있더라도, 매장소가 태자나 예왕 대신 정왕을 미래의 황제로 선택한 게 충분히 이해가 될테니까... 



정비가 보내준 간식통을 보면서,

고마움과 걱정스러움이 섞인 눈빛을 보이는 매장소.




예왕의 정적으로 성장한 정왕



  ◎ 정왕, 친왕이 되다!


  매장소의 예상대로 정왕이 친왕으로 승격된다.

  호부상서 심추, 형부상서 채전 같은 소장파 대신들은 올곧은 성품을 지닌 정왕이 조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하며 기뻐한다.  하지만 예왕으로서는 소태 씹은 기분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신과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될 만큼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복동생 정왕이다.  그런데 이제는 까딱하면 정왕이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생겼다.



예왕처럼 친왕이 되어 옷까지 비슷해진 정왕.

심기가 불편한 예왕.



  그렇잖아도 언짢은 예왕의 속을, 궁궐에 떠도는 소문이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황후궁의 궁녀가 궁궐 내의 소문을 예왕과 황후에게 전한다.  정왕의 공평하고 철저한 일처리를 칭송하는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그런데 예왕의 마음 속 응어리를 건드리는 내용까지 들어있다.  즉, 정왕이나 예왕이나 모두 후궁 소생이긴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정왕의 생모는 이제 '비' 의 지위까지 올라갔고 황제에게 총애를 받고 있지만, 예왕의 생모는 죽을 때 겨우 '빈' 의 지위에 불과했으며 황제가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으니, 따지고 보면 예왕이 정왕보다 더 아래라는 것이다.



예왕 생모 이야기가 나오자왕의 기색을 살피는 황후.

독이 잔뜩 올라 정왕을 짓밟겠노라 다짐하는 예왕.



  ◎ 정왕과 예왕의 첫번째 대결 - 이재민 구호작업


  자연재해로 여러 지방에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자, 호부상서 심추는 정왕에게 그 구호작업을 맡아달라고 간청한다.

  그 동안 이재민이 발생할 때마다 태자와 예왕이 번갈아가며 구호작업을 맡았는데, 두 황자 모두 구호금을 착복하여 자기들 재산을 불리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21세기인 지금도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종종 벌어지지요... -.-;;)  그러다 보니 정작 이재민들에게는 구호금의 일부만 돌아가서,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폭동을 일으키곤 했다.  그러면 두 황자는 무력으로 폭동을 진압하고, 이번에는 폭동을 진압한 공으로 황제에게 칭찬과 상을 받았다. (구호금도 빼돌리고 상도 받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로구나~~! -.-;;)

  그러니 심추는, 정왕처럼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황자가 구호작업 책임자가 되어야만 가엾은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간곡히 말한다.  정왕도 태자와 예왕이 그 동안 저지른 짓에 분노하며, 자신이 구호작업 책임자가 되도록 애써보겠노라 했는데...


  예왕은 예왕대로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는다.

  정왕과 예왕이 서로 구호작업 책임자가 되겠다고 황제에게 주청을 한다.  그런데 말빨로는 정왕이 예왕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원래 정직하고 진지한 성격의 사람은 말주변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게다가 예왕이 자기 사재를 털어서 이재민을 구제하겠다는 쇼(!)까지 펼치니, 정왕으로서는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다.  팔랑귀(!) 황제는 예왕의 연극에 감동(!)하여 예왕을 구호작업 책임자로 결정한다.

  사옥이 보낸 자객에게 죽을 뻔 했을 때조차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심추가, 이 때만큼은 무척이나 분노한 모양이다.  정왕에게 예왕에 대한 악담을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런데 흥분한 태도가 아닌 점잖은 태도로 악담을 해서 좀 웃김. ^^)



"지금으로서는 예왕 머리 위로

벼락이나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매장소가 개입하면서 판세가 뒤집힌다.

  정왕이 매장소를 찾아가 구호작업에 관한 대책을 묻는다.  매장소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 깔린 이치일 뿐 아니라, 장차 정왕이 황제가 되었을 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말을 해준다.  "황권 이외에도, 민심이 있고 민의가 있습니다."  즉, 아무리 황제가 나라의 주인인 시대라지만, 백성들의 마음과 뜻을 결코 무시할 수 없고 또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황권을 가진 황제가 이미 예왕의 편을 들어줬으니 황권에 의지해서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고, 그렇다면 민심과 민의로 황제를 압박하자는 것이다.

  마침, 이재민 발생 지역의 관리가 거액의 돈을 이재민 구제에는 안 쓰고 예왕에게 뇌물로 바치려고 금릉으로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보를 일찌감치 입수한 매장소의 강좌맹이 그 돈을 중간에 가로채서 그 돈의 쓰임새에 대해 세상에 폭로해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민심이 들끓게 되자 황제는 결정을 바꿔 정왕에게 구호작업을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이 때 황제의 태도를 보면 참 씁쓸하다.

  황제는 예왕이 뇌물을 받은 사실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라 '하필이면 이런 때에 뇌물을 받았는가' 하며 질책한다.  즉, 때와 장소를 봐가며 눈치껏 뇌물을 수수하는 건 괜찮다는 식이다. -.-;;  꼬장꼬장한 형부상서 채전이 그 동안 예왕이 받은 뇌물에 대해 조사해서 보고하지만, 황제는 예왕에게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는다.  그저 예왕의 일로 민심이 시끄러워지는 게 귀찮다며, 구호작업을 정왕에게 맡기는 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짓는다. (황제가 이 모양이니 나라 기강이 엉망이지...!)  

