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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琅琊榜) 43회~46회 - 예왕의 반란과 최후

Lesley 2016. 4. 2. 00:01

 

 

  20~24회에 한해서 녕국후 사옥을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예왕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예왕은 지난 번 포스트(34~42회)에서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되었는데, 그 일로 이번 포스트에서 다루는 회차(43~46회)에서 폭주하게 된다.  예왕이나 사옥이나 악당이기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다.  눈빛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움직임에서는 우아함이 흐른다.  거기에 인간적인 매력(예왕은 출생에 관한 아픔, 사옥은 아내에 대한 사랑)까지...

  물론, 예왕이나 사옥이나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인물이라 멋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일 내 주위에 두 사람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남들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

 

 

 

 

 

 

 

매장소와 정귀비

 

 

  ◎ 매장소와 정귀비의 재회

 

  황제를 따라 봄사냥터에 간 정귀비는 자신의 장막으로 매장소를 불러들여 만나게 된다. 

  정귀비는 매장소가 상지기에 단 주해를 단서로 해서, 매장소가 임수라는 것을 눈치챘다.  ☞ 랑야방(琅琊榜) 25회~33회 - 예왕과 하강의 연합 / 매장소와 정왕의 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280)  이미 자신의 추측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매장소를 만나 확인하고 싶어 한다.

 

 

 

너무나 낯선 매장소의 얼굴을 바라보며

익숙한 임수의 모습을 찾으려는 정귀비.

그런 어머니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정왕.

 

 

  겉모습만 봐서는 도무지 확인이 안 되니 정귀비가 꾀를 낸다.

  마치 실수인 척 매장소의 팔에 찻물을 엎지른 후, 찻물에 데었는지 보려는 것마냥 매장소의 소매를 걷고 살펴본다.  임수의 팔뚝에는 남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그래서 전에 예황군주가 매장소가 임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 했을 때도 매장소의 소매를 걷고 팔뚝을 살펴봤다.  하지만 예황군주처럼 정귀비 역시 매장소의 팔뚝에서 그 점을 찾아내지 못 한다.  

 

  매장소가 임수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정귀비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한다.

  아마 정귀비는, 매장소가 어떤 기막힌 방법을 써서 얼굴을 다르게 보이도록 꾸몄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옷소매에 가려져서 남들 눈에 안 띄는 팔뚝의 점마저 숨길 생각은 못 했을테니, 그 점으로 매장소의 정체를 확인하려 든 것이다.  그러나 점은 보이지 않는다.  설마, 매장소와 임수는 전혀 다른 사람이란 말인가...!

 

  그 다음 정귀비가 생각해 낸 방법은, 자신이 의술에 조예가 깊다는 점을 들어 몸이 허약한 매장소를 진맥해주겠다는 것이다.

  매장소는 당혹스러워하며 말려달라는 눈빛으로 정왕을 쳐다본다.  정귀비의 의술이라면 자신의 몸상태를 금세 파악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귀비는 기어이 매장소의 맥을 짚는다. 

  그리고 이 때, 이 드라마에 등장한 이래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항상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정귀비가 처음으로 감정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매장소의 손목을 짚은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바로 옆에서 정왕이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말거나 눈물을 흘리며 안타깝게 매장소를 바라본다. (이 장면에서 정귀비의 눈빛은 정말 최고...!)  매장소는 아무 말 없이 체념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볼 뿐이고...  

 

 

 

 

 

격한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우는 정귀비.

영문을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정왕.

 

 

  정귀비는 정왕 보고 밖으로 나가라고 하지만, 정왕은 어찌된 일인지 계속 묻는다.

  그러자 항상 아들에게 다정했던 정귀비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정왕은 이상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평소와 너무 다르게 화까지 내니 어쩔 수 없이 장막 밖으로 나간다.

 

 

  너는 예전에 네 부친을 무척이나 닮았었는데...

 

  정왕이 나가고 단둘이 남게 되었을 때 매장소가 정귀비를 부르는 호칭을 보면,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가 잘 드러난다.

  한글자막으로는, 매장소가 정왕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계속 '마마' 라고 부르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매장소는 분명히 정귀비를 '정(정귀비의 성씨) 이모' 라고 부른다.  아마 임수로 살았던 시절에도 정비마마라는 정중하고 딱딱한 호칭 대신 정답고 스스럼없게 정 이모라고 불렀을 것이다.  즉, 임수에게 정귀비는 외삼촌(황제)의 후궁이 아니라 친이모와 같은 친근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때 처음으로, 매장소가 중독되었다는 화한지독 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전에 매장소가 현경사에 끌려갔다 오금환이라는 맹독을 강제로 먹게 되었을 때, 매장소 주위 사람들이 조바심 내며 해독제를 구하려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런데 알고보니 매장소가 화한지독이란 더 강한 독에 이미 중독된 상태라서, 오히려 오금환이 저절로 해독되었다고 했다.  ☞ 랑야방(琅琊榜)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정귀비의 입에서 나온 화한지독이란, 뼈를 깎고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 따르는 끔찍한 독이다.  그리고 화한지독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시 나오지만, 이 때 정귀비가 말한 '뼈를 깎고 가죽을 벗기는 고통' 이란 것은 결코 심한 고통을 비유하는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뼈를 깍고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겪게 되는 무서운 독이다...!   

 

 

 

"너는 예전에 네 부친을 무척이나 닮았었는데..."

"비록 용모는 완전히 변했지만

저는 여전히 임씨 가문의 아들입니다."

 

 

  정귀비는 매장소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앞으로의 일은 자신이 맡을테니 매장소는 오직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한다.

  하지만 매장소가 어디 그렇게 물러설 사람이던가...  이미 드라마 1회에서 매장소가 2년 남짓 밖에 못 산다는 게 드러난 상태다.  그런 몸을 이끌고 금릉의 정쟁에 뛰어들어 온갖 고난을 헤치고 여기까지 온 매장소다. 

  매장소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는데 이제 한 걸음 밖에 안 남았다며, 정왕에게 자신의 정체를 비밀로 해달라고 간절히 말한다.  정귀비는 그 간절한 눈빛에 차마 더는 매장소의 고집을 막지 못 한다.

 

 

 

 

 

예왕의 반란

 

 

  ◎ 반란의 시작

 

  황제가 봄사냥을 떠난 사이 예왕황후를 찾아가 군사를 일으키겠다는 뜻을 밝힌다.

  당연히 황후는 기겁하며 말린다.  물론 황후도 예왕 대신 정왕이 유력한 황위 계승 후보자로 떠오른 게 분하고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반란이라니,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하지만 예왕이 순순히 물러설 리 없다.

