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단막극(2) : 화평공주 체중 감량사

Lesley 2015. 3. 17. 00:01

 

  '화평공주 체중 감량사' 는 지난 12월에 본 단막극 중 마지막으로 본 것이지만, '원녀일기' 처럼 코믹사극이라 '원녀일기' 에 이어 소개하기로 하겠다.  ☞ 단막극(1) : 원녀일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158)

  원래 이 드라마는 2011년에 '드라마 스페셜' 중 한 에피소드로 방영했다는데, 당시 시청률이 평소 드라마 스페셜 시청률의 2배를 넘었다고 한다.  마침 결혼을 앞둔 왕년(?)의 인기 여성그룹 SES의 유진이 주연을 맡은 것도 화제가 되었고, 예쁘고 날씬한 유진이 뚱뚱한 공주님으로 나온다는 것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그 인기 덕분에 지난 여름에 재방영하기도 했다.

 

 

 

  ◎ 화평공주, 한눈 파는 남편에게 복수하고자 다이어트에 나서다.

 

"어미를 잃고 동물들과 벗하며 큰 내 가여운 아이다.

그래도 우리 화평이는 먹을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백제시대 어떤 왕의 늦둥이 외동딸로 태어난 화평공주(유진)...

  왕은 태어나자마자 생모를 잃고 외롭게 자라는 딸이 너무 안쓰러웠다.  다행히도(?) 딸이 먹을 때만은 밝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딸을 무척 아끼는 왕은 딸이 먹고 싶어하는 것은 다 먹게하며 키웠다. (아동비만은 99%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라고 할 수 있음!)  심지어 임종하는 자리에서 아들에게 남긴 유언이 "우리 가엾은 화평이...  내가 없더라도 화평이가 좋아하는 거 다 먹게 해줘라." 였을 정도니... (애달픈 배경음악이 흐르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웃기던지... ^^)

  그렇게 일찍 고아가 되었지만 새로 왕이 된 오라버니도 화평공주를 무척 아껴줬기에, 화평공주는 매일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행복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오직 먹는 것에만 관심 갖던 이 공주님이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왕은 하나 밖에 없는 누이를 위해, 기꺼이 누이와 그 남자의 혼인을 추진한다.  문제는... 남자 쪽에서는 뚱뚱한 화평공주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왕과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공주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억지로 한 혼인은 첫날밤부터 삐그덕 삐그덕...  남편은 공주와 다르게 날씬하고 요염한 시녀에게 반해서, 있는 패물 없는 패물 다 구해다 주며 그 시녀에게 구애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화평공주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복수를 결심한다.

  다만, 당장 복수하는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즉, 남편이 자신에게 반해서 자신을 간절히 원할 때 차버리는 것으로 복수하겠다는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법이지요~~)

 

 

 

  ◎ 화평공주, 다이어트 하다가 죽겠네!

 

  왕은 누이의 복수를 돕기 위해, 백제시대판 다이어트 트레이너 지책사(류승수)를 초빙한다.

  지책사는 왕의 후궁을 천하제일의 요부로 만드는데 성공한 경력(?)이 있는 일류 트레이너다.  이때부터 남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화평공주의 파란만장한 다이어트 스토리가 시작된다.

 

 

(위) 화평공주의 일로 마주앉게 된 왕과 지책사.

(아래) 지책사 덕분에 변신(!)에 성공한 여인의 초상화를 살펴보는 왕. (백제시대판 Before & After ^^)

 

 

허리치수가 적게 나오도록 숨을 있는대로 들이마신 화평공주. ^^

 

 

  민망한 나머지 허리치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숨을 잔뜩 들이킨 화평공주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옥낭자(위의 사진에서 치수 재는 사람)가 "공주마마, 숨을 편히 쉬십시오." 하자, 숨을 너무 심하게 들이마신 나머지 쉰 목소리로 "편하오." 하는 화평공주. ^^  옥낭자가 눈짓하자, 공주 옆에 서있던 시녀가 공주의 겨드랑이를 간지른다.  간지러움을 못 참고 웃느라 갑자기 숨을 내쉬게 된 공주님.  그래서 공주의 배에 둘러져있던 줄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공주 배의 압력을 못 이기고 튕겨져 나간다. ^^;;

 

 

(위 왼쪽) 백제시대판 런닝머신. (시종들은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저걸 죽어라 돌려야 하는가... ^^;;)

(위 오른쪽) 시녀들의 율동을 따라하지 못 해 허우적거리는 공주.

