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역사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Lesley 2014. 4. 8. 00:01

 

  최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이라는 팟캐스트를 청취하고 있다.

 

  이것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듣는 팟캐스트다.

  원래 나는 라디오 방송도 안 듣는 사람이다. (학창시절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 나 '굿모닝 팝스' 조차 안 들었음. ^^;;)  게다가 스마트폰 요금을 제일 저렴한 것으로 쓰다 보니, 데이타 소비량이 많은 실시간 방송을 듣는 게 곤란하기도 했다. (팟캐스트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서, 꼭 실시간으로만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다운받아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음. -.-;;)

  그런 내가 드라마 '정도전' 을 보면서 조선 건국을 전후한 시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이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 이틀에 파일 한 개씩 다운받아 듣고 있다. 

 

  이 팟캐스트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동명의 만화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박시백 작가는 원래 신문에 시사만화를 기고하던 만화가다.  그런데 작년에 완간된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으로 대중역사계에서도 유명해졌다.

  보통 만화로 된 역사책이라고 하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어린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쉽고 간단한 역사책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만화 역사책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비역사학도인 작가가 다른 역사책이나 논문 뿐만 아니라 1차 사료인 조선왕조실록을 섭렵해가며 10년에 걸쳐 집필한 만화다.   작가가 그렇게 공을 들인만큼, 20권에 달하는 양과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만화로 된 다른 역사책이 야사 위주인 것과는 달리,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며, 이미 1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요즘 청취하고 있는 동명의 팟캐스트는, 이 만화 역사책 중 흥미로운 부분을 집어내어 여러 출연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내용이다.

  팟캐스트 제목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이니, 당연히 박시백 작가는 출연한다. ^^  그 밖에 이 만화를 출판한 출판사 '휴머니스트' 의 김학원 대표이사, 인문학자인 김경태 작가, 건국대학교 사학과의 신병주 교수가 출연한다.

  아무래도 만화를 읽고서 팬이 된 사람들이 팟캐스트의 청취자로 이어진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 만화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비록 만화는 안 읽었어도, 출연자들의 지식과 입담 덕분에 재미있게 듣고 있다. 

 

 

  이 팟캐스트에는 두 가지 묘미가 있다.

 

  우선, 출연자들이 역사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역사에 대한 지식 수준이나 시각 차이가 제각각이다.

  발언을 가장 활발히 하는 출연자는 김학원 대표이사와 김경태 작가인데, 이 두 출연자가 청취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팟캐스트의 주요 청취자는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두 출연자가 바로 그런 청취자들과 비슷한 입장에 서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갖게 되는 생각이나 의문점을 자유롭게 말한다.

  박시백 작가와 신병주 교수는 나머지 두 출연자보다 역사에 조예가 깊다.  그래서 김학원 대표이사와 김경태 작가의 역사적 지식 중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쳐주며 의문점에 답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박시백 작가와 신병주 교수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박시백 작가는 결국 비역사학도이고 신병주 교수는 조선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보다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 과 '보다 객관적인 역사에 대한 해석' 의 차이가 생긴다.

  이렇게 출연자 모두 역사에 관심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역사적 지식과 역사를 보는 눈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방송 내용을 풍부하게 해준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다.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다가도, 듣는 사람 빵빵 터지게 하는 농담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가령, 8명이나 되는 태조 이성계의 아들 중 훗날 최후의 승리자라 할 수 있는 태종 이방원만이 과거 급제자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역시 시험에 합격하고 볼 일이라고 한다든지... ^^  

  그리고 조선 건국 전후에 벌어진 사건을 현대사와 연결짓는 것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지만, 일부 청취자(특히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청취자들)에게는 불편했던 모양이다.  조선 건국의 시발점이 된 위화도 회군도 그렇고, 조선 초기에 벌어진 두 차례의 '왕자의 난' 도 그렇고, 분명히 쿠데타다.  그런 사건을 우리 현대사와 연결지으려면, 당연히 5.16 사건과 12.12 사건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수백 년 전의 사건과 불과 몇십 년 전의 사건을 비교해가며 듣는 것이, 한편으로는 유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래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인가 하여 씁쓸하기도 했다.

 

 

  위에서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정도전' 을 잠깐 언급했는데, 그 드라마 애청자라면 이 팟캐스트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년 여름에 시작한 팟캐스트라, 드라마에서 나오는 조선 건국 이전에 관한 내용과, 장차 드라마에 나올 조선건국 이후에 관한 내용은 이미 방송했다.  지금은 벌써 정조 시대까지 진도가 나갔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방송이라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선왕조의 역대 왕 순서대로 방송을 내보내는 정규방송(?) 말고, 중간에 '외전' 이란 이름으로 따로 주제를 잡은 특별방송을 내보내고 있는데, 최근에는 정도전을 주제로 한 외전을 7개나 방송했다.  특히나 이 외전에는 '정도전을 위한 변명' 를 쓴 조유식 작가도 출연했다.

  정도전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정도전 관련한 외전을 들으면서 드라마 속 상황과 역사적 상황 중 일치하는 부분과 불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실시간 또는 다운받아 들어보실 분들은 아래 클릭!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http://www.podbbang.com/ch/6554)

 


 

  ※ 사족

 

  '정도전을 위한 변명' 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대학 시절에 시내 큰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무렵 드라마 '용의 눈물' 이 큰 인기를 끌며 방영되었기에, 그 드라마 속 중요인물인 정도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왔던 책이다.  하지만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서 책 판매고를 올리려는 그냥 그런 책이 아니라, 괜찮은 대중역사서로 평가받는다고 들었다.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정도전' 에서는 정도전이 '용의 눈물' 때처럼 그냥 비중 높은 인물이 아니라, 아예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다.  그래서 서점가에 다시 한 번 정도전 바람이 불면서, 품절되었던 이 책도 다시 출판되었다.

  내가 이 팟캐스트를 들으며 놀랐던 것은, '정도전을 위한 변명' 을 쓴 조유식 작가가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의 대표이사라는 사실이다...! @.@  큰 인터넷 서점의 대표이사라니 그저 경영인의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알고 보니 작가였다니...!  인터넷 서점은 항상 알라딘만 이용했는데, 그 알라딘의 대표이사가 쓴 책이라니 괜히 그 책을 사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