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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서서히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

Lesley 2016. 2. 7. 00:01

 

  지난 포스트에서는 드라마 랑야방(琅琊榜)의 도입부 내용을 주인공 매장소와 그 주변 인물 위주로 설명했다.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이번 포스트에서 다룰 7회~19회는 매장소의 두 가지 활동을 큰 축으로 하여 전개된다.  첫째, 정왕을 황위에 올리기 위한 작업으로, 겉으로는 예왕파인 듯 행동하며 실제로는 예왕과 태자 양쪽 모두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둘째, 적염군 사건에 대한 복수를 위한 작업으로,염군 사건을 조작한 녕국후 사옥 주변에 치밀한 그물을 몇 겹이나 만들어 놓는다. 

 

 

 

 

  7회~19회의 내용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많은 인물이 얽힌 사건들이 순서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거나, 혹은 한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는 식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용을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사건별로 모아 정리해보려 한다. 

 

 

 

녕국후 사옥과 소경예 - 물과 기름처럼 다른 부자

 

 

  ◎ 녕국후 사옥 - 겉과 속이 다른 교활한 자 / 태자파의 중심인물

 

  매장소가 금릉에 와서 처음 머물렀던 곳이 녕국후부다.

  녕국후부는 황제의 누이동생 리양장공주와 그 남편인 녕국후 사옥의 사저다.  그런데 과거에 이 부부의 큰아들 소경예와 매장소가 만나 친분을 쌓았다.  그런 인연으로 소경예가 녕국후부에 머물라고 권했다.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정한 소경예로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제의였지만, 매장소 입장에서는 계획된 접근이었다.

  녕국후 사옥은 12년 전에 일어났던 적염군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매장소는 그런 사옥과 그 주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일부러 호랑이 굴로 들어선 것이다. 

 

 

 

1회에 나온 매장소와 녕국후 사옥의 만남.

사옥은 매장소의 정체를 모르면서도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음.

 

 

  사옥은 매우 교활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태자와 예왕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몰래 태자파의 중심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그게 전부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마땅히 소중히 여겨야 할 주위 사람들조차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중이다.  둘째아들 사필은 눈속임용으로 예왕파로 움직이게 한다. (사필은 아버지가 정말로 예왕을 지지해서 자기를 예왕에게 보낸 줄 알고 있음.)  그리고 바깥사돈 탁정풍 사위 탁청요 등 천천산장 사람들을, 정당한 목적을 위한 것인 것마냥 속여서 정적 등을 처리하는 자객으로 이용한다.

 

 

  ◎ 소경예 - 사씨 가문과 탁씨 가문의 공통의 아들 / 맑고 올곧은 청년

 

 

 

어머니 리양장공주와 누이동생 사기에게

항상 자상한 아들이며 오빠인 소경예.

 

 

  드라마 1회부터 출연했지만 지난 포스트에서는 다른 등장인물들에 치여(-.-;;) 나오지 못 했던 소경예에 대해 소개하겠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매장소 다음으로 팔자가 기구한, 아니 어떻게 보면 매장소보다 더 지독한 운명을 타고난 이가 바로 소경예다.  소경예에 대한 엄청난 비밀은 20회가 되어야 나오니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고...  단 여기에서는, 녕국후 사옥의 큰아들인 소경예가 어쩌다가 사씨가 아닌 소씨가 되었는가 하는 사연만 설명하겠다.

 

  엄밀히 말하면, 소경예는 녕국후 사옥 부부만의 자식이 아니라, 강호의 유력한 문파인 천천산장의 장주 탁정풍 부부의 자식이기도 하다.

  리양장공주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금릉에 전염병이 돌아서 어떤 절로 가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탁정풍의 아내도 임신한 몸으로 그 절에서 지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성격도 잘 맞고 임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어서, 바로 옆방을 쓰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밤에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양쪽 시녀들이 갓 태어난 아이들을 함께 목욕시키려던 참에, 심한 비바람이 불어닥쳐 문이 열리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렇잖아도 캄캄한 밤인데 그런 소동까지 벌어졌으니, 그 와중에 두 아이가 섞여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더구나 다음 날 한 아이가 갑자기 죽는 일까지 생겼다.  지금처럼 DNA 검사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살아남은 아이가 누구네 아이인지 도무지 가릴 수 없었다.

 

  그러자 황제가 살아남은 아이를 두 집안의 공통의 아들로 삼으라며, 아이에게 황실의 성인 '소' 씨를 내려주고 이름도 황자들의 돌림자인 '경' 자를 넣어 '경예' 라고 지어주었다.

  드라마에는 안 나오지만, 굳이 소경예에게 황실의 성과 이름을 내려준 것은 아이의 앞날을 보장해준다는 의미였던 듯하다.  그렇잖아도 혈통을 무척 중요시 하는 시대다.  게다가 사씨 가문은 황실과 인척 사이인 대귀족이고 탁씨 가문도 강호에서 알아주는 집안이라서, 혈통 문제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가 자라면서 두 집안 공통의 아들이라는 애매함 때문에 여러가지로 곤란함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황실에서도 인정한 아이니 그 핏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라는 의미로, 특별히 황실에서 쓰는 성과 이름을 내려준 듯하다. 

 

  그 후로 녕국후 사씨 가문과 천천산장 탁씨 가문은 공통의 아들 소경예를 매개로 하서 탄탄한 인연의 끈을 이어나갔다.

  드라마상으로만 보자면, 소경예가 공통의 아들이라고는 해도 주로 사씨 가문에서 자란 듯하다.  탁정풍 부부에게는 이미 다른 아들(큰아들 탁청효)이 있어서 사씨 가문에 양보했을 수도 있고, 혹은 리양장공주 입장에서는 첫 번째 아이라 자신이 키우겠노라 탁씨 가문 사람들을 설득했을 수도 있다. (나중에 밝혀지는 비밀을 생각하면 후자가 맞는 듯함.)

  그리고 탁씨 가문 사람들은 매년 몇 개월씩(설 직전 연말부터 4월에 있는 소경예의 생일 때까지) 녕국후부에 와서 머물며, 사씨 가문 사람들과 우의를 다졌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기(녕국후 사옥과 리양장공주의 딸, 소경예의 누이동생.)가 탁정풍 부부의 큰아들 탁청효와 혼인까지 해서, 두 집안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사기가 조만간 두 집안의 피를 모두 잇는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라, 기이한 인연으로 맺어진 두 집안의 우의는 앞으로도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매장소를 공격한 자객이 녕국후부 가병이라는 것을 확인한 세 사람.

매장소와 려강은 예상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지만

소경예는 충격에 휩싸여 아무 말도 못 함. 

 

 

  위에 이미 썼듯이, 녕국후 사옥은 천천산장 일가를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탁정풍은 랑야방에 4위로 이름을 올린 고수이며, 한 때 강호에서 영웅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다.  그런데 강호에서만 지내서 정치판의 더러움을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사옥이란 인물이 워낙 교활해서 감쪽같이 속은 건지, 오랜 지인이며 이제는 사돈이기까지 사옥의 거짓말에 놀아나며 아들 탁청효와 함께 태자파를 위한 자객 노릇을 하고 있다.

 

  반듯한 성품의 소경예는 조정의 정쟁을 싫어해서 아버지 사옥이 중립을 지키는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런 사옥이 알고 보니 몰래 태자파로 활동하고 있었다...!  더구나 매장소가 예왕 쪽으로 쏠리는 기미가 보이자, 녕국후부에 손님으로 머물고 있는 매장소를 해치려고 자객까지 풀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말도 못 하는 소경예의 귀에, 매장소와 려강(매장소의 부하)이 주고받는 말이 들린다.

 

매장소 : (창 밖을 내다보며 차분하면서도 어쩐지 슬픈 목소리로) "눈이 오는군."

려강 : (침착한 태도와 목소리로) "이렇게 눈 내리는 밤이 살인하기에는 가장 좋습니다.  밤새 내린 눈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니까요.  피비린내 흔적조차 남기지 않지요."

소경예 : "!"

 

  두 아버지의 행각을 알게된 소경예에게, 그 두 아버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녕국후 사옥의 사주를 받은 탁정풍과 탁청효가 조정의 고위 대신을 암살하려다, 소경예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탁정풍은 소경예에게 두 집안 모두를 위해 한 행동이었다며 두 번 다시 방해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자신이 본의 아니게 소경예의 어깨에 낸 상처를 걱정하는가 하면 소경예의 방해로 암살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사옥에게는 말하지 않는 등, 아버지로서 소경예를 아끼고 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아버지 사옥은 소경예을 매몰차게 대하며 뺨까지 때린다.  그리고 잘못된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말리는 아들에게 무서운 얼굴로 소리친다.  "조정에서 벌어지는 정쟁에 옳고 그름의 구분이 어디 있느냐!  승자가 자연히 옳은 쪽이 되는 것이다!"  사옥이라는 인물의 인생관 혹은 정치관을 잘 나타낸 말이다.

