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자급수자격시험(한자검정시험) / 대한검정회 2급

Lesley 2016. 2. 29. 00:01


  지난 1월에 대한검정회의 한자급수자격시험(2급)을 치렀다.

  지난 주에 결과발표를 보니 다행히 합격했다. (비록 내가 목표했던 점수보다 낮은 점수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신선한(?) 경험이었기에 이렇게 포스팅해본다. 



합격발표 당일(!)에 도착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자격증.




  1. 한자검정시험 종류


  이번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안 사실인데, 놀랍게도 한자검정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이 한 곳이 아니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발부해주는 기관만 9군데(!)나 되고, 그 외에 민간 자격증을 발부해 주는 기관도 두어 군데는 된다.  그렇다면 주관기관은 다르더라도 시험 형식이나 각 급수별 한자의 개수는 같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자검정시험을 주관하는 기관 모두가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중이다. -.-;; 


  한자검정시험을 볼 예정지만 이 시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음 링크를 통해 들어가 정독해보기 바란다. 

  ☞ 나무위키의 '한자검정시험' 항목(https://namu.wiki/w/%ED%95%9C%EC%9E%90%EA%B2%80%EC%A0%95%EC%8B%9C%ED%97%98각 주관기관 별 출제 경향 차이를 잘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어떤 기관의 시험을 선택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험공부하는 요령(?)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링크에 나오는 긴 설명을 읽기 귀찮아 할 사람을 위해 이 자리에서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만, 국가 공인 자격증을 발부하는 9개의 주관기관 중에서 응시자가 가장 많은 3개 기관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

 

  한국어문회 -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


  - 문제 형식 : 객관식 문제 비율이 가장 낮아서 80~90%가 주관식 문제다.  

  - 출제 경향 : 국문학을 위한 한자 학습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자 발음의 장음과 단음을 따지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  또한 약자 문제에 한국에서만 쓰는 약자, 일본 신자체에서 유래한 약자, 대만에서만 쓰는 글자가 뒤섞여 나온다고 한다. 

  - 난이도 : 대부분이 주관식 문제인데다가 현대의 한국인 대부분이 구별 못 하는 장.단음을 묻기 때문에, 당연히 이 시험이 난이도가 가장 높다.

  - 국가 공인 자격증 : 3급부터 국가 공인 자격증이 인정됨.



   대한검정회 - 한자급수자격검정


  - 문제 형식 : 하위 급수는 전부 객관식 문제고, 5급부터 객관식 문제와 주관식 문제 혼합형이다.  즉, 8급~준5급 시험은 전부 객관식 문제고, 5급~2급 시험은 객관식 문제와 주관식 문제가 절반씩 나오며, 준1급~사범은 객관식 문제는 50개고 주관식 문제는 100개다.  최고 등급인 대사범은 전부 주관식인데, 단답형이 아닌 논술형(!)이라고 한다.

  - 출제경향 : 한문학을 위한 한자 학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한자로 된 시나 산문 등이 출제된다.  장.단음 구별하는 문제나 약자에 관한 문제는 각각 한두 개만 나온다. 

  - 난이도 : 한국어문회 시험보다는 쉽고, 한자교육진흥회보다는 어렵다고 한다. 

  - 국가 공인 자격증 : 준2급부터 국가 공인 자격증이 인정됨.

  

  ③ 한자교육진흥회 - 한자자격검정


  - 문제형식 : 모든 급수에서 객관식 문제와 주관식 문제 혼합형으로 나온다.  7급과 8급은 주관식 문제 비율이 40% 남짓하고, 6급~사범은 주관식 문제 비율이 60~75%다.

  - 출제경향 : 한국어문회나 대한검정회와는 다르게, 장.단음 구별하는 문제나 약자에 관한 문제가 아예 없다고 한다. 

  - 난이도 : 여기에 설명한 세 기관 중 난이도가 가장 쉽다.  그래서 응시자가 가장 많다.

  - 국가 공인 자격증 : 3급부터 국가 공인 자격증이 인정됨.



