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랑야방(琅琊榜) 20회~24회 - 녕국후 사옥의 몰락 / 적염군 사건의 진상

Lesley 2016. 2. 21. 00:01


  중국드라마 랑야방(琅琊榜)의 세 번째 포스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이번에도 10개 이상의 회차를 한데 묶어서 포스팅해야 한다.  첫 번째 포스트는 드라마를 처음 소개하는 거라 드라마 내용 말고도 덧붙일 게 많아서 6개 회차만 다루었다.  그리고 두 번째 포스트는 13개 회차에 대해서 한꺼번에 쓰느라 혼났다. ^^;; 

☞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그런데 이번에는 먼저번처럼 한꺼번에 구겨넣을(!) 수가 없었다.

  20~24회까지는 이 드라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이며, 동시에 후반부의 시작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화면 연출에 무척이나 공을 들인 작품인데, 20~24회에서 유독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13개 회차를 한꺼번에 다룬 두 번째 포스트보다, 5개 회차만 다룬 이 포스트에 올린 이미지가 더 많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에 올린 약 50개나 되는 이미지도 사실은 억지로 추리고 추린 거다.  올리고 싶은 건 많은데 아무래도 양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먼저번 포스트에서 썼지만...

  랑야방의 내용을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사건별로 모아 정리했다.  그러니 왜 이 사건이 저 사건보다 먼저 나왔느냐고 따지지 마시라... ^^;; 


 



  지난 포스트 본문 끝부분에 쓴 것처럼, 드디어 소경예의 생일인 4월 12일이 되었다.

  매장소가 소경예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언예진이 소경예에게 '잊을 수 없는 생일이 되겠구나.' 라고 말했다.  그런데 소경예의 생일은, 언예진이 말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소경예가 죽는 날까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 되고 말았다.  소경예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하겠는데, 어른들이 과거에 저지른 죄악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소경예가 상처를 받게 되었다는 게 씁쓸할 뿐이다.  이번 포스트는 바로 그 4월 12일, 소경예의 생일에서 시작된다. 




25년 전의 비밀(1) - 소경예의 출생에 얽힌 비밀



  ◎ 봉구황 - 비밀 폭로의 전조 

 

  소경예의 생일잔치는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화기애애하지만, 밑바닥에는 옅은 긴장감이 깔려 있다.


  우선, 소경예의 아버지 녕국후 사옥이 죽이려 했던 매장소가 태연히 손님으로 참석했다.

  녕국후부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표정은, 두 사람의 성향이 전혀 다름에도 많이 비슷하다.  서로에 대한 적의, 서로를 반드시 쓰러뜨리고 말겠다는 의지, 그러나 그런 악감정을 태연한 표정 밑으로 숨길 수 있는 강자 특유의 여유로움... 


 

결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녕국후 사옥과 매장소.



  그리고 현경사(황제 직속의 수사기관)의 여자 수사관 하동도 생일축하 이외의 목적으로 생일잔치에 왔다.

  하동은, 소경예의 또 다른 아버지이며 천천산장 장주인 탁정풍태감(내시)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다.  태감 살해 사건은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해야 했을 사건인데 어쩌다 보니 빠졌다. (쓸 게 너무 많아서 내 정신이 잠시 안드로메다로 휴가 떠났던 듯... -.-;;)  간단히 설명하자면, 녕국후 사옥이 내금위(궁궐 수비 및 황제 호위를 맡은 부대) 통령 몽지를 몰아내고 대신 자신이 내금위를 장악할 의도로, 사돈 탁정풍을 사주하여 태감을 죽인 일이다. 

  그 사건 수사를 맡은 하동은 피살자들 몸에 난 상처가 보통이 아님을 알고, 탁정풍의 검술로 생긴 것인지 확인할 의도로 이 잔치에 왔다.  그래서 마치 잔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것처럼 꾸며서 탁정풍과 한바탕 무술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탁정풍이 일부러 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고 하동을 상대했기 때문에, 하동은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 한다.



현금으로 봉구황을 연주하는 궁우.

(세트장이 아닌 진짜 건물에서 촬영한 것 같던데,

이 장면 연출도 훌륭함.)



  그 다음은 먼저번 포스트에 쓰대로, 이 날을 위해 매장소가 계획한대로 여악사 궁우가 나서서 칠현금 연주를 한다. 

  다들 겉으로는 하동과 탁정풍의 무술대결이 대단했다며 칭찬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사이로 경계심 어린 시선이 오가고 있다.  그래서 소경예의 어머니 리양장공주 딴에는 분위기를 전환할 생각으로 그 순간에 궁우에게 연주를 시킨 듯하다.  그런데 궁우는 뜻밖에도 봉구황 이라는 곡을 연주한다.  봉구황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사마상여(司馬相如)의 봉구황(鳳求凰) / 탁문군(卓文君)의 백두음(白頭吟)(http://blog.daum.net/jha7791/15791258)



장소 섭외도, 연출도, 소품도 훌륭함.

모든 것에 공들 들인 표가 팍팍 남...!



당황하여 아내의 기색을 살피는 녕국후 사옥.

아스라한 옛 기억에 눈물 흘리는 리양장공주. 



  이 부분은 원작소설을 읽은 사람만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이게 뭔가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다행히 원작을 접한 이들의 설명이 있다.  첫 번째 포스트 중 '정사요 사건 - 예황군주를 둘러싼 음모' 에서 리양장공주의 과거를 언급한 적이 있다.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리양장공주는 미혼 시절에 따로 정인이 있었는데, 자신의 어머니와 지금의 남편 녕국후 사옥의 음모로 정사요를 마시고 사옥과 억지로 혼인했다.  예전에 그 정인이 봉구황을 연주하며 리양장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니 리양장공주에게 봉구황은 그냥 평범한 음악이 아니라, 옛 사랑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사옥도 봉구황에 관한 사연을 아는 듯하다.

  궁우가 봉구황을 연주하자, 사옥은 당장 얼굴을 굳히며 옆자리에 앉은 아내의 안색을 살핀다.  그렇잖아도 매장소, 몽지, 하동처럼 껄끄러운 인물들이 생일잔치에 와서 마음이 편치 않을텐데, 거기에 봉구황이라니...!  무언가 불길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불길한 느낌은 빗나가지 않는 법...!

  봉구황 연주가 끝나고 얼마 안 되어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탁정풍은 또 다시 무술대결을 하게 된다. (탁정풍 수난의 날... -.-;;)  지난 포스트 끝부분에 등장한, 양나라와의 혼인을 위해 남초에서 온 우문념과 그 사촌 오빠가 악수택(남초의 뛰어난 무사이며 우문념의 스승임.)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악수택은 탁정풍에게 덮어놓고 무술시합을 청한다.  다음 날로 미루자고 해도 막무가내라, 탁정풍은 어쩔 수 없이 응한다.

  하지만 하동이 탁정풍의 검술실력을 확인하려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어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조금 전 하동과 대결할 때는 그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랑야방에 이름을 올린 고수라서 그런지 아예 실수하는 척하며 다치기까지 한다.  탁정풍 스스로도, 사옥도, 이제는 탁정풍이 태감 살해 사건의 범임이라는 게 들통날 위기는 다 넘겼겠거니 하고 안심하는데...



  ◎ 마침내 밝혀진 소경예의 혈통


  그저 스승 악수택을 따라온 것만 같았던 우문념이, 소경예에게 다가가더니 면사를 벗어 자기 얼굴을 드러낸다.

  우문념의 얼굴을 보고 소경예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한다.  리양장공주는 아예 당장에라도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우문념의 얼굴이 소경예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소경예 앞에 얼굴을 드러낸 우문념.

충격을 받은 소경예와 리양장공주.



  물론 드라마상의 설정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 소경예 역을 맡은 배우와 우문념 역을 맡은 배우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장면이 랑야방에서 무척이나 극적이고 중요한 장면이건만, 이 시청자는 '앗!  이럴 수가...!' 하는 충격이나 전율을 느낄 수 없었다.  -.-;;  드라마 속 설정처럼 엄청나게 닮은 사람이야 구하기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라도 비슷하게 생긴 배우를 섭외했으면 좋았을텐데, 유감이다.