  이미 정치적으로도 막다른 골목에 몰린데다가, 출생의 비밀까지 알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불태우는 예왕이 아니던가...!  예왕은 논리적으로 황후를 설득한다.  황제가 아직 젊다면야 자신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지만, 이미 늙은 황제가 정왕에게 황위를 물려준다는 유지를 남기고 덜컥 승하해버리면 어쩌느냐고...

  그 말에 황후가 다소 흔들리는 태도를 보이자, 예왕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결정적인 말로 쐐기를 박아넣는다.  정왕이 다음 황제가 된다면, 예전에 황후가 신비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 때문에 정귀비가 황후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한편으로는 간절히 설득하고

 또 한편으로는 은근히 협박하며,

황후를 반란 계획에 끌어들이는 예왕.  

 

 

  바로 이 부분에서 적염군 사건 때 자살한 신비에 관한 어떤 비밀이 암시된다.

  지금까지 신비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 기왕이 역적으로 몰려 사사되고 친정(임섭-임수 부자를 비롯한 임씨 가문)까지 풍지박산나자, 절망한 나머지 목을 메어 자살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예왕이 황후에게 한 말에 의하면, 당시 황후가 신비에게 모종의 압력을 넣어서 신비가 반강제로 자살한 것이다.  그리고 신비와 친자매처럼 지낸 정귀비는 그런 사정을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만 봐서는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예왕의 말과 기왕의 유복자 정생의 기구한 사연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비는 외아들과 친정 식구들을 한꺼번에 잃고서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며느리 뱃속에 손주가 자라고 있음을 알고 손주를 지키기 위해 독하게 마음 먹고 목숨을 이어가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황후가 평소에 남편(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했던 신비를 무척 미워했거나, 혹은 기왕 일가 중 누군가가 살아남을 경우 후환이 있을 것을 걱정해서, 신비를 협박해서 자살로 몰아넣은 듯하다. (그런데 그 협박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황후는 예왕이 하자는대로 한다.

  황제가 수도 금릉을 비운 이상 금릉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은 황후다.  그런 황후의 명령으로, 정왕이 이끄는 순방영이 금릉 치안 유지 업무에서 배제되고, 대신 금위군 통령 몽지가 황제를 따라 떠난 사이 예왕이 장악해버린 금위군이 금릉 전체를 장악하게 된다.

 

  나라의 중심인 수도를 손에 넣은 예왕은 발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5만명이나 되는 경력군을 이끄는 서안모라는 장수를 반란군으로 포섭하는데 성공한다.  이 부분이 좀 어이없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척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서안모라는 인물이 폐태자와 사촌지간이기 때문이다.

  예왕과 폐태자가 황위를 두고 경쟁할 때, 서안모는 당연히 사촌인 폐태자 편에 서서 예왕과 대적했다.  하지만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게 권력의 세계 아니던가!   폐태자는 말 그대로 태자 지위에서 폐출당한 신세가 되어서 이제 희망이 없다.  그리고 새로 떠오른 별 정왕과 서안모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 (예전에 서안모가 전투를 앞두고 도망친 일로 정왕에게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음.)  그러니 서안모 입장에서 보자면 정왕이 다음 황제가 되는 것은 곤란하고,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예왕 밖에 없다.

   

 

 

 

예왕의 반란 소식에 충격을 받은 황제.

 

 

  경력군까지 손에 넣은 예왕이 마침내 반란을 일으킨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때로는 너무나 비논리적이고 어리석다.  황제의 여러 아들 중에서 황제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을 듣던 예왕이다. 황제 자신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성정을 꼭 빼어닮은 예왕이 황위 계승전에서 탈락하게 되면, 과거의 자신이 그러했듯이 반란을 일으켜 피붙이들을 죽이고서라도 황위에 오르려 할 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 했으니...

  예왕을 5류 친왕에서 2류 친왕으로 강등하고 몇 달 동안 처소에서 근신하게 하는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구실을 붙여 연고 없는 먼 지방으로 보낸다든지(사실상의 귀양), 아니면 아예 폐서인시켜야 했다.  사실 예왕이 벌인 불법 화약방 폭발 사건을 생각하면, 귀양이나 폐서인 되는 것도 가벼운 처벌 아니던가... 

 

 

 

  ◎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은 황제 쪽에 매우 불리하다. 

  황제와 그 주위 사람들은 그저 사냥을 하러 구안산에 왔기 때문에 끌고온 병력이 많지 않다.  정왕이 원군을 이끌고 오겠노라며 약간의 군사만 데리고 구안산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정왕이 돌아오는데 사흘은 걸리는데 그 동안 버틸 일이 까막득하기만 하다.  황제를 호위하기 위해 봄사냥터에 따라온 금위군은 고작 3천명인데, 예왕이 이끄는 반란군은 무려 5만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반란군과의 전투 장면은 정말 대단함.

인구 많고 인건비 저렴한 중국이 아니면

이런 대규모 전투씬은 엄두도 못 낼 듯...

 

 

  반란군과의 전투 및 동요하는 황족들의 모습을 담은 44회는 정말 박진감 넘친다...!

  우리나라 드라마 '정도전' 에 나온 전투씬(이성계가 이끄는 공요군이 개경을 공격하는 장면)도 대단했는데, 그 대단함은 뛰어난 연출에서 나왔다.  가령, 헬리캠을 사용해서 공중에서 전투씬을 잡아낸다든지 하는...

  그에 비해 랑야방의 전투씬이 대단한 것은 사실성 때문이다.  다른 중국 사극을 볼 때도 생각한 건데, 중국의 전투씬은 대규모의 인원과 말을 동원해서 촬영하기 때문에 별다른 연출이 없어도 그 자체로 장관이다. 

 

  밖에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구안산 행궁 안에서는 황족을 비롯한 고위직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모두 겁을 잔뜩 먹고 긴장이 극에 달해 제정신이 아니다.  반란군이 쏜 불화살이 행궁 전각 장지문을 꿰뚫고 들어오자, 황족으로서의 위엄이고 체면이고 내던지고 악을 쓰다시피 하며 빨리 불을 끄라고 외친다.  하긴 왜 안 그렇겠는가...  한가하게 사냥하러 왔다가 난데없이 반란군의 공격을 받아 죽게 생겼으니... 

 

 

 

 

행궁 안에 모인 황족 및 고위층 사람들.

기왕(황제 동생)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리 힘이 풀려

옥좌 앞 계단에 털썩 주저앉은... ^^;;

 

 

이심전심...!정왕이 곧 원군을 끌고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매장소와 정귀비.

 

  모두가 학수고대하는 정왕과 원군 소식은 아직 없는데, 마침내 반란군이 행궁의 문을 무너뜨린다.

