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각종 행사

국립중앙박물관의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 '플란더스의 개' 의 추억

Lesley 2016. 1. 12. 00:01

 

  지난 연말에 친구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전시회에 다녀왔다.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루벤스 및 다른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원래 성인(만 24세 이상) 입장료는 13,000원인데, 우리가 간 날은 12월의 마지막 수요일이라서 '문화의 날' 이라고 50% 할인을 받았다. (단, 인터넷 예매는 해당사항 없음. 현장에서 저녁 5시~8시에 입장권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할인이 적용됨.)

 

 ※ 문화의 날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의 날' 이다.  이 날은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회 입장료가 50% 할인된다.  그리고 정상근무일인 수요일에 직장인들이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문화의 날에는 특별히 박물관과 미술관의 관람시간을 밤까지 연장해준다. (물론 각 박물관 및 미술관마다 상황이 다르니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할 것...!) 

  참고로, 고궁 및 왕릉의 경우에는 원래도 입장료가 저렴하지만 문화의 날에 아예 무료(!)다.  그러니 경제불황으로 문화활동에 돈 쓰기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문화의 날을 잘 활용하도록 하자. 

 

  이번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의 전시기간은 2015.12.12 ~ 2016.04.10이다.

  그 기간 중 문화의 날은 2015년 12월 30일(이 날은 이미 지났고...)과 2016년 1월 27일, 2월 24일, 3월 30일이다.  그러니 이 전시회에 관심 있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문화의 날을 노려봄직하다.  물론,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문화의 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어서, 관람객이 바글거리는 건 감수해야 한다.

 

 

북적이는 전시회장 입구.

 

 

  전철을 타고 국립중앙발물관으로 가는 길에, 관람객이 얼마나 많을지를 두고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입장료가 반값인 날이기도 하고 요 몇 년 사람들의 문화욕구가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에 관람객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는 전시회가 한산할 거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이 연말이라서 술자리에 참석하거나 혹은 부슬비가 내리니 집에 일찌감치 들어갔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나의 승리~~!  부슬비 때문에 습기 찬 한기로 으스스한 저녁인데도, 입장권 판매처 앞에 100미터도 넘는 줄이 늘어선 것을 보고 친구가 입을 딱 벌렸다. ^^      

 

 

 

  ◎ 루벤스와 '플란더스의 개'

 

  굳이 이 전시회를 보러 갈 생각을 한 것은 루벤스에 대해 무엇을 알거나 큰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좀 어이없는 이유지만, 초등학교 시절 읽은 동화책 '플란더스의 개' 와 TV로 시청한 동명의 만화영화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루벤스 = 플란더스의 개에 나온 화가' 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  전시장 입구에서 좀 떨어진 기념품 판매처 옆에 파트라슈가 딱하고 버티고 서있었다.  즉, 이 전시회를 주최하는 쪽에서도 사람들이 루벤스 하면 당연희 플란더스의 개를 떠올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왼쪽 위와 오른쪽) 파트라슈를 만지지 말라고 안내판을 세워놓았지만, 너도 나도 파트라슈 목에 팔을 감고 사진을 찍는... ^^;;

(왼쪽 아래) TV에서 여러 차례 방영을 한 추억의 만화영화 '플란더스의 개'.

 

 

  '플란더스의 개' 는 '나의 작은 라임오렌지나무' 와 함께 슬픈 아동문학의 대명사다. 

  두 책 모두 초등학교 시절에 처음 읽었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가서까지 몇 번이나 읽었다.  그렇다면 처음 한두 번이야 내용이 슬퍼서 울더라도, 반복해서 읽다보면 덤덤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이 두 책의 새드엔딩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볼 때마다 눈물에 콧물까지 줄줄 흘리고 나중에는 숨이 막혀 꺽꺽거리게 된다.

