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점 등

헌책방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Lesley 2013. 10. 1. 00:01

 

  지난 6월 말, 인터넷 헌책방을 통해서 이런저런 책을 사들였다.

  전부터 구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이미 절판되어서 헌책방에서 알아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3만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비를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그 헌책방에 등록된 책들을 일일이 클릭하면서 몇 권 더 골랐다. (사려던 책이 5,000원인데, 그 가격의 책을 사자고 3,000원의 배송료를 지불하는 것은 좀 손해보는 느낌이라... ^^;;)

  보기에 따라서는, 원래 구입 계획이 없던 것들을 구입했으니 낭비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동구매(?) 한 것 치고는, 만족도가 꽤 높다.  요즘 인터넷에서 쓰는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레어템(물론 내 기준으로 따졌을 때 레어템이라는 것임. ^^)이라 할만한 것들을 구했으니 말이다. 

 

  그 동안 인터넷 헌책방을 가끔 이용해봤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이 사들이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 대규모 구입을 기념(?)하는 뜻에서, 나와 헌책방의 인연에 대해 붓 가는데로... 가 아니라 키보드 쳐지는대로 써볼까 한다.

 

 

 

1. 처음으로 간 헌책방 - 청계천의 어느 이름 모를 헌책방

  

 

  내가 헌책방이란 곳에 처음 가본 때가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갈 무렵이다.

  같은 반 아이들 서너 명과 함께 2학년 때 쓸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겠다고, 당시 서울에서 헌책방의 메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명했던 청계천으로 갔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이미 헌책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드물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고등학생들이 청계천을 따라 주르르 늘어서있는 헌책방에서 책을 사고 파는 일이 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에는, 전체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새책 사는 일이 그 전만큼 부담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올림픽에 교육열이라는 종목이 생긴다면, 금메달을 싹쓸이 하고도 남을만한 우리나라 학부형들이 아닌가...!  우리나라 학부형들은 밥 굶을 정도로 어려운 처지 아닌 다음에야, 자식들 참고서나 문제집 사는 돈은 절대로 아까워하지 않으니...

 

  그런 상황에서 헌방에 가자는 생각을 누가 먼저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나일수도 있고, 어쩌면 함께 갔던 아이들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그 때 같이 청계천으로 나갔던 무리 중에서, 집안 사정이 너무 안 좋아 새책을 못 살 정도인 아이는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른들이 들으면 꽤나 기특해 할만한 생각을 했다.  꼭 새책을 사야만 공부 잘 하는 것은 아니니까, 새 학년에 과목별로 다 사야 하는 그 많은 참고서와 문제집에 들일 막대한 비용을 줄여보자는 생각 말이다.  게다가, 청계천이 헌책방 많이 모인 곳이라는 이야기에, 무슨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들은 것처럼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고... ^^

 

  비록 쇠락기에 들어섰을 때라고는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지금에 비하면 청계천에 헌책방이 정말 많았다.

  대학 시절에는 학교 근처의 헌책방 몇 군데를,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신림동이나 노량진의 헌책방을 가봤다.  하지만 난생 처음 헌책방을 찾았던 그 때만큼, 헌책방이 한 곳에 잔뜩 모여있는 광경은 본 적이 없다.  겨우 서너 평이나 될 것 같은 작은 공간에 성인남자 키를 넘어설 정도로 높게 쌓은 책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데, 그런 서점이 수십 개나 일렬로 늘어선 광경은 차라리 장관이었다!

 

  우리는 재잘재잘 떠들면서 책을 쇼핑(!)했다.

  과목별로 여러 종류의 참고서와 문제집을 보며, 좀 더 깨끗한 책, 좀 더 최근에 나온 책을 골라냈다.  대부분의 책이 앞부분만 공부한 흔적이 있고, 중간 부분부터는 깨끗했다. (앞부분만 죽어라 공부하고 중간부분부터는 출간 상태 그대로 깨끗이 남겨두는 것이야 말로, 동서고금의 대다수 학생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성향 아닐런지... ^^)  심지어, 이 책의 원래 주인은 도대체 뭐하러 이 책을 샀던걸까 싶을 정도로,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도 있었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고른 책을 각자 가방 속에 넣고 비닐봉투에 담고 해서, 낑낑거리며 버스를 탔다.  어깨와 팔은 책 무게 때문에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모두들 호랑이라도 한 마리 잡은 사냥꾼 같은 뿌듯한 심정으로 집으로 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 헌책방을 이용한 기억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헌책으로 공부한 효과가 새책으로 공부할 때보다 못 했다든지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헌책방으로 책사냥 나섰던 일이, 그 또래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변덕에서 나온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고3 수험생 시절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우리를 대학으로 인도해 줄 수험서에 돈을 아끼려는 것은 부정 탈만한 행동으로 생각했던걸까? ^^  