  어찌되었거나 이것으로 그 전에 깔렸던 복선에 대한 답이 명확해진다. 

  진반약이 남초 상인들에게 들었다는 소식을 예왕에게 전하면서 리양장공주의 과거에 대해 물었던 일.  그리고 예왕이 남초 사신단을 접대하면서 우문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진반약에게 말했던 일.  그런 일들이 전부 이에 관한 것이었다.  리양장공주가 혼인하기 전 남초에서 온 인질(현재 남초 황제의 동생)과 서로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그 인질의 딸과 리양장공주의 아들이 꼭 닮은 것을 안 순간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여지껏 녕국후부 사씨 가문의 자식인지 천천산장 탁씨 가문의 자식인지 불분명했던 소경예는, 사실은 두 가문 모두의 자식이 아니었다...!  소경예는 남초 황실의 핏줄이었다...! 



충격을 받은 소경예를 안고 우는 리양장공주.

비밀이 폭로되자 눈을 감아버리는 녕국후 사옥.



  소경예나 리양장공주도 세상이 무너지는 심정이겠지만, 사옥도 다른 의미로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을 경험한다. 

  봉구황이 리양장공주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는 것으로 보아, 녕국후는 리양장공주에게 정인이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비열한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리양장공주를 가로채 아내로 맞았다.  그 정도로 아내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이 사내는, 죽는 날까지 이 일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 아들로 자란 소경예를 소중히 여겨서가 아니라, 소경예를 계속 자기 아들로 두어야만 리양장공주와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기만 한 천천산장 탁씨 가문 사람들.

사옥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이 꾸민 일이지만

소경예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은 매장소.




25년 전의 비밀(2) - 거짓과 기만 속에 이어온 두 집안의 인연



  ◎ 잇따른 폭로 - 녕국후 사옥이 사주한 영아 살해


  소경예의 출생의 비밀이 갑자기 폭로되어 모두 놀라는 가운데, 또 다른 폭로가 뒤를 잇는다.

  그 다음 단계의 일을 시작하라는 매장소의 눈짓에, 궁우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댄다.  그러자 소경예와 리양장공주 쪽을 향했던 모두의 눈길이 궁우에게로 쏠린다. (이 때 궁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딱 '저 여자 이 상황에 뭐냐?  완전히 미친 거 아냐?' 임. -.-;;)

  궁우는 사옥을 노려보며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  궁우가 아직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궁우의 아버지가 사옥의 사주를 받고 탁씨 가문의 갓난아기를 죽였다는 것이다...!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궁우가 봉구황을 연주할 때부터 불안하다 싶더니

기어이 이런 일이 터졌다...



  25년 전 녕국후 사옥은 궁우의 아버지에게, 리양장공주가 막 낳은 아이(소경예)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옥은 리양장공주가 낳은 아이가 자기 핏줄이 아님을 알고 있었고, 아내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런데 첫 번째 포스트에 언급한대로, 하필이면 탁정문의 아내도 리양장공주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래서 궁우의 아버지는 탁정문 부부의 아이를 리양장공주의 아이로 잘못 알고 죽이고 말았는데, 사옥은 엉뚱한 아이가 죽고 소경예는 살아있는 것에 노발대발하며 소경예도 마저 죽이라고 했다. 


  그러나 궁우의 아버지는 자기 아내도 임신한 마당에, 연달아 갓난아이를 죽이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를 데리고 도망쳤다.  하지만 혹시나 비밀이 새어나갈 것을 두려워한 사옥이 계속해서 자객을 풀었다.  결국 궁우의 아버지는 아내와 어린 딸을 뒤에 남긴 채, 사옥이 보낸 자객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무릎을 꿇고 죄를 인정하는 리양장공주의 유모.



  탁정문 부부에게는 참으로 잔인하게도, 또 다른 기막힌 사실이 폭로된다.

  알고 보니 탁정문 부부의 아이는 그저 자객(궁우의 아버지)의 착각으로 살해당한 게 아니었다.  리양장공주는 곧 태어날 아이를 남편이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 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러자 리양장공주의 유모가 꾀를 내어 리양장공주의 아이와 탁정문 부부의 아이를 바꾸어 버렸다...!  즉, 그 동안 알려진 것처럼 두 아이가 어둠과 악천후로 인한 혼란 속에서 우연히 섞인 게 아니라, 리양장공주의 유모가 혼란한 틈을 타서 작정하고 아이들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낸 사람이 유모라고는 하지만, 리양장공주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앞뒤 상황을 보면, 리양장공주는 어떻게든 자기 아이를 보호할 생각에, 남의 아이를 대신 희생시키자는 잔인하고 이기적인 제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던 듯하다.  혹은 탁정문 부부의 아이가 죽은 후에야 유모의 짓을 알았을 수도 있지만, 무려 25년 동안 희생된 아이의 부모를 계속해서 기망한 셈이다.

 


  ◎ 일촉즉발 - 모두 죽여 입을 막아라! 


  녕국후 사옥은 자기의 죄상이 드러나자, 궁우는 물론이고 탁정문 일가까지 다 죽일 생각을 한다.

  자신의 딸 사기가 탁청요의 아내이며 탁정문의 며느리라는 것이나 임신까지 하고 있다는 것, 그런 사실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  그저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엄청난 죄악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생각 밖에 없다. 



탁씨 가문 사람들과 궁우를 둘러싼 녕국후의 군사들.

어머니 리양장공주의 어깨에 기대어 우는 사기.



  사기로서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일 것이다.

  오빠인 소경예를 사이에 두고 오랜 세월 자신의 친정과 절친하게 지낸 탁씨 가문이다.  그런 탁씨 가문으로 시집갈 때만 해도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살 줄 알았을 것이다.  사기가 나오는 장면은 얼마 안 되지만, 남편 탁청요나 시어머니인 탁정문 부인이 사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모두 다정한 남편에 자상한 시어머니가 분명하다.

  그래서 여지껏 잘 지냈고 이제 곧 아기도 태어나면 더욱 행복하게 될 것이라 여겼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식구나 다름없던 친정과 시댁이 이제는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도 아내를 달래는 녕국후 사옥.

우문념의 사촌 오빠도 회유함. 



  사옥이 생각한 살해 목표는 궁우, 탁정문 일가, 매장소다.

  자신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물론 사태는 이미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음. -.-;;) 나머지 사람은 입만 다물면 죽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우문념의 사촌 오빠는 소경예만 안 다치면 끼여들지 않겠다며 사옥의 회유에 순순히 응하지만, 몽지와 하동은 맡은 직분상 그리고 성격상 순순히 나오지 않는다.


  사옥은 아내에게도, 자신이 사돈인 탁씨 가문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

  "리양,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에 관여하지 마시오.  그리고 안심하시오.  경예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테니.  해칠 생각이었다면 그 오랜 세월 중에 벌써 죽였을 거요.  그저 당신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이 말을 할 때의 표정이나 말투는, 몽지와 하동, 그리고 우문념의 사촌오빠에게 상관하지 말라고 서늘하게 경고할 때와는 180도 다르다.  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내만큼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투다.

  이 비열하고 잔인한 사내 눈에는, 아내 이외에는 전부 죽이거나 짓밟거나 속여도 되는 사람들인가 보다.  딸 사기를 앞에 두고 사기의 남편과 시부모를 몰살하려는 행동이나, 그런 행동을 말리려는 아들 사필을 내쫓다시피 하는 행동을 보면, 친자식들조차 눈에 안 들어오는 듯하다.  



생일잔치에 손님으로 왔다가 군사들에게 포위된 이들.