(아래 왼쪽) 공주가 요가 동작 따라하다가 옆으로 넘어져, 다른 시녀들까지 도미노처럼 우르르~~

(아래 오른쪽) 영화 '록키' 의 음악이 깔린 가운데, 지책사와  조깅하는 공주.

 

 

  예나 지금이나 다이어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diet란 단어에 die가 들어가는 까닭은, 다이어트가 죽을만큼 힘들기 때문이 아니던가...! ^^)

  화평공주는 엄격한 식이요법과 운동에 질린 나머지, 중간에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다시 폭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이 여전히 시녀와 밀회를 즐기는 꼴을 보고서 독한 마음 품고 다시 다이어트에 전념한다.  처음에는 조깅할 때도 지책사 뒤를 헉헉거리며 겨우 쫓아가는 수준이더니, 언젠가부터 지책사와 보조를 맞춰 뛸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아예 지책사를 앞질러 달리게 된다...!

 

  그리고 퓨전+코믹 사극이기에 가능한 깨알 같은 장면들...

  우선, 화평공주의 운동복이 백제시대판 아디다스라 빵 터졌다. ^^  하늘색 한복 바지에 세로로 하얀색 아디다스 줄무늬가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웃기다.

  또 지책사가 데려온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위한 조수(?) 옥낭자를 비롯한 여자들이 느슨한 흰색 양말 신고 율동하거나 훌라후프를 돌리는 것도 진짜 웃겼다.  옥낭자 등이 허리끈을 잡아당기자 치마가 위로 쑥 올라가, 운동하기 편한 미니 스커트 형태가 되는 것도 꽤 재미있다. 

  공주의 파란만장 다이어트 중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랩도 신경써서 들어보면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묵은 빨래 즈려밟고, 점심엔 가마솥에 구운 닭가슴살... (중략) ... 아이고~~ 우리 화평이 죽네~~!' ♬

 

 

 

  ◎ 화평공주, 마침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하다!

 

(Before) "어이하여 저를 이렇게 만드셨습니까?  왜 제게 하루에 여섯 번의 식사를 주셨습니까?" 하며 오라버니 앞에서 울부짖던 화평공주.

(After) 다이어트에 성공해서,얼굴이 갸름해지고 뒤통수에서 후광까지 뿜게 된 화평공주.  

 

 

  현대의 분장술은 참 대단하다.

  '환골탈태' 라는 사자성어 뜻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고심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있다면, 바로 위에 나오는 화평공주의 Before & After 모습을 이용하시라~~!!  위의 두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다음에 "이것이 바로 환골탈태다!" 라고 한다면, 아무리 이해력 떨어지는 학생이라도 틀림없이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화평공주 역을 유진이 맡았다는 것을 알고 봤는데도, 뚱뚱한 화평공주의 모습을 보고 다른 배우인 줄로만 알았다.

  즉, 화평공주의 뚱뚱한 모습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날씬해진 모습만 유진이 맡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지나갈 때 보니, 화평공주 역을 맡은 배우가 유진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이상해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유진이 특수분장을 해서 뚱뚱하게 변한 것이라고 한다.  저 특수분장을 위해 3,000만원(!)을 썼다는데, 정말 돈값 제대로 한다.  너무 감쪽 같아서, 인터넷 기사를 읽지 않았더라면 유진인 줄 몰라볼 뻔했다. ^^

 

 

 

  ◎ 화평공주와 지책사 사이에 피어날 듯 말 듯한 핑크빛 분위기

 

화평공주와 지책사가 함께 보낸 사계절이 수채화 비슷한 영상으로 나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음.

 

 

  화평공주는 남편이 달라진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보인 순간, 계획했던대로 뺨 한 대 시원하게 올려친다.