 

 

 

2. 대학 시절 종종 이용한 헌책방 - 이제는 달랑 두 곳만 남은 모교 근처의 헌책방

 

 

  대학 시절에는 헌책방을 좀 더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아마도 어떤 전공이든 간에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공서적이란 것은 결국 절반도 진도 못 나가면서 왜 그렇게 두껍게 만들어 가격만 비싼건지... ㅠ.ㅠ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에 있는 전공서적을 대출하는 것이다.  비록 2주일로 제한된 대출기간 때문에, 대출연장을 해야 한다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대출연장도 두 번인가 세 번인가 하면 일정기간 동안 같은 책을 더 대출 못 한다는 규정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대출 못 하게 나만 아는 도서관 한 구석에 책을 숨겨두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멍멍이가 뺏어먹을까봐, 뼈다귀를 땅속 깊이 묻어 두는 멍멍이의 행동과 무척 흡사한... -.-;;)

 

  하지만 불가피하게 전공서적을 사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학우들이 발 빠르게 몇 권 안 되는 도서관의 전공서적을 몽땅 대출했다거나, 혹은 교수가 자기가 쓴 책 아니면 절대로 괜찮은 성적 받을 수 없게끔 음모(?)를 꾸몄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예를 들자면, 자기 학설로만 답안지 채우지 않으면 점수를 안 주는 교수인데, 하필이면 오픈북 테스트 형식으로 시험을 본다든지 하는...  책 파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음. -.-;;)

  이런 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헌책방에 가서 그 전공서적을 구입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당시 우리 학교 근처에는 대여섯 군데의 헌책방이 있었다.  열심히 발품을 팔며 헌책방 순례를 해보면, 가끔 괜찮은 상태의 책을 구할 수도 있었다.

 

  내가 다녔던 대학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지금도 그 쪽으로 나갈 기회가 자주 있는 편이다.

  그 때마다 씁쓸한 것 한 가지는, 추억의 헌책방이 달랑 두 곳만 남고 사라졌다는 점이다.  대신, 무슨 놈의 커피 전문점이 그렇게도 많아졌는지...  하긴,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것은, 나의 모교 뿐 아니라 다른 대학 근처도 다 마찬가지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요즘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은 커피를 마시기 위함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 

  그래도 그 시절 헌책방 중 가장 큰 곳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다.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괜히 내가 뿌듯한 생각이 든다. ^^

 

 

 

3. 처음으로 접한 인터넷 헌책방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헌책방

 

 

  인터넷 헌책방을 처음 이용한 게, 10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어찌어찌 해서 성혜랑(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친이모인데, 1996년 서방으로 망명한 일로 전세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음.)이 쓴 '등나무집' 이란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 성혜랑의 '등나무집' - 1(http://blog.daum.net/jha7791/14963562)

 

  문제는... 내가 이 책을 사려던 때에 이 책은 이미 절판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ㅠ.ㅠ

  그렇다면 헌책방에서 구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인기 있거나 널리 알려진 책이 아니니, 대한민국의 그 많은 헌책방 어디를 가서 찾는단 말인가...  만일 그 때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대학생 신분이었다면, 학교 근처, 청계천, 노량진, 신림동의 헌책방이란 헌책방은 다 찾아 헤매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는 돈에 매인 신분이라, 그럴 수도 없고...