(이런 장면은 인구 많고 인건비 저렴한 중국이라서

 가능한 게 아닐런지... ^^;;)



  결국, 소경예의 생일잔치에 초대된 손님들과 녕국후부 군사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각자 다른 의도를 갖고 잔치에 왔던 이들이 졸지에 한 편이 되어, 끝도 없이 달려드는 군사들과 싸우게 된다.  그리고 소경예는 자신이 받은 충격도 떨쳐내지 못 한 채, 오랜 세월 가족이라 생각한 탁씨 가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다. 



 

잔인한 밤의 끝



  ◎ 리양장공주로 인해 불발된 무력충돌


  녕국후부 안에서 난리가 벌어진 동안, 녕국후부 밖에서는 두 무리의 군사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리 매장소와 의논한대로 예왕이 군대를 이끌고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때가 무르익었다 싶자 녕국후부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녕국후 사옥의 명령을 받은 순방영(수도 금릉의 치안을 담당하는 군대) 장수가 대문 앞을 가로막고 서서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언궐(언예진의 아버지, 황후의 오빠)까지 등장하자, 사옥이 어쩔 수 없이 대문 밖으로 나온다.  자칫하면 양쪽 군사들이 충돌하여 피를 볼 것 같은 상황이다.

  


들어가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



자기 목에 단검을 들이대는 리양장공주.

처음에는 놀란 눈빛으로,

다음에는 슬픈 눈빛으로 보는 녕국후 사옥.



  그 때 뜻밖에도 리양장공주가 나타나서 자기 목에 단검을 가져다대며, 남편에게 길을 열어주라고 위협한다.

  이 때 녕국후 사옥의 반응이 참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평범한 반응), 그 다음에는 슬픈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리양, 진정 이래야겠소?  경예를 위해 나를 버리겠다는 거요?" 라고 나즈막하게 호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비록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사옥의 본래 성격이라면 이기든 지든 상대편과 한바탕 맞붙었겠지만, 아내가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로 하며 위협하자 포기하고 만다. (내가 장담하는데, 아내가 아니라 아들딸이 저렇게 목에 칼을 들이댔으면, 눈 하나 깜짝 안 했을 것임...!)



  ◎ 용서와 포용, 그러나 상처는 남고... 


"우리 탁씨 가문은 고아인 너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다."
"걱정마라.  아직 할 일이 많아서 자진할 수 없구나."



  궁우는 탁정문 부부에게 사죄하며, 자기 아버지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자신에게 복수를 하더라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탁정문의 아내는, 궁우에게 아무런 원한도 복수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궁우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죽은 아이를 위해 반드시 복수하겠지만,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궁우, 더구나 그 일로 아버지를 잃고 힘들게 자란 궁우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만 말하면 너무나 당연하고 타당한 말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자기 아이를 죽인 원수의 딸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인격자인 탁씨 가문 사람들이 사옥에게 속아서 악행을 저질렀으니... 


  이 밤에 그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을 소경예는, 그 와중에도 어머니 리양장공주를 걱정한다.

  어머니 손에 들린 단검을 보고 행여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고 여긴 것이다.  차마 뭐라고 말도 못 하고 단검을 든 자신의 손을 잡는 아들에게, 리양장공주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안심시킨다.  아직은 할 일이 많아서 자진할 수 없노라고.  그 할 일이란, 사옥의 죄상이 폭로된 상황에서 소경예를 비롯한 자식들을 보호하는 일, 그리고 탁정문 일가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탁정문 일가를 돕는 일이다.


 

예왕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진양장공주.



  리양장공주는 아들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서슬 퍼런 표정으로 조카 예왕에게 다가가더니, 그 가슴에 단검을 들이댄다...!

  그리고는 탁씨 일가의 선처 및 안전보장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좀 놀란 표정을 짓던 예왕이, 이내 반은 재미있다는 듯이, 또 반은 아량을 베푼다는 듯이, 리양장공주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예왕으로서는, 태자파의 가장 중요한 인물 녕국후 사옥의 숨통을 확실히 움켜쥐게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수확을 거둔 셈이다.  그런 마당에, 그깟 강호에 속한 사람 몇 명을 살려주는 일이 뭐가 어렵겠는가...  



탁씨 일가에게 사죄하며,

딸 사기는 받아달라 애원하는 리양장공주.



  리양장공주는 탁씨 일가에게 사죄를 한 후, 딸의 일을 부탁한다.

  딸 사기는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 죄도 없으니, 장차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사기만은 탁씨 가문의 며느리로 계속 살게 해달라고...  사실,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뻔뻔스럽게 들릴만한 부탁이다.

  하지만 궁우에게도 원한을 품지 않은 탁씨 부부다.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펄펄 뛰거나 냉정히 고개를 돌려버릴 상황에서, 탁정문의 아내는 오히려 담담히 말한다.  "탁씨 가문은 강호 사람들이라 은원을 분명히 가리지만, 후손까지 연루시키지는 않습니다.  기아(사기의 애칭)는 우리 탁씨 가문의 며느리니, 아기를 데리고 돌아온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줄 겁니다.  그러니 공주께서 애써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쯤 되면 그냥 강호 사람이 아니라 성인군자나 다름 없는 사람이다. ㅠ.ㅠ



소경예를 끌어안고 함께 우는 탁정문 부인. 



  소경예가 탁정문 부부 앞에 나서더니,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사죄의 절을 한다.

  선량하기만 한 소경예는 자신도 피해자면서, 자신의 존재로 인해 탁정문 부부가 겪은 일에 대해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느낀다.  탁정문 부부는 소경예가 이미 자신들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소경예에게 부모 같은 태도를 보여준다.  탁정문은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고, 탁정문 부인은 소경예를 끌어안고 운다.  정말 사옥과는 너무나도 다른 부모의 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탁정문 부를 보며

각자 죄책감을 느끼는 리양장공주와 매장소.

 


  7만 적염군의 원수인 사옥을 마침내 무너뜨렸건만, 매장소는 통쾌함을 느끼지 못 한다.

  그렇잖아도 매장소는, 착하디 착한 소경예에게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소경예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탁씨 일가의 행동을 보며, 죄책감을 넘어서서 자기혐오까지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이 날 밤에 탁정문 부인이 행동으로 보여준 '은원을 분명히 가리지만 후손까지 연루시키지는 않는다.' 는 말은, 매장소에게도 깊이 스며든다.  훗날 매장소도 탁정문 부인의 말처럼 은원은 확실히 가리되, 아무 것도 모르는 원수의 후손에게는 아량을 베풀게 되니 말이다. 




사랑 혹은 집착, 그리고 이기심



  ◎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무엇일까? 


  20~24회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랑야방의 주인공을 매장소가 아닌 녕국후 사옥으로 봐도 될 듯하다.

  그 정도로 사옥이라는 악당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제대로 폭발(!)한다.  사옥이 보는 이에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사옥이란 한 사람 안에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요소가 각각 가장 지독한 수준으로 공존하기 때문이다.  상반된 두 가지 요소란, 도덕심은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의 지독한 권력욕과 이기심, 그리고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깊은 사랑이다.  그저 권력욕과 이기심만 넘쳐흐르는 인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인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정인과 헤어져 사옥과 혼인해야 했던 리양장공주.

  20회 전까지는, 그저 죽은 태후와 사옥이 꾸민 음모의 피해자이며, 자식들에게 자애로운 어머니인 것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보고나니, 이 사람이 사옥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 혼인했던 때에는 분명히 남편에게 증오심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25년이 흐른 지금은 과연...? 


  처음에는, 그런 지독한 방식으로 맺어진 부부가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그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옥이 아내를 끔찍히도 아꼈던 것은 사실이고, 어찌되었거나 지난 25년간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딸을 낳고 살았다.  꼭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이란 것이 애증의 한쪽 면이든, 혹은 연민이나 동정 같은 것이든 간에 말이다.    



소경예의 생일잔치가 막 시작했을 때의 모습.

(쇼윈도 부부의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편안한 사이로 보임.)



궁우에게 음악을 연주시키자고

남편에게 권하는 리양장공주.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눈빛이나 태도에서 배어나옴.)