  그렇잖아도 반란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의 금위군인데, 수차례의 격렬한 전투로 많이 죽고 다쳤다.  하지만 행궁 뜰만 지나면 황제와 황족들이 있는 전각이니, 금위군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행궁 수비를 지휘하는 몽지가 비장한 태도와 목소리로 모두 목숨 바쳐 끝까지 싸우자고 외치자, 남은 군사들도 죽기 살기로 적에게 달려든다.  반란군 또한 마지막 고지를 눈 앞에 두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이내 양쪽 군대 사이에 처절한 백병전이 벌어진다.

 

 

 

 

얼마 안 남은 군사들을 독려하는 몽지.

피비린내 나는 전투 속에서

언예진도 죽을 힘을 다 해 싸우고...

 

 

  전투씬이 너무 사실적이고 처절하게 그려져서 그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높은 사람들이야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이쪽이든 저쪽이든 선택했다. (그 선택의 원인이 권력욕 때문이든 혹은 충성심이나 의리 때문이든 간에...)  하지만 금위군과 반란군의 말단 병사들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그저 상관이 시키는대로 어느 한 쪽에 서서 싸워야 하니 말이다.

  설사 죽게되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참전한 거라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억지로 전투에 참가하여 죽어버리면, 자신이 속한 쪽이 승리한다 한들 그 승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아랫사람들만 불쌍하다.

 

 

 

 

  ◎ 기사회생...!

 

  전각 안에도 이제 죽음의 기운이 감돈다.

  전각 안의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몽지가 아무리 용맹한 장수라 한들 얼마 안 남은 군사로 그 많은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저 시간을 좀 더 벌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전각 안에 있는 고위층들은, 누구는 사나이답게 마지막까지 용감히 싸우다가 죽자며 결연한 태도를 보이고, 누구는 코 앞에 닥친 죽음의 공포에 질려버린다.  

 

  그런데 갑자기 매장소의 입에서 "다 왔습니다." 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매장소 바로 옆에 있던 언궐이, 그 다음에는 정귀비가, 마지막으로 황제까지, 매장소를 쳐다보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전각 밖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 오직 양쪽 군대의 비명과 창칼 부딪치는 소리 밖에 안 들린다.  하지만 매장소는 무언가 감지한 것 같은 눈빛을 보인다. (사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장면이지만, 임팩트는 강했음!)

 

 

 

"다 왔습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매장소.

그런 매장소를 쳐다보는 사람들.

 

 

  갑자기 들판 저쪽에서 한 무리의 기병이 함성을 지르며 나타난다.

  그 기병들과 함께 태황태후의 국상 때를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에서 모습을 감춘 예황군주가 은빛 갑주를 입고 등장한다.  뜻밖의 등장이라 정말 강렬한 느낌이다. 

  예황이 이끄는 기병의 수가 비록 많지는 않지만, 예황이 나서서 반란군 진영의 군기를 단번에 잘라버리더니 서안모를 찔러 죽인 것으로 반란군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린다.  우두머리를 잃고 기가 꺾인 반란군은, 행궁 쪽으로 달려가는 예황의 기병들에게 순순히 길을 터준다. (원래 싸움은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도 중요한 법...!) 

 

  그런데 이 장면이 멋진 장면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서안모를 죽인 예황이 반란군에게 계속 저항하면 모두 죽이겠다며 투항하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예황의 목소리가 뜬금없이 에코 처리된다.  동굴도 아니고 드넓은 벌판이건만 갑자기 웬 메아리... ㅠ.ㅠ

  설마 기술 부족으로 예황의 목소리가 그렇게 나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제작진이 매우 극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예황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씌워주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처리한 것 같은데...  차라리 안 하니만 못 한 시도였다. -.-;; 

   

 

 

모두의 구세주로 등장한 예황.

예황을 보고 반가워하는 황제.

 

 

  그 동안 황제는 예황 휘하의 군사력을 꺼려하며 알게 모르게 예황을 견제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죽은 줄 알았던 친딸이 살아돌아온 것을 본 것처럼 반가워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예황이 왔다고 기뻐하는 황제 옆에서, 드디어 살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내쉬는 기왕(황제 동생)의 깨알 같은 모습은 덤이다. ^^

  전각 안으로 들어와 예를 갖추는 예황을 일으켜 세우는 황제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예황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 고맙고 반가워하는 그 표정은 분명히 진심일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말.이.다.  그저 그 고마움과 반가움이 오래 가지 않아서 문제일 뿐이지... -.-;;

 

  어쨌거나 예황 덕분에 반란군의 사기가 한풀 꺾이고, 뒤이어 정왕까지 원군을 이끌고 오면서 반란은 완전히 진압된다.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다.  적국의 군대와 싸운 것도 아니고, 같은 나라 군사들끼리 서로 창칼을 들이대며 죽고 죽였으니...  높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다가 겨우 3할만 살아남았다는 금위군이나, 높은 사람들의 권력다툼에 이용되어 영문도 모른 채 반란에 동원된 경력군이나, 처참하기는 마찬가지다.

 

 

 

 

반가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눈빛을 주고받는

몽지, 매장소, 정왕.

 

 

 

 

정왕의 뒷모습을 보며

정왕의 황위 승계가 굳어졌음을 실감하는 매장소.

 

 

 

  매장소는 전각으로 가는 정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번 일로 인해 이제는 그 누구도 정왕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언제나 올곧고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한 정왕은, 황제가 있는 전각으로 걸어가는 그 순간 오직 황제와 정귀비의 안위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왕의 반란을 진압한 일은 정왕의 삶에 둘도 없이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그 동안 정왕이 유력한 황위계승 후보자로 부각되었던 것은, 큰 권력을 쥐고 있던 폐태자와 예왕이 차례로 몰락했고 정왕이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했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란 진압 과정에서 정왕은 모두에게 자신의 능력과 충성심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어떤 황자보다 황위 계승자가 될만한 자격이 있다는 '명분' 까지 얻었다.

 

 

 

 

'새끼 장기말' 예왕의 최후

 

 

  ◎ 황제와 예왕의 마지막 대면

 

  황제는 분노로 가득 차서 포로로 잡힌 예왕에게 간다.

  처음에는 불효막심한 역적놈이라고 욕을 퍼붓는데, 예왕이 자기 생모가 활족의 영롱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예왕은 이것이 부자간의 마지막 만남이 될테니 생모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한다.  황제 역시 인간인지라 감정이 북받치는 듯 한 줄기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황제의 지독한 이기심과 냉혹함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눈물을 흘린 건 흘린 거고, 냉정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그대로 내보인다.  영롱공주는 지나치게 똑똑했기 때문에 훗날 자신에게 해가 될 것 같아서 없앤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만으로도 아들의 가슴에 못이 될텐데 "네가 내 입장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겠느냐?" 라고 묻기까지 한다.  아들 앞에서 그 아들의 어머니를 제거한 일을 정당화하며 동의를 구하는 아버지라니, 뭐 이런 막장 아버지가 다 있단 말인가...!