 

 

 

옛 기억의 그림자

 

 

  ◎ 매장소의 정체에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예황군주  

 

  예황군주가 매장소의 정체를 확인하려 든다.

  예황군주는 매장소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매장소가 무심코 하는 말 혹은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하고 하는 행동 때문에, 웬지 익숙한 그 느낌은 점점 구체적인 가설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그 가설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터무니 없는 소리다.

  일단, 임수는 12년 전 매령에서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시신을 못 찾았으니 살아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장소와 임수의 얼굴 생김새가 전혀 다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매장소와 임수는 얼굴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다르다.  임수는 19살 밖에 안 되는 나이에도 군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뛰어난 무인이었는데, 매장소는 무공을 할 줄 아는 건 고사하고 일상생활에도 곤란함을 느낄 정도로 허약한 몸이다.  그리고 임수는 매우 쾌활하고 다소 과격한 성격의 젊은이였는데, 매장소는 좋게 말하면 침착하고 점잖지만 나쁘게 말하면 생기없고 음침한 사람이다.         

 

 

 

임씨 일가가 살던 집에 같이 들어가 보겠느냐는 예황.

역적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느냐는 매장소.

 

 

  예황은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매장소를 임씨 일가가 살던 집으로 데려간다.

  매장소는 그 집이 누구의 집인지 모른다는 듯이 말하지만, 예황은 자신의 직감이 맞다는 확신을 더욱 굳혔을 것이다.  왜냐하면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예황과 말을 주고받는 동안, 매장소의 시선은 단 한 번도 집으로 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차마 집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일부러 그 쪽을 외면하며 계속해서 예황의 얼굴 혹은 허공에만 눈길을 줄 뿐이다. 

 

 

 

"사람이 떠나고 그가 있던 자리만 남는다 해도,

그리고 세상만물이 변한다 해도,

모든 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남을 것은 결국 남는 법이지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들은 여전히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시간마저 지워내지 못 해요."

 

 

  함께 안으로 들어가보자는 예황에게, 매장소는 무엇하러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고 묻는다.

  예황은, 임수란 사람과 임수와 함께 했던 추억이 아직도 자기 가슴 속에 남아있다고 대답한다.  이 때의 예황의 표정을 보면, 매장소에게 대답을 한다기 보다는 마치 옛 추억에 끌려들어가 그 안에서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독과 회한에 젖은 모습으로 돌아서는 매장소.

그런 매장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예황.

 

 

  ◎ 눈부시게 빛나던 시절, 그러나 지금은...

 

  예황과는 달리, 정왕은 여전히 매장소가 임수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있다.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매장소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것을 확인하려 드는 예황을 보는 것도, 매장소의 정체를 전혀 눈치 못 채고 책사로만 대하는 정왕을 보는 것도, 매장소로서는 전부 가슴 아픈 일이다.

 

 

 

정왕부 앞에 서서

17살 때의 자신과 정왕을 떠올리는 매장소.

 

 

  매장소는 금릉에 돌아와 처음으로 간 정왕부 앞에서, 정왕이 자신을 정왕부로 처음 데려갔던 날을 회상한다.

  높은 신분, 뛰어난 재능, 삶에 대한 열정, 보장된 앞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 시절의 임수와 정왕은 그렇게 모든 걸 다 갖고 서로에게 환한 미소를 짓던 17세의 소년이었다.  정왕이 이제부터 궁궐을 나와 정왕부에서 살게 되었다고 하자, 임수는 부럽다는 말투로 자신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아 밖에 나가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왕은 임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은 형제잖아.  내 집이 네 집이야."

 

 

 

정왕이 유품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신이 예전에 쓰던 활을 보는 매장소.

 

 

  매장소가 정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얼굴을 들어 보니, 벽에 그 옛날 자신이 쓰던 활이 걸려있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활에 손을 대려는 참인데, 정왕이 정색을 하며 저지한다.  그리고 그 활은 친구의 유품인데, 그 친구는 낯선 사람이 자기 물건을 건드리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고 말한다.

  한 때 자주 쓰던 활이었으나 이제는 그 활시위를 당길 힘조차 없게 망가져버린 자신, 그리고 친구에게서 '낯선 사람' 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자신...  매장소는 목울대를 움직이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겨우 삼킨다.

 

 

 

정왕을 황위에 올리기 위한 사전작업

 

 
  ◎ 태자파와 예왕파를 함께 무너뜨리다. 
  매장소는 정왕을 황위 계승자로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다.  태자파와 예왕파는 조정 내 양대세력으로 버티고 있어서, 딱히 누가 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만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단 조정의 6부를 사이좋게(?) 절반씩 나누어 차지하고 있고, 군부 쪽 인물인 경국공과 녕국후도 각각 한 명씩 나누어 갖고 있는 상황이다.  매장소는 목표는 태자파와 예왕파 모두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단, 목표는 양쪽 모두지만 겉으로는 예왕파인 것처럼 가장해 움직이면서, 양쪽 사람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교묘히 움직이며 번갈아가며 쳐낸다.

 

 

예왕파 : 경국공, 형부, 이부, 공부

태자파 : 녕국후, 호부, 병부, 예부

 

 

  위 사진에 나오는 목패는, 매장소가 태자파와 예왕파를 약화시키는 작업의 상징물이다.

  양쪽 중요인물의 작위명 혹은 관직명이 써진 목패를 만들어두고, 누군가 제거될 때마다 그 사람에 해당되는 목패를 화로에 불태우는 식으로 정리한다.  어떤 때는 퍼즐 조각처럼 기막히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매장소의 치밀한 계략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도 자아내는데, 또 어떤 때는 오히려 유머러스한 느낌도 준다. 

 

 

  ◎ 첫 번째 사냥감 - 예왕파 경국공, 태자파 호부상서 루지경 


  경국공은 1회부터 간간히 다른 인물들의 대화 속에 나왔는데, 이 때에야 경국공이 저지른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는 군부의 유력인사 중 유일하게 예왕 편에 섰기 때문에, 예왕이 무척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런 경국공이 빈주란 지방에서 권력을 이용하여 힘없는 백성들의 토지를 강탈했다.  태자파인 녕국후 사옥은 예왕에게 타격을 주려고, 경국공에게 쫓기는 노부부(경국공이 토지를 빼앗으려 하자 반항하다가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된 듯함.)를 사위 탁청요에게 보호하게 한다.  그래서 노부부는 무사히 수도 금릉에 도착해서 경국공이 한 짓을 고발했다.

 

 

 

제일 먼저 화로에 던져진 예왕파 경국공과 태자파 호부의 목패.

"란원 사건으로 태자는 호부상서를 잃을 것이고,

빈주 토지 강탈 사건으로 예왕은 경국공을 잃을 것입니다."