  ◎ 아내에 대한 지독한 사랑, 그 사랑도 넘어서는 이기심


  21회의 한 장면을 보며, 녕국후 사옥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했더랬다.

  녕국후부로 들어오겠다는 예왕과 막으려는 사옥이 대치할 때, 리양장공주가 나타나서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댄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차피 내 죄상이 다 폭로된 마당에 차라리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날뛰던 사옥이, 갑자기 모든 걸 포기하고 예왕에게 길을 내주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어 도대체 뭔가 했는데...

  22회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옥과 리양장공주의 대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21회에서 사옥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사옥에게 리양장공주가 어떤 의미를 가진 인물인지 말이다.    

 

 

모든 것을 잃고 조상의 위패 앞에 무릎 꿇은 사옥.

이 장면도 연출이 매우 섬세함.

사당 안의 어둠과 촛불로 만들어낸 멋진 장면임.



  홀로 어둠 속에서 앉아 조상의 위패만 뚫어지게 보고 있던 사옥에게, 리양장공주가 다가온다.

  자기 목에 들이댔던 단검을 남편에게 내어주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 한다.  이 날 밤 사옥이 일으킨 행동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에 공주인 자신으로서도 사옥의 목숨을 구해줄 수 없다며, 사씨 가문이 다 망하는 것을 막으려면 사옥이 자살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눈빛으로 거부의 뜻을 보이는 사옥에게 간절히 말한다.  "내가 당신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 하지만, 당신의 명예만은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의 저승길이 외롭다면, 아이들이 자리 잡도록 보살핀 후에 나도 당신을 따라갈게요." 



"리양, 리양, 당신이 내게 한 말을 전부 기억하고 있소.

그 오랜 세월, 나 사옥은 당신을 정말 좋아했다오."

(이 두 중년배우의 연기합도

매장소-예황 역을 맡은 젋은 배우들 못지 않음!)



순식간에 돌변한 사옥의 눈빛.



  바로 몇 초 전만 해도 아내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사옥인데, 그 표정이 갑자기 바뀐다.

  아내를 안은 채로 단검을 들며 눈을 번뜩이기에, 그대로 아내를 찔러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나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미묘한 동물이라서, 사옥은 내 예상을 가볍게 깨뜨린다.


  아내에 대해서 지독할 만큼 깊은 사랑을 갖고 있는 이 사내에게, 그 사랑보다 더 강렬한 또 다른 감정이 있다.

  바로 자신의 목숨에 대한 집착과 이기심이다.  사옥은, 사람이 죽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며 절대로 죽을 수 없다고 한다.  그까짓 가문이 망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자신은 끝까지 가보겠다고 한다.

  리양장공주는 사옥 한 사람 때문에 가문의 모든 사람(물론 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포함.)이 화를 입는 것만은 막기 위해, 사옥에게 자살을 종용했다.  그리고 사옥이 그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자 자신이 따라죽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사옥에게는 가문 사람 모두의 목숨보다도,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의 부탁보다도, 스스로의 목숨과 부귀영화가 더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가지 않는 한,

승부가 어찌될 지 그 누가 알겠소?
사람이 죽으면 정말 아무 것도 안 남게 되는 거요"

"잠시 내가 잊고 있었군요,

당신이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
"어차피 당신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어쩌겠어요."



  리양장공주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평소의 우아한 발걸음이 아닌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으로 남편 곁을 떠난다. 

  이 장면에서, 예전에 영화 '리플리' 와 '빅픽처' 를 보며 떠올렸던 '개구리와 전갈에 대한 우화' 가 다시금 떠올랐다.  ☞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vs. 빅픽처(The Big Picture)(http://blog.daum.net/jha7791/15791003)  헤엄을 칠 줄 몰라서 개구리에게 업혀 강을 건너던 전갈이, 강물 한 가운데에서 개구리를 독침으로 쏘았다.  개구리가 죽어가면서 따졌다.  "왜 나를 쏜거냐?  이제 나도 너도 다 죽게 되었다."  그러자 전갈이 대답했다.  "나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독침으로 쏘는 게 내 천성이니까."

  아내를 너무 사랑했던 사옥은 결국 한 마리 전갈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와 상관 없이, 목숨과 권력에 대한 집착,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시 하는 이기심은 사옥의 본성이기에 결코 버릴 수 없다.   




적염군 사건의 진상, 그리고 또 다른 배후



  ◎ 새로운 악당의 등장 - 현경사의 수장 하강 


  이 드라마의 전반부 최고의 악당이었던 녕국후 사옥이 무너지면서,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악당이 등장한다.

  드라마가 중반부에 접어든 이 때까지 등장인물 간의 대화 속에서만 나왔던 사람, 황제 직속의 비밀 수사기관인 현경사를 이끌고 있는 사람, 바로 하강이다.  현경사 소속의 수사관인 하춘, 하추, 하동의 스승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현경사 사람들의 이름은 참 재미있다.

  제자들이 전부 고아 출신인 건지 어떤 건지 스승의 성을 따라서 '하' 씨 성을 쓴다.  그런데 이름이 봄, 가을, 겨울이라는 뜻의 춘, 추, 동이다. (하춘, 하추, 하동)  성이 여름이란 뜻의 '하(夏)' 라서 여름이란 이름을 갖는 제자만 없는 모양이다.  하긴 어떤 사람 이름이 '하하' 라고 하면 너무 웃길 것 같다. ^^;; 



감옥에 갇힌 사옥을 찾아가서

사옥의 목숨만은 구해주겠다 약속하는 하강.



  하강과 사옥 사이에는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그 동안 저지른 죄가 다 드러난 마당에 사옥이 아직은 죽을 수 없다며 버티는 데에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사옥은 자신을 찾아온 하강에게,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그 무언가를 빌미 삼아 자신을 구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강 역시 사옥이 그렇게 나올 줄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전혀 놀라거나 곤란해하지 않는다.  사옥의 목숨만은 구해주겠다고 순순히 약속한다. 



  ◎ 적염군 사건의 진상 


  매장소는 예왕의 도움으로 감옥에 들어가 사옥을 만난다.

  적염군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다.  물론 사옥 같은 자가 순순히 자백할 리 없으니 교묘하게 수를 쓴다.  사옥이 하강의 도움으로 사형을 피한 것을 알고, 마치 사옥이 하강의 약점을 예왕 측에 누설한 것마냥 일을 꾸민다.  그러면 하강은 사옥을 살려줘봤자 자신에게 해만 끼친다고 생각하고 죽이려 들 것이다.

  이제 사옥 입장에서는, 그 동안 저지른 죄 때문에 황제의 명령으로 사형되느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하동의 손에 은밀히 살해될지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 매장소에게 매달려야 한다. (감옥에서 매장소와 사옥이 대치하는 장면은 긴장감 최고...!)



자신의 생명줄을 매장소가 끊어냈음을 알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사옥.



  그 동안 적염군 사건에 대해 알려진 공.식.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년 전에 적염군이 반란을 꾀한다는 게 드러난 것은 섭봉이 황제에게 비밀리에 보낸 편지 때문이다.

  섭봉은 하강의 제자 하동의 남편이며, 적염군 최고지휘관 임섭(매장소/임수의 아버지)의 부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임섭이 황제의 큰아들이자 임섭 스스로에게는 조카(임섭의 누이동생인 신비와 황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가 되는 기왕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계획을 세웠고, 섭봉이 어찌어찌 하여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임섭은 입막음을 위해 섭봉을 죽이려 들었다.  그래서 섭봉이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 역모를 알리고 자신을 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가뜩이나 아들 기왕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불안해하던 황제는, 사옥에게 군대를 이끌고 매령으로 가게 했다.