  하지만 남편이 그 시녀를 일시적인 바람기로 대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약해져버린다.  공주는 남편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면서도, 사실은 정말로 남편을 좋아했던 것이다.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  그래서 남편이 그 시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대인배적 마인드'(!)를 발휘하여 오히려 두 사람이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준다.

 

  남편을 도망치게 한 일로 왕에게 노여움을 사서 궁 밖으로 쫓겨난 화평공주...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 준 지책사와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여름에는 함께 훌라후프를 돌리고, 가을에는 함께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겨울에는 함께 무술을 익히고, 봄에는 공주가 탄 그네를 지책사가 밀어주면서... (이 장면 연출 정말 마음에 들었음.  4장짜리 수채화 같은... ^^)

  그렇게 화평공주는 남편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지책사로 인해 치유하게 되고, 두 사람이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슬슬 조성되었는데...   

 

 

 

  ◎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결말 

 

  여기까지는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낭만적으로 잘 흘러갔는데, 그런 드라마의 흐름이 갑자기 확 꺾인다. 

  분명히 화평공주와 지책사 사이에 새로운 사랑이 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건만...  중국으로 떠난 줄 알았던 남편이 거지꼴이 되어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드라마 방향이 확 달라진다. ㅠ.ㅠ 

 

  공주는 힘들게 살고 있는 남편을 찾아간다.

  그리고 함께 도망쳤던 시녀에게 배신당해 한쪽 팔까지 못 쓰게 된 남편에게, 눈물로 자기 마음을 고백한다. (드라마 흐름이 생뚱맞아진 것을 접어두고 본다면, 이 부분에서 유진의 연기력이 꽤 괜찮았음.)  그리고 그 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개과천선한 남편도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이어져 아이도 둘이나 낳고 알콩달콩 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도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기껏 힘들게 살을 뺐던 공주님은 두 차례의 출산 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그래도 남편이 겉모습보다 속마음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금슬 좋은 부부로 살게 되었으니, 원상복귀한 모습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서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

 

 

  '원녀일기' 가 외모와 조건만 따지는 현대의 결혼세태를 해학적으로 풀었다면, '화평공주 체중 감량사' 는 현대의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드라마다.

  다만, 결말 부분이 너무 억지스러운 것이 흠이다.  자신을 외면한 남편에게 끝까지 일편단심이었던 마음씨 착한 공주님이 마침내 남편의 사랑을 얻게 되고, 여자의 외모에만 혹했던 남편은 외모보다 마음씨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에게 충실하게 되었다... 라는 너무나도 '교훈적인 결말' 이다. (혹시 이거 '건전한 결혼문화 조성 위원회' 같은 단체에서 협찬 받고 제작한 드라마인가요... ㅠ.ㅠ)  지책사와 이어지는 것으로 끝을 냈어도,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는 주제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참 아쉽다.

 

  혹시나 해서 이 드라마를 본 후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봤더니, 대부분 나와 비슷하다.

  '틀림없이 지책사와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왜 갑자기 남편에게 돌아갔느냐?' 등등 당혹해하는 반응이 많다.  아예 이 단막극을 연속극으로 리메이크 해서, 이번에는 꼭 지책사와 이어지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보일 정도다. ^^;;  아무리 생각해도 공주님이 구중궁궐에서만 살아서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모양이다. (공주님!  한 번 바람 피운 녀석은 또 바람 피울 수 있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요~~~! -.-;;)

 

  어쨌거나 '원녀일기' 처럼 머리 속 복잡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보면 딱인 드라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SES의 Just a feeling이 깔리며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이 단편적으로 나오는가 하면, 화평공주가 여러 시녀 및 시종과 율동하는 것도 나온다.  그러니 드라마가 끝났다고 끄지 말고, 마지막까지 잘 보시기를... ^^

 

 

단막극(1) : 원녀일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158)

단만극(3) : 환향 - 쥐불놀이(http://blog.daum.net/jha7791/15791166)

단만극(4) : 곡비(哭婢)(http://blog.daum.net/jha7791/1579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