   경국공 사건을 두고 태자와 예왕이 서로 심리를 맡겠다고 나선다.  황제의 눈에는 두 아들의 속내가 훤히 보인다.  태자에게 심리를 맡기면, 그 기회에 예왕파를 몰아내겠다고 사건을 있는대로 부풀려서, 경국공 사건과 관련이 있든 없든 아무나 닥치는대로 잡아들일 게 뻔하다.  그렇다고 예왕에게 심리를 맡기면, 몸통인 경국공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별 볼 일 없는 깃털들이나 엄중히 처벌할 게 분명하다. 
  매장소는 그러한 황제의 고민을 꿰뚫어 보고, 경국공 사건을 정왕이 본격적으로 조정에 데뷔(!)하는 계기로 삼는다.   이게 아주 절묘하다.  몽지의 입을 빌어 '고관대작인 경국공이 관련된 사건이니 일반 관료가 아닌 황자 중 한 사람이 심리를 맡아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일을 해결한다.  매장소가 황제란 사람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의심 많은 황제라도 평소 정치와 거리를 두는 몽지가 한 말, 더구나 특정 황자를 지목한 것도 아니고 막연히 황자라고만 한 말에 대해서는,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황자에게 심리를 맡기더라도, 위에 설명한 이유 때문에 태자와 예왕에게는 심리를 맡길 수는 없다.  그러니 정왕이 유력한 후보자가 된다. (다른 황자도 있기는 있지만, 전에 매장소와 정왕의 대화에서 어떤 황자는 나이가 어리고 어떤 황자는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했으니...)  또한 경국공 사건은 어떻게 판결을 내리더라도, 태자파에게든 예왕파에게든 원망을 듣게 되어 있다.  그러니 황제가 황자 중 누군가에게 심리를 맡길 거라면, 평소 총애하지 않은 정왕에게 맡길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매장소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경국공을 구명하려던 예왕도 그럴 듯한 말로 설득해서, 오히려 예왕이 정왕을 도와주게 만든다.  예왕은, 자신이 하는 일이 변방으로만 떠돌던 정왕의 중앙 정계 입문을 돕는 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한다.  매장소의 능란한 술수와 화법에 넘어가서 그저 모든 일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감탄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왕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매장소의 말대로 했더니, 적어도 당장은 어느 정도의 이득(자기 편인 경국공이라도 잘못을 하면 감싸주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 아버지 황제에게나 조정 대신들에게 점수를 땄음.)을 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마 예왕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매장소에게 감탄하며 속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왕파만 밀어내어 태자파 좋은 일만 해줄 수는 없으니, 태자파인 호부상서 루지경도 비슷한 시기에 쳐낸다.  마침, 매장소는 그 때까지 머물던 녕국후부에서 나와 따로 집을 구해 이사하기로 한다.  그런데 매장소가 구입하려는 란원이란 집에 처음 찾아간 날, 란원 우물에서 여인들의 유골이 줄줄이 발견되어 온 금릉이 발칵 뒤집힌다.   알고 보니, 란원은 조정의 높은 대신들을 위한 비밀 기루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그냥 평범한 기루이기만 하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앞뒤 상황을 보면 요즘 말하는 SM클럽 같은 기루가 분명하다. -.-;;  지금의 우리나라로 치면 기획재정부 장관씩이나 되는 호부상서 루지경도,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 변태(!) 기루에 드나들며 생목숨 여럿을 끊어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 자행되어 영원히 묻힐 뻔한 범죄는, 매장소가 만들어 낸 우.연.으로 세상에 드러난다.  루지경을 잃은 태자는, 금릉에 하고 많은 집을 두고 매장소가 왜 하필이면 란원을 사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냐며 펄펄 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매장소가 강좌맹의 뛰어난 정보망을 이용해서 일부러 그 집을 고른 것... ^^;;)  하지만 루지경의 일로 태자가 당한 타격은 이제 겨우 1루타짜리일 뿐이다.  나중에 3점짜리 홈런을 맞는 사연이 이 포스트 뒷부분에 나온다. -.-;;    그리고 이 일로, 매장소가 거느린 강좌맹 사람들의 특징 하나가 드러난다.  매장소와 다른 강좌맹 사람들 사이의 연락을 맡은 남자가, 알고 보니 루지경에게 죽은 여인의 친오빠였다.  그리고 나중에 이런저런 사람을 쳐내는 일에 등장하는 강좌맹 사람들도, 돈 있고 권력 있는 자에게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은 이들이라는 게 드러난다.    매장소 자신도 과거에 억울한 일을 겪었기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 할 곳 없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그들을 불러모아 복수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동시에 매장소 특유의 냉철한 이성으로, 자신이 그들의 복수를 도와주면 그들도 고마워하며 자신에게 충성을 바칠 것을 계산한 듯하다.  

  ◎ 두 번째 사냥감 -  태자파 예부상서 진원직    

 

  태자와 녕국후 사옥은 매해 연말에 있는 황실의 제례를 이용해서, 강등된 태자의 생모를 다시 귀비로 복위시키려 한다. 

  태자의 생모는 원래 '귀비' 지위에 있었는데, 드라마 초반에 예황군주에게 정사요를 먹인 막장(!) 사건을 일으켜서 '빈' 으로 강등된 상태다.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태자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생모가 낮은 지위에 있으니 여러가지로 곤란해서, 복위시키려는 것이다.

  마침 예부상서 진원직의 아들이 지방관리로 있던 중 뇌물을 수수해서 감옥에 갇힌 일이 있었는데, 녕국후 사옥이 뒤에서 힘을 써서 풀어준다.  예부상서 진원직은 원래도 태자파인데 사옥이 아들을 풀어주기까지 했으니, 사옥이 시키는대로 황제에게 태자의 생모를 복위시켜야 한다고 주청한다.   

 

  예왕이 그 일을 막으려고 예법에 밝은 유학자들을 모아 논리로 대항하려는데, 태자 역시 유학자들을 동원한다.

  양쪽의 유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여 어느 쪽이 이길지 예측할 수 없던 상황에, 매장소가 예왕 쪽에 히든카드를 던져주어 예왕파가 승리한다.  임수로 살던 시절 모셨던 스승에게서 받은 옥패로, 그 스승의 친구이자 양나라 최고의 유학자인 주현청을 불러들여 예왕 쪽에 서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자파 예부상서 진원직의 목패도 화로 속으로 들어간다. (매장소가 가진 목패와 화로는 양나라 조정 대신들에게는 데스노트나 다름없음...!)

 

 

 

이번에는 태자파 예부의 목패가 화로 속으로 들어감.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며 괴로워 하는 매장소.

 

 

  일이 자기 뜻대로 잘 풀렸음에도, 매장소는 자괴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이 두 손으로 전에는 큰 활을 당기고 사나운 말을 길들였다네.  그런데 지금은 음모가 가득한 지옥 속에서 풍운을 일으키는 짓이나 하고 있네."  임수로 살던 시절의 자신은, 권모술수 같은 것은 모르고 오직 창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며 정면으로 승부를 가르던 패기 넘치는 소년 장수였다.  설마 이렇게 남들 모르게 뒤에 앉아 음모를 꾸미며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 세 번째 사냥감 -  예왕파 이부상서 하경중과 형부상서 제민

 

  예왕은 비록 경국공을 잃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신의 상황이 태자 쪽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태자파는 두 명(호부상서 루지경과 예부상서 진원직)이 쫓겨났는데, 자기네 예왕파는 한 명(경국공)만 쫓겨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여유로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예왕파인 이부상서 하경중의 날라리(!) 아들이 싸움 끝에 문원백(공신의 후예인 귀족)의 아들을 죽여버린 것이다.

  여기에 따로 속사정이 있는데, 사실은 문원백의 아들도 하경중 아들 못지않은 개차반(!)이라, 전에 신분이 낮은 소년을 때려죽인 적이 있다.  하지만 쟁쟁한 집안의 아들이다 보니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자 죽은 소년의 쌍둥이 누나가 동생을 위해 복수를 하겠다며 기생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는 자세한 과정이 안 나오는데, 쌍둥이 기생이 문원백 아들과 이부상서 하경중의 아들 모두를 유혹하여 두 사람 사이에 분란을 일으켰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망나니는 거기에 넘어가, 쌍둥이 기생을 차지하겠다며 허구한 날 서로 으르렁댔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 기생과 궁우(역시 강좌맹 소속인 여인인데, 뛰어난 악기 연주 솜씨로 묘음방에서 악사로 지내며 암암리에 첩보활동도 함. 그리고 강좌맹 종주인 매장소를 흠모하고 있음.)의 계략에 휘말린 두 사람이 대판 싸우게 되었다.  어쩌면 어느 한 쪽이 다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궁우가 교묘히 손을 써서, 하경중 아들이 내리친 도자기가 문원백 아들 머리 위에 착지(?)하게끔 만든다.  도자기로 머리를 세게 맞은 문원백의 아들은 즉사한다. (어린 아이를 때려 죽이더니 자기도 도자기에 맞아 죽은... 자업자득...)

 

  문원백 아들도 죽어 마땅한 놈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 사건으로 이부상서 하경중의 아들은 살인자가 되었다.

  3대독자가 살인죄로 사형당하게 생겼으니 하경중은 속을 끓이다가 아예 몸져누워 버린다.  예왕 입장에서 보자면, 다음 해 인사이동을 두고 자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조정의 요직에 앉혀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인사문제를 주관하는 이부상서가 자리보전하고 있으니 골치 아프고 속도 터진다.

  그러자 매장소가 예왕 쪽에 합류하기 전부터 예왕 쪽 책사로 활동하던 진반약(표면상으로는 기루의 운영자인 여자인데, 실제로는 기루를 통해 각종 정보를 모아 예왕을 돕고 있음.)이 한 가지 대책을 내놓는다.  하경중의 아들을 빼돌리고 대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을 잡아다가 사형시키자는 것이다. (이 무슨 막장스러운...! -0-;;)  그리고 이 일이 죄인을 빼돌리는 일이다 보니, 죄인과 형벌 문제를 주관하는 형부상서 제민(이 사람도 예왕파)도 관여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 문제로 다 죽어가던 이부상서 하경중이 갑자기 부활(?)했다는 소식은, 매장소의 관심을 끌게 된다.

