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88꿈나무...!
먼저번 1987년 일기를 거쳐서, 드디어 대망(!)의 1988년 일기다.
☞ 그 때 그 시절(1) - 나의 응답하라 1987(http://blog.daum.net/jha7791/15791253)
1988년에 나온 공책에는 올림픽 마크와 호돌이 그림이 떡하니 박혀있는 경우가 많았음.
(아예 공책 이름이 '칸나 호돌이 학습장' 임. ^^)
해가 바뀌어 한 학년 승급했지만 여전히 악필인 나의 글씨... ㅠ.ㅠ
이번에 1988년도 일기장을 보고서야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을 하나 알았다.
바로 내가 세종대왕릉(영릉)에 가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 머리 속에는 그 곳에 다녀왔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니 이번에 일기장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선왕릉 중 서울에 있는 능만 가봤다고 믿으며 살았을 것이다. (영릉은 경기도 여주시에 있음.)
그리고 4학년 때에 이어 5학년 때에도 악필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일기 검사를 한 담임 선생님이 일기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글씨에 정성을 더 해 쓰셔요.' 라는 코멘트를 남겼을까... -.-;; 아무리 어린 시절이었다고는 해도 정말 유별날 정도로 글씨를 못 썼다. 대체적으로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제법 예쁘장하게 글씨를 쓰던데, 내 글씨는 딱 1학년짜리 남자아이 글씨다. ㅠ.ㅠ
오~~ 드디어 1988년 가장 큰 행사였던 88올림픽 개막이다...!
88올림픽 개막식에 관해 쓴 이 날의 일기에는 오류가 있다.
88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는 전부 160개국이고, 그 나라 선수단 모두가 당연히 개막식 때 입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기장에는 마치 40~50개 국가의 선수단만 입장한 것처럼 나와있다. 아마 어린 나로서는 이름도 모르는 온갖 나라가 차례대로 입장하는 게 지겨워진 나머지, TV를 보다가 선수단 입장 중간에 졸기도 하고 한눈을 팔기도 해서 착각을 일으킨 모양이다. ^^;;
그리고 88올림픽 개막식이 있던 날은 임시공휴일이었다.
그래서 아직 토요일 수업이 있던 시절인데도, 토요일10시 30분에 시작한 개막식을 집에서 TV로 볼 수 있었다. 요즘이야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국제행사가 수시로 벌어지니 모두들 국제행사가 열리든지 말든지 시큰둥한 편이지만, 88올림픽 때는 전국이 다 들썩였다. 올림픽 시작 한참 전부터 학교 선생님들도 수업시간에 수시로 올림픽 타령, 신문이나 방송도 허구한 날 올림픽 타령... 그렇게 대단한 올림픽이었기에, 학생이고 직장인이고 모두 집에서 TV로 개막식을 보라고 정부에서 하루 쉬게 해주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외국인에게 보내기 위한 엽서에 그림 그리는 작업도 했다.
요즘 같으면 정부가 어린이들을 대가 없이 동원한다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인데, 그 때는 아무도 그런 문제에 신경쓰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애국심(!)을 부르짖으며 학생들을 독려했고, 우리 학생들도 나름대로 사명감(!)을 불태우며 열심히 엽서에 호돌이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팔이 아프도록 색칠을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드는 의문점 하나... 그 때 우리가 만든 그림엽서는 대체 어떤 외국인에게 보낸 걸까? 올림픽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아니면 외국의 어린이? 혹은 올림픽에 참석하러 온 외국 귀빈들에게 한국 어린이들의 선물이라고 줬을까?
직장인이나 어린 학생이나 연휴를 원하는 마음은 다 같은...
(응? 글씨가 아주 쪼~끔~ 좋아진 것 같은데? ^^)
이 날의 일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니만큼 TV 프로그램 일정을 알려면, 신문에 나오는 그 날의 TV 프로그램 일정이 나오는 면(일명 '프로신문')을 봐야 했다는 사실이다.
한자를 많이 쓰던 그 시절의 신문에서,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페이지가 바로 프로신문이었다. 88올림픽 기간 동안 원래 하던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몽땅 결방되었고, 나로서는 전혀 흥미없는 운동 경기 중계가 프로신문을 가득 채웠다. (열심히 올림픽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올림픽 따위 빨리 끝나버리기를 간절히 기원했다는... ^^;;)
그리고 신문에 한자를 많이 썼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중앙일간지 중에서는 최초로 한겨레신문이 순한글로 기사를 썼던 때가 바로 이 88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다. 지금이야 다른 신문도 모두 제목이나 인명 등에나 한자를 섞어 쓸 뿐,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한자가 없는 신문이란 정말 혁명적(!)인 일이었다. 사람이란 게 습관의 동물이라, 어린 나조차 내내 한자가 잔뜩 섞인 신문만 보다가 가판대에 꽂힌 순한글로 된 한겨레신문을 보면서 '저게 무슨 신문이야?'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거꾸로, 지금은 인터넷 포털에서 80년대 신문을 찾아보면 한자가 하도 많아서 눈이 팽팽 도는 느낌이 드는... ^^;;)
둘째, 1988년의 한글날은 일요일과 겹쳤다는 사실이다.
주5일 근무 및 주5일 수업이 아직 시행되기 전이라, 토요일에는 당연히 회사 또는 학교에 가야 했다. 그러니 한글날이 하루 앞당겨져 토요일이었다면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과 함께 연휴가 되었을텐데, 하필이면 한글날이 일요일이라 안타깝다는 내용이다. ('놀 생각만 하네요' 라는 담임 선생님의 깨알같은 코멘트... ^^;;)
그 때 그 시절(1) - 나의 응답하라 1987(http://blog.daum.net/jha7791/1579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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