 

 

 

"그럼 저는요!  저는 무엇입니까!

큰 장기말이 낳은 새끼 장기말입니까!"

 

 

  그리고 마지막까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황제의 말과, 뼈에 사무치는 예왕의 부르짖음이 이어진다.

 

황제 : "아들아, 장기말이 쓸모 없어져서 버려야 할 때, 설마 장기 두는 사람이 그 장기말이 아깝다고 못 버리겠느냐?"

예왕 : (발악하듯 절규하는) "그럼 저는요!  저는 무엇입니까!  큰 장기말이 낳은 새끼 장기말입니까!"

 

 

 

절규하는 아들을 외면하며 등을 돌리는 황제.

 

 

  예왕의 반란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금릉에도 전해진다.

  예왕비는 황후를 붙들고 남편 예왕의 목숨만은 구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황후 또한 반란에 협조한 이상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목숨도 어찌될지 모르는 판국에 어떻게 예왕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겠는가...

 

 

 

 

예왕과 함께 파멸하게 된 예왕비와 황후.

 

 

  예왕비는 황제가 설마 친아들 예왕을 죽이기야 하겠느냐며 황후를 붙들고 울부짖는다.

  아마 예왕비 스스로도 잔인한 시아버지가 남편을 결코 살려두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심정에서, 그리고 눈 앞에 닥친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에서, 그렇게 말한 것일 뿐...

  하지만 수십 년 간 구중궁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황후는 절망에 겨운 상태로도 냉정히 현실을 직시한다.  세상만사가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쉬운 법이다.  이미 13년 전에 아들 기왕을 죽인 경험이 있는 황제다.  그런데 이제와서 또 다른 아들 예왕을 못 죽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예왕비 : (울부짖으며) "예왕이 그래도 황제 폐하의 친아들인데, 설마 죽이지는 않으실 것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황후 : "설마 예전의 기왕은 황제의 아들이 아니었다더냐?" (눈물을 흘리며 허탈하게 웃는)

예왕비 : (모든 게 끝났다는 현실을 비로소 인정하는 표정으로 힘없이 주저앉는)

 

 

  ◎ 예왕의 죽음 / 예왕의 유복자

 

  감옥으로 끌려온 예왕은, 먼저 갇혀있던 예왕비에게서 놀라운 말을 듣는다.

  예왕비가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감옥에 끌려왔을 때는 이제 전부 끝장났다는 무기력감에 빠져있던 예왕이다.  그래서 예왕비의 임신 소식에도, 그저 인생의 허무함 혹은 얄궂음을 실감하며 허탈한 웃음이나 짓고 무너져내릴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예왕은 아내와 아이만은 지키겠다는 절박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황제에게 아내와 뱃속의 아이만은 살려달라 하겠다고 처절하게 외친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림받고 마침내 죽었기에, 그리고 자신 또한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버지에게 장기말로 이용당했기에, 자신은 자신의 아이에게 다른 모습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만일 아내의 임신을 일찍 알았더라면, 어쩌면 자식에게 희망을 걸고 반란 같은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위) 예왕비가 임신했다는 말에 놀라는 예왕.

(아래) 끌려가는 예왕비에게 "두려워하지 마시오!" 라고 안타깝게 외치는 예왕.

 

 

  예왕비가 간수에게 끌려간 뒤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예왕 앞에, 매장소가 나타난다.

  예왕은 매장소를 믿었던 것을 후회한다며, 비록 실패했지만 구안산을 공격했던 일이 일생 최고의 통쾌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자신과 자신의 생모를 철저히 이용한 아버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일이, 한 때는 다음 황위를 노렸던 예왕의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일이었다니...  비록 악행을 많이 저지른 예왕이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황제와의 관계만을 놓고 생각하면 참 불쌍한 인생이다.

  그리고 자신의 지금 처지가 13년 전 기왕의 처지와 같다고 자조한다.  하지만 매장소는 나즈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예왕과 기왕은 같지 않다고 말한다.  기왕은 넓은 포부로 백성들을 감싸려 했지만 예왕은 그럴만한 재목이 못 된다고, 그리고 예왕은 기왕과는 달리 그대로 잊혀져서 누구도 예왕의 치욕을 씻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구안산을 포위하고 공격한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게 스스로에 대한 수수께끼를 하나씩 던진다.

  예왕은, 하강의 말대로 매장소가 역시 기왕의 사람이 맞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매장소는 "당신은 영원히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오." 라고 말한다.  예왕은 예왕대로 누구도 예왕의 치욕을 씻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매장소에게 "어째서 누구도 내 치욕을 씻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나?" 라고 말한다.  아내의 뱃속에 든 자신의 아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인과응보에 대해 말하며 "너에게 실컷 이용당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네가 모르는 것 하나는 남겨두게 되었구나." 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모가 활족의 영롱공주고, 자신과 생모가 황제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림받은 것에 대한 말이다.  예왕은 매장소가 자신이 한 말의 뜻을 영원토록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말하지만, 매장소가 누구던가...!  자신이 모시는 주인에게 천하를 안겨준다는 기린지재가 아니던가...!  그 순간에는 예왕의 말을 못 알아듣지만, 나중에 이런저런 단서를 종합해서 예왕이 영롱공주의 아들임을 짐작하게 된다. 

 

  한편 황제는 낮잠을 자던 중 영롱공주의 꿈을 꾸고 소스라치며 깬다.

  마침 예왕에 대한 심문 보고서가 올라오는데, 그 내용 중에 예왕의 마지막 부탁(아내와 뱃속 아이만은 살려달라는 부탁)이 들어있다.  마침 예왕의 생모 영롱공주의 꿈까지 꾸었는데 예왕에게 아이가 생겼다니, 황제는 여러가지로 심란해진다.  그래서 예왕을 한 번 만나보겠다며 감옥으로 가는데...

 

 

 

아내와 아이는 살려달라는 혈서를 남기고 자살한 예왕.아들의 죽음 앞에 충격을 받은 황제.

 

 

  예왕은 이미 자신의 피로 쓴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자살해버렸다...!  

