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메르스 소동 / 폰카로 찍은 메르스의 기운(?)

Lesley 2015. 6. 5. 00:01

 

  요즘 메르스 때문에 온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전부터 해외뉴스를 통해 메르스란 이름을 접하기는 했지만, 별나라 달나라 일처럼 우리나라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로만 생각했다.  머나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유행이라고 하고, 또 처음 발생한지 몇 년이나 지났건만 중동 이외의 지역으로는 딱히 번지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비중동 국가 환자는 전부 한 자리 숫자였는데 우리나라가 그 기록을 깼음...! ㅠ.ㅠ)

  그런데 이름조차 생소한 그 병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줄이야...  그것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몇몇 비중동 국가처럼 몇 명 발생한 것도 아니고, 벌써 수십 명이다.  환자 숫자로 벌써 전세계 3위고(올림픽도 아니고 월드컵도 아니고 뭐 이런 걸 세계 3위씩이나... -.-;;), 앞으로 환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국내에 없던 병이 도는 것만으로도 심란한데, 병 자체보다 오히려 정부의 자세가 더 심란하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네, 3차 감염은 없을 것이네 등의 태평한 소리나 하며 별 것 아니라는 식의 발표를 했다.  전염병에 대해 문외한인 나조차 '국내에 없던 병이고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다면서, 저런 속편한 소리나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월호 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큰일이 터졌는데 도대체가 긴장감이 없고 나사가 빠진 것 같은 태도만 보였다.

  그러다가 환자가 갑자기 늘어나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감염 예방책이란 것을 내놓았는데...  그 감염 예방책이라는 게, 낙타와 접촉하지 말고 낙타 고기도 먹지 말라는 거다. (이런, 낙타만도 못 한 것들 같으니라고...! -.-;;)

 

  정부가 그 모양이면 국민들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일부 환자와 감염의심자들의 행동을 보면 기가 막히다.

  자기 가족이 두 명이나 병에 걸렸고 스스로도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의심하면서도, 해외로 출장을 가지를 않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듯하니 자택격리에 들어가라고 했더니만, 답답하다고 먼 지방까지 가서 골프를 치지를 않나...  자신들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수백 명이 감염되고 인명피해 줄줄이 나야만 정신 차리려나 보다.  어려서 뭘 잘못 먹고 커서 그런 황당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건지, 정말로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메르스(MERS)라는 이름이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라고 한다.

  그 동안 환자가 두 자리수로 발생한 국가는 전부 중동 국가다 보니, 이렇게 이름을 지은 거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이 이런 식으로 정신줄 놓는 짓을 계속 하다가는, 조만간 병 이름이 '중동-한국 호흡기증후군' 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

 

 

 

  며칠 전 저녁에 걷기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근사한 장면을 폰카로 찍었다.

  작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과 그 주변으로 운동을 나갔는데, 항상 같은 곳만 가려니 좀 지루해서 요즘은 예전처럼 중랑천 쪽으로도 나가곤 한다.  중랑천에서 석계역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무심코 하늘을 봤는데, 어둑어둑해진 하늘 아랫부분이 저녁노을로 불타오르는 장면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저질(!) 폰카를 믿을 수가 없어서 10장도 넘게 찍어서 괜찮은 것을 한 장 건졌다.

  환상적(?)인 광경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그 자리에서 친구에게 카톡을 통해 보냈다.  "이거 내가 막 찍은 거다. 어때?" 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친구가 보낸 답장인즉슨 "메르스의 기운이 너희 동네를 덮치는 것 같아." 다. -0-;;

 

 

저 붉은 기운은 진정, 우리 동네를 덮치는 메르스의 기운인가요...! ㅠ.ㅠ

 

 

 

 

  ※ 아래 부분은 6월 4일 밤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브리핑을 하는 것을 본 후 덧붙였음.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4일 메르스 환자로 판정이 났는데, 감염된 상태에서 1,500명(!) 넘는 인원이 참석하는 모임에 다녀왔다고 한다.

  게다가 직업이 의사이다 보니, 그 1,500명 말고도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접했을 게 뻔하다.  인구 밀도 높은 서울이라 몇 명만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쉽게 병이 퍼질텐데, 이제는 3차 감염을 넘어서 4차 감염과 5차 감염도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이 상황에서 더 어처구니 없는 건, 보건복지부가 그 의사에 관한 정보를 서울시에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6월 3일 오후에 서울시 공무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한 회의에 참석한 후에야, 이미 6월 1일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그 의사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낙타만도 못 한 보건복지부야, 제발 지금부터라도 정신 좀 차려...! ㅠ.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하면 발생했지, 조만간 병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환자가 몇 명 발생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던 단계는 이미 지나버렸고, 감염된 의사가 인구 밀도 높은 서울에서 며칠 간 돌아다녔으니 환자가 줄줄이 나올 일만 남은 듯하다.  그저, 환자는 더 나오더라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