  보통의 경우, 아동문학의 주인공이 처음에는 이런저런 고난을 겪더라도 끝에서는 행복해진다.  그런데 왜 이 두 책은 그렇게 슬프게 끝나는 건지... ㅠ.ㅠ

 

 

  각설하고, '플란더스의 개' 의 줄거리를 루벤스가 나오는 부분을 중심으로 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플란더스의 개' 의 주인공은 '네로' 라는 가난한 소년이다.

  네로는 갓난아이 시절에 부모를 잃고 우유배달을 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원래의 주인에게 학대받던 개 파트라슈를 구조하여 새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나중에는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자리보존하게 되어, 어린 네로가 파트라슈와 함께 우유수레를 끌며 근근히 생계를 잇게 된다.

  그런데 네로는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서,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하고 물감이나 그 밖의 화구를 살 돈도 없다.  그래서 우유배달을 하는 틈틈이 선생도 없이 혼자서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운다.


  이렇게 가난한 화가 지망생 네로에게 큰 동경을 일으키는 그림이 하나 있으니, 바로 루벤스의 그림이다. 

  네로가 사는 지방의 성당에는 루벤스가 그린 유명한 그림이 걸려있는데, 돈을 지불하는 사람만 관람할 수 있다.  그러니 네로의 처지로는 감히 그림을 볼 엄두도 내지 못 한다.  잔인하게도,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일이 닿을 수 없는 꿈이기에 오히려 더욱 절실한 꿈이 된다.   

 

  끝부분에서 이런저런 불행이 겹쳐서 극한 상황에 처한 네로는, 결국 애견 파트라슈와 함께 비극적인 최후(동사 + 아사)를 맞게 된다.

  그런데 네로가 죽은 곳이 루벤스의 그림이 걸린 성당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네로가 굳이 성당으로 간 이유는, 마침 그 날 루벤스의 그림을 특별히 무료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즉, 죽기 전에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꿈만은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밤 늦게야 성당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미 공개시간도 끝나버렸고 성당 안의 불도 다 꺼져서 그림을 볼 수 없었다.  마지막 소망조차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던 차에, 기적처럼 달빛이 성당 창문을 통해 들어와 루벤스의 그림을 비춘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그림을 본 네로는, 파트라슈를 끌어안은 채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신에게 감사인사를 부르짖으며 죽는다. (이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슬픔. ㅠ.ㅠ) 

 

 

네로가 간절히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유감스럽게도 이번 전시회에는 없는 작품임.)

 

 

  이번 전시회에 간 목적의 80% 이상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를 보기 위함이었다.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보게 되었던 그림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에 이 그림은 없었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이 모두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소장 작품이라는데, 이 그림이 그 박물관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박물관에 있기는 있는데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전시회에 나오지 못 한 것인지...  생각하면 할수록 아쉽다.   

 

 

만화영화 '플란더스의 개' 마지막회 중 한 장면.

마침내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를 보게 된 네로와 파트라슈.

 

 

  위의 이미지는 다음넷 영화란의 '플란다스의 개' 항목에 나와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회를 눈물 쏟아가며 본 기억이 생생하건만, 정작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위의 이미지를 본 기억은 전혀 없다.  저 이미지를 보고서야 '아, 저런 장면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어떤 장면을 보고 눈이 그렇게 울었던 것이냐...! ㅠ.ㅠ)

 

 

루벤스의 '애도'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작품.)

 

 

  루벤스의 또 다른 작품인 '애도' 는 이번 전시회에 있다.

  구글에서 루벤스의 그림을 찾아 보니 '십자가에 올라가는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애도' 그렇게 세 작품이 연작을 이루는 모양이다. 

  위의 작은 이미지만 보면 알 수 없지만, 이 그림을 실물로 보면 무척 생생하다.  특히, 빨간옷을 입은 남자와 오른쪽 끝에서 하늘을 보는 여자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마치 그림 위에 유리나 수정 같은 물질을 붙여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입체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이 그림이 훌륭한 건 훌륭한 거고....  개인적으로는 이 '애도' 보다 '플란다스의 개' 에 나오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가 전시회에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 아쉬워라~~ ㅠ.ㅠ)

 

 

 

  ◎ 루벤스의 다른 작품

 

루벤스의 '사랑의 정원'

 

 

  놀랍게도 이 작품은 판화(!)다.