  매장소는 하경중의 아들과 관련해서 모종의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한다.  하지만 자신이 나서지 않고, 그 소식을 태자파인 녕국후 사옥 쪽에 슬며시 흘려준다.  아니나 다를까, 사옥은 뒷조사를 해서 사태파악을 한 후 아들을 잃은 문원백까지 대동하고 하경중의 집으로 간다.  자기 아들을 죽인 자가 감옥 밖을 나와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으니, 문원백은 당연히 분노한다.  문원백이 하경중과 그 아들을 잡아끌고 궁궐로 가는 것으로, 이부상서 하경중과 형부상서 제민은 끝장이 난다.

 

 

 

이부상서의 병이 갑자기 나았다는 소리에,

이부 목패와 형부 목패를 들어보는 매장소.

얼마 후 이부상서와 형부상서는 사이좋게 손잡고 화로로 들어갔다는... -.-;;

 

 

 

제가 그 지존의 자리를 가져야겠습니다.

 

 

  ◎ 정왕과 정빈  

 

  정왕이 자신의 어머니 정빈을 찾아간다.  조정에서 태자 생모의 복위가 예법에 맞는가 하는 논쟁이 종결된 직후의 일이다. (즉, 태자 생모 복위를 건의했던 예부상서 대인께서 화로로 들어가신 직후이기도 함. -.-;;)  정왕이 목소리는 나즈막하게, 그러나 눈빛은 굳건하게 빛내며 말한다.  자신도 이미 황위 계승전에 뛰어들었다고.  "저는 그 자리를 손에 넣을 겁니다.  기왕 형님을 위하여, 임수를 위하여, 모든 이를 위하여, 제가 그 지존의 자리를 가져야겠습니다."  정빈은 조금 놀란 듯하더니 이내 담담한 태도로 뜻대로 하라고 한다. 

 

 

 

"나는 염려하지 말아라.

일이 성사된다면 좋고, 실패한다 해도 그만이다.

우리 모자가 생사를 함께 할텐데, 어찌 두려워 하겠느냐?"

 

 

  황위 계승전에 뛰어든다는 것은, 전부를 얻거나 혹은 전부를 잃는 엄청난 모험이다.

  정왕 자신이야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한 일이니, 일이 잘못 되어 죽는다 한들 억울할 것도 없다.  이미 그만한 각오는 충분히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행동 때문에 어머니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 아들에게 정빈은, 아들만큼이나 나즈막한 목소리로, 역시 아들만큼이나 굳건한 눈빛으로 단호히 말한다.  아들과 생사를 함께 하는 일인데 어찌 두려워 하겠느냐고. (정왕이 정말 인복은 타고났음!  이런 좋은 어머니에, 매장소/임수 같은 좋은 친구에...)   

 

 

  ◎ 비로소 날개를 펴기 시작한 정왕 

 

  정왕이란 인물은 그 동안 여러 황자 중 가장 불운하게 지냈다.

  전쟁터를 전전하며 나라를 위해 제일 고생했지만 전혀 빛을 보지 못 했다.  황제에게 미운 털이 박힌 탓도 있고, 또 원래 권력을 탐하거나 자기의 공적을 내세우는 성격이 아닌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닫은 탓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12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존경하던 형과 절친한 친구를 한꺼번에 잃은 후, 세상만사에 관심을 끊어버렸던 듯하다.  그래서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 묵묵히 하면서 그 이상의 의욕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매장소에게 태자와 예왕이 황위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말할 정도의 의욕은 보였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의욕이라기 보다는 울분에 가까운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황제가 되려면 태자와 예왕을 막아야 한다.' 가 아니라, 거꾸로 '태자와 예왕을 막기 위해서는 내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 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본다면야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게 그거지만...)

  말하자면 황제가 되어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을 최종목표로 둔 것이 아니라, 기왕처럼 훌륭한 인물이 올랐어야 할 자리를 놓고 태자와 예왕처럼 사리사욕 밖에 모르는 것들이 싸우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는 마음에 차라리 자신이 황위에 오르자는 마음이었던 듯하다.

     

  그랬던 정왕이, 이제는 황위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장소와 손을 잡은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서야 정빈에게 황위 계승전에 뛰어들었다는 말을 한 까닭이 그것인 듯하다.  이제야 주도적으로 황위 계승전에 임할 마음을 굳혔기에, 임수와 기왕이 이 세상에 없는 이상 유일하게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보일 수 있는 어머니에게 결심을 알린 것이라 생각된다.

 

 

 

매장소,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 예황군주 - 역시 매장소는 임수다.

 

 

 

자신도 모르게,

예황군주 머리 위에 내려앉은 매화잎을 떼어주는 매장소.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가, 드라마 본래의 정체성이 멜로요소에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드라마 중 상당수가, 원래의 장르가 무엇이었든간에 그 놈의 사랑타령 때문에 끝에서는 다 멜로드라마가 되어 버린다. ㅠ.ㅠ  그런데 이 랑야방이라는 드라마는 '정치극 + 복수극' 이라는 정체성을 잘 지켜나간다.  그래서 매장소와 예황의 애정씬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에게는 안 된 말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예황이 안 나오는 회차가 점점 늘어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랑야방 감상문에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이미지가 많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예황이 매장소의 정체를 알아채기 전, 두 사람 사이에는 애잔함, 미묘함, 안타까움 등 복잡미묘하고 풍부한 감정이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비록 분량으로는 얼마 안 되어도 요즘 말로 심쿵(!)할 만큼 인상적이고 예쁘다.

  다만, 파일의 화질이 영 아니올씨다 수준인데다가, 나라는 사람이 포토샵 같은 건 전혀 못 하고 단순한 보정 프로그램만 이용할 줄 아는 무능력자(!)인 탓에, 이 블로그에 올리는 이미지에 드라마 속 분위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하는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ㅠ.ㅠ    

 

 

 

(위 왼쪽) 과거 매장소가 예황을 돕도록 보냈던 위쟁이란 인물의 정체에 대해 묻는 예황.

(위 오른쪽) "군주도 적염군이 반란군이라고 믿습니까?" 라는 매장소의 질문에 동요하는 예황.
(아래 왼쪽) "당신은 누구지요?" 라고 묻는 예황.

(아래 오른쪽) 매장소의 몸이 임수와 다른 것을 확인하고도, 임수라고 확신하는 예황.

 

 

  이제 예황은 매장소가 임수일지도 모른다고 의혹을 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확신을 품게 되었다.

  매장소를 찾아와, 과거에 매장소가 예황을 도우라고 보냈던 이(과거 적염군에서 매장소의 부장이었던 사람)에 대해 묻더니, 점점 핵심에 다가서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보이는 다양한 표정들...)

  

매장소 : "제가 소철이란 이름으로 막 금릉에 왔을 때, 많은 사람이 저에게 누구냐고 물었지요.  직접 묻는 이도 있었고, 몰래 뒤를 캐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 곧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황 : "그 다음에 매장소는 누구냐고 묻는 사람은 없던가요?"

매장소 : "그 질문을 처음으로 하는 사람이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매장소는 예황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이미 예황을 속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매장소 스스로도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황이 매장소가 임수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자, 매장소는 뭐라고 대답하지 못 하고 화제를 돌린다.  자신은 얼마 못 살텐데, 이제 막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예황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정왕 - 설마 매장소가 임수일 리가...

 

  정왕 또한 매장소에게서 언뜻 임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매장소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매장소가 무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옷자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정왕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임수에게도 그런 버릇이 있었다.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매장소를 응시하는 정왕. 

 

 

 

매장소가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면서 임수를 떠올리는 정왕.

그러나 임수와는 너무 다른 차갑고 계산적인 모습에 의혹을 떨쳐내는 정왕.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버린다.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한 후에 매장소에게 들은 말은, 쾌활하고 솔직한 임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 즉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계략에 관한 것이다.  매장소는 앞으로 정왕이 황위에 오르기 위해 인재들을 모아야 한다면서, 인위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계략을 쓰자고 제의한다.

 

매장소 : "제가 인재들을 곤란하게 만들어 놓을테니, 전하께서 그들을 도와주며 인정을 베푸신다면 어떻겠습니까?"   