  가서 섭봉을 구하고, 정말로 적염군이 반란을 일으키려 하는지도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사옥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임섭이 섭봉을 죽여버린 뒤였다.  그 일로 임섭과 기왕의 역모가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된 황제는, 사옥에게 7만명이나 되는 적염군 모두를 몰살하게 했다.  또한 수도 금릉에 있던 기왕도 반란군의 수괴로 체포되어 독주를 마시라는 황제의 명을 받고 죽었다.


  그런데 사옥이 매장소에게 털어놓은 적염군 사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알고 보니 적염군 사건은 철저히 조작된 사건이었다...! 

  섭봉이 황제에게 보냈다던 편지는 하강이 위조한 것이다.  즉, 제자 하동이 보관하고 있던 남편(섭봉)의 편지를 하강이 빼돌려서, 남의 필체를 기막히게 잘 흉내내는 어떤 유생에게 보여주고 역모를 고변하는 거짓 편지를 쓰게 했다.  섭봉은 자기 명의가 도용당한 것을 알지 못 한 채, 다른 적염군과 함께 사옥의 군대에게 살해당했다.


  사옥도 어째서 하강이 적염군을 반란군으로 몰아 죽이려 했는지, 그 이유까지는 알지 못 한다.

  다만, 하강이 적염군을 몰살하려 했을 때 사옥도 출세를 위한 희생양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꾸민 음모로, 무려 7만명이나 되는 적염군이 누명을 쓰고 아군 손에 처참히 살해되었다.  그리고 역모를 파헤치고 진압한 공으로, 하강은 황제에게 더욱 더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고, 원래 그다지 높은 신분이 아니었던 사옥은 1품 군후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적염군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는 사옥.

남편 섭봉이 사옥에게 죽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 하동.

역시 놀라서 하동을 쳐다보는 정왕.



  매장소가 미리 조치한대로, 정왕하동은 감방 밖에서 사옥의 자백을 듣고 있다.

  적염군 사건의 진상은, 적염군의 결백을 굳게 믿고 있던 정왕에게도 충격이다.  하지만 하동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히는 것 같은 충격이다.


  하동은 지난 12년간 여러 겹으로 속으며 살아온 셈이다.

  그 동안 임섭이 정말로 자기 남편을 죽였다고 믿었기에 임섭과 그 일가를 미워했다.  그리고 임섭 일가의 죄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정왕과도 껄끄럽게 지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을 죽인 자는 임섭이 아니라 사옥이다.  사옥이 남편의 시신을 수습하여 금릉까지 옮겨주었기에 은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사옥이 오히려 남편을 살해한 자라니..

  무엇보다 기막힌 사실은, 이 모든 참극이 스승이자 상관인 하강의 손에서 조작되었다는 점이다.  스승을 진심으로 믿고 존경했건만, 그 스승이란 자가 자기 남편의 명의를 도용하여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줄이야...   



진실을 알고나니 오히려 허탈해진 매장소.

(이 와중에 얼굴 옆모습은 왜 저리 멋진가... ㅠ.ㅠ)



감방문에 기대 선 매장소와 정왕의 시선이 마주침.

(둘 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눈빛을 보이는...)



  복잡한 심사를 가눌 길 없는 정왕이 어머니 정빈을 찾아간다.

  입궁하는 날이 아닌데도 찾아온 아들을 보고, 정빈이 무슨 일이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그런 어머니를 차마 쳐다보지도 못 하고 정왕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이 듯 겨우 대답한다.  "어머니, 임수가 보고 싶습니다."  정빈이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자, 정왕이 더는 참지 못 하고 흐느낀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어머니, 임수가 보고 싶습니다."





조금씩 매장소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정왕



  ◎ 가까워지는 두 사람 간의 거리   


  소경예의 생일에 모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매장소가, 정왕과 몽지와 마주앉는다.


  몽지는 이번 일로 소경예가 매장소를 원망할 것을 걱정한다.

  그렇잖아도 소경예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던 매장소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그러자 정왕이 나서서, 매장소가 그렇게 독하게 사실을 밝히지 않았더라면 소경예는 녕국후 사옥과의 인연을 결코 끊어내지 못 했을 거라고 한다.

  정왕이 하는 말만 들어서는, 그저 객관적인 상황을 그대로 말하는 것 같다.  매장소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서 이성을 잃은 사옥이 밑바닥을 다 드러내며 날뛰었으니, 소경예와 사옥의 관계가 끝장난 것이다.  만일 사옥과의 관계를 유지할만한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더라면, 소경예의 성격상 어머니를 위해서 진실을 외면한 채 어머니의 남편 사옥 옆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하기 전 매장소를 흘끗 쳐다보는 정왕의 눈길에서, 마치 매장소를 두둔하는 듯한 느낌이 묻어난다.  음흉하고 교활한 책사라고만 생각했던 매장소의 고뇌를, 정왕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두둔해 준다는 느낌이다.


  한편, 매장소는 남초에서 온 황자(우문념의 사촌 오라버니)에게 양나라의 국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녕국후부에서 벌어진 난리 북새통을 남초 황자가 다 보았으니, 남초에서 양나라가 내부 분열로 엉망이 되었다고 만만히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초는 현재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안정되어 있는데 양나라에서는 계속 권력투쟁이 벌어진다면, 남초를 비롯한 주변국에게 침략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런 매장소의 말을 듣고 정왕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 정왕은 매장소에 대해서, 그저 자기 이름 날리며 출세하기 위해서 뽐내듯이 머리를 쓰는 책사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매장소의 입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말이 나오자 놀란 것이다.  아마 이 때의 놀라움이, 매장소에게 느끼던 껄끄러움을 상당 부분 없애주며, 바로 아래에 나오는대로 두 사람의 관계가 급진전 되는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소경예 일에 대해 매장소를 은근히 두둔해주는 정왕.

매장소가 나라를 걱정하자, 놀라는 정왕.



  ◎ 진정한 주군과 책사가 된 정왕과 매장소


  적염군 사건의 진상을 알게된 그 날 밤, 정왕이 매장소를 찾아온다.

  정왕은 울분을 참지 못 하며 적염군 사건을 다시 조사해서 그들의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한다.  그러나 적염군 사건의 피해 당사자로서 정왕보다 몇 배는 분노해야 마땅할 매장소는, 되려 침착하기만 하다.


  매장소는 정왕에게 중요한 사실을 지적한다.

  적염군 사건을 직접적으로 조작한 사람은 하강과 사옥이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친아들조차 믿지 못 한 황제의 의심이었다고.  황제는 큰아들 기왕이 조정에서나 군부에서나 큰 신망을 얻는 것에 위협을 느꼈고, 하강은 그런 황제의 의심과 불안을 교묘히 이용해서 일을 꾸민 것 뿐이라고.  또한 적염군과 기왕을 죽이는 최종결정을 내린 사람은 황제였는데, 자신의 권위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황제가 자신이 그런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음을 인정할 리 없다고.  정왕이 적염군의 억울함을 밝히려 들면 황제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니, 황위를 계승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적염군 사건 재조사는 그만 포기하라고.

  가슴 아프고 울화통 터지는 말이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정왕이 적염군 사건을 다시 조사해서 뒤집으려 들면, 황제는 정왕을 후계자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정왕마저 역적으로 몰아 죽일 수도 있다. 



아버지가 아들을 의심하여 죽였다는 잔인한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정왕.



  그러나 정왕이 누구인가...

  지난 12년 동안 형 기왕과 친구 임수의 결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의리와 뚝심의 화신이다.  정왕은 자신의 황위 계승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겠노라며, 적염군 사건을 재조사하려면 매장소의 뛰어난 두뇌가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간곡히 말한다.

  매장소는 마치 그런 정왕을 압박이라도 하듯이 나즈막하지만 강한 말투로, 적염군 사건을 재조사했을 때 어떠한 불리한 점이 있는지를 열거한다.  하지만 정왕은 그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적염군 사건을 재조사하여, 훗날 자신이 황제가 되었을 때 그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신원시키겠노라 말한다.       



"그들이 어떻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었는지

꼭 알아야겠소.