  나도 친구도 처음에는 연필이나 펜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가, 판화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 판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굵고 거친 필선으로 된 그림인데, 이 그림은 가는 필선으로 정밀하게 그렸다.

 

  그런데 루벤스는 판화에 자기 이름을 새겨서, 그 판화로 찍은 그림마다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자기 그림 한쪽 구석에 서명을 하거나, 자기가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자기 이름이나 소속사의 명칭을 워터마크를 박아넣는 것은, 저작권을 명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매우 흔히 쓰이는 방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루벤스가 살던 시대에는 예술가들이 저작권 쪽에 무지한 편이라,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팔고도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긴 현대에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함.  예를 들면 구름빵 사건이라든지...)  하지만 루벤스는 우리가 예술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즉, 예술적 재능은 넘치지만 현실적인 방면으로는 무지하고 무능한...)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작품을 의뢰받을 때마다 근무시간, 작품활동에 드는 비용, 완성된 작품의 저작권에 대해 까다롭고 확실하게 따져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부를 쌓고 죽는 날까지 편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루벤스와 얀 라스 2세 공방의 '릭토르를 보내는 데키우스 무스'

 

 

  이 전시회에서 본 작품이 전부 다 그렇지만, 이 작품도 이런 작은 이미지로 보는 것과 실물을 보는 것 사이의 괴리감이 엄청나다.

  실물의 크기는 가로, 세로 전부 사람의 키에 맞먹을 정도다.  더구나 종이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태피스트리 위에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서 더욱 대단하다.  규모도 큰데다가 다양한 사람과 사물이 들어찬 작품이라 그냥 그림으로 그리더라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씨줄과 날줄로 엮어 짜낸 직물로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까...   더구나 그 시대는 기계로 천을 만들던 시절이 아니었다...!

 

 

 

  ◎ 다른 화가들의 작품

 

  이 전시회의 이름이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이니, 루벤스 이외의 다른 화가들 작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시회에 나온 작품 중 대충 절반 정도가 루벤스의 것이고, 나머지 절반이 다른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었던 듯하다.  모두 루벤스가 활약한 바로크 시기, 혹은 바로 그 전 시대인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들이다. 

 

 

무리요(Bartolome Esteban Murillo)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왼쪽은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이고, 오른쪽은 이번 전시회에 나오지 않은 같은 제목의 작품임.)

 

 

  위의 이미지 중 왼쪽 그림이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이다.

  스페인 출신의 화가 무리요가 그린 그림인데, 이 화가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virgin and child)' 란 제목의 그림을 여러 개 남겼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등장인물의 포즈와 옷만 조금 다를 뿐, 같은 제목으로 젊은 어머니와 아기를 함께 그린 작품이 여러 개 뜬다.  이번 전시회에 나오지 않은 오른쪽 그림을 함께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라는 제목의 그림 중 이 두 그림이 유독 비슷해서 헷갈렸기 때문이다. ^^;;

 

  왼쪽 그림의 실물은 정말 굉장하다.

  배경을 어둡게 처리해서 등장인물 뒤편의 사물이 거의 안 보이는데, 등장인물인 두 모자만 밝게 강조하여 그려놓았다.  마치 모자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 강렬한 인상과 함께 신비감까지 든다.  게다가 옷감의 주름은 어찌나 자연스럽고 정교하던지...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흙'.

 

 

  이 그림은 내가 보기에 좋았다기보다는 워낙 특이해서 이 포스트에 올려본다.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느냐, 아니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가까이에서 보면 온갖 동물이 뒤엉켜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보면 사람의 얼굴로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괴기스럽다는 느낌도 주지만, 사람의 눈이 일으키는 착각을 적절히 이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정교하고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회에는 없는 아르침볼도의 다른 작품들을 구글에서 찾아 보니 하나 같이 독특하다.  이 그림처럼 동물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식물이나 과일로 이루어진 그림도 있다.

