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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양궁팀이 관중에게 절을 한 것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

Lesley 2014. 9. 28. 00:01

 

  지난 27일에 한국 여자 양궁팀이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일이 중국 포털에도 보도되었다.  그런데 재미있으면서도 특이한 것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기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보다는 경기가 끝난 후 한국 여자 양궁팀이 관중에게 절을 한 부분에 초점을 둔 기사다.  

  우리 입장에서야 전혀 신기할 것 없는 광경이다.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국가대표선수들이 종종 그런 식으로 관중에게 인사를 했으니까.  사실 국제대회니 국가대표선수니 말할 필요도 없이,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 하키팀이 서울 지역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도 선수들이 응원하던 우리에게 절을 했다.  중학교 선수들도 절을 할 만큼, 우리에게는 우승한 선수들이 자기네를 응원해 준 관중에게 '우승을 신고할 겸 고맙다는 뜻을 나타낼 겸' 절을 하는 것은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이라, 그 기사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인들에게 문화충격(?)을 준 5장의 사진 중 하나.

 

 

  기사 내용도,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도, 모두 흥미롭다.

  기사는 절을 하는 한국 양궁팀을 찍은 커다란 사진 5장을 위주로 해서, 짤막한 본문을 붙여놓았다.   그런데 그 몇 줄 밖에 안 되는 본문만 읽어도, 관중에게 절을 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중국인들에게 무척 신기해 보인다는 게 팍팍 느껴진다.  "9월 27일 오전,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여자 양궁 단체전이 끝났다.  최종적으로 한국팀이 이겨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대만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경기가 끝난 후, 한국팀이 관중의 지지에 감사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을 거행했다."  그냥 절을 했다라든지 인사를 했다라든지 하는 식으로 쓰지 않고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을 거행했다' 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하나의 의식으로 여겨질 만큼, 절하는 모습이 특이해 보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국 네티즌들이 쓴  댓글을 보면, 절하는 모습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절하는 모습이, 중국인들에게는 뭔가 엄청난 의미가 담긴 행위로 보이는 것이다.

  

 


 

 

※  '→' 는 특정 댓글 밑에 붙은 다른 댓글을 의미하고, 파란색 글씨는 내가 따로 붙인 설명 또는 느낌임.

 


1. 문화가 다르잖아.  저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우리가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과 비슷한거야.  (찬성 240)

 

  → 그럼 저 사람들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은 뭔데?  우리의 중화문명은 대체 어디에 있지?  나는 정말 우리의 전통이 제대로 발휘되었으면 좋겠어.  (찬성 18)
  → 우리는 지금 허리 굽혀 인사하는 일도 거의 없잖아.  그저 머리를 숙이는 정도만 할 뿐이지.  전에 일본유학생 몇 명 하고 알고 지낸 적이 있어.  나는 정말 어떤 식으로 허리 굽혀 인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던데, 그 사람들은 서로 인사할 때마다 아주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히더군.  (찬성 6)
  → 저 사람들 하느님한테 고마워하는 것 같은데.  (찬성 3)
  → 저러니까 꼭 노예 같다.  (찬성 2)

 

 

2. 축하한다!  (찬성 145)

 


3. 중국축구대표팀은 단체로 생매장 해야 하지 않을까? (찬성 51)

(뜬금없이 웬 중국축구대표팀 이야기가 튀어나오나 싶겠지만...  중국인들은 축구를 엄청나게 좋아하면서, 동시에 자기 나라 축구대표팀의 실력에 대해서 큰 불만을 갖고 있음.  그래서 다른 나라의 다른 종목 선수들이 우승한 것만 봐도 중국축구대표팀의 상태가 떠올라 열이 잔뜩 받은 것임.)


  → 바다에 내던져버려!  (찬성 10)
  → 토지를 오염시켜서 파묻을 곳을 찾을 수가 없어!  (찬성 6)

     (그런 형편없는 선수들을 파묻으면 땅만 더러워진다는 뜻의 비난인 듯함.)

