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가 잃은 것들

Lesley 2014. 9. 16. 00:01

 

  중국 잡지에서 읽은 글 두 편을 소개하려 한다.

  두 편 모두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최신 IT 기기 때문에 우리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단점 쪽에 무게 중심을 실어 서술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똑똑한 기계 때문에 정작 사람들은 중요한 것들을 잊은 채 바보같이 변하는 문제로 골치가 아픈 모양이다.

 

 

  ◎ 첫 번째 글 - 무엇이 우리 얼굴을 온통 눈물로 젖게 하는가

 

  이 글은 일부만 소개하려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부분 중 뒷부분만 보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동서고금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몇 번씩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동시에 영원히 풀리지 않을 질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심오한 뒷부분보다는 앞부분에 더 눈길이 갔다.  이 글을 포스팅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앞부분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란 신통방통한 녀석이 세상에 퍼진 뒤로, 우리 생활은 완전히 변했다.

  분명히 그 전보다 편리해졌다.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세상이 삭막하게 변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래도 전에는 전철을 타면 책이나 신문을 읽는 이가 제법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어 열심히 보거나 누르고 있다.  누구의 말처럼 이제는 TV 대신 스마트폰을 바보상자라고 불러야 할 판국이다. 

  당장 나부터도 너무 스마트폰에 얽혀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들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곤 한다.  그런데 분명히 조금 전에 나 자신이 스마트폰을 꺼놓았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곧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어? 왜 화면에 아무 것도 안 뜨지?  이거 고장났나?' 하고 당황하게 된다. (마약 같은 중독성과 금단증세! ㅠ.ㅠ) 

 

 

<무엇이 우리 얼굴을 온통 눈물로 젖게 하는가>

 

 

(전략)

 

  갑자기 어떤 사람이 말했다.  "당신들은 무엇이 이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두 아무 말 없이 있자, 그 사람이 계속 말했다.  "당신이 어떤 시 속에 담긴 의미에 감탄하고 있을 때, 상대방은 머리를 숙이고 핸드폰만 누르고 있는 거에요.  당신이 이 차가운 세상을 원망하고 있을 때, 상대방은 아직도 머리를 숙이고 핸드폰만 누르고 있어요.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겠노라 했을 때, 상대방은 여전히 핸드폰만 누르고 있는거죠."  모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고, 또 어떤 사람은 벌써 핸드폰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이어서 다른 사람이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일은 이런 거에요.  내가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당신은 핸드폰만 누르고 있는거죠.  내가 당신을 미워한다고 말했는데, 당신은 그래도 핸드폰만 누르고 있어요.  내가 당신을 떠나겠다고 말했는데도, 당신은 머리도 들지 않고 '나 대신 핸드폰비 좀 내줘.  데이터량이 곧 바닥나겠어.' 라고 말하는 거에요."

(한국에서는 자기 요금제에 해당하는 데이터량을 다 써도 계속해서 인터넷을 쓸 수 있고, 나중에 초과사용한 데이터량에 대한 요금이 더 부과될 뿐임.  그러나 중국에서는 핸드폰 요금을 선불로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주어진 데이터량을 다 썼으면 다시 핸드폰비를 내야만 계속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음.)

 

  다른 사람이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일은, 사람들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했다고 내가 그 말을 믿는거에요.  더 비참한 일은, 정말로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나는 여전히 집을 살 수 없다는거죠."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일은 이런 상황이에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 해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이 알았을 때, 정작 나는 내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하는거죠."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일이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이 뭔지 이해하지 못 하던 때,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거죠.  그리고 정작 무엇이 사랑인지 이해하게 된 후에는, 사랑해도 되는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되는 거에요."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일이란 이런 일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내가 아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말이에요."

 

(후략)

 

 

 

  ◎ 두 번째 글 - 글을 읽지 않는 중국인

 

  우리나라 성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9권 정도 된다는 기사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경쟁으로 가득찬 사회를 들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장차 치를 대학입시를 위해서, 주로 학습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된다.  당연히, 학생들이 보는 책 대부분이 참고서와 문제집일 수 밖에 없다.  권장도서라고 나오는 문학작품조차 '중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근대소설 20가지' 나 '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하는 현대 단편' 같은, 교과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작품의 모음집이다.

  그렇다면 대학에 무사히 들어가면 다방면의 독서가 권장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때부터는 취업난 때문에 토익 공부를 위한 책을 열심히 봐야 한다. (대한민국 전국민의 필독서, 그 이름은 바로 토익책...! -.-;;)  이제 토익은 한국 대학생 모두가 전공에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이 되었다.  오죽하면, 매년 연말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발표될 때 보면, 토익 관련 서적이 10위권 안에 두세 권씩 들어있을 정도다.

 

  그렇잖아도 이렇게 암담한 독서 현황이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이 그나마 있는 독서시간도 좀먹고 있다.