 



예왕과 하강의 반격 - 이간책, 위쟁의 체포



  ◎ 예왕과 하강의 연합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던가...

  예왕은 진반약의 충고대로 현경사 수장인 하강과 손을 잡기로 한다.  원래 현경사는 정쟁에 개입하지 않고 오직 황제에게만 복종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13년 전 적염군 사건을 조사해 적염군이 역적이 분명하다는 거짓 보고서를 올린 사람이 하강이다.  그런 하강 입장에서 보자면, 적염군 사건에 의혹을 품고 있는 정왕이 황위에 오르는 것은 꺼림칙한 일이다.  까딱하면 하강의 목이 달아날 판국이다.  그렇게 예왕과 하강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연합전선(!)이 이루어진다.


  예왕은 곧 하강이란 인물이 자기 기대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겨우 두번째 만났을 때, 하강이 정왕을 파멸시킬만한 기막힌 정보와 계획을 가져온다.  13년 전 적염군이 몰살당했을 때 임수의 부장인 위쟁은 그 죽음이 확인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위쟁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전국을 아우르는 약재상 집단인 약왕곡 곡주의 양자가 되어 가명을 쓰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위쟁을 잡아들여, 의리 넘치는 정왕이 위쟁을 구하려고 나서게끔 유도하자고 한다.  그러면 정왕은 역적을 도운 죄인이 되어서 무사하지 못 할 것이다.

  아울러, 매장소와 정왕 사이를 이간질하기로 한다.  매장소라면 틀림없이 위쟁의 일이 정왕을 해치기 위한 함정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정왕을 말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정왕이 매장소의 충고를 무시하도록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자는 것이다.  



하강에게서 위쟁의 생존소식을 듣고 놀란 예왕.

하늘이 자신을 돕는다고 기뻐하는 예왕.



  예왕은 황후를 찾아가 정왕과 매장소를 갈라놓을 덫을 만들기 시작한다. 

  마침 황제가 태황태후의 능을 참배하느라 며칠 동안 궁을 비우게 되었다.  예왕은 황후에게, 황제가 궁을 비운 사이 적당한 트집을 잡아 정비를 며칠 가둬달라고 부탁한다.  황후는 예왕을 도울 겸 그 동안 정비에게 쌓인 감정도 풀 겸, 예왕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어쩌다가 예왕의 생모 이야기가 나온다. 

  드라마가 절반이나 진행되도록 예왕의 생모가 어떤 사람인지 언급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예왕이 문득 자기 생모의 신분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황후는 자기도 아는 게 없다고 대답한다.  그저 황제가 궁궐 밖에서 예왕의 생모라는 상빈을 만났다는 것, 그런데 어째서인지 상빈을 궁궐에 들이지 않고 행궁에 머물게 했다는 것, 나중에 상빈이 죽자 어린 예왕을 궁궐로 데려왔다는 것만 알 뿐이라고 한다.

  예왕은 어렸을 적에 몇 번이나 황제에게 생모에 대해 물어봤지만 황제가 한 번도 대답해주지 않았다며, 자기 생모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천한 신분이라서 그런 모양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이 때 예왕의 표정을 보면, 비록 남들에게 못쓸 짓 많이 한 예왕이지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중에 예왕의 출생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몰랐던 이 때의 예왕이 차라리 행복한 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쓸쓸한 표정으로 생모 이야기를 하는 예왕.

예왕 생모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황후.

(예왕 생모에 대해 복선이 깔리는...)



  원래 일이 꼬이려면 연달아 꼬이는 법이다.

  하필이면 하강-예왕이 매장소-정왕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는 동안, 매장소-정왕 쪽은 지휘본부가 없는 것 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  우선 정왕이 이재민 구호작업의 책임자가 되어 지방을 순시하느라, 한동안 금릉을 비우게 된다.  그리고 매장소는 건강이 악화된 탓에, 의원과 측근들의 강권으로 수면제 비슷한 약을 먹고 며칠 간 의식 없이 누워있게 된다.  심지어 몽지조차 태황태후릉에 참배하러 떠나는 황제를 호위하느라 금릉을 비우게 된다. 

  이건 마치 적군이 쳐들어오기 직전인데, 아군쪽 장교는 전부 어디론가 떠나거나 앓아누워버렸고 병사들만 남아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예왕과 하강으로서는 하늘이 내려준 것 같은 좋은 기회다.



탕약을 마시고 의식을 잃은 매장소.



  ◎ 예왕과 하강의 동시다발적 공격


  황제가 궁궐을 비우자마자, 예왕과 하강의 작전이 시작된다.

  예왕은 10년 동안이나 태자와 권력투쟁을 벌인 사람이고, 하강은 적염군 사건이라는 엄청난 일을 조작한 사람이다.  그런 두 사람이 머리를 합치니, 매장소도 울고 갈 만큼 치밀하고 규모가 큰 계획이 나온다.  정왕부와 강좌맹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이 일 저 일 마구 터진다. (덕분에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쳐흘러 시청자는 매우 즐거움. ^^)

  이 정도의 규모와 이 정도로 신속한 음모라면, 아마 매장소가 의식이 있거나 정왕이 금릉에 있었더라도 음모에 대처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을 것이다.



황후 때문에 난장판이 된 정비의 처소.



  먼저, 예왕의 부탁을 받은 황후가 정비 처소를 한바탕 뒤집어 놓는다.

  정비가 갖고 있는 약초 중에 독성이 있는 게 있다며(사실은 문제가 안 되는 아주 미미한 수준의 독성임.), 마치 정비가 황제를 독살하려 한 것처럼 몰아세운다.  그러고는 정비와 궁녀들을 전부 가두어 버린다. 다만, 소신이라는 궁녀가 도움을 청하러 궁궐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일.부.러. 방치한다.