  유서는, 자신이 지은 모든 죄를 죽음으로써 갚을테니 아내와 아이만은 제발 살려달라는 간절함을 담은 혈서다.  잔인한 황제지만 아들의 시신을 눈앞에 두게 되자 충격을 받는다.  더구나 예왕비마저 남편의 자살 소식을 듣고 따라서 자살했다고 하니, 충격이 너무나 큰 나머지 쓰러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예왕비는 자살한 게 아니라 매장소에 의해 목숨을 건져 금릉을 떠나 살게 되었다...!  몽지가 매장소에게 묻는다.  황제가 예왕비와 뱃속의 아이를 살려줄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굳이 예왕비를 죽은 것으로 꾸며 떠나보낼 필요가 있느냐고.  하지만 매장소는 자신의 외숙부인 황제의 잔인성과 의심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장이야 아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서 며느리와 손주를 살려주려 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후환을 없애기 위해 두 사람을 처리하려 들 것이다.

 

  이런 매장소의 결정에는, 녕국후 사옥을  무너뜨리던 그 밤에 천천산장 탁정문 부인이 보인 태도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랑야방(琅琊榜) 20회~24회 - 녕국후 사옥의 몰락 / 적염군 사건의 진상(http://blog.daum.net/jha7791/15791282)  탁정문 부인은 강호 사람은 은원을 분명히 하지만 후손까지 연루시키지는 않는다며, 원수의 딸인 사기를 계속해서 며느리로 인정하고 역시 원수의 아들인 소경예마저 보듬어 안았더랬다.  당시 소경예에게 못할 짓을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매장소에게, 비록 원수는 갚지만 원수의 후손에게는 보복하지 않는다는 탁정문 부인의 말이 깊이 새겨졌던 듯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거에 기왕도 예왕과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기왕비가 정생을 몰래 출산해서 다른 사람 소생으로 꾸미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적염군 사건 때 기왕비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이 몰랐기 때문이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기왕도 예왕처럼 감옥에 갇혀서야 아내에게서 임신 소식을 들었던 게 아닐까...

  다만 그랬다 한들 기왕에게는 아내와 아이만은 살려달라고 황제에게 부탁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 막판에 드러나는 기왕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면, 기왕은 사사되기 직전까지도 아버지가 정말로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예왕과는 다르게 아내와 아이의 구명을 요청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오히려 감옥에서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서, 황제도 그 소식을 들으면 손주가 생긴 기쁨에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아들의 억울하다는 하소연에 귀를 귀울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기왕은 자신의 아버지가 친아들조차 죽일 수 있는 잔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독주를 마시고 죽으라는 명령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왕은 자신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가 기왕을 죽이기로 결정했을 때 예왕이 기왕에게 독주를 가져가는 일을 맡았다.  이복형 기왕이 아버지의 명령으로 독주를 마시고 죽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기에, 정말로 반란을 일으킨 자신은 절대로 살아남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잔인한 아버지의 손에서 처자식의 목숨이라도 살리려면,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일종의 충격요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매장소가... 설마 죽은 줄 알았던 내 친구 임수인가?

 

 

  ◎ 구체적인 형상을 갖춰가는 의혹

 

  예왕의 반란이 터지면서 정왕은 매장소의 정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 동안에도 매장소에 대해 의혹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저 '매장소에게 임수와 같은 버릇이 있구나.' 혹은 '매장소가 혹시 과거 기왕 형님 아래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정도의 의혹이었다. 

  그러나 예왕의 반란 소식을 접한 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왕은 처음으로 매장소가 어쩌면 임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매장소가 평소와 다르게 두 차례나 실수를 하며, 자기 정체에 대한 단서를 정왕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위) 옛날 버릇대로 정왕의 허리에서 칼을 뽑아내어 지도를 가리키는 매장소.

(아래) 놀라서 바라보는 정왕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굳어버린 매장소. 

 

 

  첫번째는 매장소가 정왕의 허리에서 칼을 뽑아내어 지도를 가리킨 일이다.

  예전에 임수에게도 그런 버릇이 있었다.  정왕과 함께 군사작전을 논의하면서, 정왕의 허리에서 칼을 뽑아 흙바닥에 지도를 그리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더랬다.

  매장소는 정왕의 칼을 뽑아 바닥에 놓인 지도를 가리킨 뒤에야,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은 되담을 수는 없다.  정왕은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매장소를 바라본다.  매장소는 잔뜩 굳은 얼굴로 차마 정왕과 시선을 맞추지 못 하고 지도만 보며 자기 계획을 설명한다.  하지만 정왕은 매장소의 설명을 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다.  그저 터져나올 듯 의혹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매장소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위) 몽지가 한 말은 매장소를 당혹하게 만들고, 정왕의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듦.

(아래) "소 선생에게도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아니 되오." 라고 하는 정왕.

 

 

  두번째는 정왕과 임수만이 알고 있는 길을 매장소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왕이 구안산을 나가 원군을 끌고 오기로 했는데, 이미 구안산이 예왕의 군대에게 포위되어 나갈 길이 없다.  매장소는 과거에 자신과 정왕이 우연히 발견했던 길을 염두에 두고서, 정왕에게 그 방향으로 나가라고 한다.  정왕 또한 워낙 마음이 급해서 그랬는지, 매장소가 어떻게 그 길을 아는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로 한다.

  하지만 옆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몽지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방향에는 절벽 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 쪽으로 나간다는 거냐고 묻는다.  매장소가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몽지를 쳐다보지만, 몽지는 원래도 눈치가 없는데다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 하니 답답해 죽을 것 같은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해버린다.  그리고 몽지가 한 말은, 정왕으로 하여금 미처 생각 못 했던 사실(매장소가 그 길을 어떻게 아는가 하는 의문)을 깨닫게 만든다.  

 

  마침 황제가 정왕을 찾는다는 전갈이 와서 정왕이 자리를 뜬다.

  정왕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난감해하던 몽지에게, 자신이 원군을 데리러 떠나있는 동안 황제와 정귀비에게 결코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그대로 막사를 떠나려나 보다 했는데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인다.  단, 입으로는 몽지에게 말을 하지만 눈길은 매장소에게 그대로 꽂은 상태다.  "소 선생에게도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아니되오." 

  정말 의미심장한 말이다.  얼핏 들으면 자신의 동지이며 몸이 약한 매장소가 걱정되어 하는 소리 같지만, 속뜻을 살펴보면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 임수일지도 모르는 매장소를 철저히 보호하라는 소리다.  매장소는 차마 떠나가는 정왕 쪽을 쳐다보지도 못 하고 옆모습만 보인 채 굳어있을 뿐이다.

 

 

 

  ◎ 매장소가 내 어머니를 구해준 사람의 아들이라고?

 

  드라마 초반부부터 간혹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괴수가, 예왕의 반란이 진압된 직후 붙잡힌다.

  그런데 그 괴수의 정체는 놀랍게도 13년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섭봉이다...!  하동의 남편이며 임수의 아버지 임섭 장군의 부장이었던 섭봉, 공식적으로는 적염군의 모반 사실을 황제에게 편지로 전한 후 임섭에게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그 섭봉 말이다...!