  솔직히, 나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녀석을 장만한 후로는 독서량이 팍 줄었다.  하다못해 만화책조차 안 보게 된다.  왜?  스마트폰으로 각 포털에서 제공하는 무료 웹툰을 보면 되니까...!

  얼핏 생각하면, 책으로 읽든 스마트폰을 통해서 읽든, 좋은 내용의 글만 읽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확실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읽는 버릇을 들인 후로, 한 곳에 진득히 앉아 무언가를 장시간 연속적으로 읽는 힘이 많이 없어졌음을 느낀다.  글을 대충 훑어보고 단편적인 정보를 얻는 쪽으로 습관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를 예전부터 알았던 이에게서, 책 읽는 속도나 학생 때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말도 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세월에 따른 두뇌의 노화현상도 한 몫 하겠지만... ㅠ.ㅠ)

 

  하여튼 첨단 기계 때문에 독서량이 곤두박질 치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고 만국 공통인가 보다.

  아래의 글은, 분명히 중국인인 글쓴이가 자기네 중국인의 독서 행태에 대해 쓴 글이다.  하지만 저 글 속 '중국인' 이란 단어를 전부 '한국인' 으로 바꾸기만 하면, 그대로 한국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글이 된다.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현상을 담고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지 않는 중국인>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마침 장거리비행 중의 수면시간이라서 객실의 전등이 꺼졌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려고 조용히 일어나 움직였다.  내 자리가 화장실에서 좀 떨어져있어서 다른 좌석들을 몇 줄이나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좌석으로 이루어진 줄만 지나게 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아이패드로 이루어진 줄까지 지나치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은 승객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뜻.)  잠을 안 자고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는 사람은 대부분 중국인이었는데, 거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광경은 지금까지도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사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독일인들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독일인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었다.  몇몇 사람은 킨들이나 노트북 컴퓨터로 조용히 글을 읽거나 일을 했다.  중국승객 중에도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많지 않았다.  중국인 대부분이 왔다갔다 하면서 쇼핑을 하거나, 큰소리로 웃고 이야기를 하며 가격을 비교하곤 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구한 글읽기 전통을 가진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인은 마치, 앉아서 조용히 책 한 권을 읽을만한 인내심이 없는 것만 같다.  전에 프랑스 친구와 함께 홍챠오(상하이의 한 지역)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렸을 때, 중국에 처음 온 그 친구가 갑자기 물었다.  "어째서 중국인은 전부 통화를 하거나 게임만 하고, 책은 안 읽어?"  주위를 둘러 보니, 정말로 그랬다.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고, 통화를 안 하는 사람은 머리를 숙인 채 문자를 보내거나 SNS를 훑어보거나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모두가 시끄럽게 바쁘거나 혹은 혼자서 조용히 바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부족한 것은 '만족스러운 안정' 이었다.  유럽의 기차 속도는 이제 중국만큼 빠르지 않고, 기차역의 현대화 수준도 더 이상 중국을 앞서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글을 읽는다.  설령 통화를 하더라도 작은 소리로 속삭이면서, 자기 주위 사람들이 조용히 글을 읽는 것에 방해가 될까봐 조심한다.

 

  물론 중국인이 아예 글을 안 읽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거의 10분마다 한 번씩 SNS를 훑으면서, 그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획득한다.  하지만 SNS가 지나치게 유행하는 이 상황도, 나로서는 걱정이 된다.  SNS로는 그저 단편적인 정보를 읽는 것 정도만 가능하고, 겨우 좀 더 발전한 인터넷 언어를 사용하는 것 정도만 가능한 게 아닐까?   

 

  진정한 글읽기란 다음과 같다.  자기 주위의 세계를 잊고 작가와 함께 또 다른 세계에서 기쁨, 슬픔, 분노, 평화를 느끼는 것이다. 글읽기란 그 한 부분도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생명의 체험이다.  단편적인 정보와 범람하는 주파수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이 글읽기를 침해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 오직 중국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글읽기 습관을 가진 사람이 중국의 방대한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은, 역시 너무 낮다.   

 

  사실, 내가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지금의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또 다른 자신(자신의 영혼)과 대화를 할만한 시간이 없다.  우리 생활은 항상 다른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기만 하다.  우리 모두 잠깐 동안 '핸드폰을 끄는 시간' 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해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 글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멍하니 있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펼치기도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의 영혼을 해방시켜 재충전을 한 다음에, 그 영혼을 또 다시 마음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경제가 신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에 살고 있으니, 스스로를 너무 질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나치게 바쁜 것은 스트레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거지,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이 된다.  만일 우리가 이렇게 우리의 영혼과 점점 멀어진다면, 어쩌면 미래에 이 일로 인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금 천천히 살자, 조금 느슨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