  이렇게 출제경향이나 출제형식이 중구난방이니,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어떤 시험을 볼지 정해야 한다.


  - 한자 공부를 하면서 국어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사람  →  국문학 위주의 한국어문회 시험

  - 이왕 한자를 공부하는 김에 한문까지 해보고 싶다는 사람,  중국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고전 중국어인 한문도 맛보고 싶은 사람  →  한문학 위주의 대한검정회 시험 

  - 취업 또는 진학을 위한 스펙 쌓기 차원에서 한자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  →  난이도가 가장 낮은 한자교육진흥회 시험 (한자교육진흥회 시험에 대해서, 난이도가 워낙 낮아서 운전면허증 시험 수준이라며 한자 학습자들 사이에서 무시당한다는 말이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음.  그러나 어차피 자격증을 따는 목적은 제각각이니, 한자 자격증을 따는 목적이 '한자 공부' 자체가 아닌 '취업이나 진학을 위한 스펙 쌓기' 인 사람들이 쉬운 시험을 선택하는 것은 절대로 죄가 아님...!  굳이 죄를 따지자면, 몇몇 분야의 사람을 제외하면 필요하지 않는 한자자격증마저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따야 하는 이 스펙 과잉 사회에게 죄가 있는 것임. ← 사회, 네 이 놈, 네가 네 죄를 알렸다~~!)

 



  2. 대한검정회 한자검정시험 2급 교재


  위에 쓴대로 각 기관의 한자시험이 제각각이라 자신이 보려는 시험에 맞는 교재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2급 시험을 본다고 해서, 교재 표지에 2급이라고 써진 것만 보고 덜컥 구입하면 안 된다.  생돈 버리게 되는 건 둘째치고, 기관마다 출제 유형이 많이 다른 탓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도 시험을 망칠 수 있다.  반.드.시. 자신이 선택한 기관 시험에 맞추어 나온 교재를 사야 한다...!  





  내가 본 대한검정회 시험은 어떤 교재를 골라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교재가 위에 나오는 것 한 종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다행히 시험공부하는 데에는 위의 교재만으로 충분하다.

  8절지로 된 약 150페이지짜리 교재인데, 학창시절에 접한 모의고사집처럼 위로 넘기며 보게 되어 있다.  앞부분에는 약 30페이지에 걸쳐 2급에 해당하는 한자 2,000개의 모양, 뜻, 발음이 쭉 나열되어 있다.  중간부분에는 각종 한자어, 유의어, 반의어, 사자성어, 한시, 단문, 산문 등이 나온다.  그리고 끝부분에는 모의고사인 '실전예상문제' 와 '진단평가' 가 나온다. (실전예상문제나 진단평가나 그냥 똑같은 모의고사 같은데 어째서 2개 항목으로 나누어 놓았는지 모르겠음. ^^;;)   




  3. 강추하는 한자교재


  위에 소개한 교재가 '시험용' 으로는 나쁘지 않는데, 솔직히 말해서 지루하다. (하긴 시험용 교재가 지루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것인지도... -.-;;)

  그래서 시험용이 아닌, 순.수.하.게. 한자공부용으로 나온 교재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 란 책은 대학 시절에 서점에 가서 우연히 들쳐봤다가 좋아 보여서 덥썩 구입했다.  문제는...  그렇게 구입만 해놓고 십수 년을 책장에 꽂아놓기만 했다. (분명히 좋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왜 안 읽었을까... -.-;;)

  그러다가 지난 11월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갑자기 빠져들어서, 나중에는 팔자에도 없는 한문시험까지 봤으니... ^^;;  그런데 이 책을 끝까지 보지는 못 했다.  절반 가까이 봤을 때 이왕 한자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아예 한자 시험을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 안 남은 시험일 때문에 저 위에 소개한 시험 교재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왼쪽은 내가 갖고 있는 구판.

