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황당한 코원(COWON)의 AS정책

Lesley 2015. 11. 15. 00:01


  지난 달 마지막 주에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을 통해 mp3 플레이어를 새로 구입했다.

  그 동안 코원(COWON)의 iAUDIO9를 썼는데 지금도 그럭저럭 쓸만하기는 하다.  다만, 4년 반 동안 썼더니 가끔 오작동이 생기기도 하고 요즘 들어서 용량이 부족하기도 해서, iAUDIO9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iAUDIO9+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2004년에 mp3 플레이어를 처음 구입한 뒤로 이번에 산 것까지 총 4개를 구입했는데, 전부 코원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처음에 구입한 G3를 꽤 만족스럽게 사용했기 때문에, 그 후에도 계속해서 코원 제품을 구입해서 쓴 것이다.  나와 깊은 인연 맺은 전자제품 -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0802)  11년 동안이나 코원 mp3 플레이어만 이용했고 mp3 플레이어 사려는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했건만, 이번에 코원에게 단단히 뒤통수를 맞았다.  아니, 뒤통수랑 앞통수를 번갈아가며 맞았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iAUDIO9+를 구입하고 일주일 남짓 되었을 뿐인데 전원 버튼이 고장이 났다.

  iAUDIO9+의 전원 버튼은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인데, 어이없게도 그 전원 버튼이 가로로 쪼개져버린 것이다. ㅠ.ㅠ  어지간히 쓰다가 망가진 것도 아니고 겨우 일주일 정도 썼는데 망가져버렸으니, 새 제품으로 교환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원 버튼에 가로로 갈라져 위아래로 쪼개졌음.

(마치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은... -.-;;)



  내 과실이 아니라는 점만 납득시킨다면, 코원에게서 교환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철썩같이 믿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코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품질보증 정책 때문이다.  거기에 따르면 '구입 후 10일 이내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성능.기능상의 하자로 중요한 수리를 요할 때' 혹은 '구입 후 1개월 이내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성능.기능상의 하자로 중요한 수리를 요할 때' 는 교환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구입한 지 겨우 1주일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니, 당연히 교환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코원에 전화를 했더니 나의 과실 여부는 아예 논외로 치고, 절대로 교환해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라는 게 정말로 황당했다.  코원 직원이 말하기를, 홈페이지에 나온 저 품질보증은 '오직 코원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 에만 적용된다고 한다. -0-;;  그런데 나는 옥션을 통해 구입했으니 해당사항 없다는 것이다.

  뭐 이런 멍멍이 같은 경우가 다 있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철수와 영희가 똑같이 삼성 TV를 구입했는데 둘 다 고장이 났을 경우,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구입한 철수에게만 삼성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백화점에서 구입한 영희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해도 상관 없다는 것 아닌가?  차라리 두 사람 모두에게 교환해주지 않고 수리만 해준다면 말이 되지만, 똑같은 회사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인데 어디에서 구입했느냐에 따라 누구는 교환해주고 누구는 교환해주지 않는다는 건 도대체 어떤 경우냐? 

  그리고 하자 있는 물건 만든 건 분명히 제조업체인데 무조건 판매업체와 해결하라니...  그러면 앞으로 새우깡에서 쥐머리니 쌀벌레니 하는 게 다시 나온다면, 소비자가 새우깡을 롯데제과에서 직접 구입한 게 아니니 제조업체인 롯데제과는 아무런 책임을 안 져도 되고, 판매업체인 편의점만 독박 쓰면 되겠구만... -.-;;

 

  더 황당한 것은, 품질보증 정책을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코원에서 직접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만 적용된다는 구절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판매업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품질보증 정책이야 당연히 판매에 대한 품질보증이다.  하지만 제조업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품질보증 정책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 제품 자체에 대한 품질보증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판매에 대한 품질보증 정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백 번을 양보해서 우리나라 법이 허술한 나머지 정말로 소비자를 차별하는 품질보증 정책이 허용된다 치더라도, 홈페이지에 나온 품질보증 정책이 다른 판매자 통해 물건 구입한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저 코원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내용이니 당연히 코원에서 직접 구입한 고객에게만 적용된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나가면, 나처럼 다른 판매자 통해 구입한 사람은 AS센터조차 갈 수 없다는 뜻이 된다. -.-;;  왜냐하면 AS센터에 관한 사항도 저 홈페이지에 나와있으니, 오직 코원에게 직접 구입한 사람에게만 해당될테니 말이다.


  계속 따졌더니, 고객님(...이라고 쓰고 호갱님이라고 읽으면 됨. -.-;;)이 정 그러시다면 소비자보호원 같은 곳을 통해 해결하시는 수 밖에 없단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말의 내용은 '어디 해볼테면 해 봐~~' 식의 불손함으로 가득차 있는데, 말투는 꽤나 공손해서 더 짜증이 났다. (여보쇼, 지금 가뜩이나 열받은 고객 약 올리는 거요? -.-;;)  이전에도 잘못을 저지르고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 업체와 3개월이나 싸워서 손해배상 받은 적이 있다고 '소싯적 공적'(?)을 내세워 봤지만, 코원 직원은 바위처럼 요지부동이었다. (차라리 진짜 바위라면 쇠망치로 마구 때려줄 수나 있지...!) 