정왕 :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 진심이 없다면, 아무리 많이 사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매장소 : "황위 쟁탈전 같은 일이 진심과 선의만으로 성사된다면, 역사책에 피로 얼룩진 사연이 그렇게 많이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정왕과 불편한 말을 주고받으며, 매장소는 화로에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그저 추위를 타서 손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태자 생모의 복위를 둘러싼 예법논쟁으로 예부상서를 쳐내고서, 한 때는 순수했던 자신이 권모술수를 아무렇지 않게 쓰게 되었음에 슬픔과 절망을 느낄 때도, 매장소는 무심코 손을 화로 속에 가져다 댔다가 하마터면 화상을 입을 뻔했다.  권모술수에 찌든 자신의 손을 이글거리는 화로에 넣어버리고 싶다는, 무의식적이고 자학적인 충동인 듯하다.     

 

 

 

몽지와 적염군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정왕.

"그래, 누구도 감히 더는 적염군 사건을 언급하지 않지.

누구도 감히 더는 그들을 기억하지 않네."

 

 

  매장소는 기왕이 다른 생각없이 황위만 보며 달려갈 수 있도록, 자신의 정체를 절대 밝히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때때로, 매장소가 속시원히 모든 것을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눈앞에 있는 친구를 알아보지 못 하고 계속해서 친구를 그리워하고 친구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정왕이라니...

  그러나 바로 정왕의 그런 점 때문에, 매장소가 정왕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온갖 권모술수 난무하는 궁궐에서 자란 사람치고는 지니치게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사이의 정과 의리를 중요시 하는 정왕이다.  그런 정왕이기에 만일 매장소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매장소의 예상대로 어떤 경우라도 매장소를 최우선시 하며 철저히 보호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매장소는 정왕이 가는 길에 약점 혹은 방해물이 되어 버린다.

 

 

 

 

불법 화약방 사건

 

 

  ◎ 불법으로 들여온 화약의 행방과 용도는? 

 

  변태(!) 호부상서 루지경의 뒤를 이어 새로 임명된 호부상서 심추는 매우 성실하고 청렴결백한 인물이다.

  그 동안 태자파도 예왕파도 아니어서 빛을 못 보다가, 장차 정왕을 보필할 훌륭한 인재를 찾는 매장소에게 찜(!) 당한 사람이다.  과연 매장소의 눈에 든 인물답게 호부상서가 된 뒤로 휴일에도 열심히 일을 한다. (부하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런 워커홀릭 상사는 마음에 안 들 듯... ^^)  그런데 그 일이라는 게, 전임 호부상서 루지경의 재임 기간 동안 운수 분야에서 벌어진 수상쩍은 움직임을 조사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동안 루지경이 불법 화약방을 운영했다.

  원래 폭죽은 호부의 소속기관에서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매년 연말연시면 폭죽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노리고, 조정의 허가를 받지 않은 화약을 채소나 과일로 위장해 금릉 안으로 반입했다.  그리고 불법 화약방을 차려놓고 밀반입한 화약을 이용해 폭죽을 제작해서 막대한 이득을 남긴 것이다. (이런 놈이 호부상서로 있었으니, 루지경이라는 고양이에게 호부라는 생선가게를 맡긴 격... -.-;;)

  그리고 그 이득의 일부는 루지경이 챙기고, 대부분은 태자가 상납받아 비자금으로 썼다.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그 놈의 비자금...! -.-;;)  루지경이 실각한 후로도, 태자는 화약방의 돈맛을 잊지 못 하고 계속 불법 화약방을 운영했다.

 

  심추가 화약방 문제를 캐고 다닌다는 사실은, 매장소와 녕국후 사옥 모두의 귀에 들어간다.

  사옥은 사돈인 천천산장 사람들을 동원해서 심추를 죽이려 든다.  그러자 매장소는 강좌맹의 고수에게 심추를 호위하게 하는가 하면, 강좌맹의 정보력으로 화약방에 관해 조사해서 심추에게 정보를 흘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예년과 다르게 이번 연말에는, 불법 화약방에서 필요로 하는 양을 넘어서는 화약이 금릉 안으로 들어왔음이 밝혀진다.  

  원래 제일 무섭고 불안한 일이 바로 실체를 알 수 없는 일이다.  불법 화약방이야 태자파의 불법자금줄이었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  하지만 불법 화약방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은 화약도 만만찮은데, 도대체 그 많은 화약이 전부 어디로 간 것일까?  도대체 누구의 소행일까?  그리고 그 자는 화약을 어떤 용도로 쓰려는 것일까?

 

  그 와중에 궁궐에서는 황후가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생긴다.

  알고 보니 연혜초라는 독초에 중독된 것이다.  하지만 연혜초의 독성은 가벼운 편이라 목숨에는 지장이 없고 그저 며칠 앓아눕는 정도라고 한다.

  의녀 출신이라 약초에 해박한 정빈이 이 사실을 알아내어 아들 정왕에게 알려준다.  매장소도 정왕을 통해 그 일을 듣게 된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황후를 해칠 가능성이 제일 큰 사람이라면 당연히 태자와 그 생모 월귀비다.  하지만 그들이 황후에게 독을 쓸 생각을 했다면 아예 죽여버리지, 일을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할 리 없다.  그렇다면 누가 황후에게 독을 쓴 것일까?  그리고 목적이 무엇일까?

 

 

  ◎ 밝혀진 비밀 - 뜻밖의 인물, 언궐 

 

  단서는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온다.

 

  소경예의 단짝 친구인 언예진은 이 드라마의 개그 캐릭터다. (나중에는 멋지게 변하지만...)

  항상 시시한 농담이나 하며 철없이 사는 부잣집 도련님 같지만, 그런 언예진에게도 그늘 한 자락은 있다.  언예진은 갓난아기 시절에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에 가족이라고는 아버지 언궐 뿐이다. (참고로 언궐은 황후의 친오빠임.  즉, 언예진은 황후의 친정 조카임.)  그런데 언궐이 집안일에도 아들일에도 무관심 한 채 그저 도교 수행에만 물두하고 있어서, 언예진은 항상 외롭게 지냈다.

 

  그런데 언예진이 소경예와 함께 매장소의 문병을 오면서, 자기 집에 들어온 귤을 선물로 가져온다.

  언예진은 별 생각없이, 자기 아버지 언궐이 다가올 설을 위해 관선으로 운반하는 비싼 귤을 대량으로 구입했다고 말한다.  언궐이 속세일에 관심 끊고 도교 수행만 한다는 걸 아는 매장소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설에도 수행만 하느라 아들을 홀로 내버려 둔다는 사람이, 갑자기 설에 쓸 귤을 잔뜩 구입하다니?

  게다가 비류(매장소의 어린 호위무사)는 평소 참외니 귤이니 하는 과일이라면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데, 어째서인지 언예진이 가져온 귤은 냄새 한 번 맡더니 질색하며 내팽개친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귤의 냄새를 맡아보는 매장소.  

 

  항상 그렇듯이 매장소는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하여 모든 퍼즐조각을 끼워맞춘 후, 언예진의 집을 찾아가 언궐과 독대한다.

  알고 보니, 황후의 오빠이며 황제의 처남인 언궐이 대량의 화약을 사들인 범인이다.  더구나 그 목적이란 게, 연말에 거행될 황실 제례 때 화약을 폭발시켜 황제를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황후를 중독시킨 사람도 바로 언궐이었다.  제례 때 황제와 황후가 나란히 제단에 서게 되는데, 그러면 제단에 묻어놓은 화약이 폭발할 때 황제 뿐 아니라 황후도 같이 죽게 된다.  아무리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친누이동생인데, 그런 황후를 죽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황후가 제례에 참석 못 하도록, 가벼운 독을 써서 황후를 며칠 앓아눕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황제에 대한 언궐의 깊은 한이 드러난다.

  예전에 언궐은 기왕의 생모 신비(임섭의 누이이며, 매장소/임수에게는 친고모임.)를 좋아했다. (다만 드라마만 봐서는 신비도 언궐을 좋아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음.)  그런데 황제가 신비를 가로채서 후궁으로 삼더니, 나중에는 적염군 사건으로 기왕을 죽여서 신비도 자살하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황제, 언궐, 임수의 아버지 임섭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절친한 사이였고, 언궐과 임섭이 목숨 걸고 도와서 지금의 황제가 황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평생의 의리를 약속했던 황제는 막상 권력을 잡고나더니, 가족도 친구도 버리는 냉혈한으로 변했다.  언궐은 만일 자신이 도교 수행에만 몰두하지 않았더라면, 자신 또한 임섭처럼 제거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황제의 행태를 봤을 때 언궐의 생각이 들어맞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

 

  매장소는 언궐이 더 이상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도록 설득한다.

  황제를 죽인다 한들 신비와 임씨 일가의 억울함은 영원히 풀리지 않게 된다며, 진정한 복수란 그들의 억울함을 밝히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언궐이야 어차피 죽음을 각오했으니 황제를 시해한 게 드러나 죽임을 당하더라도 여한이 없겠지만, 그 동안 아버지의 정을 못 받고 자란 가엾은 언예진까지 역적의 아들로 죽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매장소는 적염군 사건이,

그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닌 언궐에게도

깊은 상흔을 남겼음을 알게됨.

