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잡담 - 층간소음 / 전기차 공동이용(나눔카) / 명문대 체험 프로그램

Lesley 2015. 7. 9. 00:01

   

  ◎ 층간소음,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요 몇 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상사가 종종 보도되었다.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간에 목소리 높이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것 정도는 약과다.  아예 칼부림이 나서 어느 한 쪽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으니, 참...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이 났다는 인터넷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사람들 반응이 '어떻게 겨우 그 정도로 사람을 죽이냐?' 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을 죽인 건 잘못이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나도 층간소음 겪어봤는데 미쳐버릴 것 같더라.' 식의 댓글이 대부분이라 깜짝 놀랐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층간소음으로 고생해봤고 그 심각성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두 달 쯤 전이던가, 우리 윗집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가고 다른 식구가 이사왔다.

  아파트에서 생활한지 10년이 넘어서, 그 동안 층간소음을 종종 겪어보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소음에 예민한 편도 아니고, 또 아파트에서 살려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이기도 해서, 어지간하면 그냥 넘기며 지냈는데...

  이번에 이사온 집은 좀 유별나다.  아무리 한창 말 안들을 나이의 남자아이가 둘이나 있다고 해도 그렇지, 나처럼 소음에 무딘 사람조차 때때로 짜증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른 집은 애들이 뛰더라도 어른들이 곧 주의를 주기 때문에 잠시 후면 조용해진다.  그런데 이 집은 부모가 애들을 거의 통제를 안 하는 듯하다.  아이들이 한 번 뛰었다 하면 30분은 기본이고, 그냥 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인디언처럼 '와아아~~ ' 하고 외치기까지 한다. -0-;;  게다가 새벽 1시도 넘은 야밤에 뛰어다녀서, 나처럼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이 깬 적도 있다.  

 

  어느 날, 엄마도 더 못 참고 한 마디 해야겠다며 윗집으로 가셨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누구냐고 묻기에 아랫집이라고 했더니, 애들 할머니가 문을 다 열기도 전에 "아이고~ 죄송합니다~" 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하시더란다. -.-;;  아마 전에 살던 곳에서도 아래층에서 여러 번 항의를 받아서, 아랫집에서 왔다고 하니까 으레 시끄러워서 찾아왔겠거니 하셨나 보다.

 

  내일 모레면 80이라는 할머니가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시는데, 거기에 대고 어떻게 화를 내겠나...

  마음 약한 우리 엄마, 소음 문제에 대해 확실히 못을 박기는커녕 할머니와 커피 한 잔 나누며 할머니의 신세한탄(맞벌이 하는 아들 부부 대신 손자들을 봐주는데, 매를 들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애들이 말을 안 들어서 너무 힘들다는 사연. ^^;;)만 듣다가 오셨다.

  할머니의 한탄 끝에 엄마가 반농담으로 "너희들 자꾸 할머니 말씀 안 듣고 뛰어다니면, 아줌마가 우리집에 잡아간다!" 라고 하셨다 한다.  아, 그랬더니 요 녀석들 보소~~~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는 큰 녀석과 이제 유치원 다닌다는 작은 녀석이 서로 상대방을 가리키며 "난 안 뛰었고 형(동생)이 뛰었으니까 형(동생)만 잡아가세요." 라고 외치더란다. -.-;;

 

  윗집에 사는 녀석들아, 안 뛰어다니면 안 잡아먹지~~~! ㅠ.ㅠ

  너희 나이 때에는 어른처럼 얌전히 지낼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그래도 너희들처럼 심하게 뛰는 애들은 내 평생에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뛰고 싶으면 아파트 놀이터 나가서 뛰면 안 되겠니...  지난 봄에 놀이터 새단장해놓았던데, 거기 가서 놀이기구 타면서 놀면 더 재미있지 않겠니...  이러다가 아래층 사는 내가 한밤중에 쇠망치 가져다가 천정에 대고 쾅쾅 두드리는 수가 있단 말이야...!

 

 

 

  ◎ 서울시의 전기차 공동이용(나눔카 서비스)

 

  6월 중순 혹은 하순의 어느 토요일,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낯선 풍경을 봤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빨간색으로 칠해서 귀엽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공중전화 부스 두 개가 있다.  물론 너도 나도 휴대폰 들고다니는 시대다 보니, 그 공중전화 부스는 기능상의 역할은 못 하고 있다.  그저 아파트 단지의 인테리어 소품 같은 역할만 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공중전화 부스 뒤편에 자판기 비슷한 기계가 서있었다.  전에는 못 봤던 물건인데, 그 날 처음 생긴 건지 아니면 그 동안 내가 무심히 지나쳐서 못 봤던 건지...

 

 

아니, 요것이 무엇이다냐?

 

 

빨간색 원 안에 보이는 것이 전기충전 케이블 주둥이(?)

 

 

  무슨 자동판매기 혹은 요즘 지하철에도 우리 아파트에도 있는 심장 제세동기인가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아니다.