  소신이 정왕부로 가서 정비가 갇혔다고 알리자, 정왕의 부하 장수들이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한다.  정왕은 이재민 구호작업으로 이 지방 저 지방 돌아다니는 중이라 소재가 불분명해서 연락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정왕부의 장수 한 사람이 소신과 함께, 태황태후릉에 가있는 황제에게 그 사실을 전하겠다고 떠난다. 


  그리고 바로 이 날 밤, 강좌맹의 연락책인 동로가 진반약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처음에 동로는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군낭의 미인계에 넘어간 상태라, 진반약이 군낭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군낭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무너져내린다.  그래서 십삼선생(궁우와 함께 묘음방의 음악인으로 활동하며 정보수집을 하는 강좌맹 사람.)의 이름을 대고 만다.

  다만, 동로 딴에는 최대한 강좌맹에 피해가 덜 가게 하려고 수를 쓴다.  즉, 십삼선생과 궁우가 이미 새로운 근거지로 이사간 것을 뻔히 알면서, 일부러 옛 근거지인 묘음방에 대해서만 자백한다.  



서로 죽네 죽이네 하며 연.극.을 하는 진반약과 군낭.

군낭이 정말로 죽을까봐 속을 태우는 동로.

현경사 수사관들에게 붙잡혀 압송되는 위쟁.



  또한 위쟁도 현경사 사람들에게 습격당해 붙잡힌다.  

  위쟁을 붙잡은 현경사 일행이 금릉으로 오는 도중, 약왕곡 사람들이 한 발 앞서 금릉으로 와서 강좌맹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매장소가 위중한 상황에서 그런 소식을 접한 려강견평(두 사람 모두 적염군 출신으로, 강좌맹의 간부급 정도 되는 사람들임.)은 당황해 한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고, 정왕의 부장인 열전영까지 와서 정비가 황후에게 감금당한 일을 알리며 도움을 청한다.

  이 때 견평이 매장소의 병에 위쟁의 체포까지 겹쳐 정신이 하나도 없던 탓에, 열전영에게 실수를 한다.  정비에게 무슨 큰일이 있겠느냐며 며칠 고생하는 걸로 끝날 거라고 성의없게 말한 것이다. (견평은 검술에는 엄청 뛰어나던데, 처세술이나 정국을 파악하는 능력은 부족한 듯...  역시 모든 걸 다 잘 하는 사람은 없음. -.-;;)  자기 상관인 정왕의 어머니에 대해 성의없이 내뱉는 견평의 말에, 열전영은 당연히 기분 상한 빛을 보이며 돌아간다.


  한편, 황제에게 가겠다던 정비의 궁녀 소신과 정왕부 장수는, 예왕 부하의 방해로 결국 가지 못 한다.

  예왕의 부하는 자기가 매장소가 보낸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정왕이 들으면 펄펄 뛸만한 말을 매장소의 말이라고 전한다.  즉, 정비가 엄연히 품계를 받은 정식 후궁이라 황후도 어차피 죽이지는 못 할테니, 차라리 정비가 황후에게 당하도록 그냥 두라는 것이다.  황후가 정비를 심하게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며칠 후 황제가 돌아왔을 때 황후에게 더욱 화를 낼테니, 정비가 황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정왕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말 교묘한 방법이다.  그저 '황후가 심한 짓은 못 할테니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다' 정도로만 이야기해도, 정왕은 자기 어머니를 구하지 않았다고 화를 낼 것이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정비를 정략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으니, 정왕 성격에 도무지 매장소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묘음방에 예왕부 군사들이 들이닥친 일로 동로의 배신이 드러난다. 

  강좌맹 사람들은 동로가 배신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금릉 내 강좌맹 사람들 사이의 연락을 맡았던 동로가 배신한 일이라, 강좌맹에 더욱 큰 타격이 된다.  동로가 어디까지 불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금릉 내 강좌맹 사람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섣불리 연락할 수 없게 된다.  즉, 강좌맹의 머리인 매장소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강좌맹의 손발마저 전부 묶여 버린 것이다.  



위쟁을 구하려고 현결사 일행을 습격한 강좌맹.

그러나 역시 실패함.



  려강과 견평은 위쟁을 압송하는 현경사 일행을 습격하기로 한다.

  위쟁이 철옹성 같은 현경사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구해내는 게 불가능하다시피 해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감행한 습격이다.  하지만 역시나... 현경사 쪽에서도 그런 사정을 뻔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치밀한 계획 없이 감행한 습격은 실패로 돌아간다.


  죄인을 압송하던 현경사 일행이 습격당했다는 이야기가, 금릉 내 치안을 담당하는 정왕의 부장 열전영에게 전해진다.

  열전영은 그저 자신이 맡은 임무상 사실을 확인하고자 현경사로 간다.  하지만 현경사로 압송된 죄인이 바로 위쟁이라는 엄청난 소리를 듣게 된다.  열전영은 위쟁과 친한 사이인데(열전영은 정왕의 부장이고 위쟁은 임수의 부장이라서, 상관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부장들도 함께 친하게 지냈던 모양임.) 위쟁이 13년 전 매령에서 다른 적염군과 함께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위쟁이 살아있다니 놀라고, 이제 잡혀서 그 무서운 현경사 감옥에 갇혀있다니 더욱 놀란다. 



  ◎ 이간책에 걸려든 정왕


  이렇게 금릉 여기저기에서 난리가 난 걸 모르고 누워있던 매장소가 드디어 의식을 찾는다.