 

  아르침볼도는 활동 초기에는 그 작품의 독특함 때문에 환영받다가 나중에는 별 관심을 못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르침볼도가 활동한 르네상스 시대에는, 그리스 신화나 성경 속 내용을 소재로 하는 거대하고 웅장한 그림이 유행했다.  그런 시대에 혼자서 비현실적이고 해학적인 그림을 그린 아르침볼도는 매우 특이한 화가라 할 수 있다. 아르침볼도의 작품이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너무 일찍 태어난 천재였던 셈이다.  

 

 

요르단스(Jacob Jordaens)와 프란스 스니데르스(Frans Snyders )의 '바다의 선물'.

 

 

  이 그림도 반드시 실물로 봐야 한다. (하긴 이 블로그에 올린 모든 그림이 다 실물로 봐야 하는 것들임....!)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에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올라간 이미지로만 봤을 때에는 '잔뜩 쌓인 해산물과 그 해산물에 환장(!)해서 달려드는 사람들' 이라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네~~ 저에게 예술적인 안목 따위는 없습니다요... -.-;;)

  그런데 막상 실물을 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전시회장의 한쪽 벽면을 다 채우는 커다란 화폭 안에 온갖 바다 생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 그 하나 하나가 전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왼쪽 하단에 그려진 거북이 두 마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마리는 똑바로, 또 다른 한 마리는 엎어진 채로 있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코르넬리스 더발리외르의 '수집가의 갤러리'.

 

 

  이 그림은 전시회장에 들어가서 제일 처음 봤던 그림인데, 나보다는 함께 간 친구가 홀딱 반해버린 그림이다. 

  르네상스 후기부터 귀족이나 평민 부유층 사이에서, 종교 관련 그림을 수집하는 것이 신앙심 고취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에서, 또한 교양도 높일 겸 해서, 각종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게 유행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두 가지 목적 말고도 재산 증식의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함. ^^;;)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기가 소장한 작품은 물론이고, 소장하지 않은 다른 유명한 작품 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작품까지 합쳐서, 위의 작품처럼 그리는 '갤러리 그림' 이 등장했다고 한다. 

  친구는 커다란 그림 속에 정교하게 그린 작은 그림들이 여러 개 들어가 있다고 감탄했다.  하긴, 커다란 규모의 작품 그 자체를 그려내는 것도 힘든 일이겠지만, 그 안에 또 다른 그림을 섬세하게 여러 개 그려내는 일도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작은 그림이라서 그리기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 총평 

 

  전시회 관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플란더스의 개' 속 그림이 없는 게 아쉽기는 했어도,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줄 수 있는 멋진 전시회였다. (10점 깎은 이유는 전시회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바글거리는 게 싫어서... ^^;;)

 

  특히 나처럼 그림 쪽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전시회라 더욱 좋았다.

  전시회 관람을 끝낸 후 기념품 판매처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구경하다가, 어떤 여자가 우리 옆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게 무슨 전시회인지도 모르고 남자친구가 가자고 해서 따라왔을 뿐인데 막상 와보니 너무 괜찮았다며, 상대방에게도 꼭 한 번 보라고 권하는 내용이었다.  내 친구 역시 내가 가자니까 그냥 따라나섰을 뿐인데, 지금까지 가 본 전시회 중에서 가장 좋았다며 만족해 했다. 

  20세기에 들어서 나온 그림은 추상화 등 형이상학적인 작품이 많아서, 그림에 대해 따로 교양을 쌓지 않은 사람이 즐기기는 힘들다.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피카소의 그림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우리는 분명히 친구가 맞습니다요... -.-;;)  그에 비해서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과 강렬한 색감으로 가득 찬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작품을 모아놓은 이번 전시회는, 일반인이 한결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을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