  다행히도, 인터넷에 '헌책방' 이라는 검색어를 쳐보니 온갖 헌책방 사이트가 좌르르 떴다!  그 많은 사이트에 한 번씩 다 들어가서 검색했으니, 적어도 30번 이상은 검색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강원도 강릉인지 속초인지에 있는 어떤 헌책방에서 그 책을 주문하는데 성공했다! (심... 봤... 다...! ^0^)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인데, 당시 나에게는 인터넷 헌책방이라는 것이 천지가 뒤집어지는 수준의 충격이었다. 

  일반적인 인터넷 서점(즉, 새책을 파는 보통의 인터넷 서점)이 등장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헌책을 거래한다는 것은, 뭔가 엄청난 발상의 전환으로 여겨졌다.  책 말고도 각종 중고품(주로 전자제품)을 거래하는 사이트를 그 전에도 몇 번이나 봤건만, 중고책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니 왜 그렇게 신기하던지...  아마도 전자제품과는 달리 책이라는 물건이 주는 아날로그적이고 정적인 느낌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인 인터넷의 이미지와 얼른 연결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는 인터넷 헌책방을 통해, 박경리의 토지 한 질을 통째로 구입하기도 했다.

  토지 전권을 소장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갖고 있던 꿈이었는데, 그 꿈을 대학 졸업하고도 몇 년이 지나서야 이룬 것이다.  만일 16권짜리 대하소설을 새책으로 구입해야 했다면, 그 후로 더 오랫동안 입맛만 다시고 망설이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나로서는 내가 원하는 책을 원래 가격에 3분의 1 밖에 안 되는 가격에 구해서 좋고, 책대여점을 그만 두게 되었다는 판매자는 쓸모 없어진 책을 처분하고 약간의 돈이라도 받을 수 있어서 좋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었다. ^^

 

 

 

4. 북코아 - 인터넷 헌책방 업계의 오픈마켓

 

 

  처음에는, 포털에 '헌책방' 이라고 검색어 쳐서 주르르 뜨는 인터넷 헌책방을 일일이 들어가는 '원시적인 방법' 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인터넷 헌책방 업계에도 오픈마켓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북코아' 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헌책방 관련해서는 제일 큰 사이트다.  오픈마켓 형식이라 수많은 온.오프라인 헌책방 업자들 뿐 아니라 개인들도 판매할 헌책을 등록해놓아서, 책 종류가 엄청나다.

  아무래도 개별적인 헌책방 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해서 책을 찾는 것보다는, 오픈마켓 형식의 큰 사이트에 한 번만 접속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편리하다.  검색어 한 번 쳐넣는 것만으로, 전국의 수많은 헌책방 어디에 내가 필요한 책이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또한 특정 책을 여러 서점이 갖고 있을 때, 가격 비교도 손쉽다.  그래서 이 사이트를 알게 된 후로는, 헌책을 찾을 일이 있을 때 주로 이 곳을 이용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사이트에서 여러 권의 책을 사들였고, 또 나에게 필요없어진 책을 판매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통해 헌책 시장(?)에 대해 조금 알게 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은, 헌책이 새책보다 저렴하다.  그런데 의외로 새책 시절보다 값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다.  비록 대중적인 책은 아니지만 그 책을 꼭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책이 더 이상 출판되지 않을 때 그런 일이 생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레어템...!) 

 

  대표적인 예가 위의 '3. 처음으로 접한 인터넷 헌책방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헌책방' 에서 언급한 성혜랑의 '등나무집' 이다.

  이 책의 원래 가격은 12,000원인데, 나는 10년 전쯤에 이 책을 헌책방에서 5,000원에 사들였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북코아를 통해 또 구입했다.  그게 재작년 가을의 일인데, 그 때도 5,000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이 헌책을 구입하고 겨우 두어 달 지나서 북한의 김정일이 사망했다.  그 후에 다시 북코아에 들어가서 검색해봤더니, 맙소사...!  두 명이 이 책을 내놓았는데, 그 가격이 무려 25,000원이었다! @.@  원래도 구하기 힘든 책인데, 책의 중요 등장인물인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소식 하나로 책의 값어치가 껑충 뛴 것이다.  영화 '타이타닉' 에서 여주인공의 약혼자가 하는 대사 중에 "화가가 죽으면 그 화가의 그림 값이 뛴다지." 라는 게 있다.  좀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김정일 사망 후 폭등한 '등나무집' 헌책 가격을 보니 그 대사가 떠올랐다.