  겨우 며칠 누워있었을 뿐인데 그 사이 온갖 일이 터진 것을 보고 아연해진 매장소...  며칠이나 몸져누웠던 몸이라 운신하기 힘들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려강과 견평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비류에게 매장소를 계속 자게 만들라고 했음.

그러나 종이배로 저러는데 어떻게 자나... ^^;;



  그 와중에 정왕이 드디어 금릉으로 돌아온다.

  매장소는, 정왕이 위쟁 소식을 듣고 흥분한 나머지 앞뒤 못 가리고 달려들어 황제의 성미를 건드릴까 걱정한다.  그래도 정왕의 부장 열전영이 정왕을 마중나갔다고 하니, 정왕이 황제를 만나기 전에 위쟁의 일을 미리 보고받고서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거라 예상하며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교활한 예왕 때문에 일이 그만 틀어진다.  예왕은 자기가 언제부터 정왕과 그렇게 친하게 지냈다고, 정왕을 마중한다는 핑계로 나가서는 열전영이 정왕에게 위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을 방해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정왕은 궁궐에 다녀온 후에 이야기를 듣겠다며 자리를 뜨고, 열전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정왕의 뒷모습만 쳐다본다. 



(위) 자기 양편에 수상하게 서있는 예왕과 하강을 슬쩍 살펴보는 정왕.

(아래) 몽지가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젓지만, 영문을 모르니 어리둥절하기만 한 정왕.



  황제 앞에서 예왕과 하강이 슬슬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차라리 대놓고 시비를 걸면 덜 얄밉다.  하지만 정왕이 구호작업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구호작업과 아무 상관없는 위쟁 체포 소식을 덥썩 꺼내면 오히려 황제에게 의심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예왕과 하강은 손발 척척 맞추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위쟁 이야기를 꺼낸다.  정왕은 임수의 부장 위쟁이 살아있었으며 현경사에 붙잡혔다는 소식에 무척 놀란다.

  하강은 한 술 더 떠서, 역모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의미로 위쟁을 공개적으로 요참형(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에 처하자고 한다.  의외로 정왕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하자 작정하고 자극하려는 것이다.  더는 못 참게 된 정왕이 황제에게 요참형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정왕도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황제의 심기를 거스를만한 말은 피하며 말했다. 


  그러나 예왕과 하강의 수작은 보통이 아니다.

  예왕은 정왕에게 "아, 정왕 너도..." 까지 말하고는 차마 할 말이 아니라는 듯이 입을 다물어버린다.  정왕이 위쟁과 친분이 있었으며 적염군이 역적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황제에게 암시한 것이다.

  하강은 하강대로, 정왕이 조금 전에 위쟁을 요참형에 처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그 때 사건의 내막이 무엇이든 간에..." 라고 말한 것을 놓치지 않고 물고늘어진다.  즉, 정왕이 적염군 사건을 '확실한 반란 사건' 이 아닌 '내막이 불분명한 수상한 사건' 으로 보고 있음을 황제에게 일깨운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의 도발에 넘어간 정왕이 분노를 터뜨리며 심중의 말을 다 해 버린다...!

  기왕은 훌륭한 황자였고 임섭(임수의 아버지)은 충신이었는데, 당시 임무차 동해에 가있던 자신이 돌아와보니 그들 모두가 반란군으로 몰려 죽었더라고, 대놓고 말한다.  예왕과 하강의 얼굴에는 만족스런 표정이 떠오르고, 황제의 얼굴에는 '저 놈이 좀 변했는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변했구나.' 하는 분노의 빛이 피어오른다.  



(위 왼쪽) "아, 정왕 너도..." 하다가 교묘하게 갑자기 입을 다무는 예왕.

(위 오른쪽) 말꼬리 잡기로 정왕을 궁지로 몰아넣는 하강.  

(아래 왼쪽) "제가 생각하기에 기왕은..." 하며 죽은 큰형을 변호하려는 정왕.

(아래 오른쪽) "기왕은 무슨 기왕이냐?  폐서인이 된 소경우(기왕의 이름)지!" 하며 분노하는 황제. 



  그런데 예왕과 하강의 기대와는 달리, 황제는 애써 분노를 삭이며 정왕을 처벌하지 않는다.

  일단, 옆에서 몽지가 황제를 말렸다.  그리고 고담 특유의 은근슬쩍 정왕 편들기가 먹혔다.  고담이 정비를 거론하여, 황제가 정비를 생각해서라도 정왕에게 가혹한 짓을 못 하게 유도한 것이다. (고담의 황제 다루는 솜씨는 정말 대단함...!)  하지만 무엇보다 황제 스스로가 최근 들어 기왕의 생모 신비의 꿈을 자주 꾸면서, 예전에 자신이 기왕을 죽여 신비를 자살하게 만든 일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괘씸하더라도 또 다시 친아들을 해치는 일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황제가 정왕을 처벌하지 않자 당황한 예왕이 뭐라고 말하려 한다.  하지만 하강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듯 헛기침으로 말린다.  그렇게 정왕은 무사히 고비를 넘긴다. 


  겨우 분노를 가라앉히고 어머니 정비를 만나러 간 정왕이, 또 다시 폭발하게 된다. 

  정비는 불같은 아들의 성격을 고려해서인지 황후에게 지난 며칠 동안 부당하게 감금당한 일을 숨기려 한다.  그런데 궁녀 소신이 제멋대로 나서서 정왕에게 줄줄이 일러바친다.

