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각종 행사

2013년 서울 등축제 '한성백제 천년의 꿈'

Lesley 2013. 11. 11. 00:01

 

  지난 10월 마지막 주에 있었던 김해-부산 여행기 중 전편에 해당하는 김해 부분은 끝냈다.

  후편에 해당하는 부산 부분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2013년 서울 등축제' 쪽으로 눈을 돌리고자 한다. ^^

 

 


 

 

  지난 주에 광화문 쪽으로 나갈 일이 있었는데, 이왕 나간 김에 광화문 근처 청계천에서 하고 있는 '2013년 서울 등축제' 를 구경했다.

  몇 년 전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 등축제는, 최근에 진주시와의 갈등으로 매스컴을 탔다.  진주시의 주장에 의하면, 서울의 등축제는 진주 남강의 유등축제의 짝퉁(!)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나 개인적으로는, 관련 기사를 몇 개나 읽어봐도 진주시의 주장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느낌이... -.-;;

  어찌되었거나, 지난 주에 서울시와 진주시가 이 문제를 좋게 해결봤다고 하니 다행이다.

 

 

 

  올해 서울 등축제는 11월 1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주제는 '한성백제 천년의 꿈' 이고, '한성백제 500년', '웅진백제 시대', '사비백제 시대', '화합의 백제시대' 등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 축제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어지간하면 주말을 피해 평일에 가는 것을 권하겠다.  나는 평일에 갔는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구경했다.  일부러 구경나온 시민들에, 원래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해져서, 주최측 안전요원들이 쌀쌀한 날씨에 질서 유지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등축제니 당연한 일이지만, 깜깜해진 뒤에 가야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등을 밝히기는 하는데, 그 때에는 어슴푸레하게 빛이 남아있어서 등불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6시 지나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야 비로소 형형색색의 등이 사람 눈을 즐겁게 해준다.

 


백제 건국을 테마로 한 등 모형.

 

  온조(溫祚), 비류(沸流) 형제 및 그들의 어머니인 소서노(召西奴)가 주인공이다.

  세 모자가 백성들을 이끌고 한강 유역으로 내려와 백제를 건국했다는 설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세 모자 앞에 보이는, 푸른빛으로 빛나는 말을 탄 사람은 온조왕인데, 온조가 백제의 첫 번째 왕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온조왕이 탄 말은 앞발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되어 있음.

(말이 멋지게 앞발을 위로 쳐들었을 때, 찰칵~~ ^^)

 

 

이 쪽은 백제와 복식을 알려주는 등 모형인데, 가장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부분이었음.

 

 

(위) 백제인들이 왜나라 가서 각종 문물을 전해주는 모습.

(아래) 박사 왕인(王仁)이 왜나라에 건너가서 학문을 가르치는 모습.

 

 

백제의 한성 시대를 끝장 낸 개로왕과 도림이 바둑을 즐기는 모습.

(도림은 첩자답게 간사한 느낌 들게 만든... ^^;;)

 

  개로왕(蓋鹵王)은 백제 제21대 왕이며, 한성 백제 시대 마.지.막. 왕이기도 했다.

 

  백제는 이미 그 전부터 한강 유역으로 치고 내려오는 고구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림(道琳)이라는 고구려 승려가 백제로 망명해왔는데, 바둑 솜씨가 뛰어났다.  마침 개로왕이 바둑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왕은 도림과 바둑 두는 일에만 열중하며 국사를 돌보지 않게 되었다. (개로왕이란 임금, 요즘으로 치면 '폐인' 이니 '덕후' 니 하는 말 들을 수준의 바둑광이었던 모양임. -.-;;)  개로왕은 도림을 지나치게 총애한 나머지, 신하들이 반대하는데도 도림의 의견대로 대형 토목공사를 여러 번 일으켰다.  결국, 국고는 텅텅 비고, 백성들이 공사에 장기간 동원되면서 그 불만으로 민심이 이반되는 등, 나라가 엉망이 되었다.

  사실, 도림은 고구려 장수왕(長壽王)이 보낸 첩자였다. 즉, 바둑을 좋아하는 개로왕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바둑 고수를 첩자로 뽑았던 것이다.

 

  이렇게 나라가 혼란해진 상황에서, 475년 고구려군이 백제를 공격하자 개로왕은 잡혔다가 살해당했다.

  그리고 백제는 이 때의 공격으로 한강 유역을 잃고 웅진(熊津 : 현재의 충남 공주시)으로 수도를 옮기게 되었다.