 

  좀 창피스런 이야기지만, '등나무집' 가격이 그렇게 뛴 것을 보고는 그 책을 원래 계획했던대로 선물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

  지금으로서는 '등나무집' 이 재출간 될 가능성은 요원하기만 하고, 이런 식이라면 10년쯤 후에는 이 책의 가격이 10만원을 넘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책을 팔아 차익을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귀하신 몸' 이 된 이 책을 두 권이나 소장하고 있으면 '자기 만족' 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뿌듯할 것만 같았다.

  결국에는 '사람이 이렇게 살면 안 돼~~' 하는 생각으로 그 책을 원래 마음 먹었던대로 선물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건네는 그 순간까지도, '꼭 이 책을 줘야 하나, 그냥 다른 책 사서 선물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 

 

  그리고 '등나무집' 처럼 드라마틱(?)한 수준의 예는 아니지만, 지난 6월에 사들인 북한 출신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역시 원래 가격보다 헌책 가격이 더 비싼 경우다. 

  백석의 시집은 그 동안 남한의 몇몇 출판사에서 여러 번 출판되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현재는 모두 품절 또는 절판 상태다.  내가 구입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는 '시와사회' 라는 출판사에서 1997년에 처음 출간하고 2003년에 다시 한 번 더 출간한 책이다.  하지만 모두 절판 상태여서, 결국에는 인터넷 헌책방을 통해 구했다.  

  그런데 역시나, 두루두루 인기있는 책은 아니라지만 어찌되었거나 확실한 수요층이 있는 종류의 책이라서, 1997년 당시 5,000원에 나온 이 책을 헌책방 시장에서 10,000원에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위의 두 경우처럼 가격이 뛴 경우는 아니지만, 내가 손에 넣고 나 혼자서 자랑스러워 하는 레어템이 있으니... ^^

 

  먼저  '사진으로 보는 북한의 문화유산' 은 1997년도에 동아일보사를 통해 출간된 책이다.

  보존상태가 워낙 좋아서 책에 수록된 사진이 깨끗하다.  북한 여기저기에 있는 문화유산을 선명한 칼라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얼른 장바구니에 넣은 책이다. (비록 이 책에 수록된 사진 중 내가 아는 문화재는 몇 개 안 되지만... ^^;;)

 

  그리고 '북한 향토사학사가 쓴 개성 이야기' 는 2000년에 나온 책인데, 위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아직 새책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작가 박완서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최근에 고려사에 흥미 가지면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고려수도 개성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에 충동구매(!) 한 책이다.  그런데 막상 받아들고서는 깜짝 놀랐다.  북한 향토사학자가 쓴 책이라기에, 탈북한 북한 향토사학자가 남한에서 집필한 책이라든지, 또는 중국이나 일본 쪽에서 출판된 북한책을 남한 출판사에서 번역했다든지, 그렇게 둘 중 한 경우에 해당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북한에 거주 중인 저자가 남한 출판사를 통해 정식으로 출간한 책이다...! @.@  도대체 어떤 경로로 남한 출판사와 선이 닿았는지도 궁금하고, 북한 학자의 책을 남한에서 합법적으로 출판하는 것이 가능한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책에 통일부 아무개 사무관에게서 도움을 받았다고 써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합법적인 출판물이 맞기는 맞는 듯함.)

  그리고 책을 읽어 보면 '이 책이 정말로 북한 사람이 집필한 책이 맞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출판사 측에서 남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띄어쓰기 정도는 남한식으로 고쳤다는데, 전체적으로는 북한식 맞춤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음법칙이 적용 안 되는 북한식 표기법에 따라, 노국공주는 '로국공주' 로, 이제현은 '리제현' 으로, 태조 왕건의 아버지 용건은 '룡건' 으로 나온다.    

 

 

 

5. 알라딘 중고서점 - 온라인에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옮겨간 헌책방

 

 

  재작년이었던가, 원래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이 서울 종로에 헌책방을 냈다.