  정왕은 어머니가 황후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것에도 화가 나지만, 무엇보다 매장소의 부하(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매장소의 부하로 위장한 예왕의 부하)가 전했다는 말에 이성을 잃을 만큼 분노한다.  어머니가 그런 고초를 겪고 있을 때 매장소가 했다는 말이 고작 '황후가 정비를 심하게 괴롭힐수록 황제도 황후에게 심하게 화를 낼테니, 정비가 황후에게 심하게 당하는 게 정왕에게 유리하다.' 라니...! 


  더구나 어머니는 매장소가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감싸고 있으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머니는 이토록 매장소를 믿고 있는데, 그런 어머니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 매장소란 놈은 얼마나 지독한 인간인가...!  정왕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어서 어머니가 만류하는데도 나가버린다.



소신이 계속 정왕을 자극하는 말을 하자

더는 못 참고 입 다물라고 소리치는 정비. 

(정비마마 최초의 분노 폭발...!)



  한편, 매장소는 정왕이 황제 앞에서 무슨 행동을 했을지 걱정이 되어 미칠 지경이다.

  정왕이 정왕부로 돌아왔을만한 시간에, 아직 거동하기 힘든 몸을 이끌고 밀실에 들어가 정왕을 호출한다.  밀실로 들어온 정왕은 매장소에게 싸늘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매장소는 너무 마음을 졸인 나머지 평정심을 잃어서, 정왕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한다.

  정왕 대신 열전영이 나서서 위쟁을 구할 방책을 묻는다.  하지만 매장소는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동시에 철저하게 정왕만을 생각하는 대답을 한다.  즉, 지금 상황에서 위쟁을 구하면 정왕이 너무 위험해지니 위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매장소를 오해하고 있는 정왕의 귀에는, 그런 대답이 자신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는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말로 들릴 뿐이다.   



"선생의 가르침은 이미 잘 알았소.  정말 고맙소."

정왕의 냉담한 말에 

비로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매장소.



  정왕은 밀실 안에 있는 종의 끈을 칼로 단호히 끊어버린다. 

  그 종은 정왕과 매장소가 밀실을 통해 서로를 호출할 때 신호로 쓰는 것이다.  종을 끊어냄으로써 매장소와 의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충격을 받은 매장소가 털썩 무릎을 꿇은 사이 정왕은 밀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정왕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나오는 건지, 정비의 일을 전혀 모르는 매장소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시 한 마음으로...



  ◎ 소경염, 멈춰!


  매장소는 부하들이 몸에 안 좋다고 말리는데도 기어이 정왕부로 간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막 병석에서 일어난 사람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 추운 날씨에 계속 바깥에 서서 정왕을 기다린다.  매장소를 의심쩍게 생각하다가 최근에야 동지로 받아들였던 정왕은, 어렵게 쌓은 믿음의 크기만큼 실망한 나머지 매장소를 만나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전영이 간곡히 권하는 통에 마지못해 매장소에게 간다.


  여기서부터는, 시청자의 심장을 미친 듯 뛰게 만드는 명장면이 줄줄이 나온다...! ㅠ.ㅠ 

  블로그 공간이 넘쳐흐른다면 3초 단위로 모든 장면을 캡쳐해서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 포스트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몇 장면만 골라 올린다. ㅠ.ㅠ

 


"위쟁은 적우영(적염군 소속의 부대로 임수가 지휘했음.)

일개 부장일 뿐입니다.

이렇게 할 가치가 있습니까?"

"내가 죽어서 적우영의 주장 임수를 보았을 때,

그가 어째서 자신의 부장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대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소?"



  물론 매장소도 자기 부장인 위쟁을 구해내고 싶다...!

  적염군 시절의 전우 중에서 살아남은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런 소중한 전우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고 싶겠는가!  하지만 정왕을 없애려는 함정이라는 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눈물을 삼키며 위쟁을 포기하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매장소에게는 정왕이 최우선이니까.

  그런데 정작 그 정왕은 훗날 저승에 가서 임수를 만났을 때 임수와의 의리를 지켰노라 당당히 말하기 위해,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함정인 걸 뻔히 알면서도 위쟁을 구하겠다고 한다.  자기 눈앞에 서있는 임수를 못 알아본 채, 목숨을 걸고라도 임수의 사람을 구하겠노라 비장하게 말한다.  그런 정왕에게 어떻게 위쟁을 포기하자는 말을 계속 하겠는가...  결국 매장소가 진다.  위쟁을 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닫은 정왕은 거절한다.

  예전에 예황군주가 월귀비의 음모에 빠졌을 적에 자신이 매장소에게 당부한 원칙(무고한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다치게 하지 말라는 원칙)을 매장소가 또 어겼다며, 더는 매장소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전하" 라고 몇 번이나 애타게 부르는 매장소를 뒤로 한 채, 정왕이 냉정히 걸어간다.  하지만 매장소 입에서 터져나온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멈춰서게 된다.



"소경염, 멈춰!"

  


  정왕 입장에서는, 매장소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예의고 뭐고 내던지고 감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매장소는 너무 절박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정왕을 주군 정왕이 아닌 친구 소경염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왕이 정왕부의 군대를 이끌고 현경사로 쳐들어 갔다가 파멸할 판국인데, 냉철하고 침착한 책사 매장소의 가면을 쓰고 있을 수 없다.  비록 그런 매장소의 심정을 모르는 정왕이지만, 그래도 매장소의 목소리에 담긴 간절함만은 통했다.  정왕이 발걸음을 멈춘다.