  섭봉은 온몸에 하얀색 털이 잔뜩난 짐승 같은 모습으로 변해서, 가끔 사람들을 공격해 식량을 빼앗거나 사람들의 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산에 숨어 살았다.  짐승처럼 변한 모습 때문에 차마 아내 하동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도 못 한 채, 아내의 움직임을 따라 옮겨다니며 아내의 주위에서 13년의 세월을 버텼다. (그리고 섭봉의 이런 괴이한 병세는, 뒤에 드러날 매장소의 병세에 대한 암시가 됨.) 

 

 

 

적염군의 표식 팔찌로 섭봉의 정체를 확인한 후

포옹하는 섭봉과 매장소.

 

 

  매장소는 정귀비만이 섭봉의 병을 알 것이라며 정귀비에게 치료를 부탁한다. 

  섭봉의 진맥을 끝내고 정귀비와 매장소가 밖으로 나오는데, 정왕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본다.  매장소와 정귀비는 지난 번 봄사냥터에서 만나고 이제 겨우 두번째 만난 것 뿐인데 너무 친밀해 보인다.  그러니, 그렇잖아도 매장소의 정체를 의심하던 정왕의 눈에 의혹이 실릴 수 밖에...

 

  정귀비는 그런 아들에게, 매장소가 알고 보니 은인의 아들이었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입궁하기 전 의녀로서 강호를 떠돌아다닐 때 큰 위험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매장소의 아버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장소가 그 은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이제야 막 알았다고 한다.  정왕은 여전히 의심쩍어하면서도 제대로 된 물증 없이 계속 캐묻기 좀 그랬는지, 일단은 한 발 물러선다. 

 

 

 

매장소와 어머니를 의심쩍게 쳐다보는 정왕.

(마치 세 사람이 삼각관계인 것처럼 보이는... ^^;;)

 

 

  정왕 모자는 돌아가는 길에 대화를 나눈다.

  정왕은 훌륭한 형 기왕이 자신을 이끌어주고 좋은 친구 임수가 옆에 있던 옛날이 자꾸 생각난다며, 황위라는 절대권력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더욱 고독해지는 심정을 토로한다.  그러자 정귀비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진실을 직접 말해주지는 않되 진실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정귀비 : "너의 마음 속에 아직도 의혹이 남아있는 것이냐?"

정왕 : "저는 어머니를 믿고 소 선생 또한 믿습니다.  다만 두 분이 비밀을 가진 것 같아서 외로운 생각이 듭니다."

정귀비 : "네가 가는 길이 원래 외로운 길이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마음 또한 더 외로워지는 법이지."

정왕 : (한숨을 내쉬며) "지난 며칠 옛날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 때는 형님이 인도해주시고 친구가 지지해주니, 매일 마음이 안정되고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정귀비 : (걸음을 멈추고 정왕을 바라보며) "경염, 네 마음이 더욱 부담스럽겠지만, 이 일은 오직 너 스스로 짊어지고 갈 일이란다.  내가 도와줄 수가 없어."

정왕 : "..."

정귀비 : (의미심장하게) "하지만 언젠가 네가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알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사실은 지금도 네 곁에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정왕 : (먼저 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하지만 언젠가 네가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알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사실은 지금도 네 곁에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매장소의 정체에 다가섰다가 다시 물러서는 정왕

 

 

  ◎ "경염, 걱정하지 마."

 

  매장소의 몸이 또 나빠져서 쓰러지자, 놀란 견평이 비류에게 사람을 불러오라고 한다.

  물론 견평의 말은 이 상황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예를 들면 의원이나 의술을 아는 사람)을 데려오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만한 생각을 할 능력이 없는 비류는 이 급박한 상황에서 깨알 같은 코믹씬을 보인다.

  비류는 급하게 마루로 뛰어나가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르더니, 난데없이 맞은 편에 있는 정왕의 처소를 향해 "물소!  물소!  물소!" 하고 외친다.  정왕은 야심한 시각인데도 목간으로 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가, 난데없이 들려오는 옛날 별명에 놀라서 고개를 들고... ^^;;

 

 

 

(위) 몸 상태가 나빠져서 괴로워하는 매장소.

(아래) 열심히 물소를 부르는 비류와, 물소 소리에 '허걱' 하는 듯한 정왕. ^^

 

 

 

 

 

매장소를 치료하는 정귀비와 지켜보는 정왕.

(이런 은은한 조명의 화면 연출 너무 좋음. ^^)

 

 

  그런데 이 일이 겨우 가라앉은 듯하던 정왕의 의혹을 다시 불러일으키게 된다.

  정왕이 어머니 정귀비를 급히 모셔와 치료를 한 덕에, 매장소는 큰 고비를 넘긴다.  겨우 한숨 돌린 정왕이 침상에 걸터앉아 매장소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 본다.  이 때 매장소가 실눈을 뜨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경염, 걱정하지 마."

  의술도구를 챙기던 정귀비가 멈칫 하고, 정왕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가 의심스러워 하며 정귀비에게 매장소의 말을 확인하려 든다.  정귀비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아픈 사람이 헛소리를 한 것 뿐이라 제대로 못 들었다고 대답한다.

 

 

 

(위)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경염, 걱정하지 마." 하고 말하는 매장소. 

(아래) 그 소리에 놀라는 정왕과 흠칫하는 정귀비.

 

 

  ◎ 매장소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다음 날 정왕은 정신을 차린 매장소에게, 매장소 아버지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돌직구(!)로 묻는다.

  어머니 정귀비가 분명히 말했다.  매장소는 정귀비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의 아들이라고.  정왕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심산이다.

  그 질문의 의도를 아는 매장소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정왕을 바라본다.  정왕 앞에서 내내 철벽남(!)으로 행세했던 매장소도 이 때만큼은 어지간히 긴장했던 모양이다.  가뜩이나 하얀 손이 더욱 하얗게 변하도록 이불을 꽉 움켜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 자기 아버지의 성함은 매석남이라고 대답한다.

 

 

 

정왕의 돌발적인 질문에 놀라고 초조해져서

주먹을 꽉 쥐는 매장소.

 

 

  매장소의 처소를 나온 정왕은 곧장 어머니 정귀비에게로 가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

  만일 정귀비가 매장소 아버지의 이름을 모르거나 혹은 매석남이 아닌 다른 이름을 댄다면, 매장소 아버지가 정귀비의 은인이란 이야기는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정귀비가 자기 생명을 구해준 은인의 이름도 알지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그렇다면 정왕은 자기 가슴 속에 무럭무럭 자라난 의혹, 즉 어쩌면 매장소가 임수일지 모르고 매장소와 어머니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다는 생각에 좀 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아들의 질문에 처음에는 표정을 굳혔던 정귀비가, 이내 매장소처럼 태연함을 가장하며 매석남이라고 대답한다...!