 

 

  매장소는 언궐이 저지르려던 일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겠다고 한다.

  매장소로서는, 언궐이 아버지의 친구로서 아버지의 억울함을 믿어주고 또한 고모를 일생 동안 마음에 묻고 산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자신처럼 언궐도 소중한 이를 잃는 아픔과 증오로 몸부림치며 세월을 보냈음을 알고, 동병상련의 감정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언궐은 매장소의 정체를 모르니 그 의도를 의심한다.  그런 언궐에게 매장소는, 모든 진실된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동시에 모든 진실된 감정을 담은 대답을 한다.

 

 

 

언궐 : "이 세상에 아무 이유 없는 선의는 없는 법이오."

매장소 : "국구(언궐)께서 신비를 잊지 않은 것은 정 때문이고, 임 장군을 잊지 않은 것은 의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에는 마음 속에 정과 의를 간직한 사람이 드물지요.  제가 그런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돕는 것 뿐입니다."

 

 

 

"저는 소형(매장소)의 은혜와 정만 생각할 겁니다.

깊은 사정이야 제가 알아 무엇 하겠습니까?"

"조정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드니,

우리 모두의 운명도 어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마음입니다."

 

 

  아버지에게 모든 사정을 들은 언예진이 매장소를 찾아와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은 그 동안, 언예진은 이 드라마에서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미안해, 언예진~~ ^^;;)  하지만 이 때 언예진이 매장소에게 한 말은 이 드라마의 주제 중 하나를 나타내는 뜻 깊은 말이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마음입니다...  

  임수가 역적으로 죽었다 알려진 후로도, 정왕, 예황군주, 몽지는 임수의 결백함을 믿었다.  하지만 논리적인 근거에 의해 결백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시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정말로 임수 일가가 적염군을 이용해 반란을 모의한 증거가 있다.  그런데도 임수 주위 사람들이 임수의 결백함을 믿은 것은, 임수가 평소 자신들에게 보여준 마음 하나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지닌 임수가 반란을 꾀했을 리 없다고 믿은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지만, 매장소는 녕국후 사옥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소경예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 된다.  언예진의 말을 들으면서 매장소는 '소경예가 나를 절대 용서하지 못 한다 하더라도, 내가 소경예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그 마음만은 믿어주고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바라지 않았을까...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의 고요함

 

 

  ◎ 섣달 그믐과 새해 첫날 - 사씨 가문과 탁씨 가문이 함께 맞은 마지막 명절

 

  사씨 가문과 탁씨 가문이 한 자리에 모여, 곧 있을 새해를 기다리며 섣달 그믐을 함께 보낸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매년 이렇게 두 가족이 새해를 함께 맞았던 것 같다.  공통의 아들을 두는 것으로 시작한 두 가문의 우의는, 양가의 피를 모두 잇고서 조만간 태어날 아기(녕국후 사옥 부부의 딸이자 탁청문 부부의 며느리인 사기가 임신한 아기)로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이번 설이 두 가문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가문 사람 중 누구도 그런 미래가 오리라곤 상상도 못 한 채, 그저 새해가 된 것을 즐거워 할 뿐이다.

 

 

 

(위) 탁정문 부부와 사옥 부부가 우애 깊은 양가 자식들을 보며 흐뭇해 함.

(아래 왼쪽) 소경예가 두 쌍의 부모에게 새배를 하는 모습.

(아래 오른쪽) 형님이며 매제이기도 한 탁청요가 준비한 새해 선물에 기뻐하는 소경예.

 

 

  몇 달 후 벌어질 일은 두 가문 사람 모두에게 잔인한 일이 되겠지만, 소경예에게는 더욱 잔인할 것이다.

  이 때의 소경예는 불과 몇 달 후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 채, 두 쌍의 부모님과 형제자매에게 둘러쌓여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다.  뒷이야기를 아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 정월 대보름 - 잠시 맛본 평온함, 거의 완성된 복수를 위한 계획  

 

  정월 대보름을 맞아 매장소의 집에도 가지각색의 등이 달린다.

  곧 소경예과 언예진을 만나러 나가야 하는 매장소가, 마루에 걸린 물고기 모양 등을 바라보면서 옛 추억에 잠긴다.

 

 

 

예쁘게 빛나는 등, 고풍스런 목조건물,

한겨울에도 푸르른 대나무,

하얗고 풍성한 털을 두른 외투를 입은 매장소.

(한 폭의 그림이로세~~ ^^)

 

 

 

눈 앞의 등을 보는 매장소와 그런 매장소를 보는 예황.

두 사람 모두 예전 대보름에 함께 등을 달던 추억을 떠올림.

 

 

 

서로 다른 것을 보며 같은 것을 생각하던 두 사람의 시선이 비로소 마주치는...

(역시 연출 좋고~~ ^^)

 

 

  매장소는 미리 약속했던대로 언예진, 소경예와 함께 묘음방에 간다.

  언예진은 묘음방이 강좌맹에 속한 곳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묘음방의 뛰어난 악사 궁우의 연주를 매장소에게 들려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매장소와 궁우에게 있어서 이 자리는 그저 한가하게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녕국후 사옥을 잡기 위한 덫의 한 부분을 완성하기 위한 자리다.

 

 

 

긴장한 모습의 궁우.

복수를 위한 투지를 조용히 불태우는 매장소.

 

 

  매장소가 은근히 유도해서, 다가오는 소경예의 생일에 궁우가 녕국후부에서 연주를 하기로 한다.

  궁우는 평소에는 묘음방 이외의 장소로 연주하러 가지 않는다.  그래서 소경예와 언예진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소경예 어머니 리양장공주가 소장한 칠현금을 연주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내세운다.  궁우가 악사로서 좋은 칠현금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출장(?) 연주를 허락했나 보다 하며 마냥 기뻐하는 소경예와 언예진.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차를 마시는 것으로 자신의 표정을 슬그머니 감추는 매장소.  그런 매장소를 긴장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궁우. 

 

 

 

화약방 폭발 사

 

 

  ◎ 예왕의 음모 / 매장소에 대한 정왕의 불신감

 

  새해를 맞은 흥겨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때, 금릉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의 발단은 위에서 설명한, 전 호부상서 루지경이 운영하던 태자의 돈줄 '불법 화약방' 이다.

  신임 호부상서 심추는 그에 관한 조사가 어지간히 마무리 되자, 조만간 그 화약방에 대한 상소를 올리려 한다.  매장소는 예왕에게 그 소식을 알려주며 심추에게 힘을 실어주라고 권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도 아닌 태자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상소다 보니, 상소가 묵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태자의 잘못을 들춰내는 일이라고 하니, 예왕은 당연히 기뻐하며 힘을 보태려 한다.

 

  그런데 진반약이 끼여들면서, 일이 매장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진반약은 화약방 사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기껏해야 공금 횡령죄로 그치지 않겠느냐며, 일을 더 크고 요란하게 만들 것을 권한다.  예왕도 태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자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서 찬성한다. 

  결국, 예왕의 부하가 화약방에 불을 놓아, 엄청난 양의 화약이 폭발하면서 화약방이 있던 거리가 초토화 된다.  태자 한 사람 잡겠다고, 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백 명이나 되는 부상자 및 이재민을 만들어낸 것이다.    

 

  폭발 현장으로 간 매장소는 참상에 아연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는 매장소의 표정을 보면 이미 예왕의 소행임을 눈치챘고 그에 따른 죄책감도 느끼는 듯하다.  '차라리 예왕에게 화약방 관련한 상소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  그렇더라면 예왕이 이런 무도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매장소의 머리 속을 채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재민을 돕겠다며 서둘러 구호품을 가져온 예황과 정왕을 만난다. (역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줄 아는 멋진 예황과 정왕...!)  매장소는 두 사람에게 그 일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태자에게 타격을 줄 욕심에 예왕이 작정하고 일으킨 일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예왕의 만행에 분노하며 화약방 폭발 사건이 예왕의 짓이라는 근거를 줄줄이 말하던 매장소는, 정왕에게서 상상도 못 한 지독한 말을 듣게 된다.     

 

 

 

"이게 혹시 예왕을 위해 소 선생이 내놓은 계획이오?"

"!"

 

 

  전에 예황군주가 월귀비의 음모에 빠졌을 때도, 그 음모가 매장소에 의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던 정왕이다.