  → 마땅히 극형에 처해야지.  (찬성 3)
  → 바다에 던져 물고기밥으로 주자.  (찬성 3)

 

 

4. 너희들이 너희 능력으로 죽을 힘을 다 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거잖아.  너희들이 금메달을 받을만 하니까 받은 건데, 굳이 머리 조아려서 감사할 것까지는 없지.  (찬성 45)

(절이라는 행위에 대한 개념이나 느낌이 우리와 너무 다르다 보니,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에서 나온 댓글임.)

 

 

5. 저 사람들 좀 봐.  은혜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영원히 마음 속에 담아두려 하잖아.  (찬성 36)

(역시 절이라는 행위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나온 댓글임.)

 

 

6. 한국인의 예의는 감탄스럽다.  정말 예의지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피까지 흘리고, 또 그런 광경을 봐도 아무도 말리지 안잖아.  우리와 비교해 보면, 정말 내 마음이 괴롭다.  (찬성 21)

 
  → 하하하, 저렇게 무릎 꿇는 게 예의 바른거냐?  (찬성 3)
  → 한국에 가본 적 있어?  한국 아줌마들도 전철에서 자리 잡을 때는 정말 사나워.   자리 싸움 벌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거리에서 욕을 하는 것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그저 한국 드라마 속 모습이 전부 사실인 줄 알지.  게다가 한국의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뭔가 잘못을 하면 때리는 게 보통이야.  가정폭력도 엄청 많고.  (찬성 2)

     (처음 댓글 쓴 사람도 한국을 너무 좋게만 보는 것 같지만, 이 사람 역시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함.  전철에서 일부 아줌마들이 하는 자리 다툼 벌이는 것이야 사실이지만, 한국의 기업이나 학교에서 때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7. 망할 놈의 한국놈들!  (찬성 20)

 

 

8. 한국에는 미녀가 많아서, 저 양궁팀 세 명 중 두 명이 미녀야.  (찬성 15)

 

 

9.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자기들 실력으로 금메달을 땄으니, 스스로에게 떳떳할텐데 말이야.  (찬성 14)

(절이라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가 느끼는 것과 중국인이 느끼는 것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댓글임.)

 

 

10. 은혜에 대해 감사해하는 마음은 존경받을 만하다.  (찬성 10)

 

 

11. 저게 한국식 예의인 거지.  (찬성 9)

 

 

12. 한국인이 단결을 잘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찬성 9)

 

 

13. 중국의 옛날 문화가 한국에게 계승된 거지.  (찬성 8)

(이런 댓글도 몇 개는 나올 줄 알았음.)

 

 

14. 사랑하는 후궁들, 그만 일어나시오.  (찬성 8)

(중국에서는 무릎 꿇고 절하는 것이 옛날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사극에서 쓰는 예스러운 말로 농담한 것임.)

 

 

15. 저런 예의는 너무 지나친 것 같아.  (찬성 8)

 

 

16. 중국축구팀은 무릎 꿇고 사죄해라.  (찬성 6)

 

 

17. 한국인들에게 묻고 싶어.  무릎을 꿇는 게 자기네 나라 고유의 것인지, 표절한 것인지.  (찬성 6)
 


18. 하하... 낭자들, 이제 일어나시오.  (찬성 6)

(이 쪽도 사극 흉내내기 댓글임.)

 

 

19. 너무 예의 차리지 말고, 이제 그만 일어나 앉으시오.  (찬성 4)

(역시 사극에서 쓰는 말투를 흉내내어 장난으로 쓴 댓글임.)

 

 

20. 외국 좀 보라고.  (찬성 1)

 

  → 이런 류의 사람은 정말 싫다.  무슨 기사만 떴다 하면 외국 좀 보라는 말이나 하고 말이야.  국가마다 문화가 다른데, 저 사람들이 땅에 무릎을 꿇는 거나 우리가 허리를 굽히는 거나 비슷한 거지.  만일 중국인이 땅에 무릎을 꿇는다면 다른 사람한테 무시나 당하겠지.  중국 문화에서는 하늘과 땅과 부모에게만 무릎을 꿇으니까.  전세계에서 몇몇 국가는 한국처럼 수시로 무릎을 꿇는거고.  (찬성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