오른쪽은 지금 판매 중인 신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약 2,000개의 한자마다 그 모양새를 놓고 '스토리' 를 만들어 설명하고, 한자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편집해 놓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합 합(合)은 사람(人)들이 하나(一) 같이 입(口)을 합하여 말하는 것이다.  그 뒤에 合이 들어가면서 뜻도 통하는 한자들이 꼬리를 잇는다.  즉, 주울 습(拾)은 두 손(扌)을 합(合)하여 물건을 줍는다는 것이고, 흡사할 흡(恰)은 마음(忄)을 합하는(合) 흡사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것이며, 줄 급(給)은 실(糸)을 합하여(合) 길게 잇는 것처럼 물건을 계속해서 준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간혹, 너무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놓아서 한자 암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찔 증(蒸)을 풀(艹) 하나(一)씩 넣고 물(水) 한(一) 바가지 넣어 불(灬)을 때서 찐다 라고 설명한 게 그런 경우다. (이렇게 억지스러운 스토리로 외우느니, 차라리 그냥 무식하게 20~30번씩 쓰면서 머리 속에 구겨넣겠음. -.-;;)

  이런 때는 독자가 알아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면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자에 스토리가 붙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기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붙이는 능력(?)도 생긴다.  위에 나온 찔 증(蒸)을 예로 들자면...  정승(丞)이 정치를 너무 못 해서 열받은 백성들이 정승 몸 위에 풀(艹)을 덮고 불(灬)을 질러 쪄죽였다(!)고, 내 마음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외웠다. (너무 잔인한가요? ^^;;)  

  

  먼저 이 책으로 개별 한자를 익히고나서, 그 다음에 저 위에 소개한 시험용 교재로 최종점검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혹은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시험용 교재를 보기 전에 한자를 좀 더 흥미롭게 익힐 수 있는 다른 책을 먼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시험용 교재는 한자의 음과 뜻을 단순히 나열해 놓기만 해서, 처음부터 시험용 교재를 보면 지루해서 포기할 수 있다. 




  4. 대한검정회 한자검정시험 2급 후기

 

  시험장 분위기는 다른 시험에 비해 어수선한 편이다. (성격 예민한 수험생 같으면 신경질 나서 시험 못 볼 듯... ^^;;)


  우선 어르신 수험생들...

  한자라는 게 노인 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노년에 심심파적 삼아 한자를 공부하시는 건지, 어르신 수험생이 여러 분 계셨다.  그런데 아무래도 연세가 있다 보니 OMR 카드 작성법을 잘 모르셔서 시험 중에 계속해서 감독관에게 질문을 하셨다.  그런가 하면 시험 전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서, 이 교실 저 교실 번갈아가며 들어가서 큰 소리로 자신의 자리 어디냐고 묻는 분도 계셨고... ^^;; 


  그나마 노인은 노인이어서 잘 몰라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젊은 수험생들까지 뭔가 엉성했다.

  분명히 대한검정회 홈페이지에도, 출력한 수험표에도, 답안지 잘못 썼을 때를 대비해서 수정테이프를 가져오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도 안 가져온 사람이 여러 명이라서, 시험 중간에 이 사람 저 사람 번갈아 가며 시험 감독관을 불러 수정테이프를 빌려달라고 했다. (군인으로 치면 총 없이 전쟁터 나간 격...) 


  거기에 시험 감독관까지 어리버리... (총체적인 난국이로세. ㅠ.ㅠ)

  이 시험은 특이하게도 OMR카드를 검은색 볼펜으로 칠하게 한다.  다른 시험은 컴퓨터용 싸인펜 또는 연필로 칠하게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 교실에 들어온 시험 감독관은 수험생들에게 컴퓨터용 싸인펜 외의 다른 필기구로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검은색 볼펜만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무척 당황해하며 복도에 있던 다른 감독관에게 그 사실을 확인했다. (원래 시험 전에 감독관들 모아 놓고 시험 규칙 같은 것 알려주지 않나... -.-;;)

  그런가 하면 시험 전에 휴대폰 끄라는 말도, 보던 교재 치우라는 말도, 가방을 내려놓거나 앞에 내놓으라는 말도 전혀 없었다.  시험 시작이라는 말조차 안 해줘서, 시험 시작 시간이 되자 수험생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알.아.서. 책상 위의 소지품 치우고서 시험을 시작했다.  수험생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하려는 깊은 뜻이 있는 건지 어떤 건지... ^^;;




  5. 대한검정회 시험을 위한 팁


  공부와 시험은 다르다.