 

 

예전에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나왔던 칠지도(七支刀).

(솔직히, 학창시절에는 저 칼 참 웃기게 생겼다고 비웃었음.  미안하네, 칠지도씨~~ ^^;;)

 

 

(왼쪽) 금동제 관모 모양의 등.

(오른쪽)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제 관장식 모양의 등.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모양의 등.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리동자상.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왼쪽 동자 몸 위로 나뭇잎이 함께 찍혔구만... ^^;;)

 

  무령왕 왕비의 허리 근처에서 유리로 만든 동자상 두 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설명판에는, 부적 역할 하는 물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써놓았다.  그런데, 동자상이고, 또 왕비 시신 옆에서 발견되었다니, 혹시 다산을 상징하는 물건은 아니었을까? ^^

 

 

 

  자, 여기서부터 이 등축제의 주제와 동떨어진, 온갖 종류의 등이 다 튀어나오기 시작~~

 

  이번 등축제는 한성백제를 주요 테마로 해서, 4개의 소주제로 분류된다.

  그 중 앞의 3개의 소주제(한성백제 500년, 웅진백제 시대, 사비백제 시대)는 '백제' 라는 소재로 일맥상통 하는데, 마지막 '화합의 백제시대' 에서 좀 뜬금없는 전시물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것은 대만 관련한 등인데, 경극 배우들 모습인 듯함.

(외국 관련 등으로는 대만 것 말고 필리핀 것도 있음.)

   

  그나마 대만이나 필리핀 같은 외국과 관련된 등은 백제와 연결지을만한 구석이 있다.

  '백제는 바다를 통해 해외와 경제.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국가였으니, 후손인 우리도 그 정신을 이어 외국과의 문물교류에 힘쓰자.' 정도로 말이다. (사실은 이것도 억지로 가져다붙인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 

 

 

그런데 아시안 게임은 왜 갑자기 튀어나왔나...

(백제 시대에도 외국 선수들 모아놓고 아시안 게임 치렀나? -.-;;)

 

 

사극의 단골 주인공인 조선 제6대 왕인 단종(端宗)과 정순왕후(定順王后) 부부.

 

  아시안 게임 홍보용 등이 나온 다음부터는, 이 등축제가 점점 산으로 간다.

  비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저 어린 왕 부부와 백제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것인지...  차라리 단종이 생을 마친 강원도 영월에서 등축제를 벌여 단종 부부가 등장했다면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연 백제 관련한 등축제에 단종 부부가 나온 것은 정말 생뚱맞았다.  

 

 

조선시대 종묘제례악 광경을 재현해놓은 것 역시, 보기에는 좋지만 뜬금없는...

 

 

(위) 음력 2월 초하루에 제주도를 찾아서 해물과 해초의 씨를 뿌려주고 간다는 영등할망.

(아래) 거구의 몸으로 치마폭으로 흙을 날라 제주도와 한라산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삼국시대 제주도가 백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인데...

  백제에 완전히 복속된 상태가 아니라 속국 비슷한 상태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쪽도 이 등축제 주제와는 좀 동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위의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처럼, 외국인 관광객 많이 모이는 자리에 홍보용으로 끼워넣었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뜬금없음의 결정체인 '인제 빙어축제' 관련 등...!

(온갖 색의 물고기 모형을 한 등이 예쁘기는 하지만, 인제 빙어축제와 백제과 무슨 상관이냐고...!)

 

  온갖 색의 물고기 모양을 한 등을 모아놓으니 예쁘기는 하다.

  그런데 강원도 인제의 빙어축제와 백제가 무슨 상관이냐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서울 등축제라서 홍보차 슬그머니 업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해보자면...

  100점 만점에 80점!  20점을 깎은 것은 순전히, 맨 마지막 '화합의 백제시대' 때문이다.  차라리 주제를 따로 잡지 않고 그냥 볼거리로 장식한거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가 백제라고 땅땅 박아놓고는, 주제와 동떨어진 온갖 등이 다 나오는 '화합의 백제시대' 는, 괜히 사족으로 붙였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화합' 이라는 미명 아래, 어중이 떠중이 다 모아놓은... ㅠ.ㅠ) 

  그래도 아기자기 하게 예쁘기는 하니, 서울이나 그 근교에 사는 사람이라면, 또는 저녁 시간에 광화문 근처에 나갈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 들려서 눈을 즐겁게 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