그래야 장차 내가 황위에 올라

그들의 억울함을 낱낱이 풀어줄 수 있소.

나의 이익만을 위해

형님의 억울한 죽음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소.

그런 짓은 나 소경염(정왕의 이름)이 할만한 일이 아니오."



  정왕을 말리는 것 같은 말을 했던 게, 물론 매장소의 진심은 아니다. 

  오히려 정왕에게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적염군 사건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매장소는 정왕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정왕이 적염군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안 이상 결코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염군 사건 희생자들을 신원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니 그 모든 어려움과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한 번 더 다짐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전하를 주군으로 모셨으니

전하께서 내리신 명을 반드시 받들겠습니다."



"정말 고맙소, 선생."



  이제껏 주군과 책사로 지냈다지만, 이제야 비로소 서로에게 제대로 예를 갖추며 한 마음이 된다.

  매장소가 정왕을 황위에 올리겠다고 결심은 했어도, 이제까지는 정왕을 주군이라기 보다는 친구로 보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모든 불이익을 각오하고 기꺼이 적염군 사건 희생자들을 신원하겠다는 정왕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이 모셔야 하는 주군으로 확.실.히. 인식한 듯하다.  '그래, 이런 정의감 넘치는 분이야말로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실 분이다.' 라고 말이다.   

  그리고 정왕은 여지껏 매장소에게 느꼈던 꺼림칙함과 불신을 밀어내고, 매장소를 동지로 받아들인다.  물론, 적염군 사건을 뒤집으려면 매장소의 뛰어난 두뇌가 꼭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매장소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도 본 터라 마음의 거리감이 한결 줄어든 상태에서, 매장소가 끝까지 자신을 말리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준 것에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깊어지는 죄책감과 자괴감, 슬픔과 절망



  ◎ 사기의 죽음


  매장소가 사옥을 몰락시키고 얼마 후, 사옥과 리양장공주의 딸 사기가 출산 도중 숨을 거둔다.

  그렇잖아도 태아가 거꾸로 들어서서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추악한 과거 및 친정-시가의 악연에 대해 알고서 충격을 크게 받아서 조산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사기는 태어나는 아이를 남편에게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다.


  그 소식은 매장소에게도 전해진다. 

  따지고 보면 매장소와 사기는 가까운 친척이다.  매장소의 어머니 진양장공주와 사기의 어머니 리양장공주가 친자매 간이다.  그러니 매장소와 사기는 이종남매 사이가 된다.  그리고 그런 친척관계가 아니더라도, 매장소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 준 선량한 소경예에게 상처를 준 일로 이미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소경예의 누이동생 사기마저 죽었다고 하니, 마치 자신이 죽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려강에게서 사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매장소.

(비극적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연출은 왜 이리 아름다운가...! ㅠ.ㅠ)



  북받쳐오르는 감정 탓인지 매장소가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자, 려강이 의원을 부르려는 듯 급히 나간다.

  매장소가 겨우 진정하고 시선을 들자, 비류(매장소의 어린 호위무사)가 어느새 와서 매장소 앞에 앉아 있다.


  이 장면은 직접 봐야만 한다...!  정말 명장면이다...!

  매장소 역을 맡은 호가의 섬세한 내면 연기, 짤막하지만 복잡미묘한 감정을 충분히 담아낸 대사, 어두운 실내와 장지문을 투과하는 빛의 어우러짐, 적절한 배경음악...  정말이지, 보는 이의 마음이 다 먹먹해 질 지경이다. ㅠ.ㅠ

  매장소는 마음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려는 죄책감과 자괴감을 애써 누른다.  그리고 눈물 어린 눈으로 비류를 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끊어내 듯 말한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비류(비류는 무공 실력은 엄청나지만 지능이나 감정적인 면에서는 대여섯 살짜리 아이 수준임.  드라마에는 안 나오지만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함.)는 그저 천진난만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매장소를 바라볼 뿐이다.  아마 어쩌면, 그렇게 복잡미묘한 인간사를 이해하지 못 하는 비류라서, 오히려 매장소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류 : "소 형, 아파요?"

  매장소 : "견딜만 하다."
  비류 : "괜찮아지는 거죠?"
  매장소 : "괜찮아질 거다."
  비류 : "..."
  매장소 : "어째서인지 아느냐?"
  비류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젓는)
  매장소 : "사람의 심장이란 점점 단단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람의 심장이란

점점 단단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 태황태후의 죽음


  적염군 사건을 재조사하는 일로 의기투합한 매장소와 정왕이, 서로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예를 갖추어 맞절을 하는 그 순간...

  엎드려 맞절 하는 두 사람의 등 위로,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작지만 묵직하게 울려퍼진다.  그 종소리는 나라에 중대한 사건이 난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몸을 일으켜 급히 방 밖으로 나간다.



종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긴장된 얼굴로 응시하는 매장소와 정왕.



  종은 모두 27번 울린다.

  27번의 종소리는 국상이 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 황실에서 세상을 뜰 만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뿐이다.  매장소에게는 외증조할머니가 되고, 정왕에게는 증조할머니가 되는 태황태후...  놀란 정왕이 매장소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뛰어나간다.


  정왕이 나간 후 충격을 못 이긴 매장소는 피를 토한다.

  사기의 죽음이 매장소에게서 죄책감과 자기혐오를 이끌어냈다면, 태황태후의 죽음이 매장소에게서 이끌어낸 것은 깊은 슬픔과 절망이다.  여러 증손자 중 자신을 가장 아껴주었던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픔에, 자신이 원래의 이름인 임수로 당당히 외증조할머니 앞에 설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절망...



호가(매장소 역 맡은 배우)의 연기가 워낙 생생해서

관자놀이에 핏줄이 다 일어선... ㅠ.ㅠ



  운남에 가있던 예황군주가 국상 소식에 황급히 금릉으로 돌아온다.

  매장소는 다른 증손자들처럼 궁궐에서 행해지는 장례절차에 참석하지 못 하고, 외롭게 혼자서 상을 치르며 슬픔을 삭이고 있다.  그런 매장소로서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고 지금의 심정을 알아주는 예황과 다시 만난 일이 큰 위안이 된다.



눈물 흘리는 매장소를 위로해주는 예황.



  소중한 이의 죽음은, 매장소에게 한 가지 사실을 상기시킨다.

  금릉에 온 뒤로 정신없이 지내느라 때때로 스스로도 잊고 있던 사실,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곁에 있는 예황은 그런 사실은 꿈에도 생각 못 하고, 그저 오랜 세월 온갖 고난을 다 겪어 몸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만 보이는 매장소의 건강을 걱정한다.  매장소는 그런 예황에게 차마 사실을 알려주지 못 한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해진 나머지, 마치 유언과도 같은 말을 한다.

 


"임수 오라버니, 장래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

몸을 잘 챙기셔야 해요."
"예황, 만일 너의 장래에 내가 없게 되더라도,

반드시 잘 지내야 한다.  잘 지내야 해."



  심상치 않은 매장소의 태도에 불안해진 예황은, 운남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한다.

  마침 태황태후의 능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니, 매장소 가까이에 머물 수 있도록 능을 지키는 일에 자원하기로 한 것이다. (살짝 스포를 하자면, 예황이 이렇게 금릉 근처에 머물게 된 일은 훗날 매장소에게 큰 도움이 됨.) 




유배길에 른 사옥 / 사옥이 남긴 글



  ◎ 사옥과 리양장공주의 마지막 만남


  당당한 군후에서 일개 죄인 신세가 된 사옥이 유배길에 오른다.

  사옥이 금릉성 밖을 막 나서는데 뜻밖에도 소경예가 쫓아온다.  이 때 사옥과 소경예의 시선이 잠시 마주치는데, 소경예는 잠시 어색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사옥을 호송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뇌물을 주며 잠시 가족이 만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사옥은 한 때 자신이 죽이려 했고 오랜 세월 기망해온 소경예를 덤덤히 바라본다. (그래, 여기에서 소경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눈물을 줄줄 흘린다면. 그건 사옥이 아니지... -.-;;)


  역시나 사옥에게 의미 있는 사람은 아내 리양장공주 뿐이다.