  기계에서 나온 자동차 주유기 호스 비슷한 게 자동차 앞부분에 연결되어 있다. (자동차 입? ^^)  인터넷 기사로만 봤던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였다.  처음 보는 전기차라 신기해서 요리조리 뜯어봤더니(너무 열심히 쳐다봤는지, 지나가던 할아버지에게 수상쩍다는 시선을 받았음. ^^;;) '나눔카' 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아하, 전기차의 정체가 바로 이거였군...!

 

 

  폰카로 사진 몇 장 찍고 가던 길 갔는데, 아파트 1층 게시판에 그 전기차에 관한 안내포스터(바로 위의 사진)가 보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나눔카' 라는 게 서울시에서 하는 자동차 공동이용 사업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항상 필요하지는 않아서 구입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끔은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이 서비스가 일반 렌트카 사업과 다른 건, 보통의 자동차가 아닌 친환경적인 전기차를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새삼스레 세상이 엄청나게 빨리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삐삐, 일반 휴대폰, 스마트폰 등이 상용화 될 때마다 '내가 사는 시대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변화가 빠른 시대구나.' 하는 다소 오버스러운(?) 생각을 했다.  그런데 뭔가가 나오다, 나오다, 이제는 전기차까지 나왔다!  이 세상 모든 정유업체가 외치는 "안돼~~!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소리가 귓가에 환청으로 울려퍼지면서(^^;;), 감탄스럽기도 하고 좀 아연한 느낌도 들었다.  

 

 

강아지 두 마리가 엄마개한테 바싹 붙어앉아 젖을 먹는 것 같은 모양새랄까? ^^

 

 

  다음날 지나가다 다시 보니니, 전날과는 달리 두 대가 나란히 서서 식사(?)를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기충전기가 두 대인 걸로 보아 전기차도 원래 두 대인 모양이다.  다만, 전날에는 누군가 한 대를 대여해서 끌고나갔었나 보다.

  정말로 누군가 이 차를 대여해서 운전하다니 신기하다.  나야 운전면허가 없어서 대여할래야 할 수도 없지만, 운전면허가 있어도 선뜻 대여하지 못 할 것 같다.  전기차의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뜻이 아니라, 일반 렌트카라면 중간에 연료가 부족해지면 아무 주유소나 가서 연료를 넣으면 되지만, 전기차가 도로 한복판에서 연료가 부족해지면 어쩌나... -.-;;  애초에 연료와 운행거리를 계산해서 그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면 괜찮겠지만, 외출했다가 불가피한 다른 볼일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걱정도 팔자식으로 터무니없는 걱정하는 건가요? ^^;;) 

 

  하여튼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것 같다.

  일단 전기차는 매연이 안 나오니, 전기차가 보급된다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자동차 한 대를 여러 사람이 필요한 때 돌려쓴다면, 서울시내의 심각한 주차난 해소에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만 쓸 자동차를 구입하겠다고 돈을 쓰지 않아도 되니, 요즘처럼 경제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참 좋은 일이다.  이왕 시작한 서울시의 나눔카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상대로 한 명문대 체험 프로그램

 

  얼마 전에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집더하기에 갔다가,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화장실 안에 붙은 문화교실 프로그램 안내문을 보니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워크북과 수료증도 준다고 함.

(도대체 저런 데에서 받은 워크북과 수료증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중국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북경대와 청화대가 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닌 방문객의 숫자를 하루에 얼마로 제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유인즉슨, 너무 많은 외부인이 캠퍼스를 들락거리다 보니 분위기가 어수선해져서 학생들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면학 분위기 흐릴 정도로 많은 외부인이 두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느냐 하면...  대입경쟁이 우리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는 않은 중국이다 보니, 자식에게 명문대 입학의 포부(!)를 품게 해주려는 목적에서, 부모들이 애들을 데리고 두 대학을 간다는 것이다. -.-;;

  두 대학이 위치한 북경에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아이를 끌고 온다고 한다.  장차 자식이 명문대에 입학했으면 하는 열망으로 자식을 두 대학에 데려가 캠퍼스도 둘러보고, 문이나 도서관 앞에서 기념촬영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진은 액자에 담아 아이 책상 위에 놓아준다고 한다. (무섭다... ㅠ.ㅠ)

 

  그 기사를 읽으면서, 유별나다는 우리나라 입시열기가 그나마 중국보다는 양호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저 안내문을 보고 나니, 우리 상황이 중국보다는 좀 낫다는 생각이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중국 부모처럼 명문대에 아이를 개인적으로 데려가는 것도 아니고(물론 그것도 정상적인 일 같지는 않지만... -.-;;), 아예 문화교실에서 명문대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것까지 만드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문화교실이라는 건 말 그대로 문화에 관련된 무언가를 배우는 곳인데, 명문대 체험도 문화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고맙수, 집더하기 양반.  몰랐던 사실 하나 깨닫게 해줘서... -.-;;)

  역시 세상은 요지경이다!  내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일이 참 많이도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