  법적인 조치 취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기는 했는데,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 ㅠ.ㅠ

  몇 년 전에도 인터넷 업체와 3개월이나 실갱이를 벌이며, 정보통신부에 민원 넣고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찾아가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출석하는 등 난리 부르스를 겪었다.  상대가 하도 뻔뻔스럽게 나오는 통에 약이 바짝 올라 끝까지 싸워 이기기는 했지만, 온몸에서 진이 다 빠져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친구들은 그저 내가 이겨서 받아낸 결과물(정신적 위자료 30만원 + 1년간 인터넷 요금 무료)만 보고 "왜 우리집 인터넷 업체는 불법행위를 안 저지르는 걸까?  그 사람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러야 너처럼 따져서 돈도 받고 인터넷도 공짜로 쓸텐데..." 라며 부러워 했다. -.-;;  내가 3개월 동안 그 일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받은 스트레스는 생각 안 하고 말이다.  

  그 때 알았다, 어째서 부당한 일을 겪은 소비자들이 끝까지 싸워 사과와 보상을 받지 않고 욕이나 한 바가지 퍼붓고서 포기해버리는지 말이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또 끝에서는 이기더라도 그 때까지 겪게 되는 마음 고생이나 들여야 하는 시간도 만만찮고 신경써야 할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쨌거나 법적 조치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긴 했는데...

  아무런 조치 안 취하고 가만히 있으면, 코원 쪽에서는 '그럼 그렇지.  자기가 하긴 뭘 한다고...' 하며 고객 알기를 더 우습게 알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다시 요리조리 잔머리 굴리는 기업과 싸우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고...  아, 짜증나~~ ㅠ.ㅠ




※ 덧붙임 - 1


  어찌어찌 해서 판매업체와는 이야기가 잘 되었다.

  AS센터에서 불량확인서(소비자 과실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불량임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아오는 조건으로 교환받기로 했다.  사실은 이것도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분명히 나의 잘못이 아닌데, 왜 내 돈과 내 시간을 쓰며 AS센터에 가서 제품 불량을 확인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그래도 아예 교환 못 해주겠다고 버티는 코원에 비하면 판매자는 양반이란 생각이 들어, 순순히 그러겠다고 하고 코원 AS를 맡고 있는 동부대우일렉트로닉스 AS센터를 찾아갔다.  AS센터에서 소비자 과실로 몰아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수리기사님이 iAUDIO9+를 잠시 살펴보시더니, 노브인지 노부인지 하는 부품이 불량이었다며 불량확인서를 작성해주셨다.


  그런데 여기에서 아이러니한 일이 있었으니...

  정작 이 상황에 책임있는 코원은 배째라 식으로 나오고 있건만, 아무 잘못 없는 기사님은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정중히 사과하셨다.  내가 당황하고 민망해서 쩔쩔맸을 정도로 매우 정중히 말이다.

  더 웃긴 건 동부대우일렉트로닉스 AS센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AS센터는 코원 직영이 아니라 위탁업체다.  다시 말해서, 기사님은 자기 회사도 아닌 곳에서 만든 물건 때문에 고개 숙여 사과를 하신 거다.  일 저지르는 이 따로 있고 사과하는 이 따로 있고, 도대체 이게 뭔지... -.-;;




※ 덧붙임 - 2


  고장난 iAUDIO9+를 택배로 보내고서 며칠 후에 새 제품이 왔는데, 쉴드 케이스도 함께 왔다.

  원래 iAUDIO9+를 사면 쉴드 케이스 하나를 무료로 주는데, 교환해주면서 그것까지 또 하나 챙겨줄 줄은 몰랐다.  판매자가 이렇게 세심히 신경써주는 것을 보니 감동했다. ㅠ.ㅠ  며칠 간의 짜증이 절반은 사라졌다.  


  그리고 고장난 iAUDIO9+에 붙여놓은 액정보호필름을 다시 떼어내서 재활용 할 수는 없으니, 어쩌나 했는데...

  혹시나 해서 잡동사니를 담아놓는 박스를 뒤졌다가, iAUDIO9+ 사기 전에 썼던 iAUDIO9의 액정보호필름을 찾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혹시나 해서 여분으로 한 장 더 사놓았던 모양이다.  iAUDIO9나 iAUDIO9+나 생긴 것도 거의 비슷하고 크기도 얼추 같아 보여서, 그 액정보호필름을 iAUDIO9+에 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해도 미묘하게 다른가 보다.  액정보호필름이 iAUDIO9+의 액정보다 미묘하게 커서, 오른쪽에도 아래쪽에도 커다랗게 들뜬 상태로 붙었다. ㅠ.ㅠ

 

  아, 몰라...

  이제와서 새 액정보호필름을 살 생각은 없다.  더 이상 iAUDIO9+ 문제로 돈도 쓰기 싫고 신경 쓰기도 싫다.  보기 싫으면 보기 싫은대로 그냥 쓰련다.  자꾸 쳐다보면 익숙해져서 괜찮겠지... -.-;;  



나와 깊은 인연 맺은 전자제품 -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