  심지어 석남이란 이름에 어떤 한자를 쓰는지, 매장소의 대답과 한 치도 틀리지 않게 말한다.  매장소와 정귀비가 미리 입을 맞춘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똑같은 이름을 댈 수 있을까?  나중에 그 사연이 밝혀진다.  매석남이란 이름 자체가 하나의 복선인 셈이다.

 

  

 

어머니 입에서도 '매석남' 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놀라는 정왕.

 

 

  정왕은 허탈해진다. 

  매장소가 임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너무나 터무니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임수와 매장소는 얼굴이 전혀 다르다.  게다가 임수는 한겨울에도 추위를 모르는 튼튼한 몸이었지만, 매장소는 언제나 털옷을 입고 화로를 가까이 하면서도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허약하기 그지 없는 몸이다.  그런 두 사람이 어떻게 동일인물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 했다.  날이 갈수록 매장소에게서 임수의 그림자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헛된 바람으로 끝나버렸다.  정왕은 허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 해 어쩔 줄 몰라하고, 정귀비는 그런 정왕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못 하고 그저 안타깝게 바라만 본다.

 

 

 

"임수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지요.

설사 돌아온다고 해도 저런 모습일 리가 없지요."

 

 

 

 

보너스 - 기왕(황제 동생)의 숨겨진 면모

 

 

  기왕의 뜻밖의 행보

 

  기왕(황제 동생)은 그 동안 그저 마음씨 좋고 풍류를 좋아하며 약간은 주책인 아저씨(!)로만 보였다.

  먼저번 포스트에 쓴 것처럼, 황제의 동생인 기왕은 공교롭게도 적염군 사건으로 죽은 황제의 큰아들 기왕과 발음이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의 기왕을 구분하기 위해서, 황제의 동생인 기왕은 따로 '기왕(황제의 동생)' 이라고 표기하겠다. 

 

  그런데 그런 기왕(황제의 동생)에 관하여 뜻밖의 사실이 드러난다.

  황제가 기왕(황제 동생)을 불러다가 정왕을 새로운 태자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의중을 비친다.  기왕(황제 동생)이 황제 처소에서 물러나와 옛날에 죽은 기왕을 생각하며 착잡해 할 때, 매장소가 다가서더니 정왕이 기왕(황제 동생)에게 고마워한다는 말을 전한다.  다름이 아닌, 하강을 몰락시킬 때 기왕(황제 동생)이 정왕을 은근슬쩍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다. 

  매장소가 파놓은 계략에 빠져 하강이 몰락한 것은, 기왕(황제 동생)이 우.연.히. 하동과 위정을 목격하고 황제에게 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 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그런데 기왕(황제 동생)이 하동과 위정을 본 것이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누가 봐도 기왕(황제 동생)이 매장소가 짜놓은 판대로 언예진의 유도에 넘어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황제에게 알린 것으로 보였는데...  알고 보니, 정왕 쪽에서 미리 기왕(황제 동생)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정왕 대신 기왕(황제 동생)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매장소.

특별한 친분이 없는데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두 사람.

 

 

기왕(황제 동생) : "천하가 모두 정왕의 것이 되었네." (매장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그렇다면 천하를 얻게 해준다는 기린지재도 당연히 정왕의 것이겠군."
매장소 : "왕야께서는 떠나려 하십니까?"
기왕(황제 동생) : "떠나야지, 돌아가야지.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을 걸세.  이 구안산은 해마다 왔건만, 올해 풍경을 보아하니 각별히 달라 보이는군."
매장소 : "청산은 여전하나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이지요."

 

 

  기왕(황제 동생)이 평소 실없이 구는 것은 일종의 보신책이었을 것이다.

  황제는 정변을 일으켜 기왕(황제 동생)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을 모두 죽이며 즉위했고, 즉위한 후에는 친아들 기왕조차 죽여버렸다.  그러니 수 틀리면 하나 남은 동생 기왕(황제 동생)이라고 죽이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기왕(황제 동생)은 정치니 권력이니 하는 것에 아무런 관심 없다는 듯이 항상 허허 웃으며 풍류에 파묻혀 산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나름대로의 주관을 갖고 한 세상을 살았다.  처음에는 형제들이, 그 다음에는 조카들이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는 와중에, 그 골육상쟁의 지옥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황족들 중 인생과 권력의 무상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 정생의 숨겨진 은인, 기왕(황제 동생)

 

  기왕(황제 동생)의 숨겨진 면모는 위에 나온 것 하나가 아니다.

 

  놀랍게도 기왕의 유복자 정생이 살아남은 데에는 기왕(황제 동생)의 도움이 있었다...!

 

  지난 포스트 중에, 예왕의 반란이 터지기 전에 봄사냥터에서 기왕(황제 동생)이 정생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을 소개했다.

  ☞ 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그리고 매장소는 그 일을 언예진을 통해 전해듣고 심상치 않게 생각했다.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중에 매장소가 정왕에게 그 일에 대해 물어보았던 것 같다. 

 

  13년 전 기왕부가 결딴났을 때 기왕의 유복자 정생이 어떻게 무사히 태어났는가에 대해서는, 그 동안 밝혀진 바가 없다.

  그저 현명한 기왕비가 혼란한 와중에도 기왕의 핏줄을 살리려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는, 매장소의 막연한 추측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왕비가 몰래 정생을 낳는데는 시숙부인 기왕(황제 동생)의 도움이 있었고, 적염군 사건이 터졌을 때 동해에 가있던 정왕은 나중에야 정생의 존재를 알고 보호해줬다.  아마도 기왕(황제 동생)이 정왕에게 기왕의 유일한 핏줄이 세상에 남아있음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매장소가 정생에 관하여 정왕을 대신하여 감사해하는 장면을 보면, 정왕과 기왕(황제 동생)은 그 동안 한 번도 정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잖아도 권력욕과 의심증 넘치는 황제의 눈을 피해 조심해서 살아온 기왕(황제 동생)이니만큼, 역적으로 죽은 조카 기왕의 유복자를 태어나게 한 일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왕도 그런 기왕(황제의 동생)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하다못해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본래 모두 한 집안 사람이니

서로가 서로의 혈육 아니겠나?"

 

 

매장소 : "정왕 전하께서는, 왕야께서 정생을 구해주신 일에 대하여 무척 감사하고 계십니다.  만일 그 때 왕야께서 자비를 베풀지 않으셨다면, 정생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기왕(황제 동생) : (그 때까지 허허 웃던 모습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 일이라면 더욱 고마워 할 필요 없네.  본래 모두 한 집안 사람이니, 서로가 서로의 혈육 아니겠나?"