  서울에서는 종로 말고도 강남이나 대학로 등에도 냈고, 분당, 대구, 부산 등 다른 지역에도 낸 모양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 본 곳은 서울의 종로점과 강남점인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우선, 오프라인 헌책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다 깨뜨리면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보통의 오프라인 헌책방에서는 책을 산더미 같이 쌓아둔 통에 사람이 다닐 공간이 좁다.  그리고 책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새책이나 다름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스라하고 따뜻한 느낌 받을 정도로 적당히 손때 묻은 책도 있고, 책갈피 속에 책벌레 몇 마리가 숨어있을 것 같아서 감히(!) 들쳐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인 책도 있다.

  그런데 알라딘 헌책방은 인테리어에 워낙 신경을 써서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일반 대형서점만큼이나 깔끔하면서, 사람들이 돌아다닐 공간도 널찍하다.  그리고 분명히 헌책방이건만, 주로 새책에 가까운 상태의 책만 취급한다.  그래서 단지 남의 손을 한 번 거쳤을 뿐인 새책이나 다름 없는 책을, 정가의 절반 정도 또는 그 보다 더 저렴한 가격(당연한 말이지만, 책의 인기도에 따라 가격 할인률은 다름.)으로 구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다만, 그렇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새책 같은 헌책' 을 주로 취급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다.

  헌책방도 먹고 살자고 하는 장사니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운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알라딘 헌책방은 기존의 헌책방보다 그런 경향이 훨씬 심하다.  그래서 알라딘 헌책방에서는, 오래된 책 또는 수요가 그다지 없는 책은 구하기 힘들다.

  다른 소규모 헌책방이나 북코아 같은 오픈마켓에서는 1950~60년대에 출판된 책, 북한에서 발간된 책, 심지어는 조선시대(!)에 나온 한문서적까지 구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최근 출간된 책이라 하더라도, 수요가 없는(한 마디로 인기가 없어서 팔릴 가능성이 별로 없는 책) 딱딱한 분야의 책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고...

  아무래도 알라딘 헌책방의 영업방식이 '인기 있고 비교적 가벼운 읽을거리를 재빨리 사들여서 재빨리 팔자.' 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도서 회전률이 무척 빠르다. 

 

  어쨌거나, 원래 '온라인을 통한 새책 판매' 를 하던 업체가 '오프라인을 통한 헌책 판매' 에 나섰다는 점이 놀랍다.

  보통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에는 오프라인상에서만 존재하던 업체들이 온라인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리고 새 물건을 팔던 업체가 헌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그 업체가 많이 힘들어져서 '내려앉아버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데 알라딘은 그런 통념을 뒤집어엎으면서 오히려 '온라인 → 오프라인' 및 '새책 판매 → 헌책 판매' 라는 방법으로 사업을 더 발전시키고 확장시키는 예를 만들었으니, 참...  다른 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으로 느껴진다. 

 

  역시 돈 버는 사람(또는 업체)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사양길에 접어든 영세한 헌책방들이, 이런 알라딘의 공격적이고 빠른 영업에 밀려서 더 많이 힘들어지고 더 빨리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도 든다.  앞으로는 헌책방들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이 아닌, 어떤 분야의 책에 특화된 형태로 영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고객 입장에서야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하고 더 깔끔한 곳으로 발걸음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부산(1) - 보수동 헌책방 골목(http://blog.daum.net/jha7791/15791025)

알라딘 중고매장 노원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090)

이승한의 '고려 무인 이야기' / 품절된 책 찾아 삼만리(http://blog.daum.net/jha7791/15791171)

알라딘 중고매장 잠실롯데월드타워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306)

알라딘 중고매장 강남점 vs. YES24 중고매장 강남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305)

알라딘 중고매장 잠실신천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332)

알라딘 중고매장 분당야탑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339)

알라딘 중고매장 가로수길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428)

알라딘 중고매장 분당서현점 / 환갑, 진갑 다 넘긴 크레마 샤인(http://blog.daum.net/jha7791/15791449)

알라딘 중고매장 수유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485)

알라딘 중고매장 서울대입구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501)

알라딘 중고매장 신림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504)

알라딘 중고매장 노원역점 - 노원점의 후계자(?)(http://blog.daum.net/jha7791/15791541)

알라딘 중고매장 이수역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568)

알라딘 중고매장 합정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583)

알라딘 중고매장 연신내점(http://blog.daum.net/jha7791/15791591)