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8월이라지만, 말복 이후로 견딜만한 날씨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푹푹 찌던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 더위를 피할 겸해서 도서관과 북카페를 종종 이용했다. 도서관은 집 근처에 있는 '성북정보도서관' 이고, 북카페는 집에서 좀 떨어진 '북서울 꿈의 숲' 공원에 있는 '카페드림(Cafe Dream)' 이다.
나 뿐 아니라 서울 북동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곳을 피서 장소로 삼았다.
정말 이상적인 피서 장소다. 집에서 온종일 에어컨을 틀려면 전기료가 감당이 안 되고, 다른 카페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앉아있으려면 아무래도 시간 제약이 있다.
그런데 성북정보도서관은 공공 도서관이니 당연히 입장료가 없고, 얼마든지 오래 앉아서 책을 보거나 구석진 자리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다. (실제로 더위에 밤잠 설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외진 곳에 자리 잡고서 서가에 머리를 대고 코까지 골며 주무시는 경우를 몇 번 봤음. ^^;;) 그러다가 시장하면 지하 매점에서 시중 식당보다 저렴한 가격에 밥이나 라면 등을 먹을 수 있다.
카페드림은 공공기관이 소유하는 건물 내에 있는 북카페라서 그런지, 다른 카페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 받는 일이 없다. 다만, 북카페라고는 하지만 어린이 놀이공간이 있어서, 부모와 함께 온 취학 전 아동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니 북카페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에게는 꽝이다. (나처럼 아이들이 악악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무시할 수 있는 무던한 신경의 소유자에게만 추천하겠음. -.-;;)
자, 이쯤에서 본론에 들어가자면...
◎ 성북정보도서관
이번 여름, 오래간만에 성북정보도서관에 가서 아주 유용한 서비스를 알게 되었고 한 가지 변화도 발견했다.
우선, 오래간만에 가 본 성북정보도서관에서 알게 된 편리한 '책드림 서비스'...!
자신이 대출하고 싶은 책이 집 근처 도서관에는 없고 멀리 떨어진 다른 도서관에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그 먼 도서관까지 가는 것은 너무 번거롭고. 이런 때는 책드림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책드림 서비스는 모두 4가지가 있다.
먼저 내가 이번에 이용했던 '상호대차' 는, 성북구 내에 있는 9개의 구립 도서관의 도서를 자기 집 근처의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내가 대출하고 싶은 책이 우리집에서 떨어진 아리랑 도서관에 있어서, 이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 성북정보도서관을 거쳐서 대출했다. 책을 곧장 대출 못 하고 이틀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이 푹푹 찌는 날씨에 아리랑 도서관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게 어디냐...
만일 집 근처에 예약대출기가 설치된 지하철역이 있다면, 대출 및 반납할 때 도서관을 통할 것 없이 '무인 예약대출기' 를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역에 자판기(?) 비슷하게 생긴 무인 예약대출기가 있다. 도서관 직원이 그 무인 예약대출기에 책을 넣어두면, 대출자는 도서관에게 받은 비밀번호로 무인 예약대출기를 열어 책을 가져가면 된다. 그리고 나중에 기한이 되기 전에 그 무인 예약대출기에 다시 책을 반납하면 된다.
또한 전국의 공공 도서관 및 대학 도서관 250여 곳이 참여한 '책바다' 라는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책을 대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호대차' 와 비슷한데, 성북구 내에 있는 도서관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도서관의 책도 대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전국구급 서비스여서 성북구 내 도서관들의 상호대차 서비스처럼 무료로 받을 수는 없고, 대출자가 택배비를 부담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출하는 책 숫자가 많아질수록 택배부가 비싸짐.) 책을 대출받는 데에도 좀 더 시간이 걸려서 일주일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일정 등급 이상의 장애인 등을 위한 '책나래' 서비스도 있다.
책을 아예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친구에게 장애인을 위해 집까지 책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더라고 말했더니, 친구 왈 "그런 좋은 데에 쓴다면, 내가 내는 세금이 아깝지 않지." ^^
도서관 1층 로비에 있는 임시 무대.
(아마 다문화 관련한 행사를 치렀던 모양임.)
그리고 성북정보도서관에 '성북다문화도서관' 이라는 이름의 외국어책 코너가 생겼다.
전에는 도서관 1층에 있는 북카페에만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등의 책이 있었다. 다만, 각 나라별로 대여섯 권 정도 밖에 안 되어 전시용품 수준이었다. ^^;; 게다가 종류도 어린이용 책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3층 열람실에 제대로 서가를 마련해서 책을 비치해놓았다. 위에 쓴 나라에서 들여온 책 말고도, 러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나라의 책이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 전체를 생각해보면 아직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따로 코너를 만들고 책 종류도 좀 더 다양하게 해놓은 것을 보니 앞으로 계속 외국어책 늘려나갈 생각인 모양이다.
◎ 북서울 꿈의 숲
위의 '성북정보도서관' 항목이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면, 이 '북서울 꿈의 숲' 항목은 개그(!) 항목이다.
'동문(同門)' 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한참 생각한 이 어리석은 백성. -.-;;
북서울 꿈의 숲 공원 정문 앞에 있는 횡당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옆에 있는 표지판을 봤다.
그 동안 공원을 다니면서 몇 번이나 본 표지판이지만, 그 근방이야 뻔히 아는 길이라 눈여겨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본 표지판에 눈에 확 들어오는 글자가 있었으니, 바로 同門...!
뜨거운 햇볕에 머리가 달구워져 멍한 기분으로 쳐다본 탓에, 처음에는 엉뚱한 글자가 표지판에 박혀있다는 것을 모르고 한참 생각했다. 이 글자가 대체 무슨 뜻이며 왜 여기에 있는 걸까 하고... ^^;; 나중에 눈길을 위로 올려 'East Gate' 라고 되어 있는 영문표기를 본 후에야, '동쪽의 문' 이란 뜻의 東門이라고 써야 할 것을 엉뚱하게도 '동창' 이란 뜻의 同門이라고 쓴 것을 깨달았다. -.-;; (여보슈, 표지판 양반! 북서울 꿈의 숲이 무슨 학교요...! 갑자기 웬 동문이란 말이오?)
저 현수막 만든 사람들도, '전체 4면중 2면 미만 개방된 것' 부분에서 킬킬 웃어가며 만들었을 듯... ^^;;
연일 불볕 더위가 계속되면서, 공원의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공원측에서 이용객들을 위해, 따가운 햇볕을 막을 수 있도록 텐트를 치는 것을 허용해줬다. 다만, 몇 가지 제한사항을 두었는데, 그 제한사항을 알리는 현수막 내용이 정말 웃기다.
처음에는 '전체 4면중 2면 미만 개방된 텐트' 은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도대체 뭐냐 하는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봤더니... 대부분의 텐트에서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노트북 컴퓨터 가져와 영화도 보는 등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젊은 남녀 단 둘이 온 경우에는, 텐트 안에서 제법 야시시(!)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방이 뻥뻥 뚫린 텐트 안에서도 저러고 있는데, 텐트 문을 몽땅 닫아놓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
그렇잖아도 이 공원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놀러온 아이들도 많고, 바람 쐬러 나오신 동네 어르신들도 많다. 까딱하면, 아이들에게 빨간 비디오를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상황이 되거나, 어른신들 입에서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말세야, 말세!' 식의 개탄이 나올 것이다. (우리 모두 공공장소에서는 최소한의 매너를 지킵시다...!)
북서울 꿈의 숲(http://blog.daum.net/jha7791/15790765)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의 전망대 - 드라마 '아이리스' 전망대(http://blog.daum.net/jha7791/1579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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