  위의 장면은 임팩트가 엄청나게 강한데 거지(!) 같은 화질이 감동을 반감시킨다. ㅠ.ㅠ

  좀 더... 가 아니고 훨씬 더 나은 이미지를 보고 싶은 분은, 스크롤을 올려 이 포스트 제일 위에 나오는 첫번째 이미지를 보시라! (그 쪽은 바이두에서 퍼온 '고화질 + 멋진 손재주' 의 이미지임.)



"소경염!

정과 의는 있으면서 어째서 뇌는 없는 겁니까!

13년 전 매령의 전장을 태우던 불길만으로도 부족합니까!

기왕부에 흐른 피만으로 아직 충분치 않습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저승길에 끌고 갈 생각입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매장소의 머리 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 뿐이다.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무작정 위쟁을 구하러 가겠다는 정왕을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는 생각...  그 간절함과 절박감으로 인하여, 평소 매장소가 지닌 침착함과 냉철함을 뚫고 과격한 행동이 튀어나오고, 역시 평소 매장소가 구사하는 예의 바른 언어를 밀쳐내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터져나온다.  "정과 의는 있으면서 어째서 뇌는 없는 겁니까!" 라니...  이것은 평소의 매장소라면 감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지금 강좌맹의 종주 매장소가 아닌, 정왕의 둘도 없는 친구 임수로서 행동하기에 가능한 말이다. 

  뇌가 없다는(한 마디로 바보 멍청이라는... -.-;;), 황족으로서 엄청나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정왕은 분노하지 않는다.  정왕이 태연하게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매장소가 왜 그렇게까지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 말 속에 피를 토하는 것 같은 간절함이 담겨 있다는 것만은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전하, 전하의 심정을 알고 있습니다.

13년 전 그들이 전하를 필요로 하던 때

전하께서는 그들 옆에 계시지 않았지요." 



  정왕이 흥분을 가라앉히자, 임수는 다시 매장소의 위치로 돌아온다.

  그리고 매장소답게 침착한 목소리로 정왕에게 일깨워준다.  정왕이 이렇게 무모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13년 전 임수와 기왕이 죽어갈 때 아무런 도움도 못 주었다는 죄책감 때문이라는 것을...

  사실, 정왕은 어디까지나 임무 때문에 금릉을 떠나있던 것이며, 또한 자신이 금릉을 떠난 동안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그러니 정왕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하지만 정왕에게 있어서, 임수와 기왕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 했다는 사실이, 지난 13년 간 정왕을 힘들게 했던 것이다.



  ◎ 풀린 오해, 다시 한 자리에 모인 동지들 


  모두 한결 안정을 찾은 모습으로 둘러앉는다.

  몽지가 잠시 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화제를 바꾼다.  위쟁을 압송하던 현경사 일행을 습격했을 때, 강좌맹 사람들이 입은 피해가 어떠한지 묻는다.  몽지가 그저 습격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이 걱정스러워서 물은 것인지, 아니면 매장소가 위쟁을 전혀 걱정 안 했던 게 아니라고 정왕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물은 것인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몽지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정왕과 열전영은 매장소가 위쟁을 나 몰라라 했던 게 아님을 알게 된다.


  사실 강좌맹이 현경사 일행을 습격한 것은 려강과 견평이 주도한 일이다.

  그 때 매장소는 의식을 잃고 있어서 아무 것도 몰랐다.  하지만 만일 매장소에게 의식이 있었더라면, 매장소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아마도 더 좋은 계책을 생각해냈을 것임.) 위쟁을 구하려 들었을 것이다.  려강과 견평 역시 자신들의 종주가 위쟁을 구하고 싶어할 것이라 믿었기에, 그런 과감한 습격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니 매장소가 위쟁을 구하려 했다고 해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하마터면 영원히 쪼개질 뻔했다가

다시 한 마음으로 한 자리에 앉은 동지들.



  매장소는 경비가 삼엄한 현경사를 그냥 습격하는 것은 무모하지만, 하동의 도움을 받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동은 자기 스승 하강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하동이라면, 남편의 전우 위쟁이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린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고 틀림없이 도울 것이라 생각한다. 


  매장소가 하동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하자, 정왕은 자신이 하동을 만나는 게 낫겠다고 한다.

  책사인 매장소가 하동에게 남편 전우와의 인연 및 의리를 강조해봤자, 하동은 매장소의 진심을 믿지 않고 그저 권력투쟁을 위한 책략 정도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왕의 말에 매장소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동의한다.  자기 같이 계략이나 짜는 책사가 인간 사이의 정이니 의리니 하는 도리에 대해 말해봤자 신뢰받지 못 할 거라고.

  그러자 정왕 얼굴에 민망함과 당혹스러움이 드러난다.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이 매장소에게 정도 의리도 모르는 책사라고 비난했으니...  어떤 블로거가 정왕이 매장소에 대해 후회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다고 표현했던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정왕이 매장소의 정체를 모른 채 매장소를 비난했던 말들은, 훗날 정왕에게 빵빵하게 적립된 후회 포인트로 돌아온다... -.-;;



(위 왼쪽) 위쟁을 구하려 너무 서둘렀기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매장소.

(위 오른쪽) 매장소가 위쟁을 구하려 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민망해하는 정왕.

(아래 오른쪽) 자신은 계략이나 짜는 책사라 하동이 자신의 말을 안 믿을 것이라 말하는 매장소.