  소경예에게는 물론이고 친아들인 사필에게도 별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사옥이다.  하지만 리양장공주에게는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눈빛을 보인다.  하지만 아내를 끔찍히 아끼면서도, 삶과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해 함께 죽자던 아내의 부탁을 거절한 그 성격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회한 어린 표정으로 이제 모든 게 다 끝난 것이냐고 묻는 아내에게, 아직도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 했음을 보인다.  

     


"이제 전부 끝난 건가요?"

"아마도 아닌 것 같소."



  잠시 복잡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던 리양장공주가, 간밤에 매장소가 사람을 보내 전했다는 말을 한다.

  사옥이 매장소에게 말한 일(적염군 사건의 진상)에 관하여 아직 말하지 않은 사연이 분명히 많을테니, 사옥에게 그 사연을 전부 글로 남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을 리양장공주로 하여금 보관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매장소는, 사옥이 적염군 사건의 진상을 말하는 대가로, 하강이 사옥을 죽이지 못 하게 막아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래서 사옥의 글을 리양장공주에게 보관하게 함으로써, 하강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려는 것이다.  즉, 하강이 사옥을 죽인다면, 하강이 저지른 죄악이 다 나오는 그 글을 세상에 공개하겠노라고...  물론 머리 좋은 사옥은 매장소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채고, 매장소가 시킨대로 한다.


  그런데 매장소에게는, 하강이 사옥을 죽이지 못 하게 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목적이 있다.

  하강에 대한 경고는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목적일 뿐이다.  사옥이 리양장공주에게 맡긴 글은 훗날 매장소에게 엄청난 무기가 된다. (이 드라마의 묘미 중 하나가, 절묘한 떡밥과 적절한 떡밥 회수임...! ^^) 



  ◎ 마지막까지 보여준 이기심과 삶에 대한 애착 


  아내에게 이번 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는 한탄 같은 말을 남기고 돌아선 사옥.

  멀찍히 서있는 소경예에게는 여전히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정작 소경예는 그런 악인이라도 오랜 세월 부자지간으로 지냈다고, 감정이 북받쳐 눈도 코끝도 새빨개졌는데 말이다.


  그런데 막 떠나려는 사옥 앞에 갑자기 하동이 등장한다...!

  물론 사옥은, 하동이 자기 말을 다 들어서 적염군 사건의 진상을 알아버렸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하동의 남편에게 저지른 짓이 있으니, 하동을 보자마자 안색이 달라진다. (이 때의 다급한 표정을 봐도, 사옥이 얼마나 자기 목숨에 대해 애착이 강한지 알 수 있음. -.-;;)  매장소의 예상대로, 하강이 사옥을 죽이려는 것을 매장소가 막아준다고 한들, 그것만으로 사옥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옥이 남편의 원수라는 사실을 안 하동이, 그 성격에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 치는 사옥과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다가서는 하동.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들어 사옥을 보호하는 사람은, 사옥이 마지막까지 외면한 소경예다.  소경예가 어떻게든 사옥을 보호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리양장공주까지 애원하는 말투로 하동을 부르자, 하동도 차마 그 자리에서 사옥을 죽이지는 못 한다. 



하동의 등장에 잔뜩 겁먹은 사옥.

두 사람 사이에 끼여들어 사옥을 보호하는 소경예.



  하동은 사옥에게 "반드시 버텨내십시오."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선다.

  반드시 버텨내라는 말이 이렇게 살벌하게 들릴 수 있다니...!  내가 너를 죽일 수 있도록, 절대로 다른 사람 손에는 죽지 말고 살아남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하동의 말을 듣고서 사옥은 낭패라는 표정을 짓는다.  옆에서 듣는 리양장공주와 두 아들도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지 못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버텨내란 말이 액면 그대로 걱정해주는 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아듣고 당혹스러워 한다. 


  그렇게 또 한 고비 넘긴 사옥은 귀양길에 오른다. (끝까지 소경예에게는 한 마디도 안 한 채...! -.-;;)

  사옥이란 인물이 워낙 악독하고 삶에 대한 애착도 강해서, 그 후로도 계속해서 등장할 줄 알았다.  유배지에서 이를 갈며 몸부림을 치다가 어느 정도는 재기하지만, 결국에는 비참한 파멸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 포스트를 드라마 마지막 회까지 다 본 상태에서 작성했는데, 이 때 떠나가는 사옥의 뒷모습이 우리 시청자가 마지막으로 보는 사옥의 모습이다.  사람이 죽으면 아무 것도 안 남는다며 끝까지 가보겠다고 독기를 있는대로 내뿜던 사옥은, 그렇게 허무하게 이 드라마에서 퇴장한다... -.-;;




보너스 - 눈치 없는 여자 / 이상한 부분에서 통하는 형제



  ◎ 눈치 없는 여자 - 소경예의 이복누이 우문념


  소경예의 생일에 나타나 엄청난 비밀을 폭로했던 우문념.

  비록 매장소가 사옥을 몰락시키려고 짠 판의 중요한 말로 움직이기는 했어도, 이복오라비인 소경예를 만날 생각으로 양나라에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우문념의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서 얼굴 조차 본 적 없는 아들을 무척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주고자 소경예를 남초로 데려가려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우문념은, 만일 현실에서 만난다면 무척이나 짜증날만한 캐릭터다. -.-;;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불쑥 나타나 핵폭탄을 터뜨리는 식으로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는다.  조용히 소경예를 만나 차근차근 알려주는 게 맞다.  아니, 그나마 여기까지는 억지로라도 이해할 수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소경예에게 갑자기 "당신이 제 오라버니에요." 라고 한 것은, 사옥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려고 이 모든 일을 계획한 매장소의 의도를 따른 것이라고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런데 그 후의 행동을 봐도 눈치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어 보인다.  엄청난 충격으로 넋이 나가다시피 한 소경예를 두고 계속 오라버니 타령만 한다.  누가 봐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매번 어색하고 쭈뼛거리는 태도로 다가와서는 '오라버니' 라고 부른다. (오라버니라는 단어가 무슨 스토킹 전문용어처럼 들리는... -.-;;)  



충격으로 털썩 주저앉은 소경예.

그런 소경예를 눈물로 달래는 리양장공주.

뒤에서 눈치없이 '오라버니' 하고 부르는 우문념.

그런 우문념을 제지하는 언예진.



  어머니 리양장공주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한 소경예에게, 우문념이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다가선다. 

  옆에 있던 언예진이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한 손을 들어 말을 자르며  "말 좀 하지 말아줄래요?" 라고 한다.  언예진이 남에게 모진 소리 못 하는 성격이라 그 정도로 말한 거지, 아마 속마음 같아서는 "야, 이 둔탱아, 너는 눈치도 없냐!  그 놈의 입 좀 제발 다물어라! " 하고 소리치고 싶었을 것이다. -.-;; 


  이런 상황은 사옥의 군사들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도 반복된다.

  착한 소경예는 자신이 받은 충격도 삭히지 못 한 채, 갓난아이 시절부터 또 하나의 부모로 대했으며 본의는 아니지만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의 피해자이기도 한 탁정문 부부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그 속이 시커멓게 썩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엉망이 된 마음만큼이나, 한바탕 싸우느라 엉망이 된 모습으로 바깥을 살피는 소경예에게, 우문념이 또 슬그머니 다가서서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아, 진짜~~! 왜 이러셔, 정말~~~! -.-;;)  그러자 언예진이 또 발끈하며, 소경예가 숨 좀 쉴 수 있도록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한다. (언예진의 마음이 곧 내 마음.)



노려보는 리양장공주.

여전히 오라버니 타령하는 우문념.



  예왕의 군대가 녕국후부에 들어와 모든 일이 끝난 후에도, 우문념의 오라버니 타령은 그치지 않는다. 