  온갖 권모술수를 쓰는 책사들에 대한 혐오감, 그냥 뛰어난 정도를 넘어서서 두렵기까지 한 매장소의 비상한 두뇌, 그 동안 몇 번이나 본 적 있는 매장소 특유의 '사람들을 장기판 말처럼 이용하기' 수법,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막힘 없이 나오는 매장소의 상황 설명... 

  이 모든 것 때문에, 예왕파인 것처럼 위장한 매장소가 예왕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일 계획을 귀띔해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역시 정왕은 마음 깊은 곳에서 아직도 매장소를 신뢰하지 못 하고 있다.

 

  매장소는 너무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못 하는데, 옆에 있던 예황이 자기 일처럼 화를 낸다.

  한글자막에는 '정왕 전하' 라고 나오지만, 예황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분명히 '소경염' 이다.  평소 깍듯이 부르던 칭호를 내팽개치고 귀한 황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정도로, 예황이 단단히 분노한 것이다.  그런 예황의 태도에 움찔(!)하며 이성을 되찾은 정왕은, 자신의 말이 너무 지나쳤음을 깨닫고 매장소에게 사과한다.  어지간하면 예의상으로라도 괜찮다고 할텐데, 매장소도 이 때만큼은 너무 마음이 상했는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매장소에게 사과하기 전에 예황의 눈치를 보는 정왕.

그런 정왕을 노려보는 예황.

(천하의 정왕도 예황에게는 꼼짝 못 하는...  ^^;;)

 

 

  궁궐에서는 월귀비가 화약방 폭발 소식에 펄펄 뛰며 태자의 뺨을 때리기까지 한다.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고민하던 월귀비가, 황제의 의심 많은 성격을 이용한 대책을 내놓는다.  화약방 폭발 사건은 너무 엄청난 일이라 도저히 발뺌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예왕 쪽에 심어놓은 자기네 사람들에게, 태자를 강력히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게 하자는 것이다.  예왕 쪽에서 태자를 비난하는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황제는 화약방 폭발 사건의 본질을 태자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참사가 아닌, 후계자 다툼의 일환으로 예왕이 태자를 공격하는 정쟁으로 볼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 마디로 초점 흐리기~~!)

 

 

 

조금 전까지 시무룩해 있다가

어머니의 굿 아이디어에 얼굴이 펴진 태자.

태자가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아들이지만 어쩌면 저렇게 한심할까?' 하는 표정을 짓는 월귀비. ^^;;

 

 

  실제로 월귀비가 내놓은 대책은 황제에게 먹혀든다.

  황제는 엄청난 사고를 친 태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불법 화약방을 차려 이득을 취한 일은 태자 밑의 하급관리가 단독으로 저지른 소행으로 얼버무리려 한다.  정작 이 사건의 몸통(!)인 태자에게는 아랫사람을 제대로 관리 못 한 책임만 물어, 조정일에서 손 떼고 근신하라는 처분만 내린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온 사건이 태자의 불법행위에서 기인한 것인데,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분이다. 

  눈치 빠른 예왕은 황제가 태자를 내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다.  예왕은 겨우 이 정도의 수확을 얻겠다고 그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것이다. 

 

 

  ◎ 매장소의 책략으로 조정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왕

 

  정왕이 병부에서 지급받은 군수품을 화약방 폭발 사건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데 썼다고 병부에 보고하려 하자, 매장소가 저지한다.

  정왕의 부하가 그 이유를 묻고 정왕도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매장소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여전히 정왕에게 화가 안 풀린 예황이 무조건 매장소의 말에 따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확 잡아버린다. (또 나오는 '심각한 장면 속 깨알 같은 웃음 요소' ^^)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예황의 태도에 매장소도 아무 말 못 하고, 정왕도 예황의 눈치를 슬쩍 보며 부하에게 예황의 말대로 하라고 명령한다.

 

 

 

"이유는  묻지 말고,

소 선생이 보고하지 말라 하셨으면 하지 말아라.

정왕께서 보고하는 걸 잊으신 걸로 하고,

너희도 보고하지 말아라."

(또 예황의 눈치 살피는 정왕. ^^) 

 

 

  매장소는 군수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것을 병부에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정왕 홍보(!) 효과를 노린다. 

 

  일단, 병부는 보고를 누락한 정왕을 비난할 게 분명하다.

  화약방 폭발 사건으로 태자는, 백성들에게는 물론이고 황제와 조정 대신들에게도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었다.  그러니 태자의 손아귀에 든 병부로서는, 태자에게 쏠리는 비난을 희석시킬 목적에서든, 태자는 욕을 잔뜩 먹고 있는데 정왕은 오히려 피해자 구제에 힘쓴다고 칭송받는 게 싫어서든 간에, 정왕을 비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원칙대로라면 군수품 전용을 보고하지 않은 정왕이 잘못한 게 맞지만, 태자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화약방 폭발 사건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정왕이 피해자 돕느라 너무 바빠서 보고를 깜빡 잊었다고 하면, 황제나 조정 대신들이 설마 정왕을 비난하겠는가?  오히려 귀한 황자의 신분으로 소식 듣자마자 달려가 피해자를 돕는데 앞장 선 정왕을 칭찬하고, 그런 정왕의 사소한 잘못을 빌미 삼아 물고 늘어지는 병부를 질타할 것이다. 

  그리고 병부가 정왕의 행동을 문제 삼고 공론화함으로써, 정왕이 티도 안 내고 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애썼다는 게 소문나게 된다.  그러면 그 동안 정치적으로 아무런 존재감 없던 정왕을, 조정의 충신들이 훌륭한 황자로 생각하며 주목하게 될 것이다. (반대편인 병부를 이용한 강력한 PR효과...!)

 

 

 

운명의 날은 다가오고...

 

 

  ◎ 예황과의 이별 

 

  그 동안 적대관계였던 양나라와 남초 사이가 좀 풀리려는지, 두 나라 황실 간에 혼담이 오가게 된다.   그 일로 남초의 황자가 이끄는 사신단이 양나라로 오는데, 혼담 당사자이자 남초 황제의 조카딸인 우문념도 함께 온다.  그리고 이 일에는 매장소와, 이 드라마 1회에 딱 한 번 나왔을 뿐인(-.-;;) 랑야각 각주가 개입되어 있다.  1회에서 랑야각 각주가 남초에 간다고 할 때만 해도 그냥 흘러들었는데, 그 장면 또한 이렇게 한참 후에 나올 사건을 위한 복선이었다. (이런 대단한 드라마를 보았나...!)  매장소는 남초에 가있는 랑야각 각주를 통해, 남초 사신단이 소경예의 생일 전에 금릉에 도착하도록 일을 안배해 놓았다.
  이제 녕국후 사옥을 잡기 위한 준비는 끝났지만, 매장소의 마음은 복잡하다.  사옥이 무너질 것을 기대하는 마음 한편에는, 항상 자신을 믿고 따뜻하게 대해준 소경예에 대한 염려와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소경예의 생일이 결국 이렇게 다가오는군."

 

 

  그 동안 일부러 예황을 금릉에 잡아두었던 황제가, 이제는 예황을 다시 운남으로 보낸다.

  지금은 혼담이 오간다고 해도 남초와는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사이다.  남초 사신단이 양나라 안으로 들어온 이 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국경 수비를 강화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원래 남초와의 전쟁을 맡았던 예황을, 국방을 위해 다시 운남으로 보내는 것은 충분히 합당한 처사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태황태후가 예황의 남동생 운남왕을 무척 아낀다는 것을 핑계 삼아 운남왕을 금릉에 잡아둔 것이다.  당장은 예황이 이끄는 운남왕부의 군사력을 써야겠으니 예황을 운남으로 보내기는 하지만, 예황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으니 운남왕을 인질로 잡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황제란 사람은 무슨 놈의 의심이 이렇게도 많나... 어린 시절에 의심 열매라도 잔뜩 따먹고 자란 건지 어떤 건지... -.-;;)

 

 

 

아쉬운 이별을 하는 예황과 매장소.

 

 

  운남으로 떠나는 예황을 전송하러 지인들이 금릉성 밖까지 나갔는데...

  양나라와의 혼사 때문에 온 남초의 우문념이 뜬금없이 나타나서 소경예에게 검술시합을 청한다.  금릉으로 오는 길에서는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던 우문념이, 소경예 앞에서는 새삼스레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우문념의 얼굴이 장차 큰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복선은 이미 몇 번이나 나왔다.  전에 진반약이 남초 상인들에게 우문념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예왕에게 전해준 적이 있다. (단, 시청자들에게는 궁금증만 유발하도록 귓속말로 알려줬음. ^^;;)  그리고 마침 예왕이 남초 사신단 접대를 맡게 되어, 진반약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검술시합이 끝난 후 우문념은 소경예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사촌 오빠가 막아서는 통에 하지 못 한다.