  공부를 하는 데에는 원래 왕도가 없는 법이다.  그저 성실하고 꾸준히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공부와 시험은 또 다르다.  흔히 팁이라고 하는 요령을 미리 알면 자신의 원래 실력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대한검정회 2급 시험을 볼 사람들을 위해서 팁을 몇 개 써보겠다.


  첫째, 대한검정회 2급 시험에 나오는 한자는 모두 2,000개지만, 그 중에서 '한자 쓰기' 문제에 나오는 한자는 2급 신출 한자 500개다.

  다시 말해서 쓰는 법까지 익혀야 하는 한자는 500개고, 나머지 한자는 뜻, 음, 쓰임새만 익히면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음.  비슷하게 생긴 한자가 많아서 공부하다 보면 헷갈림. ^^;;)  물론 제일 좋은 것은 2,000개의 한자 모두를  정확히 쓸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격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데 시간에 쫓긴다든지 그 밖의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쓰기 공부는 500개 위주로만 하면 된다.

 

  둘째, 한문(한자로 된 시, 한자로 이루어진 몇 줄짜리 산문) 문제는 동일하게 반복 출제되어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한문 문제가 제일 어려울 것 같다.  달랑 한두 글자짜리가 아니라 기다랗게 몇 줄씩 나오니까...  하지만 의외로 한문 문제가 점수 따기에 훨씬 유리하고, 오히려 개별 한자를 묻는 문제가 더 까다롭다.

  왜냐 하면 한자 문제의 경우, 한자가 많다 보니 매 시험마다 한자가 바뀌어 나온다. (어떤 한자가 나올지 아무도 모름!  며느리도 모름!)  혹은 지난 시험에 나온 한자가 이번 시험에 또 나오더라도, 변형되어 나온다.  예를 들면, 먼저번에는 紹를 쓰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紹의 음훈이나 독음을 묻거나 또는 紹와 적절히 결합되는 한자(예를 들면, 紹介를 이루는 介)를 묻는 문제가 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한문 문제는 기출문제가 그.대.로. 반복된다...!  모의고사 및 기출문제 합쳐서 5~6세트만 풀면 시험에 나올만한 한문 문제는 다 나오니, 10개 정도 출제되는 한문 문제는 무조건 정답을 맞힐 수 있다. (기출문제는 대한검정회 홈페이지에서 가장 최근의 것으로 2세트를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예전 기출문제를 제공해주는 한자시험 관련 카페도 있는 듯함.) 


  세째, 장.단음 구별 문제에 대해서 중국어 학습자가 쓸 수 있는 비결이 있다. 

  대한검정회 2급 시험에는 장.단음 구별 문제가 한 개 나오는데, 달랑 한 문제 풀자고 그 많은 장.단음을 다 외우는 건 곤란하다.  그런데 저 위에 링크을 걸어 둔 나무위키의 '한자검정시험' 항목에서 아주 유용한 비결을 알게 되었다.

  한자를 중국어로 발음할 때 3성이나 4성으로 발음된다면 그건 장음일 가능성이 높다.  맞을 확률이 3분의 2 정도라는데,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풀면서 이 방법이 꽤 잘 통해서 놀랐다.  물론 맞을 확률이 3분의 2라는 건 빗나갈 확률도 3분의 1이나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4개의 보기 중 3성으로 발음되는 한자가 2개가 나와서 난감해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때는 그냥 찍는 수 밖에 없다. ^^;;



한자급수자격시험(한자검정시험) / 대한검정회 준1급(http://blog.daum.net/jha7791/1579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