(아래 왼쪽) 자신이 한 말이 매장소 마음에 상처를 입혔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해하는 정왕.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동지 사이의 오해는 대강 풀었지만 한숨 돌릴 틈조차 없다.  이제부터 위쟁을 구할 계획을 짜야 하고, 자신들에게 덫을 놓은 이가 누구이며(물론 범인 후보는 뻔하지만... -.-;;) 어떻게 그런 짓을 꾸몄는지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정왕과 매장소는 또 한 고비를 넘겼다.  하마터면 남이 쳐놓은 덫에 걸려 두 사람 사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뻔했는데, 매장소의 눈물 겨운 노력으로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번 일로, 아직도 정왕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던 '매장소는 머리는 좋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책사' 라는 인상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이번 위기에서도 그 나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너스 - 음흉한 형제, 태자와 예왕 / 정왕의 뜻밖의 모습



  ◎ 나쁜 짓 할 때만 통하는 음흉한 형제 - 태자와 예왕


  황제의 생일을 맞아, 예왕이 생일 선물로 진귀한 수석을 준비한다.

  전에는 태자가 자신보다 더 귀한 선물을 바칠 것만 염려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한 정왕 쪽에서는 어떤 선물을 하려는지 신경을 쓴다.  하지만 정왕은, 그런 예왕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 평범한 선물을 한다.  바로 활이다.


  사실 그 활은 매장소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선물이다.

  평소 재물을 탐하지 않고 검소하게 지내는 정왕의 성품, 정왕이 이제 막 조정에 나선 상황이라 지나치게 남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정치적 고려, 화려하고 귀한 물건은 아니어도 어쨌거나 황제에게 성의를 보일만한 물건이어야 한다는 점(부귀영화 누리는 황제에게는 활이 별 것 아니지만, 무인으로 활동하는 정왕에게는 나름 소중한 물건이라는 것을 황제도 알테니까)을 고려해서, 활로 정한 것이다.

   

  그런 깊은 뜻을 모르는 예왕과 태자의 눈에, 정왕의 선물은 우습고 촌스러워 보일 뿐이다.

  예왕과 태자는 평소 으르렁대던 감정은 어디에 내버렸는지, 마주보는 위치에서 서로에게 눈짓을 하며 정왕을 비웃는다.  이상하게 이런 때는 손발이 참 잘 맞는 형제다. -.-;;

  먼저번에는 태황태후의 국상 때 빈전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아서 뻔뻔하게 음식을 먹더니만, 이번에는 또 이렇게 한 마음이 되어 정왕을 무시하고 비웃는다.  자기들끼리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어도, 자기들보다 못난 사람(물론 정왕은 여러가지로 두 사람 보다 뛰어남.  두 사람 눈에나 자기들보다 못난 것처럼 보일 뿐...)을 비웃을 때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정말 볼수록 특이하고 재미있는 형제다.



빡빡한 활시위 당기느라 용을 쓰는 황제. ^^;;

그런 황제를 천진난만(!)하게 보는 정왕.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정왕을 비웃는 태자와 예왕.



  ◎ 정왕도 정비 앞에서는 어리광쟁이...?


  항상 근엄한 정왕이 어머니 정비 앞에서는 가끔 어리광(!)을 부릴 때가 있다. 


  정왕에게 형제가 여러 명 있다지만, 모두 이복형제인데다가 황족이라는 특수한 신분상 돈독한 형제애를 나누기 힘들다.

  이복형제란, 많은 경우에 남보다도 못 한 미묘한 관계다.  또 이복형제라는 문제를 떠나서, 황족에게 형제란 다정하고 든든한 존재가 아니라 잠재적인 정적일 뿐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죽은 기왕과는 사이가 무척 좋았다.  하지만 기왕이 맏형이라 나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형제로서 격의없이 어울리지는 못 했을 것이다.  그보다는 기왕이 인생의 선배 혹은 스승의 입장에서 어린 동생 정왕을 인도해주고 가르쳐주는 식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정왕이 기왕의 가르침과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옴.)


  그러니 정왕은 사실상 외동아들처럼 자란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에게 때때로 외동아들 비슷하게 어리광 부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 다루는 회차에 그런 장면이 몇 개 있다. 



정비가 약재로 쓸 칡꽃을 손질하는 것을 보고,

상지기에서 읽은 칡꽃 관련 지식을 말하는 정왕.

("엄마, 나도 이거 안다!" 라는 느낌이랄까... ^^)



  정비가 상지기를 읽게 되는 계기가 된 장면을 보면, 정왕의 어리광스러운 모습이 잘 드러난다.

  상지기를 통해 알게된 약재 지식을 어머니에게 말하는데, 살짝 뽐내는 느낌이 묻어난다.  마치 초등학생 아들이 그 날 학교에서 새로 배운 것(그러나 어른인 엄마는 이미 당연히 알고 있는 뻔한 지식)을 말하며 '나 이런 것도 안다.' 하고 자랑하는 느낌이랄까? ^^  

    



"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월병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저께 왔다가 부황께서 계셔서 그냥 돌아갔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부황이 안 계시군요."

(엄마를 독점해서 너무나 기쁜 아들. ^^)



  정왕이 중추절(추석)을 맞아 어머니 정비의 처소에서 음식을 먹는다.

  황제가 정비의 처소를 자주 찾으면서, 정비의 궁궐 내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궁궐 내 물품 지급을 담당하는 태감이 찾아와, 그 동안 정비에게 신경을 못 썼다면서 앞으로 잘 모시겠노라며 아첨의 말을 늘어놓고 눈도장을 찍고 갈 정도다. (그 태감 밑에서 일하는 하위직 태감들은 졸지에 인간 카트가 되어, 이런저런 음식 재료를 종류별로 큰 쟁반에 나누어 담고 따라오는... ^^;;)

  하지만 정왕은 높아진 어머니의 위상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 듯하다.  그 전까지는 자신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어머니를 아버지인 황제에게 빼앗겼다는(!) 식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더구나 아버지와는 사이가 서먹하고 딱딱하니...  그래서 어머니는 정왕이 모처럼 금릉에서 중추절을 보내는데 태황태후의 상중이라 잔치를 못 연다고 아쉬워하건만, 정작 정왕은 어머니와 단둘이서만 중추절을 보내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기타



  1. 이번 포스트에서 다룬 25~33회에서는 여주인공 예황군주가 아예 안 나오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잘 굴러간다. -.-;;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 멜로 요소의 비중이 적다.  매장소와 예황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무척 예쁘면서 설레임과 안타까움이 물씬 느껴진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충실하기 때문에, 드라마 전체에서 멜로가 차지하는 지분은 얼마 안 된다.  

