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각종 행사

짤막한 후기 -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 / 이쾌대 전시회 '해방의 대서사'

Lesley 2015. 10. 18. 00:01

 

  ◎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10월 14일부터 시작한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 을 보고 왔다.

  이 특별전은 2007년부터 남한과 북한이 함께 발굴을 시작한 고려 왕궁 만월대에 관한 전시회다.  다만, 뭔가 대단한 물건(예를 들면 우리가 고려 하면 딱 떠올리는 고려청자 같은 것.)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가면 틀림없이 실망한다.  왕궁은 불타버린지 700년이 다 되어가고, 만월대 자리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태다.  게다가 발굴작업이 완료된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이 특별전의 전시품 대부분이 기와(!)다. (네, 전통건물의 지붕에 올리는 기와, 바로 그 기와입니다... -.-;;)

  그래서 학자들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그렇다.  대단한 볼거리보다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삐그덕거리기만 하는 남북이 학술적으로는 이렇게 협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까?     

 

 

특별전이 열린 고궁박물관 앞에는 유독 한복 입은 여학생이 많았음.

(요즘 젊은층 사이에 한복이 유행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

 

 

특별전 기간이 짧은 편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서둘러 가시오~~

 

 

개성에 있는 고려시대 첨성대의 모형.

 

 

  아무래도 첨성대란 것에 대해 내가 잘못 생각했었나 보다.

  그 동안 짧은 깜냥으로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 첨성대에 대해 미심쩍게 생각했다.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5) - 경주 야간시티투어(월지와 동궁, 첨성대, 월정교, 교촌마을)(http://blog.daum.net/jha7791/15791202)

높은 산도 아니고 평지인 경주 한복판에 달랑 9미터짜리 건축물을 만들어놓고 천체관측을 한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첨성대가 천문관측소가 아니라 다른 용도의 건축물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려시대 첨성대는 신라시대 첨성대보다도 훨씬 낮은 2.4미터짜리라고 한다. -.-;;

  고려사에 의하면, 이 첨성대에 이런저런 기구를 설치해서 천체를 관측했다고 한다.  즉, 어차피 기구로 관측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기구가 놓이는 첨성대의 높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현대보다 과학기술이 훨씬 떨어지는 시대라 당연히 높다랗게 첨성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옛날 사람들의 과학기술은 내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

 

 

건물터만 남은 만월대 발굴현장의 모형도.

(전각이 몇 개라도 남아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ㅠ.ㅠ)

 

 

가상현실을 이용한 만월대 발굴현장 체험기계.

출처 : 중앙일보(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1013172109950)

 

 

  이번 특별전은 전시품이 빈약하다는 약점을 최첨단 기계로  땜빵(!)했다.

  전시품 일부를 실물이 아닌 홀로그램(홀로그램 맞나? 하여튼 홀로그램 비슷한 것... -.-;;)으로 보여주더니, 아직 발굴작업이 진행 중인 만월대의 모습을 기계를 통해 가상현실로 체험하게 한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위로 쳐들면 기계가 내 동작에 맞춰 옆이나 위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러니 제대로 볼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근사했을 것이다.  나보다 먼저 저 기계를 썼던 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Great" 를 연발했으니...  

  하지만 나처럼 안경 쓴 사람들에게는 그림 속의 떡일 뿐이다.  저 기계는 안경을 낀 상태에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안경을 벗고 기계를 썼더니, 역시나 만월대가 뿌옇고 흐릿하게 보였다. (아니 요즘 안경 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안경 낀 사람들을 이렇게 배려하지 않는단 말이오...!  안경 낀 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ㅠ.ㅠ) 

 

 

  ◎ 이쾌대 전시회 '해방의 대서사'

 

  고궁박물관을 나서서, 덕수궁에서 하는 이쾌대 작품의 전시회 '해방의 대서사' 를 보러 갔다.

  이쾌대의 작품에 대해서는 몇 년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후기를 올리지 않겠다. 화가 이쾌대 - 군상 Ⅳ, 봄처녀(http://blog.daum.net/jha7791/15790818) 

 

 

덕수궁 미술관에 걸린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이 그려진 대형 플래카드.

 

 

  다만, 이쾌대의 대표작 군상 Ⅳ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겠다.

  몇 년 전 전시회 때에는 이쾌대의 '군상' 시리즈 중 네 번째 것(군상 Ⅳ)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군상Ⅰ, Ⅱ, Ⅲ도 함께 전시해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것은 군상 Ⅳ이었다.  물론, 군상Ⅰ, Ⅱ, Ⅲ도 다양한 포즈를 취한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스케일 큰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히 대단하지만, 군상 Ⅳ만큼 역동적인 느낌은 받지 못 했다.  이 문외한의 눈에는, 군상 Ⅳ가 최종완성품이고 군상Ⅰ, Ⅱ, Ⅲ은 군상 Ⅳ로 가기 위한 연습과정 혹은 통과단계의 작품으로 보였다.

  누군가 나에게 이쾌대의 그림에 대해 묻는다면, 다른 작품은 몰라도 군상 Ⅳ만은 반드시 실물로 보라고 말하고 싶다.  크기 하며 생동감 하며, 책이나 인터넷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꼭 실물로 보시오...! 꼭! 꼭! 꼭!)

 

 

이건 서비스컷~!

(날씨가 좋으니 몇 번이나 본 석조전도 유난히 멋져 보이는... ^^)

 

화가 이쾌대 - 군상 Ⅳ, 봄처녀(http://blog.daum.net/jha7791/157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