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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박명현의 '2030 미래에 답이 있다'

Lesley 2014. 4. 12. 00:01

 

  지난 달에 '2030 미래에 답이 있다' 라는 책을 선물받아 읽었다.

  작년 봄부터 고려시대 관련한 책만 편식(!)하다가, 오래간만에 외도(?)를 했다.  아마 2년 전이었나, 3년 전이었나, 하여튼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를 읽은 뒤로 처음 읽는 경제경영 분야의 책인 듯하다.

 

 

 

 

  ◎ 처음에는 이 책의 정체를 오해했다.

 

  이 책이 '소비에만 익숙한 지금의 20대 및 30대에게 올바른 소비 관념 및 안정된 노후를 위한 저축과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경제 활동 지침서' 라고 생각했다. (완전 헛다리 짚은... -.-;;)

  그런 황당한 오해를 한 것은, 경영학 전공자들이 쓴 책인데다가, 제목에 나오는 '2030' 이 20대 및 30대' 란 뜻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20대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받아내기 위한 요령(?)을 알려주고, 30대에게는 얼마 안 되는 월급을 건전하고 안전면서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조언해준다든지...  혹은 아직 학생시기인 20대부터 일찌감치 소액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을 비교적 건전(!)하게 알려주고, 30대에는 결혼 및 노후설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경제계획에 대해 알려준다든지...  대충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2030' 은 '20대 및 30대' 라는 뜻이 아니라 '2030년' 이라는 뜻이었다. ^^;; 

  그리고 책 제목만 보고 추측했던 내용, 즉 위에서 언급한 현실 속 아주 구체적인 경제활동(저축, 투자, 대출 등에 관한 설명 및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2030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다.  특히, 머릿글에 해당하는 '들어가며' 부분을 읽어 보면, 아무래도 저자들이 경영학도이기 때문에 2030년의 상황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예측하고 설명해주고자 쓴 책이다. 

 

 

 

  ◎ 이 책을 꼭 경제경영 부문의 책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들어가며' 에서 이 책의 내용이 미래를 경제적 관점에서 예측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다르게도 볼 수 있다.

  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되고 있는 온갖 항목을 한 군데 모아 정리해 가까운 미래의 상황을 미리 그려보는 '가벼운 미래 예측서' 라든지, 또는 그러한 이슈 관련한 기사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배경지식을 쌓기 위한 '시사상식 설명서 내지는 교양서' 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일단, 책의 판형도 작고 두께도 비교적 얇아서, 일반인이 접하기 부담스럽지 않다.

  시사적인 내용의 책이 커다란 판형에 두툼하기까지 하다면,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못 할 것이다. ^^;;  하지만 본문으로만 따지면 120 페이지 정도 되고, 각 페이지에 글이 빼곡히 들어차있지도 않다.  그러니 마음 먹고 한 자리에서 집중해서 읽으면 2, 3시간 정도에 다 읽을 수 있고, 바쁜 일상 중에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틈틈히 읽어도 될 듯하다. (책이 작고 가벼워서 전철 안에서 서서 읽기에도 괜찮을 듯...)

 

  그리고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중에게 너무 생소하고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령화 문제, 1인 가족의 일반화, IT 기술의 발전, 양극화 문제, 부동산 시장의 경향, 남북 경제 협력, 세대별 소비 성향 차이, 아시아의 중요성 대두 등은 결코 획기적인 소재가 아니다.  언젠가부터 방송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수시로 들었던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다만, 우리가 그런 이슈들을 각종 매체를 통해 알게될 때는,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단편적이기도 한 개별 사건으로만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항목들은 얼른 서로 연결이 되지만, 어떤 항목들은 완전히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사실은 정확히 알지 못 했던 그런 이슈들을 한 군데 모아 정리해놓아서, 나무 한 그루씩이 아닌 숲 전체로 볼 수가 있다.  윗단락에 써놓은 여러 이슈들이 서로 씨줄날줄처럼 연결되어, 미래의 특정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보고 새삼 확신한 것은 '부동산의 경기 위축' 이다...!

 

  지난 몇 년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어찌 될 것인가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말이 많다.

  보통의 경우, 무주택자와 주택 보유자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무주택자는 조만간 부동산의 폭락이 있을 것을 예상하며 그 때까지는 주택을 사려하지 않는다.  반대로 주택 소유자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하며, 정부에서 적절한 정책을 펼치기만 하면 다시 주택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예상' 과 '기대' 는 전혀 다른 말이다.  예상은 객관적인 정보를 근거로 해서 '~~게 될 가능성이 크다' 라고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고, 기대는 '~~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주관적인 희망을 품는 것이다.  그런데 무주택자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이 책 뿐 아니라 요즘 사방에 널려있어서, 무주택자의 생각을 '희망 + 예상' 으로 만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주택 보유자의 생각은 '희망' 이 전부다.  그런 점에서, 주택가격 상승은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지 예상이 될 수가 없다.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주택가격 상승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주택가격 상승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사람들이 집을 반드시 구매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녀의 학업을 위해 자녀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살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든 한 곳에서 장기간 근무했기 때문에 직장 근처에서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와있듯이, 그 두 가지 이유가 다 흔들리고 있다.  이제 저출산 현상은 국가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집에서 지낼 사람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져서 직장을 몇 번씩 바꾸는 게 특이한 일이 아니며, IT 산업 발전으로 도시나 국가를 넘나들며 일하는 노마드족이 출현하는 등 우리 생활 양식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 장소에 장기간 뿌리 박고 살아야 할 필요성이 나날이 줄고, 따라서 주택 소유의 중요성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예외의 상황 또는 돌발 상황이란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만일, 지난 몇 년간 원자력 발전소 문제로 야단인 일본이나 극심한 스모그 문제로 난리인 중국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면, 일본인 또는 중국인이 생존을 위해 한꺼번에 우리나라로 몰려올 것이다.  그렇다면야 갑작스런 인구 폭증으로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상승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를 원한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칠 그런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 이 책의 주제와는 별 상관 없지만, '들어가며' 부분에서 의외의 소득을 얻었다.

 

  '들어가며' 에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 George Orwell)' 이 했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하며,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다.

 

 

  조지 오웰이 저 말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미래 예측' 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저 말을 인용했다.

  즉, 저 명언의 앞부분인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에 초점을 둔 것이다.  '들어가며' 에서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한 후, 우리가 이미 경험한 각종 정보를 분석하여 현재의 상황을 파악해야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서술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저 말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앞부분은 '역사의 교훈을 아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는 건설적이며 교훈적인 의미로 생각된다.  하지만 뒷부분은 '현재 권력을 쥔 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과거사가 평가받게 된다.' 는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살벌한(!) 의미로 보인다.

 

  똑같은 문장이 역사적 또는 정치적 의미로도 읽힐 수 있고, 경제적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똑같은 사물 보고 여러가지 해석 또는 감상이 나올 수있다는 게 새로운 일이 아니건만, 이런 상황을 겪을 때면 매번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하긴, 결국에는 역사와 정치와 경제 모두 '사람' 에 관한 학문이다.  그러니 같은 문장에 세 분야의 학문 모두에게 적용되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