  둘째, 매장소와 정왕의 우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절절하다 보니, 예황이 정왕에게 밀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황아, 남자에게 낭군을 빼앗기다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 ㅠ.ㅠ)



  2. 정비의 이미지를 많이 올리지 못 해서 유감이다.


  예황군주가 실종(?)된 이상 정비가 대리(?)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정비의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다.

  궁궐 안에 가만히 앉아서 남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태의와 맞먹을 정도로(어쩌면 태의보다 나을지도...) 대단한 의술, 오랜 세월 몸을 낮추며 때를 기다린 인내심, 온화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강한 의지...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데다가 배우의 연기까지 뛰어나서, 드라마를 보다 보면 캡쳐하고 싶은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문제는...

  포스트 하나에 많은 회차분을 몰아 담고 있는데다가 등장인물마저 많아서, 정비에게 할당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게다가 정비는 표정 변화는 별로 없이 눈빛만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쭉 이어서 보어야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 속에담긴 감정이 잘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캡쳐했을 때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별로 없다.  


  3. 랑야방 25회~33회에 나오는 멋진 대사의 원문을 바이두에서 찾아봤다.


  ① 정왕이 아직은 몸을 낮출 때가 아니냐며 자신이 순방영을 맡아 갑자기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도 될까 걱정하자, 매장소가 하는 말. 

  殿下,不可冒进,但也不能不进。(전하, 절대로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단, 앞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② 매장소가 정왕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미리 일을 안배해 놓은 것을 듣고 몽지가 감탄하자, 매장소가 하는 말. 

  谋局自当如是。如果我们把成功的机会,都押在对手的选择上,那便是下下之法;只有无论对手做出何种选择,我们都有应对之道,那才能算掌控住大局。(일을 도모하려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요.  성공의 기회를 상대의 선택에 맡긴다면, 그것은 하책 중의 하책입니다.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가 모든 대응책을 갖추고 있어야만, 우리가 상황을 장악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


  ③ 남초로 떠나는 소경예와 배웅나온 언예진이 따뜻한 포옹을 나누는 것을 보고서, 매장소가 자신과 정왕의 일을 떠올리며 마치 혼잣말처럼 려강에게 하는 말.

  世间有多少好朋友,年龄相仿、志趣相投,原本可以一辈子莫逆相交,可谁会料到旦夕惊变。从此以后,只能眼睁睁地看着天涯路远。(세상에 좋은 친구가 얼마나 있겠는가.  나이가 맞고 뜻이 통하여, 원래는 일생의 막역지우로 사귈 수 있었지.  하지만 인생이란 아침 저녁으로도 놀랍게 변할 수 있음을 그 누가 알았으랴...  이제부터, 눈 깜짝 할 사이 먼 곳으로 가 헤어지게 되었으니...)


  ④ 매번 구호금을 착복하는 예왕이 또 이재민 구호작업을 맡게 되자, 대책을 묻는 정왕에게 매장소가 한 말.   

  除了皇权,还有民心,还有民意。(황권 이외에도, 민심이 있고 민의가 있습니다.)


  ⑤ 매장소가 적우영(적염군 소속의 부대로, 임수가 지휘했음.)의 부장에 불과한 위쟁을 엄청난 희생을 치루면서까지 구할 가치가 있느냐고 묻자, 정왕이 한 대답.    

  等我死后,见到赤羽营的主将林殊,如果他问我,为什么不救他的副将,难道我能回答他说,不值得吗?(내가 죽어서 적우영의 주장 임수를 보았을 때, 그가 어째서 자신의 부장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대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소?) 


  ⑥ 정왕이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무작정 군사를 이끌고 현경사를 공격하겠다고 하자, 매장소가 정왕 뿐 아니라 정와이 이끄는 사람들까지 목숨을 잃을 것을 지적하며 외치는 말.

   萧景琰! 你有情有义,可你为什么就没脑子!十三年前梅岭的那场火烧得还不够旺吗!?祁王府的血流得还不够多吗?你到底还想把多少人命搭进去,你说!(소경염!  정과 의는 있으면서 어째서 뇌는 없는 겁니까!  13년 전 매령의 전장을 태우던 불길만으로도 부족합니까!  기왕부에 흐른 피만으로 아직 충분치 않습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저승길에 끌고 갈 생각입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랑야방(琅琊榜) 20회~24회 - 녕국후 사옥의 몰락 / 적염군 사건의 진상(http://blog.daum.net/jha7791/15791282)

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랑야방(琅琊榜) 43회~46회 - 예왕의 반란과 최후(http://blog.daum.net/jha7791/15791281)

랑야방(琅琊榜) 47회~50회 - 정왕, 마침내 임수를 되찾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91)

랑야방(琅琊榜) 51회~54회(완결) - 밝혀진 진실 / 임수로 죽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75)

호가(胡歌)의 풍기시(风起时) - 드라마 랑야방(琅琊榜) 주제곡(http://blog.daum.net/jha7791/1579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