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봄꽃 - 이상기온으로 한꺼번에 핀 봄꽃

Lesley 2014. 4. 3. 00:01

 

  최근에 집 근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봄꽃이 만발했다.

  산책 겸 운동 나갈 때마다 사방이 봄꽃천지라서, 눈이 호강하고 있다.  그래서 꽃나무 앞에 멈춰서 구경도 하고 폰카로 사진도 찍느라, 운동하는데 방해가 될 지경이다.  그렇게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난 것은 참 좋은 일인데, 사실 조금 심란하기도 하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봄꽃이 피는데에도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다.  원래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뀔 무렵, 목련꽃이 제일 먼저 핀다.  그리고 목련이 질 무렵이 되면, 봄의 전령 개나리가 활짝 피고 조금 후에 진달래도 울긋불긋 피어난다.  그리고 몇 주 지나면, 화려한 벚꽃으로 봄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게 제.대.로. 된. 봄꽃 피는 순서다.  그런데 올해는 이 봄꽃 피는 순서가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갑자기 뛰어오른 이상기온 때문에 늦겨울과 초봄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한겨울에서 봄 한가운데로 뛰어넘어버린 상황이다.

  갑작스런 기온변화와 심한 일교차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투성이다.  그런데 이 미쳐버린(!) 날씨에 적응 못 하는 게 사람만이 아니다.  봄꽃도 정신줄을 어디엔가 내던져버렸다.  목련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한꺼번에 다 피어버렸다...! -0-;;  형형색색의 꽃이 한꺼번에 핀 광경을 보는 것은 눈요기 측면에서는 좋은 일인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봄꽃마저 미쳐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러다가 진짜로 지구가 망하는 게 아닐까? -.-;;)

 

 

 

(왼쪽) 한예종 바로 옆 놀이터에 핀 진달래. (어째 진달래가 허여멀겋게 찍힌... -.-;;)

(오른쪽) 역시 한예종 놀이터 한쪽에 핀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

 

 

한예종 교문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개나리가 너무 많이 보이니까, 어쩐지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드는... ^^;;

 

 

이상하게 내가 스마트폰만 가져다대면 바람이 부는 통에 사진이 흔들리게 찍혀, 어렵게 건진 사진임.

(어이, 바람, 너 나한테 유감이 많은 것 같다? -.-;;)

 

 

늦겨울과 초봄 사이에 피는 목련꽃이 벚꽃과 함께 피어난 모습이라니...

 

 

그러고 보니, 한예종에서 본 목련은 전부 백목련임.  한예종에 자목련은 원래 없나?

 

  고등학교 때 정치사회 과목 선생님이 목련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신 적이 있다.

  어떤 섬나라의 공주가 우연히 보게 된 어부에게 반했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도 있고, 또 어부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맺어질 수가 없었다.  공주는 매일 남몰래 어부네 집을 찾아가 어부의 모습을 훔쳐보다가, 마침내 상사병에 걸렸다.  그렇게 병에 걸린 몸으로도 어부네 집 근처로 가서 어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어부는 우연히 공주의 시체를 발견하고서, 잘 묻어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독이 든 음식을 먹여 죽인 후, 아내의 시체 역시 공주의 무덤 바로 옆에 묻어줬다.  그 후, 어부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죽은 공주의 무덤에서는 순결한 백목련이 피어나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한을 품은 아내의 무덤에서는 그 한으로 인해 검붉은 자목련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설을 들으면서 내가 품었던, 그리고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 하나...

  도대체 어부는 왜 자기 아내를 죽였을까?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만으로는 살인동기가 전혀 없어서, 어부의 행동이 참 뜬금없다.  당시 우리 반 학생들 반응은, '너무 무섭다~~' 와 '좀 동화같네' 로 확 나뉘었다.  그리고 나는 후자에 속했다.  어부의 행동이 설명 안 되지만, 이 전설이 허술하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든다.  어쩐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 더 든다.

 

 

정신없이 폰카로 찍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면서 꽃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 저녁놀이 살짝 깔리는...

 

 

목련처럼 활짝 피었을 때와 땅바닥에 졌을 때 모습이 극명히 대비되는 꽃도 없는 듯...

 

 

이것도 교문 근처 벚꽃.

(밤에 보는 벚꽃은 낮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운치가 있음. ^^)

 

 

  한국예술종합학교 근처 거주자 중 꽃구경 가고 싶은신 분이라면...

  괜히 00 벚꽃 축제, XX 진달래 축제 식의 행사 가느라 차비 들이고, 수많은 사람들에 치이면서 꽃구경을 했는지 사람구경을 했는지 알 수 없게 하루 보내실 필요 없다.  시간이 된다면 평일 느즈막한 오후에(오전과 한낮에는 수업 듣는 학생들이 바글바글 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주말에, 한국예술종합학교로 가서 목련+개나리+진달래꽃+벚꽃을 '한 세트'(!)로 구경하시기 바란다. 

 

 

한국예술종합학교(http://blog.daum.net/jha7791/15790837)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농약 주사 맞는 나무(http://blog.daum.net/jha7791/15790983)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적(?)인 눈사람(http://blog.daum.net/jha7791/15791046)

송충이 눈썹의 개 /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공연(http://blog.daum.net/jha7791/15791124)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http://blog.daum.net/jha7791/15791203)

오래간만에 간 옛 동네 - 상월곡역 / 한국예술종합학교 / 의릉(http://blog.daum.net/jha7791/1579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