 

  여지껏 어리숙하게만 보였던 기왕(황제 동생)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본래 모두 한 집안 사람이니 서로가 서로의 혈육 아니냐는 기왕의 말은, 모두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의외로 당연하게 실천되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옛날 뿐 아니라 지금도, 특히 권력과 재물을 많이 가진 집안일수록, 오히려 한 집안 사람끼리 무언가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경쟁자가 되어 서로를 해치려 들지 않던가...

  사실은 매장소 또한 황실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한 집안 사람' 이다.  매장소가 진양장공주의 아들이니, 황제와 기왕(황제 동생)은 매장소에게 외숙부다.  그리고 적염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중 하나인 녕국후 사옥은 매장소 이모(리양장공주)의 남편, 즉 매장소에게 이모부가 된다.  결국 이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모두 친인척 사이에 벌어지는 골육상쟁이다.  형제 사이에, 부자 사이에, 외숙부 및 이모부와 조카 사이에 벌어진 무서운 골육상쟁...!

 

 

 

  어찌되었거나 이제 정왕이 다음 태자로 낙점되었다.

  오랜 세월 양나라 황실과 조정을 피로 물들였던 권력투쟁도 막을 내리고, 이제 양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정왕이 황위 계승전에 뛰어들면서 마음 속에 깊이 숨겨둔 목표, 즉 '적염군 사건의 재수사' 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그 일은, 어쩌면 정왕이 황위 계승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보다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정왕이 의도한 바는 아니더라도, 적염군 사건을 뒤집는 일 자체가 황제의 권력과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정왕과 매장소는 그 고비를 또 어찌 해쳐나갈까...

 

 

 

 

기타

 

 

  1. 중국 사극이 한국 사극보다 나은 점이 대규모의 사실적인 전투씬인데, 앞으로는 그런 장관을 볼 일이 줄어들 모양이다.

 

  중국에서 많은 사람과 말을 동원하여 전투씬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인구대국인데다가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도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전보다 전투씬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랑야방에 나온 예왕의 반란 관련 전투씬만 봐서는, 아직은 눈에 띄는 수준의 변화는 없는 것 같지만...  중국 사극의 최대 약점인 허접한 CG를 가려주는 게 바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인데, 부디 전투씬 수준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2.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sogou pinyin(중국어 입력기의 한 종류)에 랑야방 스킨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 새 스마트폰을 장만해서 sogou pinyin을 다시 다운받게 되었다.

  그런데 기존에 쓰던 한국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의 스킨이 없어져서 새 스킨을 골라야 했는데, 문득 랑야방이 떠올라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매장소 버전, 정왕 버전, 여러 등장인물 버전 등 몇 가지 종류가 나왔다.  무엇을 골라야 할까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주인공인 매장소 버전으로 결정~~! 

 

 

 

 

 

  3. 랑야방 43회~46회에 나오는 멋진 대사의 원문이다. 

 

  ① 매장소를 만난 정비가 안타까워 하며 하는 말과, 그에 대해 매장소가 하는 말. 

  - 你以前,长得那么像你的父亲... (너는 예전에 네 부친을 무척이나 닮았었는데...)

  - 虽然我的容貌完全变了,可我依然是林家的儿子。(비록 용모는 완전히 변했지만, 저는 여전히 임씨 가문의 아들입니다.)

 

  ② 정비와 매장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정왕이 매장소에게 어찌된 일인지 묻자, 매장소가 한 대답. 

  每个人心里都有一些不想为人所知的秘密。殿下又何必追究呢。不问也是一种孝道。(사람마다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굳이 알려하십니까?  묻지 않는 것 또한 일종의 효도입니다.)

 

  ③ 정왕이 몽지에게 황제와 정귀비에게 절대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당부하면서, 어쩌면 매장소가 임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덧붙인 말.

  苏先生也不能有事。(소 선생에게도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아니 되오.)

 

  ④ 황제가 반란에 실패한 예왕에게 예왕의 생모 영롱공주를 제거한 경위를 털어놓은 후, 예왕과 주고받는 말.

  - 难道你对她就没有一丝的愧疚吗? (설마 부황께서는 제 어머니께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으시는 겁니까?)
  - 儿啊,一颗棋子到了没有用, 该舍弃之时, 难道下棋的人还会怜惜不舍吗? (아들아, 장기말이 쓸모 없어져서 버려야 할 때, 설마 장기 두는 사람이 그 장기말이 아깝다고 못 버리겠느냐?)
  - 那我呢! 我是什么!
大棋子生下的小棋子是吗?(그럼 저는요!  저는 무엇입니까!  큰 장기말이 낳은 새끼 장기말입니까!)

 

  ⑤ 항상 곁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던 친구 임수가 이제는 없다는 사실에 외로워하는 정왕에게, 정귀비가 아직 임수가 정왕 곁에 있음을 암시하며 하는 말.

  但是我相信,总有那么一天,当你重新回头看时,你会发现其实现在在你身边也是有朋友扶持的。 (하지만 언젠가 네가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알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사실은 지금도 네 곁에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⑥ 예왕의 반란이 진압되고 정왕이 차기 태자로 내정된 후, 기나긴 권력투쟁이 끝났음을 실감하고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며 기왕(황제 동생)과 매장소가 주고받는 말.

   - 这九安山我是年年都过来,今年的风景看起来好像格外地不同了。 (이 구안산은 해마다 왔건만, 올해 풍경을 보아하니 각별히 달라 보이는군.)
   - 青山如故, 只是人心变了。 (청산은 여전하나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이지요.)

 

 

 

랑야방(琅琊榜) 1회~6회 - 기린지재 매장소 / 금릉에 이는 풍운(http://blog.daum.net/jha7791/15791278)
랑야방(琅琊榜) 7회~19회 - 함께 무너지는 태자와 예왕(http://blog.daum.net/jha7791/15791279)
랑야방(琅琊榜) 20회~24회 - 녕국후 사옥의 몰락 / 적염군 사건의 진상(http://blog.daum.net/jha7791/15791282)
랑야방(琅琊榜) 25회~33회 - 정왕 대 예왕 / 매장소와 정왕의 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280)
랑야방(琅琊榜) 34회~42회 - 매장소의 반격 / 예왕과 하강의 몰락(http://blog.daum.net/jha7791/15791283
)

랑야방(琅琊榜) 47회~50회 - 정왕, 마침내 임수를 되찾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91)

랑야방(琅琊榜) 51회~54회(완결) - 밝혀진 진실 / 임수로 죽다.(http://blog.daum.net/jha7791/15791275)

호가(胡歌)의 풍기시(风起时) - 드라마 랑야방(琅琊榜) 주제곡(http://blog.daum.net/jha7791/1579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