  리양장공주와 소경예가 애써 서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추스리려 하는데, 어느새 근처에 와서 그들을 지켜본다. (마치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봐주세요.'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

  리양장공주가 추궁하듯이, 소경예를 데려오라고 우문념을 보낸 사람이 우문념의 아버지가 맞느냐고 묻는다.  우문념이 난데없이 나타나서 비밀을 폭로한 데에는, 순수하게 핏줄을 찾으려는 목적 뿐 아니라 어떤 음모가 섞여있음을 눈치채고 묻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우문념이 한 대답은 그야말로 동문서답이다.  "저 사람이 제 오라버니잖아요.  아버지께서 오라버니를 보고 싶어 하세요." -.-;;

  리양장공주는 이제와서 따져봤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더 이상 그 문제를 추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울화통이 터져 뺨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상황이다. 



  ◎ 이상한 부분에서 통하는 형제 - 태자와 예왕


  다음 황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잡아먹지 못 해 안달인 태자와 예왕.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이 두 사람은 형제가 맞긴 맞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그 사실이, 태황태후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권력욕 강하고 도덕심이 형편없다는 점에서도 이 이복형제는 많이 닮았는데, 거기에 자신의 원초적인 욕구에 충실하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나온다.


  예법에 따라 태황태후의 국상 중에는 황자들이 3일간 금식을 해야 한다.

  물론 며칠이나 굶는 건 힘든 일이라서 다들 눈치껏 몰래 음식을 먹는 모양이다.  그런데 태자는 원래도 호의호식이 몸에 밴데다가 생각도 없고 철도 없다.  자기 처소에서 몰래 먹는 것도 아니고, 황자들이 전부 모여 태황태후의 빈전을 지키는 자리에 음식을 가져와서 먹는다.  그것도 맨 앞줄에서... -.-;; 

  그러자 태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예왕이 '제발 눈치껏 굴어라'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가자미 눈을 하고 째려본다.  하지만 태자가 같이 먹자는 식으로 음식을 내밀자, 예왕도 슬그머니 음식에 손을 뻗어 입에 가져간다. -0-;;



(위) 맨 앞자리에 앉아 손수건에 싼 음식을 먹는 태자와, 그런 태자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예왕.

(아래) 뻘쭘한 표정을 짓더니 '너도 먹을래?' 하듯이 음식을 내미는 태자와, 입을 가리고 그 음식을 먹는 예왕.




기타



  1. 예황군주 역을 맡은 배우 류도가, 원래는 정왕의 어머니 정빈 역할로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다른 중국드라마 '천룡팔부'(황효명, 유역비 주연)에서 류도를 봤다.

  그 드라마에서 류도는 차분하고 여성스러우며 희생적 사랑을 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위풍당당한 여장부 예황군주 역을 잘 소화해냈다.  그러니 류도가 외유내강형인 정빈 역을 맡았더라도 잘 연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정빈 역을 맡은 배우 류민도가 마치 맞춤옷을 입은 것마냥 정빈 역을 너무 잘 연기해서, 이제와서는 류민도 아닌 다른 정빈은 상상하기 힘들다.  대사도 몇 마디 없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 정빈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기력을 떠나서, 외모를 봐도 정왕과 예황이 모자로 나온다는 것은 좀.. -.-;; 

  류도가 왕개(정왕 역) 보다 4살 연상이고, 류민도는 왕개보다 6살 연상이니, 나이만 생각하면 두 배우 모두 정왕의 어머니로 출연하는 게 좀 이상하다.  그러나 류민도의 외모가 원래의 나이보다 성숙해 보여서, 왕개의 어머니로 나와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류도가 왕개의 어머니 역을 맡는 것은  좀 무리이지 싶다.



  2. 이 드라마가 원래도 연출이 아름답지만, 이번 포스트에서 다룬 20~24회에서는 그런 경향이 유독 강하다.


  연출 때문에 멋진 장면이 워낙 많아, 포스트에 올릴 이미지를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

  먼저번 포스트에 비해 다루는 회차를 대폭 줄였건만, 도무지 그냥 건너뛸 수 없는 장면이 너무 많다.  동영상 편집이나 움짤 제작을 할 줄 안다면 좀 더 근사하게 포스팅 할 수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 방면으로는 무능력자다. ㅠ.ㅠ



  3. 랑야방 20회~24회에 나오는 멋진 대사의 원문을 바이두에서 찾아봤다.


  ① 리양장공주가 자기 딸 사기는 부모가 저지른 짓과 아무 상관없다며 사기를 그대로 탁씨 가문의 며느리로 받아달라고 부탁하자, 탁정문의 부인이 하는 말.

  卓家是江湖人,只知恩怨分明,不牵连后辈。绮儿是我卓家的媳妇,若她携子来归,自有她应得的待遇,不须劳公主说情。(탁씨 가문은 강호 사람들이라 은원을 분명히 가리지만, 후손까지 연루시키지는 않습니다.  기아(사기의 애칭)는 우리 탁씨 가문의 며느리니, 아기를 데리고 돌아온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줄 겁니다.  그러니 공주께서 애써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② 리양장공주가 사옥에게 가문을 살리기 위해 자결하라며 사옥의 저승길이 외롭지 않도록 자신도 곧 따라죽겠다고 하자, 사옥이 하는 말.

  莅阳,莅阳,你对我说的话我都记住了。这么多年了,我谢玉是真的喜欢你。(리양, 리양, 당신이 내게 한 말을 전부 기억하고 있소.  그 오랜 세월, 나 사옥은 당신을 정말 좋아했다오.)


  ③ 사기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임수가 비류와 주고받는 말.

  - 苏哥哥,不舒服?(소 형, 아파요?)
  - 还好。(견딜만 하다.)
  - 会好吗?(괜찮아지는 거죠?)
  - 会好的。
知道为什么吗? 因为人的心,会变得越来越硬。(괜찮아질 거다.  어째서인지 아느냐?  사람의 심장이란 점점 단단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④ 적염군 사건을 재조사해서 적염군의 억울함을 밝히는 일이 황위 계승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매장소의 말에, 정왕이 한 말.  

  必须知道他们是如何含冤屈死。这样,将来我登上皇位才能一一为他们洗雪。只为自己私利,而对兄长冤死视而不见,这不是我萧景琰做的出的事。 (그들이 어떻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었는지 꼭 알아야겠소.  그래야 장차 내가 황위에 올라 그들의 억울함을 낱낱이 풀어줄 수 있소.  나의 이익만을 위해 형님의 억울한 죽음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소.  그런 짓은 나 소경염(정왕의 이름)이 할만한 일이 아니오.)


  ⑤ 태황태후의 죽음으로 재회한 임수의 몸을 예황이 걱정하며 하는 말과, 임수가 자신이 얼마 못 살 것을 생각하며 하는 말. 

  - 林殊哥哥,为了将来,为了我,你要好好保重。(임수 오라버니, 장래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 몸을 잘 챙기셔야 해요.)

  - 霓凰,如果你的将来没有我,也一定会很好的,会很好的。(예황, 만일 너의 장래에 내가 없게 되더라도, 반드시 잘 지내야 한다.  잘 지내야 해.)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랑야방(琅琊榜) 25회~33회 - 정왕 대 예왕 / 매장소와 정왕의 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280)
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랑야방(琅琊榜) 43회~46회 - 예왕의 반란과 최후(http://blog.daum.net/jha7791/15791281)

랑야방(琅琊榜) 47회~50회 - 정왕, 마침내 임수를 되찾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91)

랑야방(琅琊榜) 51회~54회(완결) - 밝혀진 진실 / 임수로 죽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75)

사마상여(司馬相如)의 봉구황(鳳求凰) / 탁문군(卓文君)의 백두음(白頭吟)(http://blog.daum.net/jha7791/15791258)

호가(胡歌)의 풍기시(风起时) - 드라마 랑야방(琅琊榜) 주제곡(http://blog.daum.net/jha7791/1579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