  소경예는 소경예대로 우문념에게서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받는다.  두 사람의 첫만남은 그렇게 의문과 애매함만 남긴 채 끝이 난다.

 

 

 

소경예와 우문념의 첫만남.

이들 사이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4월 12일, 여러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을 소경예의 생일이 다가왔다...!

 

 

 

기타

 

 

  1. 바이두에서 랑야방에 출연한 배우 몇 명의 프로필을 찾아봤는데, 나이 관련해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주인공 매장소 역을 맡은 배우 호가(胡歌)가 예황 역을 맡은 배우 류도(刘涛)보다 4살 어리다.

  호가는 1982년생인데 류도는 1978년생이다.  드라마 속에서 예황이 매장소의 정체를 알게된 뒤로는 다른 사람이 없을 때는 '오라버니' 라고 부른다.  배우들 나이를 알고 보니 그런 장면이 때때로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이를 모르고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역시 아는 게 병이다. ^^;;

 

  그리고 정빈 역을 맡은 배우 류민도(刘敏涛)는 아들 정왕 역을 맡은 왕개(王凯)보다 겨우 6살 연상이다.

  류민도는 1976년생이고 왕개는 1982년생이다.  이 부분이 정말 놀라운 게, 류민도가 정말로 왕개의 어머니 뻘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10살은 넘게 차이가 날 줄 알았다. -.-;;  류민도라는 배우, 연기력은 매우 훌륭하던데 나이가 좀 들어보인다.   

 

 

  2. 랑야방에 나오는 고관대작의 자식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소경예와 언예진 빼고는 전부 쓰레기 같은 인간들 뿐이다. -.-;;

 

  양나라에 난세가 닥친 게, 자식 농사도 제대로 못 짓는 사람들이 나랏일을 본 탓인 듯하다.

  우선, 먼저번 포스트에 등장했던 사마뢰란 자는 월귀비의 음모에 동참해서 정사요에 취한 예황을 강간하려 했다.  그러더니 이번 포스트에는 신분이 낮은 어린 소년을 때려 죽인 문원백의 아들, 그 문원백의 아들을 도자기로 쳐죽인 이부상서의 아들, 지방관리로 있다가 뇌물을 받고 감옥살이를 한 예부상서의 아들이 등장한다.  

  양나라 고관대작 여러분,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다들 공부 꽤나 하셨을텐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는 구절은 안 배웠습니까?  자기 자식도 감당 못 하시는 분들은 제발 정치에서 손 뗍시다...! 

  

 

  3. 랑야방 원작소설(전3권) 가격을 알아봤는데, 역시 물 건너오면 뭐든지 터무니없이 비싸진다.

 

  랑야방 원작소설의 중국 현지 정가가 75위안(한화 약 13,500원)이다. (환율은 '인민폐 대 한화 = 1:180' 으로 계산했음.)

  더구나 인터넷으로 구입할 경우 무려 41위안(한화 약 7,380원)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한국 인터넷 서점에서는 자그마치 40,800원이다...! -0-;;  중국서적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에서 구입하면 그나마 좀 저렴하게 26,400원에 판다.  잠시 강한 충동구매 욕구를 느꼈지만, 현지 가격과 우리나라에서의 가격 차이를 보고나니 지름신이 가볍게 날아가버렸다. ^^;;

  그래, 랑야방은 드라마로 만족하자.  중국에서 사가지고 와서 안 읽고 꽂아두기만 한 책이 몇 권이냐...  그것들이나 읽도록 하자. ㅠ.ㅠ

 

 

  4. 랑야방 7회~19회에 나오는 멋진 대사의 원문을 바이두에서 찾아봤다.

 

 

  ① 옛날 매장소가 살던 집에 들어가자는 예황에게 매장소가 무엇하러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고 묻자, 예황이 한 대답.

  人去楼空,物换星移,可不代表一切就消失了。该留下的,还是会留下。有些人,有些事,依旧深藏在心里,不会被时间抹去。(사람이 떠나고 그가 있던 자리만 남는다 해도, 그리고 세상만물이 변한다 해도, 모든 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남을 것은 결국 남는 법이지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들은 여전히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시간마저 지워내지 못 해요.)

 

  ② 매장소는 자유자재로 살 줄 알았는데 왜 태자와 예와 사이의 정쟁에 끼여들려 하느냐고 소경예가 묻자, 매장소가 한 대답.

  在这世上本就没有自由自在的人,只要你有欲望、有情感,就绝不可能自由自在。(이 세상에 자유자재인 사람은 원래 없다네.  욕망과 감정을 갖는 한 절대로 자유자재로 살 수 없어.)

 

  ③ 매장소는 정왕이 인재들과 쉽게 사귈 수 있도록 일부러 인재들을 곤란하게 만들겠다며, 정왕에게 인재들을 도와주며 친해지라고 함.  그 때 정왕이 물음과 매장소의 반문.    

  - 人情中若无真情,再多又有何用?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 진심이 없다면, 아무리 많이 사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

像夺嫡这样的事情,如果比的只是诚心和善意,史书上又何来血迹斑斑呢?(황위 쟁탈전 같은 일이 진심과 선의만으로 성사된다면, 역사책에 피로 얼룩진 사연이 그렇게 많이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④ 수하가 배신할까봐 그 가족을 강좌맹 세력 안에 인질처럼 둔다는 매장소를 정왕이 비난하자, 매장소가 한 말과 그에 대해 정왕이 한 말.   - 人素来只会被朋友出卖,敌人是永远没有出卖和背叛的机会的。(사람은 원래 오직 친구에게 배신당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적은 영원토록 배신할 기회도 없습니다.)

  - 这个我信。但你可记,你若如此待人人必如此待你。(그 말은 나도 동의하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오, 당신이 남을 이처럼 대한다면 남도 당신을 이처럼 대할 것이라는 사실을.)

 

  ⑤ 언궐의 황제 암살 계획을 비밀로 해주겠다는 매장소의 의도를 언궐이 의심하자, 매장소가 하는 말.

  - 这世上没有无缘无故的善意。(이 세상에 아무 이유 없는 선의는 없는 법이오.)

  - 侯爷不忘宸妃是为情,不忘林帅是为义。如今这世上,心中有情有义之人太少了。我能救一个是一个。(국구께서 신비를 잊지 않은 것은 정 때문이고, 임 장군을 잊지 않은 것은 의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에는 마음 속에 정과 의를 간직한 사람이 드물지요.  제가 그런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돕는 것 뿐입니다.)

 

  ⑥ 자기 아버지가 저지르려던 짓을 막아주고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배려해 준 것에 대해, 언예진이 매장소에게 고마워하며 한 말. 

   朝局难测,我们大家的命运又会如何,都难以预料,但唯有把握,此心而已。(조정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드니, 우리 모두의 운명도 어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마음입니다.)

 

  ⑦ 소경예가 정적을 죽여가면서 권력을 탐하는 녕국후 사옥에게 나쁜 길로 가지 말라고 말리자, 녕국후 사옥이 한 말. 

  朝堂之争,哪里有正邪之分! 胜者自然为正!(조정에서 벌어지는 정쟁에 옳고 그름의 구분이 어디 있느냐!  승자가 자연히 옳은 쪽이 되는 것이다!)

 

 

  5. 이 포스트가 지금까지 내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트 중 가장 길다. -.-;; 

 

  쓰는 나도 힘들었고, 읽는 사람도 힘들 것 같고...    랑야방 감상문을 총 4편으로 끝낼 생각으로 이번 포스트를 무리 썼는데, 아무래도 4편으로는 힘들 것 같다.  포스트 개수를 늘여서 분량 조절 좀 해야 할 것 같다.  내 블로그에게 2월과 3월은 랑야방의 달이 될 듯하다.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20회~24회 - 녕국후 사옥의 몰락 / 적염군 사건의 진상(http://blog.daum.net/jha7791/15791282)

랑야방(琅琊榜) 25회~33회 - 정왕 대 예왕 / 매장소와 정왕의 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280)
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랑야방(琅琊榜) 43회~46회 - 예왕의 반란과 최후(http://blog.daum.net/jha7791/15791281)

랑야방(琅琊榜) 47회~50회 - 정왕, 마침내 임수를 되찾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91)

랑야방(琅琊榜) 51회~54회(완결) - 밝혀진 진실 / 임수로 죽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75)

호가(胡歌)의 풍기시(风起时) - 드라마 랑야방(琅琊榜) 주제곡(http://blog.daum.net/jha7791/1579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